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48
48
[도검무안 48화]
第八章 비기 속출 (3)
이들은 명령서 자체를 남겨두지 않는다. 받아서 읽어보는 즉시 소각하도록 명령 받은 것 같다.
“몇 시나 됐지?”
“글쎄…… 인시초(寅時初)?”
“아침 산책하기 딱 좋지?”
“가려고?”
마록타가 누웠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스릉!
야뇌슬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실수를 저지른 거야? 꼬리를 달고 왔잖아. 한두 명도 아니고……”
마록타는 야뇌슬의 말뜻을 즉각 눈치 챘다.
그가 재빨리 문가로 와서 문틈으로 바깥 동정을 살폈다.
“음!”
그의 입에서 신음이 절로 나왔다.
상황이 보통 심각하지 않다. 사주 열아홉 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동원되었다.
전각 위에 궁수 두 명이 배치되었다.
그들은 이미 활에 화살을 걸었다. 화살 끝을 땅으로 향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쏠 준비가 되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화륜을 든 자들이 독수리눈으로 노려본다.
모두 다섯 명이다. 양손에 화륜 몇 개씩을 들고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지켜서있다.
장창을 든 자들이 오 보 정도 떨어진 곳에 서있다.
외날창은 든 자, 두 명이다.
그들의 눈가에는 불길이 치솟는다. 아마도 왕포의 복수를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거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안 좋다. 허나 더 안 좋은 상황이 문 앞에서 전개되었다.
검은 든 자가 다섯 명, 도를 든 자가 다섯 명, 그들이 문 앞 회랑(回廊)에 있다.
도를 든 자들 중에는 창암도주 미영추와 이사주 미시완도 있다.
가장 강한 자가 자신들을 향해서 직접 칼을 들었다.
세상 천지에 이보다 안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좋게 빠져나가기는 글렀네. 그런데 너…… 언제 알았어?”
“네가 들어올 때.”
“뭣!”
“그래서 밖에 나가지 않고 여기서 읽었다. 그동안 저놈들은 포위망을 구축할 수 있고, 나는 이 서신들을 읽을 수 있고. 서로가 좋은 거지.”
“그게 어떻게 서로가 좋아!”
“그럼 이것들을 짊어지고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맨몸으로도 힘든 판인데?”
“끄응!”
“이왕 들어왔으니 알 거나 알고 가야지. 안 것도 별로 없지만.”
“미안하게 됐네. 그런데 어디서 꼬리를 잡혔지? 실수한 게 없는데…… 아!”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 마록타의 입이 쩍 벌어졌다.
“내가 미친다, 미쳐. 기와지붕!”
그는 자신의 머리를 탁 쳤다.
지붕 기와를 들어내는 데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붕 기와가 빠지면 바람이 들이친다. 더군다나 사주들은 미세한 기척도 감지할 수 있는 절정감각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은 대청을 물러났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소리는 믿지 않는다. 귀에 의지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뒤쫓는다.
은신술의 달인인 마록타도 조그만 실수는 범한다.
“미안하게 됐다. 쳇! 체면 완전히 구기네.”
마록타가 바깥 동정을 살피면서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조용히 들어왔다가 조용히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
야뇌슬이 말했다.
“어때? 너 혼자라면 빠져나갈 수 있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놀란 척 하기는…… 적암도를 내 집 안방 드나들듯 활개치고 다녔으면서 뭘 그래? 이 정도는 빠져나갈 수 있지?”
“히히!”
마록타가 웃음으로 대신했다.
야복을 잡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절대로 눈에서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눈에서 멀어지면 그때는 놓쳤다고 보는 편이 속 편하다.
자신이 방심했을 때, 저들에게 뒤를 잡혔다.
이제 저들은 자신들의 시야에서 자신을 풀어주었다.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것이다.
양쪽 모두 최고의 경계로 임할 때, 누가 유리할까? 저들일까? 당연하다. 이런 경우, 눈이 많은 쪽이 훨씬 유리하다. 단, 상대가 평범한 은신술사라면.
저들은 야복을 잡지 못한다.
“가.”
“뭐?”
“가란다고 아주 가지는 말고. 돌아다니면서 불을 지를 수 있는 대로 질러.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눈길을 돌릴 리는 없지. 하지만 사방에서 아우성이 터지면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지긴 할 거야. 그렇게라도 해야 어떻게 할 수 있어.”
“그때까지는 어떻게 하고?”
“대충 버텨보지 뭐.”
야뇌슬이 웃으면서 말했다.
야뇌슬은 버틸 수 없다.
그가 사용하는 무영신법과 무풍비류는 적암도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안다.
다른 곳 같으면 탈출을 시도하겠지만, 창암도이기에 탈출하지 못한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어느 방향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일 지 짐작한다.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신법이기에 더 움직일 수 없다.
스스스! 스스스스!
마록타는 지붕을 뚫고 나왔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사람은 전각 위에 서있는 두 명의 궁수다.
흑조탄궁술은 매의 눈에 기초한다. 활을 쏘기 전에 먼저 표적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저들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장 잘 본다.
스으으읏!
지붕을 따라서 이동하다가 벽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담을 타넘었다.
위장포를 뒤집어쓰고 귀영홀류를 펼치면 귀신도 알아보지 못한다. 하물며 지금은 밤이다. 그를 알아보는 자가 있다면 신안(神眼)이라는 별호를 바쳐도 무방하다.
‘됐어!’
그는 왕포의 전각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화섭자를 꺼냈다.
화르르륵! 화와아악!
전각들이 불탄다. 기름을 끼얹은 듯 커다란 전각이 순식간에 화마로 뒤덮인다.
“불이야!”
“적이 침입했다! 잡앗!”
“불부터 꺼라! 불을 꺼!”
사방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후후후!”
미영추가 웃었다.
열아홉 명의 사주는 사방에서 일어나는 불길을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왕포의 전각 안으로 뛰어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방을 포위한 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렇게 되면…… 기다릴 필요도 없는 건가?”
“가만히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 쯧! 목숨을 갖다 바치는군.”
스윽! 척!
궁수 두 명이 활을 들어올렸다.
그렇다. 그들은 밤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복? 야복은 잡지 못한다. 그들도 안다. 야복이 어디서 저런 무공을 배웠는지 모르지만, 이목을 속이는 데는 천하제일이다.
야복을 뒤쫓으면서 그의 신법을 봤는데, 그 정도도 감지하지 못하겠나. 포위가 되면 당연히 그부터 빠져나갈 게다. 그리고 사방에 불을 지르겠지.
이 정도는 예측했다.
그러나 야복 정도는 놓쳐도 괜찮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겁쟁이다.
야뇌슬을 잡아야 한다.
가급적 낮에 잡자. 밤에는 십이묘환법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밝은 대낮이 될 때까지 포위망만 구축하고 있다가 느긋하게 잡는 게다.
그러던 참인데…… 사방에 불을 밝혀주고 있다.
아직 동녘에서 해가 뜨려면 멀었는데, 사위가 대낮처럼 밝다.
공격을 늦출 이유가 없다.
미영추가 일갈을 내질렀다.
“쳣!”
***
꽈앙! 꽝! 꽝! 꽝!
문짝이란 문짝은 모두 떨어져 나갔다. 봉창 문도 뚫렸다. 창문도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갔다.
검도(劍刀)를 든 무인 열 명이 일시에 전각 안으로 들이쳤다.
그들은 단번에 야뇌슬을 찾아냈다. 아니, 문짝을 부수는 순간부터 공격해야 할 목표를 찾아냈다.
촤촤촤촤!
검기, 도기…… 탁자 위에 서있는 한 사내를 향해서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이 쏟아졌다.
섬력쇄심, 전광천심, 경홍섬전…… 천왕구참도!
빠져나갈 공간은 없다. 뒤로 물러설 수는 있지만 자신을 더욱 가두는 길이다. 점점 더 좁은 곳으로 치몰릴 뿐이다.
슈웃!
야뇌슬이 무릎을 굽히면서 검을 쓸어냈다.
그가 무릎을 굽혔다고 하지만 탁자 위에 서있었기 때문에 검의 높이는 비슷했다.
“무모한 짓!”
미영추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혼자서 검도 열 자루와 부딪친다는 건…… 상대를 허수아비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는 짓이다. 그런데!
파라라랑!
야뇌슬이 검이 문풍지 떨리듯 떨렸다.
“앗! 섬(閃)!”
같이 공격하던 자들 중에서 누군가가 부지불식간에 고함질렀다. 순간,
번쩍!
야뇌슬에 검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신뢰신공이 구 성 이상에 이르면 섬을 폭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뇌전자창의 십이묘환법을 짓누를 수 있는 혈우마검 탁발천의 비기다.
“악(岳)!”
미시완이 온 힘을 다해서 유엽도를 곧추세웠다. 그리고 칼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도배(刀背)를 힘껏 밀었다.
한 손으로는 칼을 세우고, 한 손으로는 민다.
구르르릉!
미시완의 유엽도에서 철판 같은 강기가 뻗어 나왔다.
쾅! 쾅! 쾅!
야뇌슬은 연달아 삼검을 펼쳤다.
“푸왁!”
그는 사검을 펼치고 못하고 밀려났다. 입으로는 피화살을 뿜어내면서…… 역시 사주 열 명의 합공을 한 손으로 막아낸다는 것은 무리였다.
쒜엑! 쒜에엑!
그가 막아내지 못한 검과 도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야뇌슬은 사력을 다해서 일검을 뻗어냈다.
필사적인 결의가 엿보이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펼친 듯 온신의 진력이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