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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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56화]
第九章 독고금 (5)
그렇다고 바짝 붙을 수도 없다.
그럴 만한 신법도 없거니와 그러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또 그렇게 바짝 다가섰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도련은 상대하기가 참으로 까다롭다.
한 명, 두 명과 싸울 때는 차라리 낫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서 싸울 때는 그야말로 완벽한 합공술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 때는 중원의 어떠한 절진보다도 뛰어나다.
그래서 그들이 왔다.
도련 무인도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죽는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들…… 죽음의 유령들이 왔다.
지금은 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싸움은 반드시 일어난다. 자신들은 죽을 것이며, 저들은 살 것이다. 빠른 발을 지닌 자들이니 재빨리 뛰쳐나갈 게다. 독고금을 호위해서.
죽음의 순간이 오면 한 명이라도 더 죽인다.
남산을 아예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다.
수라도 무인들이 남산 주위를 에워쌌나?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지옥으로 끌고 갈 심산이다.
모두 죽인다!
그들은 은밀한 곳에 숨어서 싸움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루 이틀 사이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고…… 그러나 조만간 싸움이 일어난다. 그때를 대비해서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라. 진기를 아껴라.
그들은 가급적 편한 자세로 누워서 푹 쉬었다.
쒜에엑!
화살 한 대가 야공을 뚫고 숲을 관통했다.
“컥!”
짤막한 비명이 터졌다.
‘발각됐다!’
중원 에서 제일 빠른 발, 제일 은밀한 자들, 제일 잔인한 손속을 가진 사람들…… 살수들의 최고봉이라고 일컫는 금족봉(禁足峰) 살수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자신들 중 한 명이 죽었다.
똑 같이 숨었는데 운 나쁘게 한 명만 죽었다? 아니다. 자신들 모두 발견되었다.
그럴 경우, 일시에 자리바꿈을 한다.
일행들 중에서 삼 할 가까이 도륙될 게다. 어쩌면 아직 발각되지 않은 자가 발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일시에 움직이면 잠시 눈을 현혹할 수 있다.
발각된 삼 할이 처형달할 때, 나머지 칠 할이 빠져나간다.
발견되었을 때는 도주밖에 방법이 없다. 혹시나 하고 버텼다가는 모두 몰살당한다.
가급적 빨리 도주한다.
쒜에엑! 퍽! 쒜에엑! 퍽!
피가 튀었다. 터지는 핏물 속에 살과 뼈도 섞여있다.
도련의 궁술은 잔인함의 극치다.
대체로 화살을 맞으면 꿰뚫리는 게 일반적인데, 도련의 활은 살과 뼈를 부셔버린다.
사삭! 사사삭!
금족봉 살수들은 급하게 움직였다.
이제는 분명히 알았다. 한두 명을 우연히 발견한 게 아니다. 숨어있는 자들 모두를 찾아냈다.
“후후후! 어디 몸 좀 풀어볼까?”
검과 칼을 든 자들이 숲으로 들어섰다.
쒜엑! 쒜에엑!
앉아서 죽느니 발악이라도 하자!
“아서라. 느리다.”
쒜엑!
한 줄기 빛살이 어둠을 훑었다. 그리고 검 든 자를 향해 달려들던 두 명이 일검 양단되었다.
‘탈출, 불가능!’
상황이 최악이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모르겠는데, 독고금을 데려갈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저들이라도 보호해야 한다.
“공격하라!”
그들은 숨었던 곳에서 일제히 뛰쳐나왔다.
금족봉 살수들의 희생이 눈물겹게 고맙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이 얼마나 덧없는지 모를 게다. 아니, 알 것이다. 알면서도 저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게다.
두 조직이 왔다.
그 중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다른 하나라고 무사할까.
스슥! 스스슷!
그들은 앉은 자리에서 무릎 앞에 가죽 보자기를 펼쳤다.
‘이곳을 죽음의 사지로……“
쒜엑! 퍽!
막 옥병을 열려던 독인(毒人)이 밧줄에 묶인 듯 뒤로 훌쩍 날아가더니 나무에 탁! 하고 꽂혔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언제 어디서나 벌어진다.
그들은 가죽 보자기에서 기름종이를 꺼내기도 하고, 옥병을 꺼내기도 했다. 그리고 모래를 쏟아 붓듯 주위에 뿌렸다.
쒜엑! 탁! 쒜에엑! 탁!
파공음이 터질 때마다 독인 한 명이 뒤로 날아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웃었다.
사천(四川) 당문(唐門)의 독을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친다. 지금 주위에 뿌린 독만 해도 남산 일대를 황폐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보이지만 내일 아침만 되면 전 산에 독기운이 넘실될 것이다.
그래도 독고금은 안전하다.
그녀가 해약을 제때에 복용만 하면 작은 몸살을 앓는 정도로 벗어날 수 있다.
“흐흐흐!”
쒜엑! 타악!
인간 사냥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똑! 똑! 똑!
새벽이 밝아오기 전, 누군가가 그녀의 방문을 두들겼다.
“누구세요?”
“빈산릉이라고 불러라. 앞으로 자주 얼굴을 대할 텐데.”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어요. 무슨 일이죠?”
“금족봉 살수들이 침입했기에 몰살시켰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하하! 이곳에 도련 총단이 설치된 줄 모르고 온 자들이겠지. 나와서 보겠나?”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그럼 됐다. 잠이나 자라.”
빈산릉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람이 물러갔다.
똑! 똑! 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또 울렸다.
“잠을 못 자게 하는 취미라도 있으시나요?”
“사천 당문 타랑조(朶啷組)가 침입했기에 몰살시켰다. 산에 천사독(天邪毒)을 살포했는데, 모두 해독시켰고. 나와서 돌아다녀도 된다. 보겠나?”
“잠 좀 잤으면 좋겠어요.”
“후후! 자거라.”
빈산릉이 돌아갔다.
‘모두 다 죽었어!’
추여룡의 생각이 옳았다.
금족봉 살수와 사천 당문의 독인들은 도련의 이목을 속이지 못한다. 아마도 그들은 마을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발각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제 자신은 어디로도 갈 수 없다. 도련 한 복판에 뚝 떨어진 가엾은 병아리일 뿐이다.
그녀는 련주를 떠올렸다.
사악한 눈, 차디찬 눈!
‘련주……’
절대자의 눈!
***
날이 밝아온다.
태양은 어제나 오늘이나 하늘 가득히 붉은 물감을 풀어놓는다.
붉은 동녘이 검푸른 산을 휘어 감았다.
저 산에서 밤새도록 많은 비명이 터졌다. 산 아래까지 쩡쩡 울릴 정도로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또 울렸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적막이다.
“내려온 놈은?”
“없습니다.”
“모두 앉은 자리에서 죽었나?”
“미련한 놈들이죠.”
“후후!”
수라도주는 잔인한 웃음을 베어 물었다.
저들은 살 길이 없었다. 퇴각하여 산 밑으로 내려오더라도 기다리는 것은 죽음의 담보로 한 칼날들뿐이다. 앉아서 죽는 게 그나마 노고를 더는 길이다.
“됐다. 경계만 남기도 가서 쉬도록.”
도주가 포위망을 풀었다.
무인들은 쉬러 들어갔다. 하지만 도주를 비롯해서 몇몇 사람은 쉬지 못했다.
련주! 련주가 마을로 내려왔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지금껏 석 달 이상을 남산에 머물렀지만, 련주가 마을 나들이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기에 련주가 직접 마을로 발걸음을 했을까? 좋은 일? 나쁜 일? 예전에 없는 일이라서 어떤 일인지조차 짐작하지 못하겠다.
련주는 뒷짐을 진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봤다.
“힘 차. 언제나 아침 해는 힘 차.”
“적암도의 태양만 하겠습니까.”
“그래…… 그러고 보니 적암도의 태양만한 아침 해를 보지 못했어. 후후! 중원의 태양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다니.”
련주가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내저었다.
“따라오는 것을 알지 못했더냐?”
문득 던진 말이다.
“……”
노모보는 대답하지 못했다.
독고금을 데려오면서 누가 뒤따라온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러잖아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나 깨나 신경 쓰고 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헌데 누군가가 쫓아왔다.
남산에서 밤새도록 살상이 벌어졌다.
물론 그들의 종적은 마을을 비켜 지날 때부터 눈치 챘다.
도련의 경계망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마을과 마을이 뚝뚝 떨어져 있지만, 중간에 감시 초소를 두고 있다. 물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감시초소를 환히 내놓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독고금을 따라왔고, 남산까지 잠입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쯧!”
련주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 다시 화제를 도주에게 던졌다.
“앞으로 보름 후쯤 저 아이 혼사를 치러야겠어.”
“혼사 말입니까?”
수라도주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는 노모보와 미와빙을 번갈아 쳐다봤다. 얼굴에 웃음기까지 머금고서.
“산의 일이 정리되는 대로 빈산릉이 내려올 거야. 같이 상의해서 청첩을 돌려.”
“알겠습니다.”
“우리 쪽 뿐만 아니라 중원 무림에도 돌려. 그쪽도 이번 혼사에는 관심이 많을 테니까.”
“……?”
수라도주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