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52
52
[도검무안 52화]
第八章 비기 속출 (7)
스윽!
나뭇가지가 머리에 걸린다.
그는 머리를 숙였다. 자신이 왜 숙이는지는 모른다.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지 못한다. 주위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른다. 단지 걸을 뿐이고, 좋지 않은 느낌이 오면 반사적으로 피한다.
그런 행동이 극에 이르면 어떤 공격도 피할 수 있다.
소위 말해서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다.
마록타는 발걸음이 많이 좋아졌단다.
추격자들의 눈에 뜨지 않게끔 족적을 잘 숨긴다는 뜻일 게다.
이것도 심등이 시켰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걸어야겠다고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심들이 밝혀진다. 밝은 빛이 두 발로 향하면서 족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록타는 또 물었다. 추적술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냐고, 십이좌실에 책이 있었냐고.
있었다.
십이좌실에는 없는 책이 없다.
추적술에 관한 부분도 읽었다. 도망자의 심리라거나, 도망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들에 대한 부분도 관심 있게 읽었다.
하지만 없다고 말했다.
지금 그런 부분을 응용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일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심등에만 의존해서 걷는다. 그러니 굳이 이었다고 말해서 마록타의 우월감에 상처를 입힐 필요는 없다.
‘음!’
야뇌슬은 더 이상 눈을 감고 걷지 못했다.
이제는 눈을 떠야 한다.
앞쪽에서 강한 기운이 몰려온다. 기운이 너무 강해서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정도다.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봤다. 두 노개와 한 여인이 산 정상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그는 놀라지 않고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술 좀 남았습니까?”
순간, 모용아의 눈에서 맑은 정광이 흘러나왔다.
“우리랑 만날 줄 알고 있었나 봐”
“이 두 분 같으면 다른 곳으로 갔겠지만…… 소저라면 이곳으로 올 거라고.”
“뭐! 이, 이놈 말하는 것 좀 보소. 뭐가 어째! 그래! 우린 대가리가 떨어진다 이거지!”
두 노개가 펄쩍 뛰었다.
“병법을 알지?”
“몰라.”
“방위를 알지?”
“몰라.”
“무조건 모른다고만 하면 대화가 안 되잖아. 아는 건 안다고 해야지 대화가 이어지지.”
“정말 몰라. 몰라서 모른다고 말한 거야.”
“천만에. 전부 알고 있어. 이번에 창암도와 싸운 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어. 처음부터 끝가지 계획적이야. 무모하게, 저돌적으로 부딪치는 것 같은데, 아냐. 창암도에 뭘 노리고 들어간 거야? 모두 창암도에 들어가기 위한 작전이지?”
“……”
야뇌슬은 깊은 눈으로 모용아를 쳐다봤다.
그렇다. 그의 지식은 상당히 방대하다. 중원 제일의 신산자였던 빈세백의 맥을 이었으니 병법의 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식이 죽은 지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석실에서 눈으로 익힌 것은 상상 속의 산물이다.
그런 지식은 아무리 방대해도 실전에서는 크게 쓰이지 못한다. 하나의 상황에 수십 개의 방편이 떠오른다면 차라리 아무 방편도 떠올리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죽은 지식을 산지식으로 만들지 않는 한,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꿀 먹은 벙어리?”
“알고 싶은 게 뭔데?”
“좋아. 우리가 뭘 해주면 돼? 도움 같은 거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마. 넌 우리가 도와주길 바라고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지금부터는 솔직해져야 해.”
“도련에 대한 모든 정보를 줘.”
“햐! 저 놈 뚫린 입이라고 말이 줄줄 나오네.”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단황신개가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그 말을 무시했다.
모용아가 말했다.
“좋아. 다 줄게. 도련에 대한 모든 정보 싹 넘겨주겠어. 또?”
“도련으로 안내해줬으면 하는데.”
“좋아. 또?”
“그럼 됐어.”
“조건이 모두 두 가지네? 하나는 도련에 대한 정보, 또 하나는 길 안내.”
“……”
“도련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질문 하나. 도련에 가는 목적이 뭐야?”
모용아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는 야뇌슬의 얼굴을 뚫어지게 쏘아봤다. 약간의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린다면 당장 찾아낼 기세다.
“련주 노갹충을 죽여야겠어.”
“……!”
모용아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입만 쩍 벌린 채 말을 잊었다.
푸왁!
취화선개는 마시던 술을 내뿜었다. 바로 앞에 있는 단황신개의 얼굴에 뿜어버렸다.
단황신개는 술벼락을 맞고도 멀뚱멀뚱 야뇌슬만 쳐다봤다.
다만 한 사람,
“노갹충은 안 된다고 했잖아! 지금은 안 된다니까! 너 정말 뒈지려고 작정한 거야!”
마록타가 흰자위를 얼굴 가득 그려내며 으르렁거렸다.
‘이 사람…… 진짜다!’
모용아는 야뇌슬의 말을 믿는다.
마록타가 바락바락 성질을 부림으로써 야뇌슬의 말이 진실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모용아는 품에서 서신을 꺼내 야뇌슬에게 내밀었다.
“읽어봐 줘.”
“싫은데.”
“……?”
“이 서신을 꺼내면서 주저함이 보였다. 이건 내가 봐서는 안 되는 서신 같고…… 그런데도 내게 보여주는 건 부탁이 있어서겠지. 서신에는 그런 내용이 담겨 있을 거야.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부탁은 들어주겠다. 이건…… 네 친구로써야.”
“친구?”
“중원에 나와서 말 놓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여자지만 괜찮아. 넌 야리몌 같은 여자니까. 네가 좋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했다.
그런데…… 중원에서는 그런 말이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가 좋다는 말을 했을 때, 두 노화자는 키득거렸고, 모용아는 눈빛이 반짝였다.
“그 야리몌…… 누이?”
“누나.”
“아!”
“노모보의 아이를 가졌었지. 후후! 혼인도 하지 않은 여자가 애부터 만들었어. 후후!”
“노모보라면…… 시교혈랑대!”
“시교혈랑대?”
“노모보다 이끄는 죽음의 사자들을 시교혈랑대라고 해.”
“후후. 시교혈랑대.”
순간, 야뇌슬의 얼굴에 죽음의 기운이 스쳐갔다.
너무 진하게 피어올라서 대화를 엿듣고 있던 두 노개마저 가슴이 철렁 무너질 정도였다.
‘이럴 때 보면 꼭 악마 같단 말이야.’
야뇌슬이 팔베개를 하고 누우며 말했다.
“자, 이제 너에 대해서 말해봐. 이름이 모용아라면 요녕성(遼寧省)의 모용세가(慕容世家)?”
“어멋! 중원에 대해서 아네?”
“약간은. 책으로 읽었어.”
“우리 가문은 말이야.”
모용아는 모용세가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가문에서 중원으로, 중원에서 도련으로…… 그녀의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계속 되었다.
밤이 깊어간다.
第九章 독고금 (1)
도련 련주의 거처는 왕궁의 호사를 능가한다.
건축물이 호사롭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늘 최전선에 거처하기 때문에 건물이 호사스러울 리 없다. 어느 때는 허름한 움막이고, 조금 형편이 나을 때는 기와를 얹은 집에서 지내기도 한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의식주에 관한 한, 그의 일상은 적암도와 다를 바 없다.
달라진 것은 그의 위상이다.
그의 주위에는 다섯 단계의 밀밀한 막이 펼쳐져 있다.
안위를 염려하는가? 암습을 우려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는 귀찮은 사람들을 만나기 싫을 뿐이다.
현재 도련은 남산에 위치한다.
화전을 일구던 화전민 마을을 접수해서 도련 총단(總團)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전민촌이라고 해서 집 몇 채가 도련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남산 주위로 마을 열일곱 개가 있는데, 이것이 전부 도련이다.
화전민촌은 련주와 그가 직접 선발한 적암도의 강자, 열 명의 거주지일 뿐이다.
마을로 둘러싸인 산속 마을이 도련이다.
열일곱 개 마을은 한 곳에 붙박여 있지 못하고 바다를 부유하는 섬, 수라도(修羅島)가 관리한다.
수라도의 구성은 다른 도와 같다. 도주가 있고, 열아홉 명의 사주가 뒤를 받친다. 또 사주는 각기 스무 명 가량의 무인들을 휘하에 둘 수 있다.
수라도에는 약 사백 명 가량의 무인들이 존재한다.
그 사백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그 배에 해당하는 팔백 명 가량의 사람들이 수발을 든다.
그들이 열일곱 개 마을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어서 오십시오.”
사주가 마을 입구까지 마중 나왔다.
이곳이 련주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제일관문이다.
“야뇌슬은?”
“놓쳤답니다.”
“놓…… 쳐?”
“왕포가 죽었습니다. 놈은 왕포를 죽인 후에 태연히 창암도에 들어와서 서류를 뒤져보았고…… 포위공격을 가했는데, 빠져나갔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포위공격을 어떻게 했기에!”
노모보는 울화가 치솟았다.
창암도주 미영추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무공도 강하고 생각도 치밀하다. 그런 사람이 포위 공격을 가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일 것이다.
그런데 빠져나갔다.
도대체 이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야뇌슬은 오제의 무공을 모두 사용했다고 합니다. 오제의 비기까지도. 후후!”
노모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은 사주가 하는 말에 의심을 품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그와 같이 있는 시교혈랑대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놈은 십이좌실에서 자신들이 보지 못한 것을 봤다. 읽지 못한 것을 읽었고, 수련하지 못한 것을 수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