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76
76
[도검무안 76화]
第十二章 탈출(二) (6)
확실히 그들은 련주처럼 지전을 처리하지 못한다.
지전으로 그들을 치지도 못했지만, 그들 역시 효율적으로 지전을 처리하지 못한다.
쌍방 간에 무승부다.
그는 십교두의 무공까지 파악했다.
사실 이 부분은 파악할 생각이 없었다. 파악하면 좋지만 그럴 수 없다고 봤다.
련주가 직접 검을 들고 있다. 그런데 누가 감히 그 싸움에 끼어든단 말인가.
아무도 끼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잘못된 판단이다. 십교두는 서슴없이 끼어든다. 련주가 검을 들고 있는데, 신형을 쏘아오는데, 그들도 같이 공격해 온다. 십일 대 일의 싸움을 웃으면서 전개한다.
이 부분은 계산 착오다.
십교두가 신형을 피할 때, 그 사이로 파고든다. 그러면 련주가 즉시 뒤따라온다. 하지만 십교두와 엉키는 바람에 제대로 검학을 쓰지 못한다. 그 사이에 탈출한다.
이것이 원래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허나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움직였다.
화라락!
지전 뭉치를 이끌고 달려갔다.
이런 방법은 처음으로 시전해 본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법이지만, 열한 사람의 공격을 막아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전하게 되었다.
까앙! 까앙! 깡!
십교두는 연속으로 지전을 떨궈냈다.
련주는 한 발 물러서서 지켜봤다.
십교두가 지켜보고 련주가 끝까지 싸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련주는 자신의 적엽비화를 지켜본다.
지전을 이끌고 있는 힘, 이끄는 방식, 진기의 순환 등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도 염왕의 무공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상당히 놀란 것 같고, 관찰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민 것 같다. 또 십교두가 에워싸고 있으니 탈출할 염려는 없다는 생각도 한 몫 했을 터이고..
‘됐어!’
또 한 번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오늘 도련은 실수를 참 많이 한다. 이러면 처음 계획보다 탈출하기가 더 용이하다.
‘흡(吸)!’
외기를 빨아들여서 심등의 불빛을 환하게 밝혔다.
심등도 공기를 먹고 자란다. 공기를 마셔야 불길이 활활 살아난다. 여기서 공기란 말 그대로 외기를 의미한다.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생기(生氣)다.
그런데 그가 회기를 흡입하자, 지전들이 일시에 내리꽂혔다.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내리꽂힌 게 아니라 그 자신…… 야뇌슬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탄(攤)!’
빨아들인 외기를 힘껏 쏘아냈다. 심등의 불길을 바깥으로 토해낸다 싶은 마음오로 응축된 진기를 터트렸다.
촤라라라락!
그를 향해서 날아들던 지전들이 잠시 멈칫거린다 싶더니 반대 방향으로 되쏘아졌다.
빠르다. 강하다.
“이런!”
십교두들이 낭패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꽈꽈꽝!
폭발이 일었다.
화륜이 지전과 부딪치면서 쫙 갈라졌다. 창대가 절반으로 싹둑 잘려나갔다. 칼이 잘리고, 검도 갈라졌다. 면도(緬刀)처럼 날카로운 지도(紙刀)가 전신에 혈선을 그어 놨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야뇌슬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은 련주를 쳐다봤다.
련주는 야뇌슬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봤을 것이다.
련주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먼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 깨알만한 점 하나가 사라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빈산릉이 제일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머리를 숙였다.
련주는 야뇌슬을 척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가로 막혀서 검을 쳐내지 못했다.
련주가 뛰어들 공간이 없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야뇌슬 그 놈이…… 자신들을 이용해서 인벽(人壁)을 둘러쳤다. 놈이 괜히 이동한 게 아니다. 지전에 휘감겨서 이리 저리 움직일 때…… 그는 련주를 차단하고 있었다.
련주라고 지전 공격을 무시할 수는 없다. 파해하거나 잘라낼 수 있다고 해서 맨몸으로 뛰어들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검을 써서 지전을 쳐내야 한다.
련주가 검을 쓸 공간…… 그것이 차단되었다.
실낱같은 차이이지만 그 차이가 놈을 도주하게 만들었다.
“장홍주(張虹綢).”
련주가 한 사내를 불렀다.
이름을 불린 사내가 즉시 말했다.
“과녁이라고 할 수 없어서 활을 쏘지 않았습니다.”
산 중턱에서 야수와 함께 삼관문을 지키던 사내다.
그는 교두이며, 일시탈백 장설리의 진전을 가장 깊게 이어받은 오궁(五弓) 중에 한 명이다.
그가 말했다. 과녁이라고 할 수 없다.
야뇌슬이 이미 삼백 보 밖으로 벗어났다는 뜻이다.
한 순간에 삼백 보를 치달려간 신법!
저런 빠름이라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 적암도 최고의 궁사인 장홍주마저도 잠깐 실수하면 표적을 놓쳐버린다.
야뇌슬……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자였다. 아직 어린놈이라고, 이십사 무동도 출관하지 못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들과 겨뤄도 충분한 놈이었다.
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수라도주가 그를 어쩌지 못하고 승부를 길게 끌고 갈 때, 마음속으로는 그를 비웃었다.
저런 놈 정도는 간단히 끝내야 하는 데 뭘 하고 있는 것인가. 고작 저런 무공으로 수라도주랍시고 설치는 것인가. 도주도 나이를 먹으니 어쩔 수 없군.
하지만 아니었다. 야뇌슬은 정말로 조심해야 할 놈이다. 처음부터 전력을 쏟아내야 할 강자다.
적암도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놈은 이십사 무동을 완전히 출동했을 것 같다. 칠성출동이 아니라 십성 출동 했을 게다. 십성은 너무 했나? 그럼 팔성이나 구성쯤 해두자.
놈의 지금 경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두 알라고 한 말이다. 야뇌슬…… 빈산릉, 야뇌슬을 척살제일호로 올려라.”
“알겠습니다!”
빈산릉이 대답했다.
원래…… 야뇌슬은 척살제일호다. 그래서 노모보에게 반드시 놈의 시신을 가져오라고 했던 거다.
련주가 말했다.
“됐다. 야뇌슬은 신경 쓰지 마라. 모든 전력을 독고금에게 집중해라. 그 아이만은 반드시 잡아와야 한다. 명심해라. 야뇌슬을 놓쳐도 좋지만 독고금은 반드시 잡아와라.”
련주가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
그들은 침묵했다.
야뇌슬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그는 련주와 정면에서 겨뤘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일초는 받아냈다.
자신들 열 명의 합공을 받아냈다.
일초에 무너트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신들이 오히려 격퇴 당했다.
그는 도주했다. 장홍주가 활을 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다.
적암도 무공 중에 저런 신법이 있었나 싶었다. 저것도 염왕의 무공인가 싶었다.
정말로 염왕의 무공이 현신했다.
장창을 든 왕추(王揪)가 말했다.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수라도주가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으니……”
“그놈, 수라도주하고 싸울 때 전력을 기울인 것 같지 않아. 다시 만난다면…… 아마 수라도주가 당하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검을 찬 탁사무(卓詞蕪)가 말했다.
“아니.”
왕추는 고개를 저었다.
“수라도주는…… 여우지.”
수라도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은 효웅이다. 드러난 것이 칠 푼이요, 숨겨진 것이 삼 푼이다. 그를 모두 안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적암도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 자넨 수라도주가 야뇌슬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잡을 수는 없지만…… 하지만 막을 수는 있겠지. 그러니 쫓아봐야지. 막을 수는 있어.”
왕추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련주님이 독고금에게 집중하라고 했는데……”
탁사무는 말끝을 흐렸다.
그들은 야수 우함(于陷)을 쳐다봤다.
‘네 의견은 어때?’하고 묻는 표정이다.
우함은 대답 대신 고개를 내저었다.
보이는 게 없거나, 영능으로 감지되는 게 아무 것도 없을 때 짓는 행동이다.
야수가 침묵하자, 그들의 눈길은 빈산릉에게 향했다.
결정권은 그에게 있다.
“야뇌슬……”
빈산릉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씁쓸한 고소를 베어 물었다.
그의 얼굴에 비감함이 흐른다. 아주 좋지 않은 기운, 불길한 느낌이 흘러간다.
“야뇌슬 그놈이 뭐 다른 수라도 쓴 건가?”
왕추가 물었다.
“수라도주는 놈을 잡지 못해.”
빈산릉이 이미 벌어진 일인 듯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도 느끼지 못했나? 놈이 처음에 나타나 수라도주와 싸울 때부터 지금까지…… 우연이란 게 하나도 없어. 모든 게 그물처럼 촘촘히 짜인 거야. 야수, 자넨 왜 활을 쏘라고 소릴 질렀지? 왜 맡은 자리에서 뛰쳐나간 거야?”
“그게…… 흠!”
야수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느낌대로 움직인다. 느낌이 지시하는 대로 흘러간다. 그런 그가 느낌대로 말했을 뿐이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 느낌이 잘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