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64
64
[도검무안 64화]
第十章 너! (6)
마록타는 숲으로 들어선 후, 움직이지 않았다.
쾌속으로 질주하라고 할 때는 적어도 산 중턱까지는 내처 치달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숲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솔개의 눈에 띈 병아리처럼 황급히 몸을 감췄다.
초소부터 숲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이 거리를 오려고 두 번, 세 번에 걸쳐서 당부를 했던 것인가? 숨 두어 번 들이쉬면 도달할 거리를 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한 것인가.
“지금 뭐하자는 거야?”
취화선개가 나직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쉿!”
“쉿이고 뭿이고 뭐하는 수작인지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냐!”
“이곳에 짐승이 산다.”
“뭐라는 거야?”
“그놈은 예지력이 있다.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그래서 적암도에서는 무당 노릇도 했다.”
“……”
취화선개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마록타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짐승 어쩌고 할 때는 꼭 장난 같았는데.
“그 놈은 십교두다. 무공이 굉장히 높아서 적암도에서 무공 교두 역할을 했지.”
“무당 짓에다가 무공 교두까지. 별 짓 다하는 놈이군.”
“그놈을 죽여야 하는데…… 너희가 할래?”
두 노화자는 움찔거렸다.
십교두라는 말은 들어봤다. 련주의 호법으로 무공이 굉장히 높은 자들이라고 들었다. 대문파 장문인과 손속을 겨뤄도 결코 밀리지 않을 강자들이라는 것이다.
마록타는 그런 자를 죽여야 한다고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
다른 때, 다른 장소라면 죽이겠다는 말이 평범하게 들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적의 심장부이고, 한참 싸움이 벌어져서 모두들 초긴장한 상태다.
검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려도 적들이 벌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죽이지 않고 피해가는 방법은 없어요?”
“그런 건 몰라. 저놈이 그랬어. 무조건 죽여야 한다고.”
그러고 보니 마록타와 야뇌슬은 밤새도록 긴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자신들이 사정없이 잠들어 있을 때…… 깨워서 같이 이야기하면 어디가 덧나나?
‘흥! 그랬다 이거지!’
“네가 삐질 거라고 했다.”
마록타가 모용아를 보면서 말했다.
“삐져요? 뭐를요?”
“이런 말을 하면 네가 삐져서 입이 한 다발은 나올 거라고 했어.”
“저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요?”
“하지만 너희는 자는 게 중요해. 앞으로 며칠 동안은 숨도 쉬지 못하고 쫓길 테니까.”
이 말도 다른 때와 다르게 들린다.
침입하기 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었지만 그때는 무덤덤했다. 막상 닥치면 누구든지 다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말을 이곳에서 듣자 숨이 막힌다. 정말도 숨도 쉬지 못하고 쫓기는 광경이 상상이 된다.
“여기는 도산검림이야. 한 발만 삐끗해도 모두 죽는다. 저 놈, 이 계획 짜느라고 밤새 한 잠도 못 잤어. 그리고 지금 저 지랄을 하는 거야. 그러니 저놈 성의를 봐서라도 이제 실없는 말들은 그만 해. 이 짓 좋아서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마록타가 진중하게 말했다.
어느 때처럼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뼈에 속속 들어오는 진언이다.
“누가 뭐랬나.”
단황신개가 머쓱해서 중얼거렸다.
마록타도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놈이 자리를 뜨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여야 해. 위로 올라가려면 방법이 없어. 놈이 자리를 뜨라고 기도하자고.”
파파파팟! 쒜레렝! 쒜렝!
나뭇조각과 화륜이 동시에 허공을 날았다.
나뭇조각은 사방을 빼곡히 채웠다. 속도는 빠르게, 중간, 그리고 느리게.
빽빽한 나뭇조각의 그물망 앞에 화륜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두 개의 화륜은 속도까지 느려서 존재가치가 없어보였다.
타타타타탁!
나뭇조각이 화륜을 가격한다. 굳센 강기가 화륜 중심부를 정통으로 두들긴다.
화륜은 속도를 잃고 비틀거렸다.
그때, 수라도주가 화륜 두 개를 다시 던졌다.
쒜에에엑!
이번 화륜은 먼젓번과 전혀 달랐다. 속도도 빠르고, 강기도 굳세다.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강함만 존재한다.
타타타탕!
나중에 던져진 화륜은 앞선 화륜을 가격했다.
그때,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나중에 던져진 강기 있는 화륜이 힘을 잃고 뚝 떨어졌다. 반면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비틀거리던 화륜은 생기를 되찾고 빠른 속도로 허공을 휘저었다.
타타타탁! 타타탁!
나뭇조각이 그야말로 먼저처럼 날아간다.
야뇌슬을 급히 검을 들어서 구중미천공을 전개했다.
꽝! 콰앙!
구중미천공으로 전개한 천왕구참도가 화륜 두 개와 직격했다.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다. 강맹한 화륜과 무거움의 최고봉이라는 구중미천공이 부딪치면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울렸다. 그때,
쒜에에엑!
수라도주가 무영신법을 전개하여 그림자처럼 바싹 붙었다.
그의 손에는 언제 들었는지 화륜 두 개가 빙그르르 신성무(神聖舞)를 추면서 돌아간다.
콰앙! 콰앙! 쾅!
야뇌슬과 수라도주는 또 한 번 직격했다.
두 사람이 상대를 향해서 온 진력을 쏟아 부었다. 전신 내공을 화륜과 검에 담고 오로지 강함으로만 몰아붙였다. 수라도주는 화륜을 날리지 않았고, 야뇌슬은 천왕구참도를 전개하지 않았다.
초식에서 시작해서 진력 대결로 이어졌다.
쾅! 꽝꽝! 쾅!
몇 번의 충돌이 있은 후, 야뇌슬이 휘청거리면서 물러섰다.
그만 물러선 게 아니다. 무공으로는 적암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수라도주 역시 휘청거리면서 물러섰다.
“대단하군.”
“역시 아직은……”
“작년, 적암도를 떠나올 때만 해도 햇병아리였는데…… 그간 고생이 꽤 심했겠군.”
“몇 번만 더 하면 받을 수 있겠어.”
수라도주와 야뇌슬은 각기 자기 소리만 했다.
“후후! 분노라고는 모르던 놈이 이제 제법 살기도 담을 줄 알고. 진작 이랬다면 노모보를 능가했을 텐데. 아쉽군. 한참 자랄 수 있는 싹 같은데.”
“현현비격술이면 될까? 가능할지도 몰라. 어이, 노심백! 화륜 두 개만 빌려주면 안 될까? 네 목을 따게.”
“내 앞에서 현현비격술을 쓰겠단 말인가?”
“너보다는 잘 쓸 것 같아서.”
노심백은 야뇌슬의 반말을 이해했다. 부모를 죽인 원수인데 더 이상 어떤 말을 하겠나.
그는 허리춤에서 화륜 두 개를 꺼내 던졌다.
쉐엑! 쉐엑!
빠르기는 하지만 겨냥하고 던진 것은 아니다.
야뇌슬은 검을 집어넣고 화륜을 받았다. 정말로 화륜으로 상대할 생각인 듯 했다.
휘르르릉! 휘르르릉!
화륜이 손가락 위에서 뱅뱅 맴을 돌기 시작했다.
“불길해! 불길해!”
그가 숲에서 튀어나왔다.
“뭐야? 왜 그래?”
다른 자가 앞선 자를 쫓아 나왔다.
“활! 활을 쏴! 지금 저대로 부딪치게 하면 안 돼!”
“왜?”
“소리가 달라. 저 소리…… 윙윙 거려. 소리가 달라.”
“화륜 돌아가는 소리야 다 그렇지 뭐. 무슨 소리가 다르다는 거야? 그리고…… 지금 싸움을 말리면 수라도주 성격에 가만있겠어? 보나마나 싸움 방해했다고 난리칠 거 아냐!”
“쏴! 쏴! 빨리!”
앞선 자가 급하게 말했다.
그 소리가 너무 다급했다. 지금 바로 쏘지 않으면 정말로 큰 일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뒤따라 나온 자는 등 뒤에서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한 호흡, 두 호흡!
딱 숨을 두 번만 고른 후, 활을 들어올렸다.
조준! 호흡…… 쒜에엑!
강철로 만든 철시가 바람을 찢으면서 날아갔다. 남산에서 마을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마록타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뒤에 숨어있던 세 사람은 마록타가 움직이자마자 바로 뒤따라서 움직였다.
그들은 숲에 다른 자가 숨어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개방 장로들 정도 되면 십 장 밖에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듣는다. 사람의 경우에는 방원 오 장 정도에만 들어서면 누군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느낀다.
숲에서 뛰쳐나간 두 사람은 오 장 안에 있었다. 그런데도 알지 못했다.
저들의 무공이 뛰어난 점도 있고, 지형적인 이점도 취한 탓이다.
바로 지척에 두 사람이나 있었다니.
그런데도 신법을 펼쳐서 뛰어 들어왔고, 소리를 내서 말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자신들의 실수는 그렇다 치자. 자신들이 민망할 정도로 미숙한 짓을 저질렀는데, 저들이 감지해내지 못했다. 바로 곁에서 두런두런 말을 주고받았는데 알아채지 못했다.
저들이 귀머거리는 아닐 테고…… 무슨 일이 있었나?
마록타가 모용아의 표정을 흘끔 쳐다본 후,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을 해주었다.
“일심불광이라는 게 있다.”
“일심불광이요? 유등(油燈)인가요?”
“심등을 밝히는 무공이지. 크크크! 일심불광을 극성으로 펼치면 저런 인간들은 혼까지 빼앗겨. 온 정신을 일심불광에만 집중시키게 되어 있지. 키키키! 나도 이번에야 안 사실이다. 혹시나 했는데, 그게 되네. 키키키!”
마록타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건가?”
취화선개가 기죽은 음성으로 물었다.
마록타가 그를 힐끔 쳐다본 후, 득의가 입가에 묻어났다.
오면서 그토록 티격태격했는데, 드디어 이겼다는 어린애 같은 감정이 치민 것 같다.
이번에는 그도 친절해져서 다소 착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련주의 거처.”
“뭐, 뭐!”
“부도주라는 인간은 보물이다 싶은 것이 있으면 몸 밖에 내놓지 않아. 신외지물(身外之物)이라는 거지. 중요한 것은 자신이 꼭 쥐고 있어. 항상 그랬어.”
“아!”
“독고금도 련주 거처에 있을 거야. 근처까지는 잠입할 수 있는데…… 이제 겨우 십교두 중에서 두 명 떨궈 냈거든. 저놈들도 곧 다시 돌아올 것이고……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안 되는데, 저놈은 된다고 그러네.”
“그럼 이번 일은 독고금을 탈출시키는데 집중하는 건가?”
“키키! 그건 당신들 일이고…… 우린 말했잖아. 련주를 죽이겠다고. 먼저 당신들 일을 풀어주고, 우린 우리 일을 할 거야. 오지랖도 넓지. 남의 일을 뭣 땜에 신경 쓰는지.”
“고마워요.”
모용아가 진심으로 말했다.
“너! 눈동자가 야리몌 닮았다. 그래서 저놈이 널 남 같이 대하지 않는 것 같아. 그래서 네 말이라면 순순히 응해주는 거 같은데…… 그거 너무 많이 이용하지마라.”
“알았어요.”
모용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마록타의 말이 다소 직설적이지만 싫지는 않았다.
파아아아아!
심등을 밝힌다.
심등의 가장 위대한 점은 사물의 진위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남산을 향해서 쏘아진다. 아니, 쏘는 게 아니다. 자신은 자신의 빛을 밝힌 체 가만이 존재한다. 그러면 예지력을 갖춘 자가 불빛을 보고 달려든다.
지금이 꼭 그와 같다.
자신은 심등만 밝혔을 뿐인데,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그가 혼자서 불길해한다.
잘 됐을까? 잘 되어야 할 텐데. 잘 됐다면 지금쯤 산중턱을 향해 치달리고 있을 것이고…… 잘못됐다면 아직도 숨어있을 텐데. 그러면 더욱더 움직이기 어려워질 테고.
쒜에에엑!
멀리서 점 하나가 보이는 듯 했다.
‘위험!’
심등이 붉은 빛을 토해낸다.
순간, 야뇌슬을 몸을 비틀면서 손에 들고 있던 화륜을 쏘아냈다.
쒜엑! 쒜에에엑!
화륜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나갔다. 날아오는 검은 점을 향해 쏘아졌다.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른 점의 이동이지만 심등으로 보면 화살대까지 환히 보인다.
“뭐냐!”
수라도주도 버럭 노갈을 지르면서 화륜을 날렸다.
까앙!
허공을 찢으면서 날아오던 철시는 화륜 두 개를 맞고 땅에 떨어졌다. 하나는 야뇌슬이 날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라도주가 날린 것이다.
“누가 끼어들라고 했더냐!”
수라도주의 노갈이 남산을 향해 쩌렁 울렸다.
그 순간, 야뇌슬이 번뜩 움직이며 화륜을 쏘아냈다.
쒜에에엑!
화륜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