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70
70
[도검무안 70화]
第十一章 탈출(一) (6)
퍼엉! 펑!
화탄이 쏘아진다. 허공을 붉은 연기로 가득 메운다.
“뭐야?”
“아래가 아니라 위?”
두 노화자와 유생을 거의 따라 잡은 교두들이 우뚝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들은 일제히 한 명을 쳐다봤다.
하늘의 흐름을 읽는다는 예지력의 소유자!
“좋지 않아. 아주 좋지 않아. 저곳…… 저곳에서 죽음이 기운이 피어나.”
그가 산정을 가리켰다.
화탄은 뒤를 쫓지 말고 돌아오라는 신호다. 또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산 밑으로 달려가지 말고 정 반대 방향인 산정으로 치달려 오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붉은 화탄은 되돌아서라는 뜻이다.
거기에 무당이 말한다. 산정에 불길한 기운이 있다고.
빈산릉이 돌아오라고 하고, 무당이 산정에서 나쁜 기운을 읽었다면……
“치잇! 성동격서(聲東擊西)?”
“우릴 이리로 끌어내리고 산을 넘어서 도망치는 거야? 약은 놈들!”
두 노화자는 걱정할 것 없다. 수라도의 사주들이 산 밑에 포위망을 치고 있으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교두들이 방향을 돌려 산정으로 치달려갔다.
***
홍연(紅煙)!
푸른 하늘에 번져나가는 붉은 연기!
‘성공했어!’
야뇌슬은 만족했다.
빈세백의 기략(奇略)들은 전부 사람을 읽는데서 창출된다.
기본적 병법들은 사용하게 될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병법을 많이 안다고 해서 능사기 아니다. 사람을 읽고 나면 어떤 병법을 써야 할지는 자연히 떠오른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으로서 병법을 사용한다. 병법이 주(主)가 아니다. 사람을 읽은 게 주다.
그는 빈산릉을 읽었다.
빈산릉은 련주의 머리다. 도련을 이끌어가는 머리다.
크게는 강남 무림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운영방식에서부터 작게는 초소 운영방식, 그리고 산으로 올라가는 관문까지 그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독고금을 빼내오려면 빈산릉과 싸워야 한다.
다른 점은 일체 제외하고 오직 빈산릉만 생각했다. 련주조차도 제외시키고 빈산릉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자신에게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있다.
사람을 도구로 비유해서 미안하지만…… 마록타는 아주 유용한 비밀병기다.
적암도 사람들은 마록타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그의 은신술이 결코 오제의 무공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마록타는 벌레일 뿐이다. 짓이기면 짓이겨지고, 밟으면 밟히는 무지렁이일 뿐이다.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흘린 고기나 주워 먹는 바보일 뿐이다.
그런 자에게 신경 쓸 사람은 없다.
도련이 마록타를 그렇게 보는 이상, 마록타는 비밀병기로 둔갑한다.
이 비밀병기는 한 번밖에 쓰지 못한다.
이후, 도련은 마록타를 주시할 것이다.
절정 무인으로까지 격상시키지는 않겠지만, ‘여우같이 약삭빠른 자’ 정도로는 인식할 게다.
이 비밀병기는 오제들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적암도에서의 삶이 그런 것이다. 오제의 무공을 수련한 무인들 사이를 뚫고 다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가 지나다니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의 은신술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여실히 증명해주는 사례다.
그를 믿는다. 그렇기에 이런 계획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계획은 수립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비밀병기가 있고, 빈산릉을 읽었다.
빈산릉은 열 수 앞을 읽는 사람이다. 표면에 드러난 진실만 보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속에 감춰진 사실을 파악하려고 부심한다. 설사 속에 감춰진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그래도 무엇인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이용한다.
일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이면, 그는 걸려든다.
다음에는 어림도 없겠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걸려든다.
그는 자신을 모른다. 마록타도 모른다. 그러니 방심한다. 이곳에서 자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처럼 머리를 깊게 쓰는 사람이 없다고 본다.
그것은 방심이다.
그 방심을 노린다면 승산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데 있는 것처럼 꾸민다.
모용아와 노개를 노출시킨다. 사실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 헌데…… 빈산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찾고 또 찾다가 마록타를 떠올린다.
그놈!
마록타가 경계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다.
그는 마록타를 찾는다. 어디로 갔을까? 숨었나? 다른 곳으로 도주하나?
이때, 그의 생각을 확고하게 고착시키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해줄 수 있는 자가 이 산에 있다.
야수다!
야수의 능력을 안다. 야수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 그가 지닌 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는 적이지만 그의 능력을 알고 이용한다면 누구보다 훌륭한 우군이 된다.
빈산릉은 야수의 능력을 신뢰한다. 그의 예지력을 믿는다. 이 부분은 믿어도 된다. 빈산릉뿐만이 아니라 적암도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를 믿는다.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는지 아닌지 야수가 점검해 줄 것이다. 그렇다. 야수가 있는 한, 그는 안심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 점을 이용한다.
푸른 하늘을 물들인 화탄은 빈산릉이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마록타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가 엉뚱한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서 야수가 쐐기를 박는다. 빈산릉의 판단이 맞는다고 확신을 해준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모용아와 두 걸개를 뒤쫓는 십교두가 추격을 멈추고 방향을 돌린다. 빈산릉이 말한 위로 올라간다.
야수가 조금이라도 머뭇거린다면, 빈산릉은 다시 화탄을 쏘아 올릴 것이다.
이번에는 노란색, 계속 나아가라.
탈출의 성패는 적인 야수에게 달려있다.
그럼 야수는 어떻게 속일 것인가. 그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야수는 조금 껄끄럽다.
그는 예지력을 발휘할 때마다 눈을 흰자위만 남기고 위로 쳐든다. 마치 유부의 귀신이 눈을 치켜뜨는 것처럼 무섭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서 가까이 하지 않았다.
무당의 신들림이 싫다.
그의 예지력을 심등의 불빛으로 차단시킨다.
일심불광을 피워 올린다.
심지를 돋워서 가장 환한 빛을 뿜어낸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을 심등의 불빛으로 환히 밝힌다.
이런 심등의 불빛은 몸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일종의 진기처럼 몸 안에서 휘돌 뿐이다. 그러다가 충만함이 지나치면 약간 영기(靈氣)를 띈 채 머리 위를 맴돈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이 아니다.
하지만 영기를 띈 사람은 본다. 무당의 눈에는 보인다. 단지 볼 뿐만 아니라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불을 쫓는 불나방처럼 심등의 불빛을 따라온다.
일심불광을 피워내어서 마록타를 쳐다본다.
산정에 있는 마록타를 주시한다. 그를 염려하고, 그의 안위를 빌어준다.
그러면 된다. 그 정도만 해도 무당은 자신의 생각을 읽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반드시 읽어야 할 사람이 있다.
련주!
련주는 비교적 읽기 쉽다.
적암도에서 그와 붙어살다시피 했다. 성격을 알고, 지략을 안다. 그가 처한 상황을 안다. 그러면 그가 이번 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수가 빤히 보인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련주는 빈산릉만큼이나 뛰어난 사람이다. 무공도 걸출하지고 지략도 추월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게 숨겨진 련주의 모습이다.
련주는 빈산릉의 계를 역으로 짚는다.
빈산릉이 성공하면 좋다. 하지만 실패해도 무방할 정도의 보안책을 수립한다. 그래야 확실하지 않은가.
독고금이 얼마나 중요한 인질이냐에 따라서 그의 행동도 결정된다.
독고금이 버려도 좋은 패라면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일이 잘못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위신, 체면을 생각한다. 이만한 일에 자신이 움직일 필요가 있냐는 자부심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독고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자부심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한다.
하찮은 것과 중요한 것으로 구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절대로 실리를 놓지 않는다.
그럼 다음 수는?
물어볼 게 뭐 있나. 모용아와 두 노개를 붙잡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지 않겠나.
그럴 것이다. 그가 움직일 것이다.
모든 게 뜻대로 이루어졌다.
‘이제 나만 빠져나가면 되는 건가?’
수라도주가 화륜을 날려 온다.
주위에는 사주 두 명이 있다. 그 많던 사주들은 모두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야뇌슬은 수라도주만 있어도 잡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파아아앗!
일심불광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헉!”
야수가 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는 가슴 통증이 치밀었는지 두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왜 그래!”
“허억!”
야수의 눈이 위로 쳐들렸다.
검은 동자가 위로 말려들어갔다. 흰자위만 가득한 눈이 하늘을 노려본다.
“이…… 빛은…… 헉!”
야수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와 함께 산정으로 뛰어오르던 십교두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발길을 멈췄다.
십교두 옆에는 빈산릉도 있다.
그는 산중턱에서 올라온 십교두와 합류했다. 그리고 산을 넘어갔을 마록타를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
사실, 이 탐색이라는 것도 별로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는 야수가 있다. 야수가 예지력으로 방향을 말해주면 거의 들어맞는다. 아니, ‘거의’라는 말은 야수를 무시하는 말이다. 열 번을 찍으면 열 번이 다 들어맞는다.
그들에게도 수색할 눈이 있고, 귀가 있지만 야수가 곁에 있다면 어떠한 절공도 쓸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