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72
72
[도검무안 72화]
第十二章 탈출(二) (2)
“적엽비화를 펼치면 포위망 두 군데 정도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이점을 감안해서 움직여야 할 게다.”
“알겠습니다!”
남은 사주 한 명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아니다.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다. 말을 했지만 실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이다.
사주는 야뇌슬이 사라진 방향으로 신형을 쏘아냈다.
“준비해라!”
취화선개가 달리면서 말했다.
“네. 이미 준비했어요.”
모용아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들 정도는 자신 있다. 자신을 가지고 뚫고 나가자. 괜찮다. 우린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온갖 말이 그녀의 미소 속에 버무려져 나왔다.
취화선개가 왜 그 뜻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사실은…… 막다른 골목이다.
도련의 포위망은 너무 촘촘해서 뚫고 나갈 수 없다. 몰래 피해 나갈 수 없고, 은밀히 빠져나갈 수 없다.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이 노출되어 있다.
무력으로 뚫고 나가는 단 한 수밖에 남지 않았다. 허나 그 부분이 자신 없다. 도련 무인들을 지켜본 결과, 잡히고야 말 것이라는 패배감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이들은 강하다. 강한 자들이라고 서슴없이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강하다.
자신들을 잡는 데는 사주 서너 명이면 충분하다.
웃기지 않은가. 한 섬에 사람들이 살았다. 그런데 그들 두세 명이 대개방의 장로를 무력으로 포박한다.
대개방? 뭐가 대개방인가!
‘오늘 개망신 당하겠군.’
취화선개는 단황신개의 얼굴을 쳐다봤다.
단황신개는 앞만 보고 달린다. 정말로 좌우를 돌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이를 악물고 달린다.
“단순한 사람 같으니……‘
이 지경이 되어서도 야뇌슬을 신뢰하는가.
그러고 보면 야뇌슬을 만난 것은 그가 먼저였지만, 그를 깊이 신뢰하는 건 단황신개인 듯 싶다.
단황신개는 단순한 사람이다.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해서 좋은 사람에게는 간이라도 빼주지만, 싫은 사람은 천금을 준다고 해도 발로 걷어찬다.
그가 야뇌슬을 좋게 봤다.
그가 한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굳게 믿는다.
마록타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초소를 뚫고 들어가고, 십교두를 따돌리고…… 련주의 코앞에서 독고금을 빼내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들을 도주시키고 산정에 남았다.
너무 간단하게 일을 처리한다.
이런 일을 자신들은 왜 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쉽게 처리한다.
독고금을 탈출시키라는 전서를 받았을 때는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제 정신으로 내린 명령인가? 도련의 심장부로 뛰쳐 들어가서, 도련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복덩어리를 빼내오라? 차라리 도련의 련주를 죽이라는 명령이 낫지 않나?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을 야뇌슬은 너무 쉽게 해냈다.
그냥 걸어 들어가서 방안에 있는 사람을 들춰 엎고 나왔다. 그것이 끝이다.
하지만 오늘의 탈출에는 한 치의 착오도 허용하지 않는 지략이 숨겨져 있다. 도련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무공이 감춰져 있다. 그리고 충직한 종복의 헌신이 담겨져 있다.
이들이 보여준 것이 이런 것들이다.
단황신개는 야뇌슬을 좋아한다. 좋아하게 되었다.
그가 앞만 보고 달리라고 했다. 그래서 앞만 보고 달린다. 앞에 누가 있건 없건 계속 치달리기만 한다. 앞에서 창을 질러와도 내처 달리기만 할 게다.
사실…… 더 달릴 곳이 없다.
스읏! 스스스! 스스슷!
도련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서있었고, 자신들이 이들을 향해서 달려온 것이다.
스읏!
활이 들렸다.
도련의 궁수 두 명, 그들이 활을 들어 네 사람을 겨눴다.
검을 든 자, 창을 든 자…… 얼마나 많은지 한 눈에 헤아릴 수도 없는 사람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틀렸어!’
밝게 웃던 모용아의 얼굴에도 절망이 드리워졌다. 그때,
쒜에엑! 쒜에에에에엑!
하늘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들렸다. 화살은 보이지 않고 우렁찬 천둥만 몰아친다.
‘활!’
생각할 것도 없다. 누군가 활을 쐈다. 산중턱에서 교두가 어떻게 활을 쏘는지 시연해 주지 않았는가. 하늘에 대고 쏜다. 태양을 향해 쏜다. 하지만 화살은 어김없이 목표에 틀어박힌다.
그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헌데,
“피햇!”
적들 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따악! 타악!
강시 두 자루가 궁수들이 서있던 자리에 틀어박혔다.
정확하다. 그들이 찰나라도 늦게 몸을 뺐다면 어김없이 몸통을 관통했을 것이다
자신들을 향해서 쏘아진 화살이 아니다. 적을 향해서, 포위망을 향해서 쏜 화살이다.
야뇌슬이거나, 마록타이거나…… 저들에게 둘러싸여서 꼼짝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몸을 빼냈다. 그리고 자신들의 뒤를 봐준다.
“거봐! 그놈이 달리라고 했잖아!”
단황신개가 취화선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더욱 달리는 발길에 더욱 속도를 붙였다.
쒜에에에엑!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인다.
모용아와 취화선개도 더 이상 주위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는 믿는다. 정말 믿는다. 달리라고 했으니 달린다. 그 사람이, 야뇌슬이 뒤를 보아주고 있다.
타타탓! 타타타탓!
그들은 앞에 누가 있건 말건 냅다 뛰었다.
집중해야 할 적은 사주 한두 명 뿐이다.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은 도련 본단을 지키는 무인들이다. 적암도에서도 가장 강한 자들로 구성되었다.
수라도를 다른 곳과 비교하면 안 된다.
다른 자들은 큰 위협이 안 된다.
무공으로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다. 수라도주와 겨뤄봤고, 사주들과 싸워봤다. 그래서 이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가늠한다.
활을 쓴다. 보이지 않는 활은 동요를 일으킨다.
야뇌슬은 나무 위에 서서 천중에 대고 활을 쐈다.
일시탈백 장설리의 흑조탄궁술을 사용하면 오른손이 검게 물든다. 그는 흑조탄궁술을 쓰지 않는다. 손이 정상이다. 하지만 시위는 흑조탄궁술을 썼을 때처럼 쭈욱 늘어진다.
흑조탄궁술의 구결대로 운용하되, 일심불광을 담는다.
파아앗!
미간에서 밝은 빛이 뿌려졌다.
쒜에엑! 쒜에엑!
화살 두 대를 쏘아냈다.
한 사내가 노화자의 앞을 가로막는다. 다른 한 사내가 모용아를 쳐간다.
그들 두 사람은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를 화살에 꼬치가 되어서 나가떨어졌다. 그 순간,
쒜에엑!
하늘에서 빛이 뿌려졌다.
심등이 흔들린다.
‘노출되었군.’
그는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바로 뒤를 이어서 그가 서있던 자리에 화살이 틀어박혔다.
따악!
***
강시는 나무를 완전히 관통해 버렸다.
십교두의 솜씨다.
수라도 사주들 중에도 일시탈백의 후인이 있지만, 이 정도로 강시를 쏘아내지는 못한다.
십교두가 다시 방향을 틀었다.
저들…… 오늘 상당히 바쁜 날이다. 산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고, 또 내려온다.
화도 많이 났을 게다.
빈산릉과 야수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데 대해서 불만도 쌓여 있으리라.
궁수의 활에서 그런 기분이 감지된다.
그는 활을 버리고 달려 나갔다.
더 이상 지체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십교두가 활을 쐈다는 것은 활을 쏠만한 거리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삼백 보…… 그 정도 떨어져 있다.
수라도주도 다가온다.
그는 산에서 내려오는 십교두보다 훨씬 빨리 도착할 게다.
지전이 앞을 가린 시간을 고려해보면 겨우 백 보 차이다.
수라도주에게 백 보란 거리는 거리도 아니다. 숨 한 모금 들이쉬면 달려올 거리다.
이곳에서 활을 두어 번만 더 당기면 빠져나갈 구멍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때는 정말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치솟지 않은 한, 빠져나가지 못한다.
쒸이익!
포위망 한가운데로 신형을 날렸다.
“놈이닷!”
“여기닷!”
사방에서 노갈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를 향해서 수많은 인형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저들은 또 한 번 땅을 치고 통탄할 후회거리를 만들고 있다.
저들은 독고금의 중요성을 모른다.
저들이 보기에는 야뇌슬이 가장 중요한 인물로 보일 것이다. 수라도주의 손아귀에서 빠젼 나온 놈이니 제일 먼저 처단해야 할 자로 비쳐졌으리라.
하지만 틀렸다.
저들이 오늘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람은 독고금이다. 그녀를 잡으면 잃은 게 없다.
생각해 보라. 그녀가 수중에 있다면 무엇을 잃었는가. 도련 총단으로 뛰쳐 들어와서 분란을 일으킨 야뇌슬을 놓친 것? 그건 계속해서 추격조를 파견하면 된다. 지금 당장 여기서 놓친 것뿐이지 영원히 놓친 게 아니다.
독고금은 놓치면 전부를 잃는다.
자신을 잡는 것과 독고금을 놓친 것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도련은 독고금과의 혼사를 사방팔방에 소문냈다.
그 날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독고금이 있어야 한다.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혼사가 치러지지 않는다면 도련 련주는 강남 무림의 신망을 단번에 잃을 것이다.
그런 중요한 일을…… 지금 실수하고 있다.
야뇌슬은 달려드는 무인들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