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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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57화]
第九章 독고금 (6)
노모보와 미와빙이 결혼을 하는데 중원 무림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무엇인가?
련주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련주가 노모보에게 말했다.
“넌 혼인예물을 준비해.”
“알겠습니다.”
“혼인예물로는…… 추여룡의 목이 좋겠지.”
“……!”
노모보는 이번에도 말을 못했다.
추여룡은 중원 제일의 신성(新星)이다. 적암도 혈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초야에 묻혀있을 사람이다. 그런 그가 혈겁 때문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중원 무림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놨다.
그를 죽여라?
이것은 도련 련주가 남산에 머물고 있으니 찾아가서 죽이라는 명령과도 같다.
련주가 말했다.
“풍문으로…… 독고금이 추여룡의 정혼녀라는 말이 돌더구나. 연적(戀敵)을 남겨둘 수는 없겠지? 청첩장을 돌려놓으마. 보름 안에 돌아오거라.”
불가(不可)를 용납지 않는 단호한 명령이었다.
“가서 죽으라는 건가? 우리가 못마땅하신 건 알았지만…… 이거 너무 하신 것 같은데.”
탁태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추여룡은 숭산 소림사에 있어요. 갈 거예요?”
미와빙이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다.
“가야지. 후후! 추여룡의 목을 가져오라고 하시잖아. 가야지 별 수 있어?”
노모보가 풀뿌리를 뜯어 입에 넣고 씹었다.
사천당문, 금족봉…… 그들은 자신들을 미행하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뒤따라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들은 도련이 어디에 위치한지 안다.
노모보가 어디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굳이 미행 같이 위험하고 귀찮은 방법을 쓸 필요가 없다. 그냥 먼저 와서 기다리면 된다.
한 마디로 누명이다.
아비가 왜 자식에게 누명을 씌웠을까?
적도가 남산에 침입했다는 사실이 그를 침묵케 만들었다. 그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런 후에 추여룡의 목을 원했다. 말로는 혼인 예물이라지만, 아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묻고 있다.
어느 때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항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적암도의 무공이 무적은 아니지 않은가. 무적 같으면 사주들이 그렇게 죽어나갔겠는가.
숭산 소림사에 가서 추여룡의 목을 베라?
노모보가 말했다.
“아버님은 이 일을 내게만 명했다. 그러니 너희들은 여기 있어.”
“그게 말이 됩니까?”
노염백이 펄쩍 뛰었다.
“섭섭한 말씀을 하시면 한대 치겠수다!”
곡문권이 우람한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그 주먹에 맞으면 죽어.”
“그러니 섭섭한 말씀일랑 하지 마슈!”
“그렇다고 같이 갈 수도 없지 않나.”
“같이 가야지.”
노모보의 말을 끊은 사람은 미와빙이다.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모두 같이 가봐. 까짓 거 죽기 밖에 더 하겠어?”
‘추잡한……!’
미와빙의 얼굴이 남산으로 향했다.
련주는 저 산을 올라가고 있다. 아마도 산 중턱 쯤 올라가고 있을 게다.
련주의 눈빛은 어젯밤부터 흔들렸다.
독고이 면사를 벗는 순간, 강렬한 욕정이 눈길을 뚫고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토록 강렬한 눈빛은 처음이다.
그녀는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다.
노모보를 비롯해서 주위 모든 사람들을 지켜봤지만 그런 눈빛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는 절제를 했다.
독고금의 반려자로 자식을 내세웠다. 겉으로 튀어나오던 욕망도 안으로 감춘 후였다. 단지 독고금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듯 탄성만 토해냈다.
남산에서 사람들이 죽어갈 때, 련주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해가 뜨기 전에 산을 내려와서 자식에게 살인 명령을 내릴 정도로 고뇌에 가득 찬 밤을 보냈다.
그 결정이 오늘 떨어진 것이다.
양보하지 못한다. 이것만은…… 이번만은…… 차라리 자식을 죽음의 땅으로 보낼지언정 독고금은 양보하지 못하겠다.
삼척동자도 짐작하는 미인계가 성공하고 있다.
추여룡이라는 자의 지혜가 하늘에 닿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감탄했다. 아니, 련주조차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뛰어난 미녀 독고금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녀는 너무 아름답다.
다른 어떤 말로도 그녀를 표현할 수 없다. 가장 평범한 말인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는 게 그나마 낫다.
여인을 자식에게 주려다가 다시 회수해서 자신이 갖는 추잡함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런 결정도 쉬운 게 아니다.
련주가 아니면 체면이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내릴 수 없는 명령이다.
자식은 어떻게 볼 것이며, 세상 사람들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
련주는 그런 눈길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이 있다.
독고금 , 그녀는 혼인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는 여자가 가장 잘 안다.
그녀는 미인계가 최종 목적이 아니다. 미인계를 이용해서 도련의 실상을 낱낱이 파악하는 게 진짜 목적이다. 도련의 무공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이다.
그녀는 그 목적만 이루면 떠난다.
련주가 그녀의 발길을 어떻게 붙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떠난다.
그녀가 무림을 위하는 마음이 정말 커서 자신을 희생한다고 치자. 정말 고사에나 나오는 미인들처럼 중원 무림을 위해서 일신을 희생한다고 하자.
그러면 련주와의 혼인도 가능해진다.
그런 상태라면 혼인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처가 아니라 첩이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녀가 어떤 상태에 처하든 최종 목적은 도련의 무공을 파악하는 거다. 이 정도는 수련하는 모습만 지켜봐도 파악할 수 있다. 비무를 자세히 지켜보면 더욱 확실히 파악된다.
한 달, 두 달? 그 정도면 충분할 게다.
그래서 련주는 보름 안에 혼사를 해치울 생각이다. 너의 생각을 알고 있다. 이제 내 수를 받아봐라.
미와빙은 정말 궁금해졌다.
그녀가 보름 안에 목적을 이루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그녀가 남을까, 떠날까?
어쨌든 자신들은 중원 무림으로 떠나야 한다.
남산 도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혼인예물로 추여룡의 목을 벨 생각에만 가득 사로잡혀서 적지로 떠나야 한다.
“추여룡의 목을 벨 필요는 없겠지.”
말문은 노모보가 먼저 열었다.
미와빙이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알고 있었어?”
“후후! 아버지다. 아버지! 평생을 옆에서 지켜본 아버진데 그 정도도 모를까.”
“지금…… 괜찮아?”
“솔직하게?”
“솔직하게.”
“아니, 안 괜찮아.”
“너무 솔직했어. 나 질투나.”
“질투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군. 그럼 질투 나는 김에 한 마디 더 할까?”
미와빙은 노모보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는 듣지 않아도 짐작한다.
“말하지 마.”
“그래, 그게 좋겠지.”
노모보가 말끝을 흐리며 머리를 주억거렸다.
“너희 부자…… 참 추잡하다.”
미와빙은 기어이 마음속으로 토해버렸다.
“한 여자를 두고 부자간에……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 너 만한 사내, 정말 없거든. 야망도 있고, 무공도 강하고, 무엇보다도 타고난 감각이 있어.”
노모보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먼 하늘만 쳐다봤다.
“독고금을 빼앗아 오고 싶어?”
“방법이 있나?”
“있다면?”
“빼앗고 싶어.”
“포기해. 정말 아버지와 싸울 거야? 그럴 생각이야?”
“아니. 그럴 수 없어서 이 길을 간다. 추여룡의 목을 벨지, 내 목이 베일지 모르겠지만…… 그 분 뜻대로 해줘야지.”
‘맙소사!’
미와빙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질투가 일어난다. 무섭게 투기가 들끓는다.
노모보의 마음속에는 이미 독고금의 그림자가 들어차있다.
겨우 얼굴 한 번 봤을 뿐인데…… 하지만 독고금의 얼굴을 떠올리면 이들이 이해된다. 그녀는 사내로 하여금 모든 걸 걸고 사랑에 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들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
이들은 독고금의 생각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자신들이 취하면 취해지는 꽃인 줄 안다.
곧 떠날 여자, 떠나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여자.
그녀가 눈을 뜨면서 말했다.
“빼앗을 방법은 있어. 하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널 평생 도련에 쫓기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고. 그게 한 여자 때문이라는 게 자존심 상하고…… 싫어.”
노모보다 그녀의 어깨를 톡톡 쳤다.
안다. 이해한다. 그리고 나도 잊었다.
잊어? 잊은 사람의 손길이 이래? 잊은 사람의 눈길이 이래?
그는 한 번의 행동으로 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 또 한 번 미와빙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너…… 이제 끝이야. 이런 모욕까지 당하고 네 곁에 있을 줄 알았어? 어떻게 내 앞에서 이렇게까지……’
그녀는 다시 악마의 미소를 베어 물었다.
입으로는 웃음을, 눈으로는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한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