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53
53
[도검무안 53화]
第九章 독고금 (2)
염왕의 무공!
놈이 곡문권의 언월도를 제지한 수법은 분명히 염왕의 무공이다.
그러니 그가 오제의 무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해도 특별할 게 없다.
도주는 간악한 인물이다.
도민들 모두에게 무공을 마음껏 수련하라고 이십사 무동을 개방했다. 오제의 무공을 만인 앞에 내놓았다.
겉에서는 그렇게 하고 속으로는 딴살림을 차렸다.
자신의 자식에게는 염왕의 무공을 수련시켰을 뿐만 아니라 오제의 비기까지 전수시켰다.
자식을 적암도 최강자로 키울 생각이었나?
적암도에 노모보라는 걸출한 기재가 탄생하니까ㅓ 조바심을 느꼈나? 그래서 그런 비기를 전수해야만 했던가?
오제의 비기는 한 사람이 하나밖에 성취할 수 없다.
각 가문에서 내놓지 않은 절기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드물다. 또 안다고 해도 입을 꾹 다문다. 비인부전,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누설하지 않는다.
그런데 놈은 모두 수련했다.
이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졌을 리는 엇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오제의 무공을 염탐한 결과다. 또 오제의 심득을 정리한 자들도 있을 것이다.
놈은 갈취한 것은 그것이다.
창암도주는 기습을 당했다.
놈이 오제의 무공을 수련했다는 건 짐작했지만, 설마 그토록 비기들이 쏟아져 나올 줄은 몰랐을 게다.
어쩌면 놈이 도주하는 게 맞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의 뒤통수를 쳤는데, 그러고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바보 병신이다.
“호오! 저 여자가 일지할안입니까? 소문에는 한 눈에 사내 마음을 홀린다던데 용모를 보셨습니까?”
사주가 가마에 타고 있는 여인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보고 싶으시면 직접 보세요. 보실래요?”
미와빙이 말했다.
사주가 두 손을 휘휘 저었다.
“하하! 아니네. 그저 호기심에서 한 말이지. 저 여자를 봤다가 내 혼이 빨려나가면 어쩌라고. 하하하!”
사주가 호쾌하게 웃었다.
노모보는 왠지 짜증이 치밀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주가 일지할안을 두고 농을 하는 게 못마땅했다.
“저 여자, 어디에 인계하면 되나?”
농을 더 이상 못하게 말을 차단했다.
“그러잖아도 그에 대한 명을 받았습니다. 총단으로 직접 모시고 오시랍니다.”
“총단으로?”
“네.”
“아버님이 날 총단으로 오랬다고?”
“네.”
사주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노모보는 미와빙을 쳐다봤다.
노갹충은 분노를 다스릴 줄 안다. 참아야 할 때는 참는다. 분노를 터트릴 줄도 안다. 참지 말아야 할 때는 치미는 분노를 억제치 않는다. 그때는 사람이라도 죽인다.
야뇌슬의 생존은 분노덩어리다.
야뇌슬은 모반의 잔재다.
련주가 윗사람을 베고, 모반을 일으켰다는 증거다.
그를 제거하지 못했다고 해서 노모보와 죽음의 사자들을 섬에 남겨두고 떠난 분이다.
그만큼 적암도 사건을 깨끗이 지우고 싶어 했던 분이다.
당신의 일생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가장 치졸한 사건, 가장 비열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제 야뇌슬이 살아서 나타났다.
련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게 당연하다. 그리고 이렇게 분노가 거세게 타오를 때…… 련주는 분노를 참지 않는다. 눈앞에 노모보가 눈앞에 있었다면 자식이고 뭐고 아랑곳하지 않고 팔이라도 하나 베어냈을 게다.
명령수행에 관한 한, 혈육은 없다.
그렇다고 노모보를 벨 수야 없지 않겠나.
대면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사흘이나 나흘 쯤 산 아래 마을에 머물러야 할 게다. 어쩌면 련주를 보지 못하고 곧바로 다음 명령을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바로 총단으로 오라?
분노를 어떤 식으로 터트리겠다는 것인가?
미와빙이 눈은 찬바람이 풀풀 날리게, 입술은 배꽃보다도 화사하게……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을 올라가기 직전, 수라도주와 만났다.
련주에게 가는 두 번째 관문이다.
련주와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일지라도 도주와 만남을 가져야 한다.
가족이니 괜찮다?
제 명에 죽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가족에게 피살된다. 아는 사람에게 죽을 가능성은 절반 이상이 넘는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죽을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
도주도 부도주에게 죽었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사람은 없다.
“자네들은 나와 함께 술벌레나 죽이세. 하하! 내 좋은 술을 준비해뒀지.”
수라도주가 시교혈랑대를 제지했다.
그의 말은 곧 법이다. 그의 제안은 명령이다. 말을 듣지 않고 거부하면 칼바람이 몰아친다.
“하하! 그러지요. 올라갔다 오십시오. 대장 뺨 맞는 모습을 보는 게 영 그랬는데, 잘 됐네.”
탁태자가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도주가 눈짓을 했다. 그러자 건장한 사내 네 명이 나와서 가마를 인계받았다.
“자네는 올라오시라는 분부네.”
그가 미와빙에게 말했다.
“호호! 그럴 줄 알았어요. 당연히 올라가 봐야죠.”
미와빙이 다시 악마의 미소를 베어 물었다. 입은 웃는데…… 눈길은 차갑게 번뜩인다.
“무슨 일인지 짐작하는 모양인데…… 말 안 할 거야?”
노모보가 숲속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세 번째 관문이다.
숲에는 야생 동물이 산다.
그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마른하늘을 보고 비가 내린다고 하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 폭풍우가 친다고 선언하면 폭우가 쏟아진다. 지진이 온다고 말하면 정말 지진이 온다.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동물을 좋아한다. 특히 곤충들을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그가 말한 것들은 모두 동물들의 사전예지행동을 보고 입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숲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품성도 파악하게 되었다.
좋은 인간, 나쁜 인간, 악의를 품은 인간, 선의로운 인간, 가식덩어리, 멍청이……
그를 삼관문을 담당한다.
그에게 거리끼는 마음이 들면 설사 수라도주라고 해도 발길이 저지당한다.
“키키키! 키키키키!”
숲에서 요상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저지?’
그렇다. 저지다!
삼관문을 지키는 그는 마음의 울림을 들었다. 좋지 않은 예감을 받았다. 하지만 산로(山路)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좋지 않지만 통과시킨다.
사전에 특명을 받았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그들이 데려가는 일지할안 독고금이 이 상황을 반길 리 있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온갖 악감이 쌓이고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입 다물고 있을 거야?”
“조용히 해줄래? 머리가 복잡해서 미칠 지경이야. 잠시만이라도 조용히 해줘.”
노모보가 미와빙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여전히 찬바람이 돈다.
련주의 부름에 상당히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그렇게 좋지 않은가? 기껏해야 뺨 한 대로 끝나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버님의 분노가 훨씬 컸나?
노모보는 미와빙의 어깨를 툭 쳤다.
“걱정마라. 하하! 설마 아버지가 자식을 죽이겠냐?”
“조용히…… 조용히 좀 해줘.”
미와빙의 음성은 여전히 차가웠다.
산길을 굽이돌자 화전민촌이 나타났다.
비탈진 언덕에 나무로 얼기설기 짜놓은 움막집이 보이고, 그 뒤로 서너 채의 가옥이 보인다.
여기에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관문이 있다.
한 명은 어디선가 활을 겨누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장타홀이 있다면 아버지에게는 그가 있다. 장타홀은 자신이 철들 무렵에 만났지만, 그는 아버지와 함께 삼십 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지우(知友)다.
“어서 와라.”
“어서 와. 강서를 넘어갔다며? 하하하! 역시 시교혈랑대야. 젊음이 부럽군.”
아버지의 호위대가 다가오면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이들 중에 다섯 번째 관문이 있다.
“저 여자가 일지할안이야?”
그들이 땅 위에 내려지는 가마를 보면서 말했다.
“얼굴은 봤어?”
“못 봤습니다.”
“아이구, 이런! 그런 건 빨리빨리 봐야지! 아! 네가 옆에 바짝 붙어있었구나! 하하하! 이러니 못 볼 수밖에. 하하하! 화중지병(畵中之餠)이라. 떡은 있는데 먹지를 못하는구나.”
“아이구, 그럴 때는 눈치껏 자리 좀 피해주지. 와빙이는 다 좋은데 너무 팍팍한 데가 있어.”
그들은 마음껏 농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바로 아버지의 호법이기에, 아버지의 안위를 지키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검은 내가 보관하마.”
그 중 한 사람이 손을 내밀었다.
다섯 번째 관문이다.
그는 눈썰미로 몸을 검사한다. 온 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다른 자들이 농을 하는 동안, 병기 유무를 살핀다.
두 사람은 통과했다.
자식이 아버지를 뵙겠다는데 호법에게 몸 검사를 당한다는 자체가 불쾌하지만…… 그래도 이해는 한다. 아버지에게는 둘도 없는 철조망이 바로 이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