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79
79
[도검무안 79화]
第十三章 진공(眞功) (2)
“아까부터 주인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는데…… 왜 그래? 마음에 있어?”
“네. 마음에 있어요. 그러니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래요?”
모용아가 태연히 말했다.
마록타는 피식 웃었다.
“시종은 주인 이야기 안 해. 그놈에 관한 건 그놈에게 물어. 피곤하지 않아? 푹 쉬기나 해.”
마록타는 귀찮은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쿨! 드르렁! 쿨!”
‘이 사람들!’
독고금은 사람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마록타를 읽었다. 그리고 모용아도 읽었다.
모용아는 진심으로 야뇌슬을 궁금해 한다. 사랑이나 연모는 아니고 감탄에 가깝다. 그런 마음으로 야뇌슬을 궁금해 한다.
단황신개와 취화선개가 마록타를 대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그들은 마록타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만큼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마록타가 나타났을 때, 두 노화자가 안도하는 모습이라니.
매우 흥미로운 인간관계다.
다시 말하면 모용아와 두 노화자가 감탄하고, 놀랍고, 무슨 말이든 완벽하게 믿을 정도로 야뇌슬과 마록타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뜻이다.
그녀는 야뇌슬을 본 적이 있다.
혈우를 뚫고 나오는 모습, 련주 앞에 당당히 서는 모습.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흥미로운 사람들이야.’
세 시진? 네 시진?
반나절은 훨씬 지났고, 한 나절은 안 되는 것 같고…… 거의 밥 두 끼 정도 먹을 시간이 지났을 때, 야뇌슬이 좁은 입구를 밀치고 들어섰다.
“햐!”
입구 근처에 있던 취화선개가 너무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야뇌슬이 왔다.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왔다.
“어?”
단황신개도 놀라서 입만 벌렸다.
세상에! 그런 상황에서도 몸을 빼낼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련주와 모종의 거래를 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지? 보아하니 상처도 입지 않은 것 같은데……
입구에서 내려온 야뇌슬이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너무 멀쩡하다. 검에 긁힌 자국 하나 없다. 너무 멀쩡해서 지켜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정말로 터럭만한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
그는 동굴을 쓱 쓸어봤다.
두 노화자, 모용아, 독고금…… 모두 다 있다.
그는 눈을 맞춘 사람들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비로소 누워있는 마록타에게 갔다.
그가 발길을 톡톡 찼다.
“밥줘. 무슨 놈의 시종이 이래? 주인이 왔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언제 한 번 날을 잡아서 손을 보던가 해야지.”
“두 시진 늦었다.”
마록타의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그랬는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두 시진이나 늦었는가? 벽을 보면서 잠을 잔 게 아니라 야뇌슬을 걱정하고 있었던 건가?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거리면서 고민한 건가?
야뇌슬이 그 곁에 앉으면서 말했다.
“오면서 포위망 좀 살피느라고.”
“한 번만 더 속 썩이면 주인이고 나발이고 네 놈 모가지부터 비틀어 버린다.”
“허! 이거 시종이 말하는 것 좀 봐?”
그제야 마록타가 부스럭거리며 일어섰다.
“포위망이 가까이 있지? 불은 못 피워. 생쌀이나 씹어.”
***
야뇌슬은 독고금을 봤다.
뚫어지게…… 눈빛이 창이었다면 열댓 번도 더 뚫렸을 게다.
야뇌슬도 역시 사내인가. 독고금의 아름다움에는 어쩌지 못하는 것인가.
그녀의 아름다움은 독보적이다.
어떤 사내도 그녀를 보고는 평안을 찾지 못한다. 입안이 바짝 타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만 봐. 얼굴 뚫어지겠어. 그리고…… 그렇게 보는 거, 중원에서는 실례야.”
모용아가 툭 쏘아붙였다.
그 말이 신호였는가?
야뇌슬이 벌떡 일어나더니 독고금에게 걸어갔다.
아름다운 여자를 봤을 때, 사내들이 하는 행동이 있다.
첫째는 관심 없는 척 시선을 돌리는 거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념을 들키기 싫어서 취하는 방어기재다. 당신에게 별로 관심 없다. 그러니 욕념 같은 게 생길 리 없다. 나는 당신을 깨끗한 눈으로 본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인간인 척 한다.
두 번째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이런 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서 환심을 사려고 한다. 무공, 돈, 권력, 가문의 배경…… 여인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동원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은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
세 번째는 정말 담담하게 다가선다.
아름다운 여인을 무심히 보아 넘길 정도로 담담해서가 아니다.
여인과 사귈만한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욕심이 나기는 하지만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주기 전에는, 특정한 기회가 생기기 전에는 절대로 자신이 먼저 다가서는 일은 없다.
이 밖에도 많은 부류가 있다.
야뇌슬은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유형인 것 같다.
“휴우! 못 말려. 좌우지간 사내들이란.”
모용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야뇌슬은 그녀의 말을 귓가로 흘리며 독고금에게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야뇌슬이오.”
“알아요. 탈출시켜준 건 수고하셨는데…… 특별히 고맙지는 않네요. 전 제가 할 이를 방해받았다는 느낌뿐이에요. 고맙다는 인사치례를 받고 싶으신 거라면……”
야뇌슬이 피식 웃었다.
“그런 건 저 사람하고 말하시오.”
그는 눈짓으로 모용아를 가리켰다.
독고금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뭐냐? 할 말이 있어? 뭔데? 말해봐.’
그녀의 눈에서 약간의 쌀쌀함이 묻어나왔다.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지으려고 해서 지은 것은 아니고…… 워낙 사내들이 많이 다가왔다. 이남 자 , 저 남자…… 온갖 조건을 갖춘 사내들이 친분을 쌓으려고 애쓴다.
그런 점들이 귀찮다.
개중에는 마음에 드는 사내도 있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서 보면 모두 실망만 안겨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표정을 짓게 된다. ‘귀찮게 하지 마’하는 표정이 지어진다.
야뇌슬이 말했다.
“대화금장의 무남독녀라고 들었소.”
“맞아요.”
“돈 좀 빌려주시오.”
“……?”
야뇌슬의 뜬금없는 말에 독고금이 눈을 크게 떴다.
모용아와 두 노화자도 입을 쩍 벌리고 야뇌슬을 쳐다봤다.
돈? 돈 좀 빌려줘?
독고금의 눈가에 잔물결이 스쳐갔다.
웃고 싶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 남자.
많은 사람이 대화금장에 손을 벌린다.
한 걸음만 움직여도 돈이 든다고 할 만큼 세상살이가 모두 돈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억만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화금장에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세상 사람들…… 참 치사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친분도 이용한다.
지금 이런 관계? 도련의 손에서 구출해 준 것? 목숨을 걸고 탈출시켜 준 것?
손을 벌리기에는 딱 좋은 관계다.
사람은 위험을 함께 겪으면 무척 깊은 사이가 된다.
전장을 함께 뛰어다닌 전우가 그렇다. 도련과 싸움을 함께 한 마록타와 두 노화자가 그런 관계다.
그 속에 야뇌슬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 당장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끈끈한 관계처럼 보일 것이다.
이렇게 위험을 함께 하면…… 위험의 강도가 진하면 진할수록 관계가 깊어진다.
남녀 간의 사랑도 쉽게 생겨난다.
모용아의 경우…… 그녀가 아는지 모르지만 야뇌슬에 대한 관심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그녀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위험 속에서 맺은 관계…… 평상시로 돌아가면 잘 유지가 되지 않는다. 위험을 함께 나눌 때는 호흡이 척척 맞다가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어긋나는 점이 많다.
위험 속에서는 거칠고 용맹스러운 자가 돋보인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다정다감하고 생활력 강한 사람이 훨씬 낫다.
이런 관계는 이런 선에서 유지하는 게 좋다.
그녀는 지금과 같은 위험에 많이 부닥친다. 돈을 노리고 살검을 드는 자들이 예상외로 많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항시 암습을 생각한다.
세상 살기에는 무인들보다도 돈 많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항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조그만 인간관계, 현재 주위에서 일어나는 급박한 상황과 개인적인 감정을 혼동하지 않는다.
돈? 돈은 사업이다.
돈에 관한 말이라면 그녀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아주 많이. 성(城) 하나 살 돈 정도 빌려주시오.”
“서, 성!”
단황신개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성은 너무 했지. 집 한 채 살 돈 정도면 모를까.”
취화선개도 고개를 내둘렀다.
야뇌슬의 말은 어느 모로 보나 장난스럽다.
대화금장은 그만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놔야 한다.
받으려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 이건 상술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