Dogummuan RAW novel - Chapter 47
47
[도검무안 47화]
第八章 비기 속출 (2)
공개된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창암도가 최남단 혜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들이 혜주에 포진한 이유가 무엇인가? 모른다. 스무 명의 사주 중에서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도주 미영추밖에 없으리라.
야뇌슬이 말했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빠져나가자. 여기선 건질 게 아무 것도 없어.”
“여기선?”
“그래. 샅샅이 뒤져봤지만 서신 한 장 나오지 않잖아.”
“흐흐흐!”
“왜 웃어?”
“네 말뜻이 가소로워서 웃는다.”
“눈치 챘어?”
“여기선이라는 말을 그렇게 강조하는데 모를 리 있냐! 제길! 종복이라고 너무 부려먹는 거 아냐? 해보긴 하겠다만…… 재미없을 것 같으면 그냥 빠져나올 거야!”
“알았어.”
“넌 뭐하고 있을 건데?”
“여기 좀 더 뒤져보지 뭐.”
“잠이나 퍼 자겠다는 소리군. 그래라! 자라, 자!”
마록타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신형을 날렸다.
스으으읏!
그의 신형이 모래밭에 물 스며들듯…… 벽속으로 스며들었다.
야뇌슬이 생각하는 건 미영추의 전각이다.
왕포는 가진 게 없을 지라도 도주인 미영추에게는 무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영추의 전각은 야뇌슬조차도 접근할 수 없다.
염왕오제의 무공 중에 은신술은 없다.
억지로 잠입할 수는 있다. 왕포의 전각에 침입할 때처럼 은밀하게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전각으로 스며드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미영추의 전각은 삼엄한 경계망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스무 명의 사주들 중에 몇몇 정도는 돌아와 있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미영추 자신이 전각에 머물러 있을 공산이 높다.
이 모든 경계망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야복뿐이다.
싸우는 것과 잠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스으으으읏!
야복은 후원을 가로질렀다. 담장을 넘었고, 전각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붕기와를 들춰냈다.
그는 일절 소리를 내지 않는다.
기와를 집어들 때, 기와 사이에서 빼낼 때, 그리고 놓을 때…… 어느 경우에든 일절 소리를 내지 않는다.
마록타는 삶 자체가 소리와의 싸움이었다.
적암도라는 작은 섬에서 오제의 후손들이라는 최강자들과 어울려 살았다. 아니, 어울려서 산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조롱 받고, 핍박당하면서 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들 눈에 띄지 않게 은밀히 숨어서 사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공부보다도 가혹한 은신술 수련이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눈에 띄지 않는 그늘로만 숨어 다니고, 그것도 부족해서 밤에만 움직이고…… 그래도 발각되면 몇 대 맞고 쫓겨난다.
숨어야 살 수 있었던 삶이다.
그는 야복의 무공을 수련하지 않을 때도 은밀히 움직이는 데는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적암도 무인들의 이목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조심해서 움직일 줄 알았다.
귀영홀류와 쾌비주를 수련한 후에는 더욱 더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 후로는 적암도 무인들에게 맞은 적이 없다. 그들 눈에 띈 적도 없다. 오죽하면 그들이 철수할 때, 그라는 존재는 생각하지도 못했겠는가.
“찾지 못했습니다.”
지붕 아래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마록타는 들고 있던 기와를 내려놓고 지붕 위에 살며시 드러누웠다. 그리고 온 신경을 두 귀로 집중시켰다.
“마록타 그놈! 웬 병신 같은 놈이 나타나서는……”
누군가 그를 욕했다.
“마록타의 신법이 여간 아니었어. 놈은 무공을 수련했다. 그것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공이야. 적암도 놈이 무공을 수련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해. 이게 말이 되나?”
“야뇌슬은 어떤 것 같아?”
“맞지 않았어.”
“맞은 것 같던데?”
“피가 한 방울도 없어. 죽은 척 한 거야.”
“왜 그런 짓을……?”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뇌슬은 흑조탄궁술을 이겨냈다. 그리고 죽은 체 했다.
남은 십구 사주의 합공이 두려웠던 것일까? 그래서 현장을 빨리 떠나려고 수작을 부린 걸까?
그들은 야뇌슬이 죽은 척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잠입은 불가능하고……’
마록타는 지붕 위에 누워서 저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이들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것, 이것이 야뇌슬이 원하는 바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
사주들은 세 가지 실수를 범했다.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어떤 자든 십 장 안에만 들어서면 기척을 감지해낼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었다.
그것이 첫 번째 실수다.
두 번째 실수도 저질렀다.
그들은 죽은 왕포에게 너무 무심했다.
적어도 사주가 죽었으면 그의 전각에 조화 한 송이라도 놓아주어야 하지 않나. 만약 그랬다면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대번에 눈치 챘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너무 신뢰했다.
해시(亥時)가 되자 사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아직도 야뇌슬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잡을 수 있는 자로 여긴다.
왕포가 당한 것은 십이묘환법 때문이다.
흑조탄궁술도 무너졌다. 하늘에서 내리 꽂히는 번개조차도 맞출 수 있다는 궁술이다. 하지만 야뇌슬을 잡지 못했다.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사실 얼마만한 차이로, 간격으로 피해냈느냐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간발의 차이든 일 장 간격을 벌리고 피해냈든 피한 건 마찬가지다.
만약 그들에게 흑조탄궁술이 겨눠진다면 어떨까?
싸움의 시작 시점이 중요하다. 활을 든 상태, 그러니까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기 전에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면 피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이미 시위에 걸린 상태라면 피하지 못한다.
야뇌슬은 시위에 걸린 상태에서 싸움을 벌였다. 그것도 두 명의 합격을 받았다.
그에게는 분명히 놀라운 한 수가 있다.
아마도 십이묘환법의 변형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에 궁수들이 그를 제대로 겨누지 못한 것이다. 환영을 보고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날린 것이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왕포의 죽음, 그리고 흑조탄궁술…… 이 두 개의 합공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단언컨대 없다.
이런 경우는 딱 하나, 세 명 모두 헛것을 봤다면 가능하다.
십이묘환법은 절대적이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오제 중에서 최고는 단연 섬전자창이 되었을 게다. 다른 사제를 압도하고 염왕마저 꺾고, 지상에서 가장 강한 무인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섬전자창은 오제 중에 한 명일 뿐이다.
그들 중에는 가문의 비기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십이묘환법 정도는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비기를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도, 야뇌슬 정도는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것이 세 번째 실수다.
스읏! 스스슷!
마록타는 미영추의 집무실을 뒤졌다.
야복의 임무는 말 그대로 밤의 그림자다. 밤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간여한다.
그는 봇짐을 열고 전각에 있는 모든 두루마리 서신들을 쓸어 담았다. 어떤 내용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전혀 쓸데없는 내용들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는 모두 쓸어 모았다.
소용 있고 없고의 판단은 야뇌슬이 한다. 자신은 그가 필요한 것들을 조달해 주는 선에서 임무가 끝난다.
‘됐어.’
그는 커다란 석주(石柱)를 타고 전각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왔을 때처럼 소리 없이 떠나갔다.
하나, 둘, 셋……
마록타가 가져온 서신들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야뇌슬은 왕포의 전각에서 편안하게 서신들을 읽었다.
마록타는 양손을 휘둘러 안아도 다 안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서신을 가져왔지만, 거의 대부분은 미영추와 가족 간에 서로 안부를 묻는 개인사다.
지극히 일부분이 창암도에 대해서 거론한다. 그리고 딱 한 장의 서신에서 ‘도련’이라는 말을 찾았다. 거기에도 많은 말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 사(死), 추후(追後) 보고(報告).
짤막한 글 한 줄이 전부다.
죽여라. 그 후에 보고하라.
자신을 두고 한 말이다.
창암도는 도련에 자신에 대해서 보고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명령을 너희 스스로 해결하라 이다. 그리고 죽인 후에 보고하라.
도련도 적암도에 남겨진 우염비와 왕린이 죽었다는 점을 안다. 충분히 짐작한다. 그런데도 야뇌슬을 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정도는 너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야뇌슬이 이십사 무동을 출관하지 못했고,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뛰어봤자 벼룩 아니냐는 심산이다.
그 밖에는 다른 말이 없다.
창암도는 마치 잊힌 조직 같다. 도련과 함께 한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야뇌슬을 서신을 다 읽고 난 후, 피식 웃었다.
마록타가 미영추의 전각까지 뒤져서 어렵게 가져왔지만 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사실 이런 점들…… 웬만큼은 짐작했다.
도련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