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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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51화]
第八章 비기 속출 (6)
이것이 일심불광의 힘이다.
“휴우!”
그는 긴 호흡을 내뱉으려 눈을 떴다.
“좀 어때?”
마록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피를 토해서 아직도 입가에 핏자국이 선연하다. 그런 모습으로 뛰쳐나오니 상당히 놀랐던 모양이다.
“따돌렸어?”
“네 말대로 강 쪽으로 갔다가 방향을 틀었어.”
야뇌슬을 고개를 끄덕였다.
마록타는 귀영홀류 말고도 쾌비주라는 신법이 있다. 그야말로 쏘아낸 화살보다도 빠르다.
할 수만 있다면 흑조탄궁술과 견주어 봐도 좋을 성 싶다.
이런 빠름은 오제의 무공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제에게는 이런 빠름이 필요 없었다. 이런 신법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야복을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빨랐다. 아니, 야복 정도는 장난감처럼 제쳐버린다.
무영신법이 절정에 이르면 그렇게 된다.
무풍비류가 절정에 이르면 말 그대로 바람도 없는데 쾌속한 흐름이 생긴다.
천왕구도에게는 천왕대보(天王大步)가 있다. 혈우마검에게는 신뢰추양월(迅雷追陽月)이 있다. 일시탈백에게도 부동묘보(不動妙步)라는 특이한 보법이 있다.
그들 중 어떤 신법도 쾌비주를 능가한다. 단, 구 성 이상에 이르러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오제의 무공은 칠성을 전후에서 크게 갈린다.
칠성 전의 무공이 기초에 불과하다면 칠성 성취 후에는 단번에 일류고수로 발돋움한다.
그와 같은 구분이 구성에서 또 갈린다.
구성 전이 일류고수라면 구성 성취 후에는 중원 무림 그 누구와도 무공을 견줄 수 있는 초극강고수로 탈바꿈한다.
그 차이는 너무 현격해서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신법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창암도 사주들은 하나같이 고수들이지만 쾌비주를 따라잡지 못한다. 아직 구성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법은 무공을 펼치기에 적합하도록 짜였지만, 야복의 쾌비주는 오로지 달리기 위해서 창안된 신법이다.
서로 용도가 다른 점도 차이를 만든다.
하지만 그들이 구성에 이르면 특별히 신법을 수련하지 않아도 단번에 쾌비주를 따라잡는다.
팔성과 구성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가자.”
야뇌슬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갈 수 있겠어?”
“이제 괜찮아. 그리고…… 저 사람들, 오랫동안 속지 않아. 한 시진이나 두 시진쯤 지나면 속았다는 걸 알아차릴 거야. 그럼 사방을 수색할 텐데……”
“후후! 수색해도 우린 잡지 못할 걸? 제 아무리 추적을 잘하는 놈이 붙어도 내 그림자는 찾지 못한다니까. 큭큭큭! 사냥개를 붙여보라고 해. 날 찾을 수 있나.”
“사람.”
“……?”
“사람이 문제야. 우리가 길에서 만나는 사람, 산에서 만나는 사람, 강에서 만나는 사람…… 모든 사람이 도련의 눈과 귀라고 생각해야 돼.”
“그, 그럼…… 어떻게 길을 찾아가?”
“일단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로 가야겠어.”
“그 다음은?”
“가면서 생각하지 뭐.”
“가면서? 지금 그걸 말이라고……”
“마중 나올 사람이 있어. 그러니 안심해도 돼.”
“마중? 그건 또 무슨 소리래? 가만…… 마중이고 뭐고 지금 어디로 가는데?”
“노갹충.”
“뭐! 안 돼! 넌 지금 미영추 저놈조차 상대하지 못하면서 뭐? 노갹충! 안 돼!”
“생각한 게 있으니까 호들갑 떨지 마. 가면서 수련해야 할 무공이 꽤 많아.”
야뇌슬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
야뇌슬이 앞서 걷는다. 마록타는 뒤따라 걷는다.
야뇌슬은 무작정 걷는다. 마록타는 야뇌슬이 걸었던 자리를 꼼꼼히 살핀다. 그래서 혹여 족적이 새겨지기라도 하면 말끔히 지운다. 그리고 재빨리 뒤따라간다.
마록타는 추적에 대해서 꼼꼼하게 배웠다.
도주하는 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도 배웠고, 아무 단서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을 때, 어떤 식으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런 것들은 가르쳐주신 분이 송연부인이다.
이제 그 분에게서 배운 것을 근본 바탕으로 그분의 아들 발자국을 지운다.
그가 한 말은 허언이 아니다.
어떤 추적자도 그를 쫓을 수 없다. 어떤 사냥개도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작심하면 어느 누구도 찾아올 수 없다.
이것은 그가 한 말이 아니다. 추적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다 싶었을 때, 송연 부인이 감탄하면서 한 말이다.
송연부인이 한 말은 법이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이라면 믿지 않겠지만, 송연 부인이 한 말이기에 십 할 믿는다.
아무도 자신을 추적해 올 수 없다.
“크크! 점점 나아지네?”
“뭐가?”
“네 발자국. 지우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
“그런가.”
“언제 추적에 대해서 공부한 적 있어?”
“없어.”
“그 뭐야…… 십이좌실인가 거기에도 없었어?”
“없었어.”
“히히! 너 참 빨리 배운다. 크크!”
마록타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눈을 감고 걸었다.
산길을 더듬어 올라가는 것은 매우 좋은 수련이다.
심등을 밝힌 채 걷는다.
육신의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뜬다. 육신의 감각을 버리고, 심등에 의존한다. 완벽하게 떠맡긴다. 나무에 부딪쳐도 좋고, 벼랑에서 굴러도 좋다. 심등에게 맡긴다.
눈을 감고 걷는다.
신경이 곤두선다. 육신의 감각이 최고조로 발동된다.
뭐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모른다. 그런 것은 신경ㅇ도 쓰지 않는다. 청각이 어떻고, 시각이 어떻고, 후각이 어떻고…… 오감을 죽인 채 마음의 인도를 받는다.
걸어라. 걷는다. 멈춰라. 멈춘다. 느낌대로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창암도 사주들과 겨루면서 터득한 공부다.
솔직히…… 그는 마록타가 우스웠다.
그는 자신에게서, 미간에서 환히 빛나는 일심불광을 봤다고 한다. 그래서 염왕이란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래. 심등이 밝혀졌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것인가. 심등에 버금가는 내공심법은 많이 있다. 오제의 무공치고 심등보다 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도대체 뭐가 염왕의 무공ㅇ이란 말인가.
염왕의 무공이면 초식을 달라. 검공을 달라. 도법을 달라. 무엇이든 무공 비슷한 것을 내놔라.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심등밖에 없다.
다른 것도 있다. 나뭇가지를 부러트려서 암기처럼 쏘아내는 수법인데…… 그것이 염왕의 무공인가? 그렇다면 우습다. 한심하다. 그런 무공으로는 오제 중 그 누구도 당적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그 무공을 수련하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심등도 쓰지 않고 싶다.
진기가 일어나면 자연적으로 심등도 켜진다. 켜고 싶지 않아도 켜진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내공심법을 쓰지 못하고 심등만 밟힌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그나마 심등이 오제의 내공심법을 훌륭하게 대신해줬다. 위력 면이나 속도 면에서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오제 무공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내공심법들은 그렇지 않다.
도제의 구중미천공으로 검제의 신뢰삼검을 사용할 수 없다. 무거움을 위주로 하는 내공심법과 빠름을 중시하는 내공심법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적암도 사람들은 다른 가문의 무공을 참조만 할뿐, 수련하지 않는다. 자기 가문에서 전해지는 무공과 워낙 달라서 수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예 가전비공을 포기하고 다른 무공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장씨다. 그들은 일시탈백 장설리의 궁술보다는 다른 가문의 활달한 공부들을 선호한다.
원거리 공격용으로는 활이 좋지만, 근거리 접전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가문에 밀린다.
심등은 이러한 불합리를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다.
그는 오제의 무공을 모두 사용한다.
심등을 밝히면 흑조탄궁술을 쓸 수 있다. 부동명심공을 운용할 때처럼 양손이 시커멓게 변색되지는 않지만, 두 손에 운집되는 강기는 부동명심공 이상이다.
활을 당겨서 시위를 쏘아낼 수 있다.
장창도 사용할 수 있고, 유엽도도 사용한다.
이십사 무동을 정식으로 출동하지는 않았지만, 칠성 출관 그 이상은 해냈다고 본다.
그랬는데…… 이번 싸움에서 심등의 또 다른 진가를 찾아냈다.
심등의 그의 감각을 최고조로 일깨운다.
눈앞에 무엇이 나타나면 본인이 의식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길을 가다가 발끝에 돌멩이가 채일 것 같으면 무엇인가 위기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발길을 다른 방향으로 옮기게 한다.
심등은 살아있다.
염왕의 무공은 심이 전부였다.
적엽비화(摘葉飛花)와 흡사한 비목법(飛木法)이 있지만 요식적으로 하나 갖춰놓은 것뿐이고, 실제로는 심등이 전부다. 염왕 무공의 처음이자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