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95
95
[도검무안 95화]
第十五章 애사(哀死) (5)
추여룡이 죽었다!
그들은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빨리 전해 들었다.
개방도가 마음껏 활개 치는 강북 무림이다.
이곳에서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들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빨리 전달된다.
더군다나 개방 노화자가 두 명이나 있다.
전서에서 전서로, 전서에서 인편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달 수단이 총동원되었다.
숭산 소림사에서 추여룡이 변괴를 당한지 두 시진 후, 남쪽 여연분타(閭沿分舵)에서 잠시 쉬고 있던 두 노화자의 손에 한 통의 전서가 전해졌다.
청천벽력!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단황신개와 취화선개도 처음에는 뭔가 소식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럴 리가 있나!
그래서 두 번, 세 번 소식을 점검했다
추여룡이 죽었다.
그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이 속속 들어왔다.
머리가 날아갔다. 심장도 완전이 으스러졌다. 나무의자에 앉은 채가 꿰뚫렸다.
그를 죽인 건 세 대의 화살이다.
화살을 날린 곳은 소림 연무장 위쪽 절봉이다.
그 부근에서 경계를 서던 소림 무승들의 시신도 발견되었는데, 하나같이 활에 당했다.
개방의 경계망도 한결 높아졌다.
– 시교혈랑대를 찾는다. 그들을 찾는데 모든 정보력을 모은다.
용두방주의 특별 명령이 떨어졌다.
추여룡이 죽었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 같다.
이 사실…… 말해줄 사람이 있다.
“자네가 해. 난 그런 거…… 에휴!”
취화선개가 거칠게 술을 마셨다.
“뭐라고요?”
독고금은 잘못 듣지 않았나 싶었다.
“추여룡…… 군사가…… 죽었다네.”
단황신개가 힘들게 말했다.
“뭐라고요?”
그녀가 되물었다.
“추여령 군사가 죽었네.”
단황신개가 독고금의 팔을 잡아주며 말했다.
그녀는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지 상체를 휘청거렸다. 현기증이 치미는 모양이다.
“좀 앉게.”
독고금이 거부하지 않고 앉았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봤다.
“추 군사가…… 죽었다고요?”
“그렇다네.”
“추 군사가요?”
그녀는 물었던 말을 또 묻고, 또 묻고 계속 물어댔다.
술을 진탕 마셨다가 깨어난 것 같다. 머리가 남의 머리인 것처럼 윙윙 울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화전민들의 집에서 노모보와 미와빙을 만났다.
제일부인이 어쩌니 저쩌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두 사람을 봤다.
그게 불과 십여 일 전이다.
그 사이에 그들은 하북 숭산으로 올라갔고, 추여룡을 죽였다.
숭산 소림사의 철통 같은 경계망이 뚫렸다. 숱한 고수들의 감시망을 뚫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어떻게……?”
그녀는 그 말만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있을 수 없는 일…… 그런 일은 없는 것 같다.
도련에 잡힌 자신을 구출한 사람이 있다. 이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숭산에 있는 사람을 죽인 자들이 있다.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사람이 하지 않아서 그럴 뿐이다. 하고자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저 하늘도 무너트릴 수 있다.
‘용서하지 않아!’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독고금은 소복으로 갈아입었다.
추여룡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그가 미련 없이 세상을 버리고 떠나갈 수 있도록 명복을 빌어준다.
그녀는 숭산 소림사를 향해서 향을 피웠다. 그리고 지전을 사르면서 큰 절을 했다.
“추여룡…… 불쌍한 사람이에요.”
그녀가 재배를 한 후,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한 말이다.
“세상을 쥐락펴락할 머리를 지녔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아버지의 일을 도운 게 고작이에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대화금장을 일으키는 일에 전념했어요. 그게 그 사람의 최대 낙이었죠. 거기서 욕심만 더 부리지 않았어도……”
아마도 무림에 뛰어든 일을 말하는 것 같다.
모용아는 듣기만 했다.
독고금의 음성이 너무 차분하다.
추여룡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 그녀는 혼절할 뻔 했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와 추여룡 사이에 남들이 모르는 어떤 관계가 있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차분하다.
“그 사람…… 절 좋아했어요.”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
독고금을 본 사내는 모두 호감을 갖는다. 그녀를 보고 흔들리지 않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어! 그 사내…… 야뇌슬!
있다. 독고금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은 사내가 있다.
모용아는 야뇌슬을 생각하자 가슴이 뿌듯했다.
왠지 모르지만 그를 생각하면 기분 좋다. 괜히 날아갈 것 같고, 힘이 솟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추여룡이 죽었는데. 독고금이 상심해하고 있는데.
“하지만 전 모른 척 했죠.”
“네.”
“그 사람…… 내가 보내줘야 갈 거예요.”
그녀가 향을 한 대 더 피웠다.
맑고 청아한 향이 하늘하늘 피어났다.
“잘 가요. 오라버니를 죽인 사람…… 내가 꼭 죽일게. 꼭 복수해줄게. 잘 가요.”
그녀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여연분타에 손님이 찾아왔다.
“인사드립니다. 무림말학 석전검(石田劍)입니다.”
검을 등에 맨 검수가 두 노화자를 보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단황신개와 취화선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청화(靑華)의 석전검사?”
“그렇습니다.”
석전검사가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취했다.
“크크크! 돈에 팔린 검이군. 인사 받을 일 없어. 키키! 돈이 그렇게 좋던가?”
단황신개가 석전검사의 위아래를 쓰러보며 말했다.
석저검사는 그런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옅은 웃음을 입가에 머문채 말을 이었다.
“아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어디 계신지?”
“뒤에 계세요.”
모용아가 급히 말했다. 괜히 단황신개가 시비 걸 것 같아서.
“아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쯧! 좋은 재목이었는데. 어쩌다가……”
단황신개가 석전검가의 음성을 흉내 내며 놀렸다.
그래도 석전검사는 못들은 척 모용아를 따라서 발길을 옮겼다.
석전검사(石田劍士) 화강(華康).
한 때는 ‘청화의 신성’이라고 불렸던 기린아다.
그런 그가 검의 길을 버리고 상계에 투신했다. 대화금장 장주의 검으로 들어갔다. 돈에 검을 팔았다.
그 일을 두고 많은 고수들이 분개했다.
정신없는 놈, 쓸개 빠진 놈, 무인 혼이 없는 놈……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그는 이런 소리들을 묵묵히 참아냈다.
단황신개가 그를 못마땅해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고, 석전검사가 별로 좋지 않은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석전검사 화강의 검공은 매우 놀랍다.
검으로는 당금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만한 고수가 돈에 거을 팔았기 때문에 더욱 분개하는 게다.
그가 정말 돈에 검을 팔았을까?
사람들은 돈에 팔린 게 아니라 독고금의 미모에 홀렸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편이 돈에 팔렸다는 쪽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다.
석전검사는 독고금을 보자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취했다.
“모시러 왔습니다.”
“추여룡이 죽었어요.”
“들었습니다.”
“석전검은 괜찮아요?”
“저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태연한 척 해요슬픈 땐 슬퍼해야지.”
“나중에…… 검이 울어줄 겁니다.”
독고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중이란 말은 필요 없어요. 그 말처럼 허무한 말도 없는 거 알아요? 지금. 지금이 아니면 안 돼요.”
“일단 장으로 돌아가시지요.”
독고금은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방금 했는데, 말을 잘 안 듣네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는데…… 잘 들어요. 시교혈랑대, 아직 강북에 있죠?”
“네.”
“찾아요.”
“찾고 있습니다. 개방도 찾고 하오문도 찾고…… 전 중원이 찾고 있습니다.”
“석전검, 정말 사람 말 안 듣는다. 내가 말한 건 대화금장이 찾으라는 거예요.”
그녀는 서신을 내밀었다.
“아버님께 전해줘요.”
“전 아씨를 모셔가야 합니다. 서신은 직접 전해 드리시지요.”
“석전검, 제발 부탁이에요. 나…… 화내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나 좀 가만히 놔둘래요?”
석전검은 포권을 취했다.
“같이 가지는 못해도 혼자 있게 할 수는 없습니다. 서신은 개방 편에 보내시고…… 지금부터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이것마저 거부하시면 당장 모셔가겠습니다.”
그가 허리를 숙인 후, 물러갔다.
독고금은 여연분타에서 삼 일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모용아도 마찬가지다. 그녀도 삼 일 동안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추여룡이 죽었다.
정도 무림의 머리가 사라졌다.
모용아는 야뇌슬의 말을 상기했다.
자신이 장계를 맡는다. 독고금이 전계(戰計)를 맡는다. 그러면 정도무림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
그 말이…… 맞을까? 강북 무림을 이대로 놔둬도 되는가?
‘자신 없어. 경험이 너무 없잖아. 빈산릉을 이길 자신도 없고. 그 사람이라면…… 그래, 그 사람이면 가능해.’
그녀는 야뇌슬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둘렀다. 그에게는 이런 일이 몹시 귀찮은 일일 게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복수할 생각도 없다.
그는 직접적이다. 자신이 직접 검을 쓰지 않으면 복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고민에 잠겨 있을 때, 독고금이 찾아왔다.
“나보고 언니라고 했는데…… 몇 살인지 물어도 될까요?”
독고금의 표정은 차분했다.
대체로 사람 나이를 물을 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법인데, 그녀는 차디찬 눈으로 물었다.
‘복수를 생각하고 있어!’
모용아는 독고금의 심정을 이해했다.
야뇌슬이 이런 식이다. 련주를 대하는 마음이 이렇다. 이렇게 차고 딱딱하다.
그런 사람이 또 한 명 생겼다.
지금 독고금의 머릿속에는 오직 추여룡의 복수 밖에 없다.
“스물이요.”
모용아가 대답했다.
“난 스물여섯. 내가 언니 맞네.”
독고금이 말은 낮췄다.
“네.”
“그 사람 좀 찾아줘. 야뇌슬.”
“네?”
“그 사람이라면 시교혈랑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어느 누구도 시교혈랑대를 잡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야.”
“그 사람, 어디 있는지 나도 몰라요.”
“내가 찾을 수 있어. 대화금장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 찾기는 내가 찾을 거야. 일단은 그 사람이 내게 말한 돈을 제시할 거야. 성 하나 살 돈 주겠어. 빌려주는 게 아니라 주겠어.”
‘맙소사!’
모용아는 입을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돈이 많으면 이런 말도 이렇게 스스럼없이 할 수 있구나.
그녀가 모르던 세상을 조금 엿본 느낌이다.
“그걸로 움직이지 못하면…… 그때는 동생이 도와줬으면 좋겠어.”
“……”
모용아는 즉답하지 않았다. 독고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실은……”
그녀는 야뇌슬이 남기고 간 말을 했다.
자신이 장계를, 독고금이 전계를.
독고금의 대답은 짧았다.
“그런 거 관심 없어. 동생이 림 군사를 하겠다면 대화금장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줄게. 필요한 물품들 모두 조달해주고.”
파격적인 제안이다.
야뇌슬은 그녀에게 성 하나 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은 성 두어 개를 사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거액을 쏟아 붓겠다는 뜻이다.
“이게 무슨 제안인지 알지?”
“알아요.”
“조건은 딱 하나, 그 사람에게 부탁해줘. 그것뿐이야. 시교혈랑대…… 꼭 잡아야겠어.”
독고금의 얼굴에 서리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