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13
고원달은 정말 열심히 구석구석 뒤졌다.
그러나 대청단은 나오지 않았고, 수레에 실었던 예물도 거의 회수되지 않았다.
고원달은 자기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아버지에게 보고했다.
“아무래도 대청단은 그 대머리 놈이 먹었나 봅니다.”
고무학은 어느 정도 납득했다.
산적 중에 그런 고수가 있다는 사실이 그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괴인의 성취가 4갑자를 넘을지도 모른다는 게 약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싸움이란 것은 본래 겉에서 보는 것과 직접 맞붙어서 싸우는 것이 다르기 마련이었다.
괴인은 대청단 덕분에 4갑자의 공력을 얻었고, 모용가의 두 아들은 방심하다 당했으며, 기수는 괴인보다 약간 강한 내공을 지녔기에 이겼다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고무학은 아들에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예물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지만 대청단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물건을 못 찾은 약선문과 달리 모용세가는 수입이 짭짤했다.
산채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곡식과 돈이 있었다.
거기다가 무기와 갑옷도 창고마다 가득했고 완성되거나 제작중인 투석기도 상당수 있었다.
그것들이 모두 모용세가의 차지가 된 것이다.
아들을 둘이나 잃었다는 점에서 이번 구화산 원정은 끔찍한 비극이었지만 그나마 전리품이 그 슬픔을 조금은 달래주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탁지연이 기수에게 말했다.
“형님. 그 대머리와의 싸움은 정말 굉장했어요.”
“하핫…! 좀 그랬지?”
“그런데, 녹림도의 무공이 그 정도로 고강할 줄은 몰랐어요.”
“다 그런 게 아니라 그놈 한 놈이 고수였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또 있을지…”
기수는 천외존자가 특별한 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생각해 본 결과.
목소리가 말하는 열하나 남았다는 얘기는 자기가 이곳에 와서 쓰러트려야 할 적이 모두 12명이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천외존자를 보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린 것도, 그와 싸우는 동안 계속 기분이 들뜨고 호승심이 생겼던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12명만 다 죽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희망이 생겼다.
설령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11명과 꼭 싸우고 싶었다.
엄청난 에너지가 온몸에 넘쳐흐르고, 희열로 가득 차던 그 순간의 기쁨을 꼭 다시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좀 더 무공을 강화시켜야 돼.’
이번에 80%의 한계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은 것은 정말 천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 운기조식을 꾸준히 해서 전체 레벨을 업그레이드 시켜놓을 필요가 있었다.
현재 능력의 80%로는 자기 피를 마신 이후의 천외존자를 이길 수 없었으니까 다른 11명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역시 한계를 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제부터 존나 열심히 운기조식 할 거다.’
누가 시켜서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자기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까 진짜 잘 할 자신이 있었다.
탁지연이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도대체 어쩌려고 이렇게 난세가 되어가는 걸까요.”
기수도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그가 강호에 출도한 이후로 새외 무림의 주축이랄 수 있는 삼황맹이 중원을 노리며 준동하고 있고, 둘로 갈라져 싸우던 마교가 하나로 뭉쳐 무림맹과 싸울 준비 중이고, 녹림 72채까지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빠르지 않은 것은 시대 때문이었다.
현재의 중원무림은 전화로 부르면 버스타고 휙! 갈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교통과 통신이 원시수준이라서 낙양에서 북경까지 가려면 서둘러도 한 달 이상이 걸리고, 소문이나 소식도 거의 그 속도로 전달되었다.
그래서 무림맹에서 무슨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여유 기간을 두고 날짜를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느리다고 해도 분명히 난세의 조짐은 드러나고 있었다.
기수는 산적들이 만든 투석기에서 그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가만있어봐. 이곳이 난세가 되건 말건 내가 왜 걱정을 하지?’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세상.
고대 중국 사람들이 죽거나 말거나 알 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현대에 살던 자신이라면 아무 상관도 없겠지만, 지금은 어쨌거나 이곳에 살고 있으니까 이곳의 일이 곧 자신의 문제였다. 이곳 사람들도 전쟁에 휩쓸려 죽고 다치는 일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살면 좋을 것 같았다.
장원으로 돌아온 모용기는 애당초 잡아둔 날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아들을 둘이나 잃은 판에 혼례를 치른다는 게 어울리지 않지만, 산동에서 이곳까지 먼 길을 찾아왔고, 산적 퇴치, 정확히 말하면 모용세가의 존립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약선문 입장도 생각해줘야 했다.
대신 손님 초청은 최소화해서 두 가문만 모여서 간단히 치르기로 했다.
모용기는 사돈을 극진히 대접했다.
대청단도, 예물도 받지 못했지만 두 아들을 잃고 힘이 많이 꺾인 지금 약선문과 혼인으로 맺어졌다는 사실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무려 일주일간 쉬지 않고 이어진 연회 뒤에야 약선문은 모용가를 떠났다.
고무학과 아들들은 귀환하는 길에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모용세가 덕을 보자고 딸을 팔았는데 산적 따위에게 장성한 아들을 둘이나 잃었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컸던 것이다.
그나마 수확이라면 양일의 실력을 확인한 것이었다.
길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
기수는 객잔 방에 탁지연과 함께 머물게 되었다.
사형제가 같은 방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리 배정해주는 것이지만 두 사람 입장에선 좀 껄끄러웠다.
차라리 길에서 노숙하는 게 편했다.
그래도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
기수가 운기조식에 꽂혀서 시간 여유만 생기면 가부좌를 틀었고, 대청단을 먹은 후 내공이 증진된 탁지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새벽에 눈을 뜬 기수는 먼저 조식을 마치고 검초 연습중인 탁지연에게 물었다.
“우리 오늘 해치워버릴까?”
“예? 뭘요?”
“너의 복수 말야.”
“지금 여기서요?”
“응. 장원으로 돌아가면 제자와 무사들도 훨씬 많고 기문진도 설치되어 있잖아. 일을 치르기도 어렵고, 빠져나오기도 어렵지. 그런데 여긴 방해요소가 훨씬 적잖아.”
탁지연의 눈이 빛났다.
기수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잠시 생각한 후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왜?”
“제 목적은 달성할 수 있겠지만, 형님은요? 지도를 찾아야 하잖아요. 제 생각만 할 수는 없어요.”
기수는 그녀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을 전부 죽여도 지도는 찾을 수 있어.”
죽이기 직전에 염정구심술 신세를 한 번 더 지면 어디에 어떻게 숨겼건 다 찾아낼 수 있었다.
탁지연이 다시 생각한 후 말했다.
“힘든 일을 굳이 형님이 하실 필요 없잖아요?”
“무슨 뜻이지?”
“저들은 지금 형님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자리에서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 저들이 보물을 찾도록 놔두세요. 인력과 재력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으니까 훨씬 효율적일 거예요.”
“다 찾은 다음에 싹 죽이고 보물을 차지한다?”
“바로 그거죠.”
기수는 씩 웃었다.
실컷 부려먹고 나서 ‘보물을 찾았다!’ 하고 환호할 때 좌절감을 안겨주면서 복수를 완성시킨다.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여자한테 원한을 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똑똑한 여자한테는….
약선문에 돌아온 기수는 전과 다른 대접을 받았다.
형의 보표보다 자기 보표가 낫다는 사실을 검증받은 고원달은 어디에 가건 기수와 동행했고. 비단옷도 자기 옷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새로 지어주었다.
장원 안에서 마주치는 무사들도 기수를 보면 예전보다 훨씬 정중하게 인사했다.
구화산에서의 일을 모두 알게 된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들이 깡총깡총 뛰는 흉내를 내면서 싸우던 상황을 실감나게 전해주어서 기수에게 그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무사들까지 있었다.
기수는 시간이 없어서 완곡하게 거절했다.
밤새 운기조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낮에도 시간만 나면 탁지연과 대련을 하거나 혼자서 분광권 수련을 했다.
나머지 11명과의 대결이 그에게 동력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무공만 익히면서 살 수 있겠는가.
특히 남자는 욕구를 분출시킬 필요가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고원달의 일정에 맞춰서 예전처럼 금련의 팀과 부용의 팀을 홀수 날, 짝수 날로 나눠서 만나주었다.
금련은 호출을 받아서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왜 또 찾으실까?’
안채에 들어가 절을 하자 고원지는 일단 자기 시녀들을 전부 내보냈다.
그리고 단 둘만 남게 되자 금련에게 물었다.
“양소협이 돌아오고 나서 했지?”
“예? 뭐, 뭐를요?”
“남자하고 할 게 뭐겠어?”
“아! 예…. 그, 그거요? 그게 그러니까….”
존귀한 신분의 아가씨가 말 참 막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른대로 얘기해!”
“예. 했습니다. 했어요.”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좋았어?”
“예? 그, 그야…..”
“내가 말야. 아버지 몰래 서고에서 책 하나를 봤는데…. 거기 써있기로는 여인이 절정을 맛보면 그 느낌을 절대로 못 잊는다고 하던데….”
“호호…! 무슨 책이기에 그런 얘기가 다 적혀 있나요?”
“어쨌거나. 그 절정이라는 거 말야. 너도 경험해 봤어?”
금련은 긴장을 풀고 조금 편한 마음이 되었다.
“그야. 당연히 경험해 봤죠.”
“기분이 어때?”
금련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고원지에게 되물었다.
“지난번에 양소협과 하면서 못 느끼셨어요?”
“아프기만 하던걸.”
“하긴…. 저도 스물 이전엔 안 느껴지더라고요. 그 이후에 느낀 것도 요즘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지만. 호호호!……”
고원지는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나이가 들어야 느낄 수 있는 거야?”
“나이보다는 몸이 조금씩 개발되는 거죠. 개인차도 있고.”
고원지가 망설이다가 또 물었다.
“그 개발이라는 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이왕 정조도 포기한 마당에 그 절정이라는 것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게 말이죠. 사람마다 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 없어요.”
“그래도 대체적으로….”
“일단 기본은 남자가 단단하고 오래 버티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보면 되고요. 평소에도 자기 몸을 스스로 만져서 민감하게 만들 수 있어요.”
“자기 몸을 만진다고?”
“예. 잠자기 전에 베개로 하는 그거 있잖아요.”
“베개로 뭘 하는데?”
“호호호….! 아가씨는 다른 거로 하시는구나. 그럼 탁자 모서리에 대고 비비는 그거 있잖아요.”
“글쎄 그게 뭐냐니까?”
“아가씨는 손이나 붓을 쓰시나 보죠?”
“손이나 붓으로 뭘 어쩐다고?”
고원지의 답답해 하는 표정을 보며 금련은 그녀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 전혀 경험이 없음을 알았다.
“아….! 가야 할 길이 머네요.”
“멀어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따라와.”
고원지는 금련을 자기 침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시녀들에게 절대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엄명한 후에 문을 잠갔다.
“자! 어떻게 해야 자기 몸을 개발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줘.”
금련은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원지의 말 한 마디에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걸 꼭 가르쳐 줘야 하나? 난 혼자 저절로 익혔는데.’
고원지가 상기된 얼굴로 재촉했다.
“어떻게 해야 되냐니까?”
금련은 일단 그녀를 침상에 뉘었다.
“자. 다리 벌리세요. 긴장 풀고요.”
고원지가 시키는 대로 하자 금련이 치마 아래로 손을 넣었다.
“아이. 간지러워.”
“가만히 계세요.”
“아! 거, 거기는….. 아아…..”
“어머! 아가씨 무모네요? 와! 신기해라…. 어디 좀 봐요.”
“꺄악! 어딜 들춰?”
“호호호…! 만지기도 하는데 보면 좀 어때요?”
“안 돼! 절대로 안 돼!”
“아, 알았어요.”
금련의 손이 더 깊이 파고들자 고원지는 몸을 비틀었다.
“아아…! 간지러워서 못 견디겠어.”
금련은 다른 손으로 그녀의 힙을 찰싹 때렸다.
“가만히 있어요! 가르쳐 달라면서요.”
한 대 맞은 고원지는 말 잘듣는 아이가 되었다.
“다리 좀 더 벌려 봐요. 옳지… 조금만 더…”
금련은 손가락 두 개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 기분이 어때요?”
“아아….! 이상해. 그런데…. 아주 좋아….”
“자, 이제 아가씨 손으로 해보세요.”
고원지는 금련이 하던 그대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예전에 양일의 혀와 입술이 닿았던 때가 떠오르면서 그녀의 입에서 교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