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62
62
[도검무안 62화]
第十章 너! (4)
그들은 마록타가 안내하는 대로 뒤따라 움직였다.
스스스…… 스스스……
그들의 움직임은 조용한 물의 흐름 같다. 소리가 나지 않고, 은밀하면서 빠르다.
그런데도 문득문득 마록타가 뒤를 돌아본다.
‘조용히!’
그의 눈이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하!’
취화선개와 단황신개는 그럴 때마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언하건데 은밀히 움직이는 데는 마록타가 지상 최강인 것 같다. 취화선개와 단황신개도 신법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데, 마록타의 신법에는 기가 질려 버렸다.
그의 신법은 정말 조용하다.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 것 같다. 마치 기름 위로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움직인다.
그는 두 노화자에게 조용히 움직이라고 다그친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당금 무림에서 두 노화자에게 무공을 지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미치겠네.”
취화선개가 자신도 모르게 툭 말해버렸다.
어김없이 마록타가 뒤돌아봤다. 성난 눈초리로.
기습은 새벽이 가장 좋다.
어둠이 물러나고 밝음이 세상을 비출 무렵, 인간의 눈은 어둠의 잔상을 본다.
실체를 보면서도 인식하는 못하는 짧은 순간이 있다.
새벽이 다가올 무렵, 노화자들과 모용아는 바싹 긴장했다.
아직도 야뇌슬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슨 수로 이 철옹성 같은 도련을 돌파할 생각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뚫고 들어갈 구멍이 없는데……
새벽 기습은 아니다.
새벽이 물러나도 아침 햇살이 온 동네를 비추고 있건만, 마록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때,
스읏! 스으읏! 스스슷!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산천초목이 미풍에라도 흔들린 듯 미미한 움직임을 보였다.
감시초소에 있던 자들이 은밀하게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무인이 들어선다.
교대가 순식간에, 그것도 한꺼번에 벌어졌다.
그 순간은 매우 짧다. 겨우 숨 한두 번 내쉬는 동안에 모든 교대가 이루어졌다.
역시 틈이 없다.
‘어떤 계획인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잖아!’
모용아는 입술을 쀼루퉁하게 내밀었다.
야뇌슬이 생각한 것을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에 화가 난다. 야뇌슬은 방법을 찾은 것 같은데, 자신은 찾지 못했다. 적의 코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어떤 식으로 뚫고 들어갈 생각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마음에 안 들기만 해봐!’
그녀는 야뇌슬의 코를 비틀어줄 생각이다. 그런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말도 안 돼.’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야뇌슬과 말을 놓고 편하게 지내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의 코를 비튼다거나 하는 행동은 생각지 못한다. 그럴 만큼 서로를 깊이 알지 못한다.
그런데 옆에 그가 없는 지금, 그가 몹시 염려된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저벅! 저벅! 저벅!
아침 햇살을 등지고 한 사내가 걸어온다.
“뭐냐?”
“야뇌슬.”
“뭐?”
“야뇌슬이라고 한다. 이름은 들어봤을 터! 죽거나, 물러서거나.”
사내가 검을 들어올렸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 하지만 우수 깃든 눈동자. 어딘지 약간 슬퍼 보이는 얼굴. 검을 들었으니 무인이지만, 붓을 들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
차앙!
상대는 검을 뽑았다.
“죽음을 택했군.”
“하하하! 누가 죽음을 택했다더냐!”
상대는 음성에 진기를 실어서 쩌렁 일갈을 터트렸다.
그의 음성이 온 동네에 퍼져나갔다. 마을을 넘어 남산까지 멀리 번져갔다.
쒜엑!
빗살처럼 빠른 검이 흘렀다.
“크윽!”
상대는 검초를 펼쳐보지도 못했다.
눈부신 빠름을 보고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급히 옆으로 몸을 틀었다. 발을 움직일 시간이 없어서 몸만 틀었다.
한 자루 검이 정확하게 심장을 꿰뚫었다.
잘 익은 꽈리를 터트리듯 피가 가득 들어있는 혈낭(血囊)을 터트렸다.
“죽음이야.”
스읏! 검이 빠지면서 음울한 음성이 울렸다.
“웃!”
모용아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억센 힘이 짓눌려 다시 주저앉았다.
“쉿!”
등 뒤에서 단황신개가 차분히 말했다.
“저 사람!”
“쉿!”
모용아는 그제야 실태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단단한 철벽을 무너트리는 방법은 충격(衝擊)밖에 없다.
물로 하던 불로 하든 망치로 내리치든…… 충격을 줘서 균열을 일으키는 방법이 최선이다.
야뇌슬이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은 감시초소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충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균열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잠입하는 방법은 없었다.
누군가가 충격을 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충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야뇌슬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간 것…… 있을 수 있다. 그는 창암도에서도 이런 식으로 싸웠다.
물론 그는 도련의 상대가 안 된다.
동네 하나 정도는 어떻게 무너트릴 수 있다. 그것에는 사주 한 명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뒤는…… 수라도주가 있고, 십교두가 있으며, 련주가 있다. 그가 동네 하나를 무너트릴 즈음이면, 각 동네에 퍼져있던 사주들이 모두 집결할 게다.
이십 대 일의 승부를 견뎌낼 수 있을까?
그 과정을 거친 후에야 십교두를 만날 수 있다.
한 마디로 무모한 싸움이다.
다른 자가 이런 식으로 부딪쳐 왔다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게다. 하지만 그가 야뇌슬이기에 ‘미친 놈!’하고 소리치면서도 수긍한다.
‘이건 무모한 짓이야!’
이런 방법쯤은 누구나 생각해 낸다.
가장 쉽게, 가장 간단하게 방어막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하지만 누구 죽을 것인가? 누가 방어막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가할 수 있는가. 과연 누가 도련을 상대로 그만한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이 ‘누가’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방책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야뇌슬…… 그가 할 수 있을까?
모든 감정을 무시하고, 안면도 무시하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라고 하면…… 글쎄다. 회의적이다. 아무리 야뇌슬이라고 해도 도련을 상대로 충격을 가할 수는 없다.
‘바보 같은 짓이야. 바보 같은 짓……’
모용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오랜만이구나.”
“누군데 반말이야?”
“……!”
“우리 부모님…… 목 잘려서 장대에 꽂혀 있을 때, 좋다고 술 퍼마시던 놈이 아닌가.”
스읏!
야뇌슬이 검을 겨눴다.
“하하하! 이제 좀 컸다 이건가?”
사주가 검을 들었다.
탁소민(卓疏敏).
적암도에서는 그물을 손질하던 자였다. 코를 꿰는 솜씨가 워낙 빠르고 좋아서 모두들 그에게 그물을 맡겼다.
그물 잡던 손이 검을 잡았다.
비린내 풍기던 옷은 화려한 비단 옷으로 바뀌었다.
해풍에 찌들었던 건(巾)은 마노(瑪瑙)가 박힌 영웅건(英雄巾)으로 탈바꿈했다.
야뇌슬이 어렸을 때부터 아저씨 하면서 따랐던 동네 사람이다.
“어디…… 얼마나 컸는지 보자.”
쒜에엑! 팟!
탁소민이 신뢰삼검을 전개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팟! 하고 섬광이 터졌다.
한낱 그물코를 만지던 사람이 실은 신뢰신공을 구성 이상으로 수련한 고수였다.
중원에 안 나왔으면 어쩔 뻔했나.
적암도에서 그물이나 만지면서 죽어갔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했나.
순간, 야뇌슬이 검을 잡지 않은 왼손을 홱 뿌렸다.
파파파팟!
작은 나무토막들이 암기처럼 쏟아진다.
“얄팍한 잔수는 통하지……”
않는다!
이게 그가 하고픈 마지막 말이었을 것이다.
“비…… 비목…… 경기…… 만…… 천하……”
탁소민이 힘겹게 중얼거렸다.
수십 개의 나무토막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제각각 벽을 관통할 수 있는 강맹한 진기를 싣고, 제각각 다른 방향에서, 제각각 시간차를 두고 쏟아졌다.
탁소민은 경홍섬전을 펼쳤으나, 급히 검을 회수하여 검벽(劍壁)을 만들었다.
공격보다 방어가 급했다.
대부분은 막아냈다. 일부는 검벽을 뚫고 들어와 팔과 다리, 어깨에 꽂혔다.
이 정도면 급습을 훌륭히 막아낸 셈이다.
허나 정작 중요한 수법 하나를 놓쳤다.
그가 염왕의 비목경기만천하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야뇌슬의 검은 십이묘환법 영근부악의 묘리를 펼쳐내고 있었다.
검이 땅에 바짝 붙어서 흘러든다. 뱀이 머리를 쳐들듯 느닷없이 고개를 쳐들며 가슴을 찌른다.
“아직…… 아직…… 아직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탁소민이 고개를 떨궜다.
‘사주를 저렇게 간단히!’
모용아는 상당히 놀랐다. 두 노화자도 깜짝 놀랐다.
야뇌슬의 무공이 완전히 달라졌다. 창암도 사주들과 싸울 때에 비해서…… 뭐라고 할까? 강해졌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고…… 싸우는 형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펼쳐낸 암기수법은 사천당문의 만천화우(滿天花雨)와 흡사하다. 하지만 만천화우가 단지 수백 개의 암기를 흩뿌리는 것이라면, 그는 제각각의 암기에 일일이 경기를 실었다.
차원이 다른 공부다.
“음!”
두 노화자는 신음을 쏟아냈다.
마록타가 또 사나운 눈길로 쳐다본다.
‘정말 조용히 안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