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58
58
[도검무안 58화]
第九章 독고금 (7)
빈산릉이 찾아왔다.
“련주의 명을 받았다. 하루 한 명, 한 시진씩 최선을 다해서 무공을 보여주겠다. 네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이니까. 마음껏 보고 파해법을 찾아라.”
독고금의 면사가 파르르 떨렸다.
이들은 아예 미인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너의 모든 계획을 안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봐라. 너의 농간에 놀아나주마.
네가 노린 게 미인계였나? 그것도 당해준다.
노모보를 떠나보냈다.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에도 담지 않을 명령을 내렸다. 중원 무림으로 가서 추여룡의 목을 베어와라. 이미 너도 알고 있지?
이런 게 굳이 비밀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 시교혈랑대가 추여룡의 목을 노린다는 말이 온 천하에 퍼져나갈 게다. 시교혈랑대의 임무완수를 위해서는 비밀로 하는 편이 좋지만, 정도 무림을 바짝 긴장시킨다는 점에서는 널리 알리는 게 훨씬 낫다.
시교혈랑대가 간다. 막아봐라.
굳이 막지 못해도 좋다. 시교혈랑대를 내주고 독고금을 취한다.
한 여자를 두고 부자간에 치졸한 다툼을 벌인다.
이게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대로 해준다.
무공도 보고 싶은가?
보여주마. 훔쳐볼 필요 없다. 네 눈앞에서 하루에 한 시진씩 정성을 다해서 펼쳐 보이마. 잘 보고 파해법을 찾아라. 이것을 노리고 침투했으니 목적을 달성해라.
숨겨놓고 뒤에서 조정하는 게 아니다. 아예 밖으로 끄집어낸다. 속을 활짝 열어 보인다.
빈산릉이나 앞으로 무공을 펼쳐 보일 사람들, 그리고 련주까지 그녀의 속셈을 읽고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도련의 무공이 경이로웠는데, 제 앞에서 펼쳐 보이신다니 감사하게 감상하죠.”
“고마워할 것 없다.”
“……?”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나를 가져가면 하나를 내놓아야지. 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곧 지불해야 한다.”
“지불하죠.”
“말을 쉽게 하는군.”
“대화금장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라다보면 말이 참 쉬워지더군요.”
빈산릉이 웃었다.
“옛날에…… 저주받은 일족이 있었지. 머릿속에는 천하를 뒤집을 귀계를 담고 있지만 무용지물. 몸이 너무 엉망이야. 침상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해.”
독고금이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런 자들도 먹고 살아야지. 인간이니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머릿속의 지혜를 조금 끄집어냈지. 상인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장사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거야. 그리고 용돈이나 얻어 쓰는 거지. 그것뿐이야. 더 이상은 못해. 만약 마음속에 있는 발톱을 드러냈다가는 당장 죽고 말지. 세상은 뛰어난 자를 용납하지 않거든.”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선천성 하지 발달 장애라고 해둘까? 상반신은 성인인데 두 다리는 갓난아기 상태일걸? 수명도 짧아서 대체로 서른을 넘기지 못하는데…… 지금 몇 살이나 됐나? 추여룡.”
“……”
“추여룡을 너무 믿지 마라.”
빈산릉이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나갔다.
독고금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이 자들…… 너무 이상하다. 너무 강하고, 너무 모르는 게 없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당금 무림에서 추여룡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에도 들지 않는다.
빈산릉의 말이 모두 맞다.
추여룡은 저주받은 가문에서 태어난 천재다.
열 명이 태어나면 여덟, 아홉 명이 하지를 쓰지 못한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태어난 한두 명도 아이를 낳았다 하면 영락없이 저주의 핏줄을 낳는다.
미칠 노릇이 또 있다.
기형적으로 태어나면 천재적인 머리를 물려받지만, 정상인간으로 태어나면 평범한 수준을 넘지 못한다.
농암(聾巖) 추(秋) 가(家)!
그들의 본(本)이 농암이기에 그런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말도 들린다. 오죽하면 본이 ‘귀머거리 바위’냐며 놀리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농암 추씨는 상당히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행복한 가정을 포기하고 속세를 떠났다.
현재 그들 일맥은 단 세 사람만 남아있다.
이남일녀, 셋 모두 한 형제다.
그들은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농암 추씨의 후손이다.
추여룡은 그들 중 막내로 대화금장에서 벗어나 천하무림의 군사로 활약하고 있다.
빈산릉이 그를 알고 있다.
똑! 똑!
한 사내가 장창을 들고 와서 그녀의 방문을 두들겼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시연하라니 할 밖에. 잘 봐라. 이게 바로 오제 중 창제 뇌전자창 왕패의 백이십구신창술이다.”
휙! 휘이익! 휙휙!
그가 창을 느리게 움직였다.
실제로 싸움에서 전개할 때는 무척 빠르다. 번쩍! 하는 순간에 몸을 꿰고 지나간다.
시연은 어린아이도 찌를 수 없을 만큼 느리다.
그들이 말한다. 똑똑히 봐라.
미인계!
미인계는 사람의 영혼을 흔든다.
그러면 어떤 여인이 미인계에 동원되나? 천하제일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야 되나?
그렇지 않다. 사내들은 세상에 아름다운 미인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 여자 정도 되면 천하제일이다 싶다가도 다른 여인이 나타나면 금방 그 여자에게 한눈을 판다.
이것이 사내들의 본성이다.
미인계를 위해서 반드시 천하제일의 미녀를 쓸 필요는 없다.
대화금장의 금지옥엽인 그녀가 미인계 같은 계책에 동원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움은 천하제일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그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성스러운 말이 있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갖다 붙일 것이다.
그녀였기에 련주가 움직였다.
그녀였기에 노모보가 가슴을 불태운다.
그녀만 할 수 있는 미인계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움직임은 당연한 듯 여겨진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은 대화금장의 금지옥엽이다.
그녀 자신이 세상을 주무르는 또 하나의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화금장의 실권은 장주에게 있지만, 그녀의 입김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런 여인이 굳이 미인계에 뛰어들어야 했을까?
빈산릉은 추여룡에 필적하는 참모로 보인다. 그럼 그는 자신의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을까?
도련의 무공?
그녀는 그런 것에 별로 관심 없다. 무공을 배우기는 했지만 어디 내놓을만한 수준도 아니다. 그저 건강을 위해서 도인술 정도 배운 것에 불과하다.
무공을 보는 안목도 없다.
어떤 무공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세기(細技)를 쓰는 지 전혀 모른다.
창제 뇌전자창 왕패의 무공을 봤다.
잘 봤다. 시간 보내기가 무료했는데, 심심파적 소일거리로는 아주 제격이다.
그녀가 직접 나선 것은 두 가지를 보고자 함이다.
하나는 도련의 물동량(物動量)이다.
생필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는가. 어떤 형편에서 지내는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가. 중원에 들어와서 가장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무엇인가.
어떤 물품들을 얼마만큼 생활에 쓰는지 알면 조직 전체를 판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도련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게다.
두 번째로 그녀가 보고자 한 것은 사람이다.
장사는 결국 사람 장사다. 절대로 물품 장사가 아니다.
혹자는 물건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럴 수 있다. 작은 반점(飯店) 같은 곳은 음식 맛만 좋으면 대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그런 곳도 결국은 사람 장사로 귀결된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살 마음이 생기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물건이 약간 좋지 못해도 훌륭하게 팔 수 있다.
사람 장사…… 사람…… 사람…… 인심수람(人心收攬)!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심수람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는다.
당연히 그녀에게는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
– 아씨의 눈을 믿으세요. 아씨는 선악을 구분할 수 있을 뿐더러, 질(質)까지 파악할 수 있어요. 그 느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장주님과 같은 일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당금 무림을 쥐어흔드는 추여룡이 한 말이다.
사람을 살펴볼 줄 아는 안목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목을 십 할 믿고 사람을 부릴 수 있을 때, 아버지처럼 큰 상단(商團)을 꾸릴 수 있는 게다.
– 도련으로 가주십시오. 사람들을 보아주세요.
이것이 그녀가 온 진짜 이유다.
이것 하나 때문에 신주사창이 죽었다. 일시관중이 목숨을 내놓았다. 살수였으나 적암도의 침입에 분연히 정도 편으로 돌아선 금족봉, 그리고 사천 당문 무인들.
추여룡은 그녀의 안목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무공 같은 것은 관심 없다. 사람을 본다.
점심 무렵, 빈산릉이 찾아왔다.
“청첩을 돌렸다. 오는 열아흐레, 도련 련주의 장자인 노모보와 혼인한다.”
“혼인 당사자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하는군요.”
“잊지마라. 넌 노예라는 점을.”
“전 포로지 노예가 아녜요.”
“우린 뭐든지 할 수 있지. 마음만 먹으면 널 이 자리에서 죽일 수도, 해적선에 넘길 수도 있다. 매음굴에 팔아넘길 수도 있다. 못할 것 같나?”
“적암도 여인들이 불쌍하네요.”
“그녀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마라. 네 처지는 그보다 훨씬 나쁘니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만 네 신상에 관한 일이기에 전해주는 것뿐이다.”
“노모보가…… 그때까지 올 수 있다고 자신하세요?”
“온다.”
“호호호! 너무 자신하시는 거 아녜요?”
“후후! 련주님이 정말 너 하나 때문에 시교혈랑대를 내쳤다고 생각하나? 네 미모에 반해서? 혹해서?
“……!”
“노모보는 온다. 추여룡의 머리를 가지고.”
‘미와빙!’
그녀는 미와빙이라는 여자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