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17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그러나 기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공이 깊어지면서 오감이 예민해진 그는 다른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처음엔 얼핏 꽃향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동굴 어딘가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틈이 있어서 냄새가 흘러들어왔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수가 맡은 냄새엔 여인의 체취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탁지연은 남장 중이라 어떠한 화장도 하지 않았고 향수도 당연히 쓰지 않았다. 이번에 함께 온 60명 중에 향수냄새를 풍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 여자가 있었나? 누구지?’
약선문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고원달이 길을 재촉했다.
“너무 예민할 필요 없어. 어서 가자고.”
기수는 일행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동굴 탐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수는 이곳이 드래곤 던전이라서 몬스터도 출몰하고 함정도 있고 했으면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거의 한나절을 헤맨 후 휴식을 취하면서 약선문 제자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혹시 여기 아무 것도 없는 거 아냐?”
종일 종유석과 석순만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고원달은 그 얘기를 듣고 대뜸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웬 재수 없는 소리야!”
“어이쿠! 죄, 죄송합니다.”
그때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던 제자가 갑자기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야! 넌 왜 그래? 누구한테 맞은 것도 아니면서.”
흔들어 일으키려 했지만 그 제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헉! 주, 죽었다.”
“뭐라고?”
제자들 모두가 몰려들어 그를 살펴보았다. 숨이 끊어진 게 분명한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불을 좀 비춰보세요.”
탁지연이 시체의 뒤통수를 더듬더니 뭔가를 뽑아 들었다.
“암기예요.”
그녀가 들어 올린 것은 샤프심 만한 길이의 강철 바늘이었다.
고원달은 검을 뽑아 들고 죽은 제자가 앉았던 뒤쪽을 향해 외쳤다.
“웬 놈이냐! 모습을 보여라!”
그러나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그는 기수를 바라보았다. 일행 중 기수가 가장 고수니까 뭔가 알아차리지 않았는가 하고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기수는 당황스러웠다. 그 정도 크기의 바늘이 사람 몸에 박힐 정도의 속도로 날아왔다면 소리를 들었어야 하지만 여인의 체취에 골몰하느라 주변 경계를 잠시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뒤통수를 때리고,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기 때문에 동굴 벽에 소리가 울려서 바늘 날아오는 소리를 가린 면도 있었다.
기수가 고개를 가로젓자 고원달은 잔뜩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양일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라면 어둠 속의 암살자는 양일 이상의 고수, 적어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고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이 동굴 안에 약선문 이외의 사람이 들어와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고원달은 큰소리로 부르면서 다른 일행과 합류를 시도했다.
기수는 딴 생각 하지 않고 주변의 소리를 정신 바짝 차리고 들었다.
미지의 암살자가 있다는 것은 그로서도 꺼림칙한 일이었다.
‘드래곤 던전이었으면 좋겠다던 생각 취소다. 씨발.’
다들 한 손엔 관솔불, 다른 손엔 무기를 들고 사방을 경계하며 이동했고 오래지 않아 고원정의 팀과 만날 수 있었다.
고원정은 고원달을 반가이 맞았다.
“찾았느냐?”
“형님. 그게 아니라… 우리 이외의 사람이 이 동굴 안에 있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예. 그자가 던진 암기 때문에 제자가 한 명 죽었습니다.”
고원정의 얼굴도 심각하게 변했다.
“도대체 누가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단 말이냐?”
“저도 모릅니다. 빨리 아버지와 의논해야 합니다.”
무리를 합친 형제는 30분이나 이동한 뒤에야 고무학을 만날 수 있었다.
동굴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원달의 보고를 들은 고무학은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이 있다고?”
“이걸 보십시오.”
고원달이 바늘 암기를 내밀자 고무학은 발을 구르며 분노를 터뜨렸다.
“마교놈들! 기어이 우리 뒤를 따라왔구나. 그토록 조심을 했건만.”
고무학은 적이 나타난 이상 흩어져서 수색의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뭉쳐서 힘을 모으는 쪽을 택했다.
막내 고원회도 불러서 한꺼번에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보물을 빨리 찾기보다 독차지하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모이자 갑자기 동굴 내부에 여인의 교소가 울려 퍼졌다.
“호호호호………!”
약선문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워낙 소리가 반사되어 들려왔기 때문에 방향은 가늠할 수 없었다.
고무학은 이를 갈았다.
“우리의 움직임을 보고 자신의 존재가 드러났다 생각하고 이제 아주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로구나. 건방진 것!”
고원정의 보표 팽무진이 나서서 말했다.
“문주님. 일행은 계속 수색을 하십시오. 제가 단독으로 동굴 안을 돌아다니면서 저 계집을 찾아서 잡아오겠습니다.”
고무학이 반색을 했다.
“그래주겠는가?”
약선문 제자들 여럿이 움직이기보다는 고수 한 명이 움직이는 편이 사냥에는 훨씬 효율적일 것이었다.
그리고 고무학의 시선이 기수 쪽으로 향했다.
은근히 ‘너는?’ 하고 묻는 표정이었다.
“저도 주변 수색을 하겠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고맙네.”
그렇게 해서 팽무진과 기수는 각각 좌우로 흩어져 여마두 수색을 시작했다.
확실히 혼자 움직이니까 빠른 면은 있었다.
기수는 종유석 사이를 휙휙 날아다니기도 하고, 박쥐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면서 동굴 내부 지형 익히기부터 시작했다.
‘숨을 곳 진짜 많네.’
워낙 바위틈이 많아서 숨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절대 못 찾아낼 것 같았다.
‘도대체 누굴까?’
달랑 여자 한 명이라면 60명을 상대하기엔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암기로 살인을 하고, 웃음소리로 자기 정체를 드러낸 것은 그만큼 무공에 자신이 있거나 다른 동료들이 있다는 의미였다.
30분 정도 헤매 다니던 기수는 생각을 바꾸었다.
‘가만 있어봐… 내가 이렇게 열심히 찾아다닐 이유가 있나?’
그녀의 목적 역시 보물을 찾는 것이라면 결국에는 다 만나게 되어 있는데 굳이 약선문 사람들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주려고 자기가 뛰어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뭘 하는지 알게 뭐야?’
기수는 사방이 모두 가려진 바위틈을 찾아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외부와 차단된 동굴 내부이다 보니 조용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고, 눈비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운기조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야! 사람들이 동굴을 찾는 이유가 있었구나.’
기수에겐 지금 미지의 여인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내공 증진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개운하게 2시간 정도 운기조식을 한 그는 무리로 귀환했다.
고무학이 그를 반가이 맞았다.
“그래. 뭐 좀 찾았나?”
기수는 존나게 열심히 뒤지다 온 사람처럼 지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나. 좀 쉬게.”
기수는 탁지연과 나란히 앉아 건량을 나누어 먹었다.
그녀가 물었다.
“마교가 따라온 걸까요?”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저야 그렇지만, 형님의 보물은…”
“후후…. 걱정하지 마. 결국은 힘 있는 사람이 가지게 될 거니까.”
혈천제 정도의 고수가 아니라면 보물은 자기 것이라는 게 기수 생각이었다.
그때,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용변 보러 간 제자가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가봤더니 죽어 있었던 것이다.
어디를 가건 조를 짜서 함께 움직이라고 했지만 똥까지 함께 쌀 수는 없는 일이라 단독행동을 한 게 실수였다.
조사해본 결과 이번엔 목에서 바늘 암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고무학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 죽일 년이 감히…..”
죽은 사람 수는 2명에 불과하지만 약선문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엄청난 것이었다.
고무학이 기수에게 말했다.
“팽무진은 아까 보고를 한 후 곧바로 다시 찾으러 갔네. 양일 자네도 수고스럽겠지만 우리를 위해 힘을 좀 써주게.”
“걱정 마십시오. 동굴 안을 샅샅이 뒤져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기수는 탁지연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한 후 곧바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한참 거리를 벌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자 곧바로 으슥한 장소를 찾아 숨어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 좋다!’
공무원들이 일도 안 하고 시간외 근무 카드 찍는 기분이 이럴 것일까? 근무시간에 사우나 가는 기분이 이럴 것일까?
기수는 느긋하게 운기조식을 즐겼다.
내공이 CMA 통장 이자 복리로 붙듯이 늘어나는 게 기분 좋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수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나지막히 속삭이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조식을 멈추고 내공을 갈무리한 후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내려다봤다.
“아잉…천천히…”
“후후… 진짜 오랜만이네…”
남녀가 끌어안고 입맞춤을 나눈 후 남자가 여인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기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출렁! 드러난 여인의 희고 탐스런 유방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 사내가 분명 팽무진이었기 때문이다.
‘저 여자가 그동안 찾던 살인범이면 팽무진은 내통자?’
가능성이 큰 추측이었다.
팽무진도 자기처럼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니까 다른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 철산문을 멸문시키고 지도를 찾는 과정에서 신임을 얻어 결국 이곳까지 함께 온 것이다.
‘그렇다면 마교가 아니라는 얘긴데…’
하긴 무림맹과 전쟁 중에 보물찾기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전에 약선문의 담을 넘은 놈들은 자기를 찾기 위한 암천제의 부하들일 뿐, 장보도와는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의 배후엔 누가 있는 걸까?’
기수는 궁금증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을 주시했다.
처음엔 그들의 정체와 배후가 궁금해서 집중했는데, 나중엔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아흐… 아아…”
여인이 소리 죽여 교성을 토하는 것은 팽무진이 입과 손을 동시에 움직였기 때문이다. 입은 가슴. 손은 다리 사이. 철저한 분업체계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었다.
기수는 남의 정사광경을 훔쳐보는 게 상당히 뻘쭘했다.
그러나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스스로 섹스엔 자신 있지만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봐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일 수도 있었다.
‘공자님도 그러셨잖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여기 온 이후로 시청각 교육 시간이 너무 없었어.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기수는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면서 팽무진의 실력을 감상했다.
상하분업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그는 아래쪽 집중탐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수를 엄청나게 실망시켰다.
여인의 치마를 벗긴 게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아 놔! 왜 가리냐고. 무슨 모자이크도 아니고…’
기수는 자기의 위치를 노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자체 검열을 그냥 참고 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여인의 숨 넘어가는 반응을 통해 팽무진이 나름대로 노련한 테크니션이란 사실은 짐작할 수 없었다.
다행히 검열 씬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시간이 충분히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빨리 본 게임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엔 여인이 팽무진의 바지를 벗겼다.
기수 입장에선 별로 궁금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광경이 드러났다.
‘바로 이걸 모자이크 처리 했어야지! 뭐 볼 게 있다고…’
그러나 다음 장면은 또 봐줄만 했다.
여인이 자신의 테크닉을 자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컨셉은 게걸스러움이었다.
머리가 빠르게 앞뒤로 움직이는 바람에 요란한 사운드가 들려왔고 동시에 손도 바쁘게 움직여서 팽무진으로 하여금 신음을 토하게 만들었다.
기수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 하네. 10점 만점에 8점!’
얼굴만 조금 더 예쁘고, 20대 초반만 되었으면 9점까지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으… 못 참겠다. 빨리 시작하자.”
팽무진이 재촉하자 여인은 누울 곳을 찾아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암벽 동굴 안이다 보니 바닥이 다 울퉁불퉁하고 딱딱했다.
그녀는 바위를 잡고 엎드렸다.
팽무진은 그녀의 치마를 허리 위로 걷어 넘겼고, 비로소 치마 속 풍경이 밖으로 드러났다.
여인은 피부가 흰 편이었다. 그리고 힙 라인에 적당한 살집이 있어서 그 자세에서 드러난 곡선이 대단히 육감적이었다.
‘흐음…. 10점 만점에 8점. 아니, 7점.‘
아무리 굶었어도 채점 기준은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팽무진은 본 게임을 시작했고 여인은 손으로 입을 막고 교성을 질러댔다.
기수는 거기서부터 시선을 거두었다.
단순 반복 작업은 별로 볼 게 없기 때문이었다.
‘아! 이제부터 고문이 시작되겠구나.’
신혼부부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심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