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18
팽무진과 의문의 여인.
그들의 정사는 가열차게 진행되었고 기수는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남 생각은 전혀 안 해주네.’
마음 같아서는 확 뛰쳐나가 귀싸대기를 한 대씩 때려주고 싶었지만, 몰래 숨어서 본 쪽은 자기니까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을 제압하는 것은 전혀 득 될 일이 없었다.
‘누구 좋으라고?’
약선문은 타도대상인데 그들의 불안요인을 제거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저 바라는 건 그들이 빨리 섹스를 끝내주기만 원할 뿐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끝나버렸다.
‘벌써? 팽무진 저놈 의외로 약하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다시 머리를 내밀었다.
여인은 팽무진의 목에 매달리며 좋다고 아양을 부렸다.
“자기 정말 굉장했어! 역시 정력은 자기가 최고야. 호호호!”
기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정력 최고라고? 10분도 채 안 한 거 같은데?’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나만 30분 이상 해주는 건가?’
기수는 자기가 그동안 봤던 AV 교재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전 과정을 지긋하게 본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중간에 빨리감기를 눌렀기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해줘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던 기수는 여인에게서 나는 갑작스런 사운드에 깜짝 놀랐다.
푸르르….! 하고 말이 투레질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자. 아무리 스스럼없는 사이라고 해도 그렇지 남자 앞에서 방귀를 뀌냐?’
그런데 그 소리가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고 연거푸 났다.
팽무진이 웃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또 그 소리 내네.”
“호호호…..! 자기가 바람을 많이 집어넣어서 그런 거잖아.”
팽무진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기수는 잘 이해가 안 됐다.
‘바람을 넣었다고? 그럼 뒷문이 아니라 앞문에서 난 소리란 말야?’
무슨 밥 먹고 트림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그런 소리가 난단 말인가?
여인은 허리를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는데 다시 푸르르…. 소리가 연거푸 났다.
기수는 여자에 대해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여러 여인과 여러 상황에서 정사를 벌이면서 그동안 동정이던 시절에 간직했던 환상들이 많이 깨진 상태였다.
여자들은 위생문제에서 상당히 불리한 신체구조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좀 거시기 한 장면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런 사운드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아~! 인체의 신비여.’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눈 후 각자의 길로 가버렸다.
기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투레질인지, 트림인지는 나중 문제고 우선은 팽무진이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본진에 도착해 보니 팽무진도 막 합류한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 소득이 없다는 보고에 고무학은 실망했지만 먹을 것을 내어주고 쉬라고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기수는 일부러 팽무진 옆에 앉아서 음식을 먹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 여자. 누굴까?”
팽무진은 기수가 옆에 앉은 것에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알아?”
기수의 염정구심술은 이미 상대와 심리적 동조를 이룬 상태였다.
‘냉심선자라고 하지. 후후후…. 나와는 동문수학했고 암기술과 경공술은 나보다 낫다고 할 정도야. 너희들 목숨은 전부 다 우리 손아귀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기수는 코웃음을 쳤다.
‘냉심선자? 푸르르~선자라고 하는 게 맞지 않냐?’
기수는 다른 질문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따라온 걸까? 마교의 정보력은 정말 대단해.”
“그러게 말야.”
그러나 팽무진의 머리속 생각은 달랐다.
‘마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게 다 우리 삼황맹의 안배라는 사실을 알면 아마 놀라 까무러칠 거다.’
기수는 깜짝 놀랐다.
‘삼황맹이라고?’
그보다 더 그를 자극한 단어는 ‘안배’라는 말이었다.
‘안배라면, 설마…..’
기수는 다급하게 다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여기 보물이 있긴 있는 걸까?”
“있겠지.”
그러나 속생각은 달랐다.
‘보물 같은 소리 하네. 백날 찾아봐라. 나오는 건 박쥐 똥 밖에 없을 거다.’
기수는 먹던 건량을 툭! 떨어트렸다.
배신감과 허탈감 때문에 팽무진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뭐야! 씨발….! 보물이 없다고? 아, 놔. 존나 빡쳐!’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다.
“왜 멀쩡한 음식을 버리고 그래? 배 안 고파?”
“응. 갑자기 속이 뒤집어지네.”
기수는 벌떡 일어서서 팽진철의 곁을 떠났다.
그러나 흥분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으아……! 미치겠네. 보물이 없다고? 저 년놈들을 그냥 확!’
그러나 그 두 사람을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그리고 탁지연을 보고 참아야 했다.
‘그래. 복수나 도와주고 말자. 에휴~ 내 팔자에 보물은 무슨….’
탁지연은 약선문에 복수하고, 자기는 팽무진과 푸르르선자, 그리고 삼황맹에 복수를 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때 망을 보던 약선문 제자가 달려와서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문주님! 이쪽으로 좀 와보십시오.”
“무슨 일이냐? 누가 또 당했느냐?”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불빛이 보입니다.”
“불빛이라고?”
모두들 우르르 몰려가서 보니 정말 먼 곳에 은은하게 밝혀진 빛이 보였다.
고무학은 모두에게 무기를 뽑아들도록 하고 불빛을 향해 달려갔다.
동굴 안에 불을 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계속 암살당하면서 쫓겨다니기보다는 맞닥뜨려서 싸우는 게 심정적으로 더 편했다.
그러나 한참을 달려 등불이 켜진 곳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었다.
대신 누군가 쇠 지렛대로 바위를 치우다가 급히 도망친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고무학은 주변을 살펴보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 바위를 치우려고 했지?”
그러더니 지도를 꺼내어 주변 지형과 대조해보다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찾았다! 바로 여기야!”
약선문 제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들 들떴지만 기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팽무진을 쳐다보니 그는 고원정과 함께 기뻐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저 새끼. 연기하고 있네.’
그런데 들뜬 분위기가 지속되니까 기수도 거기 휩싸이게 되었다.
‘혹시 염정구심술에 에러가 생겼나? 가서 다시 한 번 읽어볼까?’
그러나 팽무진은 기수와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제자들 일부는 암살자가 돌아올 것에 대비하여 망을 보고 나머지는 주변의 바위를 치우는데 다들 매달렸기 때문이다.
“와아…..!”
함성이 터졌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큰 바위를 치우자 네모반듯한 새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고무학과 그의 아들들이 앞장섰고 약선문 제자들도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기수와 탁지연도 동굴 내부를 둘러보며 들어갔다. 이제까지의 동굴과는 다르게 벽면과 천장 모두에 사람의 손으로 다듬은 흔적이 있었다.
탁지연이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요. 형님.”
그러나 기수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글쎄. 아직 한 가지를 확인해봐야…….”
그러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팽무진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는 동굴 입구에 혼자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웃고 있는 흰 이빨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기수는 그가 일행과 함께 들어오지 않고 혼자 떨어져 있는 이유를 짐작하고 위기감을 느꼈다.
‘저놈이 설마…..’
다들 보물 찾을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한 사람이 뒤에 처졌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팽무진은 벽에 숨겨져 있던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천장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석벽이 떨어져 내렸다.
기수는 순간 결단을 내려야 했다.
석벽의 하강속도와 자신의 선풍비 속도를 고려하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가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탁지연을 놔두고 가야 했다.
그녀를 안으면 무거워져서 자칫하면 한꺼번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나만 빠져나갈 수는 없지. 아냐! 나가서 팽무진을 족치면 문 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망설이는 사이에 기회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꽝! 하는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입구가 막히자 들떠서 안으로 들어가던 약선문 제자들이 깜짝 놀라 되돌아 나왔다.
고무학이 기수에게 물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팽무진이 기관을 작동시켜서 우리를 가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하, 함정이라고?”
“그렇습니다.”
“하, 하지만 이 지도를 보면 분명히……”
고무학은 그 와중에도 재물욕을 이기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가 막힌 건 막힌 거고 보물과 무공비급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20분 뒤.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는 건 암벽뿐이었다.
입구 쪽은 인공으로 다듬은 흔적이 있었지만 내부는 자연 동굴이었고, 중요한 사실은 사방이 완전히 막혔다는 점이었다.
당황한 고무학은 아들 고원정을 다그쳤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고원달은 형이 아버지한테 혼나는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맞아, 형! 도대체 왜 저런 사람을 보표로 뽑은 거야?”
그러나 고원정이라고 해서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
“팽무진이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어. 그는 그동안 충성을 다 바쳤고, 장보도를 찾는 데도 앞장섰잖아. 아!…. 그러고 보니….”
철산문에서 지도를 찾아낸 건 바로 그였다.
고무학이 중얼거렸다.
“그가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도를 찾았단 말인가? 하지만 왜?”
약선문과 원한이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복수하는 게 훨씬 편했을 것이었다.
기수가 말했다.
“그것은 나중에 나가서 놈을 잡은 후 따져 물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빠져나갈 틈이 있는지부터 찾아봅시다. 모두 일정 간격으로 구획을 나누어 서십시오.”
그는 어느 정도 마음속에 의심이 있었기 때문에 패닉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가장 빨랐다. 60명 가까운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식량이나 식수 이전에 산소가 먼저 부족해질 수도 있었다.
약선문 제자들은 동굴 내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탈출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찾은 거라고는 천장 쪽에 공기가 들어오고 물이 똑똑 떨어지는 1미터 정도의 갈라진 틈이 있는 게 전부였다.
기수와 고무학은 관솔불을 바짝 대고 그 틈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구멍을 넓히려고 했다가는 천장의 암반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고무학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왜!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고작 자기네 60명을 가두려고 그토록 공들여서 암호지도를 만들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알 수 없었다.
이번 일을 기획한 것은 삼황맹이고, 그 지도를 만든 것은 중원의 협력자인 제갈세가였다. 제갈세가는 예로부터 머리 쓰는 쪽으로 재능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지도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삼황맹은 신강, 청해, 서장의 세력이 힘을 합친 조직으로 오래전부터 중원 땅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중원은 무림맹과 마교의 각축장.
삼황맹이 끼어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중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제갈세가 같은 문파들과 손을 잡았고, 그 다음으로 꾸민 계획이 바로 가짜 장보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홍안산에 거대한 함정을 파고, 거기에 무림맹과 마교를 전부 유인해 집어넣어 몰살시키는 게 삼황맹의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미끼가 필요했다.
약선문이 바로 그 미끼 역할을 하게 된 것이었다.
고무학은 모르고 있지만, 그들이 산동을 떠난 직후 무림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제갈세가가 퍼뜨린 그 소문의 내용은 엄청난 것이었다.
‘독종 약선문이 고대의 무림비급 숨겨진 장소를 알아내어 찾으러 갔다. 그들이 천하제일의 무공을 손에 넣으면 환우구종 중 으뜸이 될 것이다.’
소문을 접한 무림문파들은 즉시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약선문의 문주와 세 아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고, 약선문 측에서는 그 사실을 극비에 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히 장보도에 대한 소문만 퍼졌다면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약선문이 정말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소문은 신빙성을 띠고 퍼져 나가게 되었다.
마교와 무림맹의 싸움에 쏠려 있던 관심이 일시에 독종과 천하제일 무공 쪽으로 쏠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충분한 관심이 모이자 제갈세가는 준비된 두 번째 소문을 퍼뜨렸다.
‘홍안산 근처에서 약선문 제자를 본 사람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천하제일 무공이란 말에 솔깃한 무림인들이 속속 홍안산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마교와 무림맹도 마찬가지였다.
싸움까지 휴전하고 모두 다 홍안산으로 몰려갔다.
천하제일의 무공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지만, 그 확인을 상대편이 하게 놔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가야만 했다.
동굴에 갇힌 약선문 사람들은 바깥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저 탈출구를 찾기 위해 애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