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45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
그것은 탁지연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입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혀나 뺨 안쪽으로 어떤 자극을 가할 수 있는지, 그녀는 늘 뭔가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실전에 적용하면서 하나씩 인벤토리를 늘려가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다소곳이 무릎 꿇은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도발적이었고, 올려다보는 눈빛은 기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손까지 가세하자 기수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으으…. 오우……!”
그때 갑자기 탁지연이 입을 떼고 물었다.
“이젠 내가 더 낫죠?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
뜬금없이 무슨 질문인가 싶었지만 곧 당운영과 비교해달라는 의미임을 알아차렸다.
기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분명히 지금 탁지연의 실력은 당운영을 능가하고 있었다.
거의 막상막하라고 할 수 있으나, 서비스의 다양한 조합 면에서 약간 나았다.
머리 좋은 여자는 배우는 것도 빠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때로는 칭찬이 교만함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더 있을지 모르니까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의미로 칭찬을 보류했다.
그래도 일단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 같아서, 그녀를 위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탁지연은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곧 작업에 복귀했다.
“으으…..와우!…. 으으…. 오늘따라 더 대단한데?”
탁지연의 태도 변화는 생각의 변화 때문이었다.
다른 여자를 차단해서 기수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그것은 잘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른 여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녀가 다시 입을 떼고 물었다.
“기소협. 기소협은 왜 입에 하는 걸 더 좋아해요?”
“내가? 나 안 그러는데….”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반응이 완전히 다른데요 뭘.”
“그, 그런가? 하핫!”
“이유를 말씀해보세요. 솔직하게요.”
“그야 뭐… 당연하지. 입 안엔 혀가 있잖아.”
“아! 바로 이것 때문이었군요.”
그러면서 탁지연은 혀를 최대한 내밀어 존슨의 아래쪽 주머니부터 시작해서 긴 기둥을 지나 머리의 아랫부분까지 사악, 사악 상승하며 자극해주었다.
그리고 기수가 황홀해 하자 곧바로 자신의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전후진하는 스크류바 자극이 추가되었다.
“으으….! 도저히 못 참겠다!”
기수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함께 알몸으로 뒹굴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점점 더 짬뽕 맛에 길들여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날.
기수는 채주 모임에 불려갔다.
막붕비와 갈태독은 어제의 승전을 축하하며 기수에게 직접 술을 따라 권했다.
“범장! 이번 승전엔 너의 공이 가장 크다!”
“감사합니다!”
“놈들은 이제 강으로 나올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게 되었지. 하하하!”
“정말 잘 된 일입니다.”
기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나서서 양쪽을 한 번씩 도와줘야 비로소 균형이 맞는구나. 후후후…. 아무리 생각해도 난 대단해.’
갈태독이 기수에게 물었다.
“아미파 계집들도 혼내줬다지?”
“부끄럽습니다.”
“하하하! 우리 수로맹에 이런 인재가 있었다니… 강채주는 좋겠소,”
“예. 그렇습니다. 하하하!”
그러나 강대원은 그다지 좋아서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갈태독이 기수에게 말했다.
“어제의 전과를 맹주님에게 보고했는데, 거기 네 이름도 특별히 언급했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기수는 정말 고마웠다. 자기네 맹주 죽이러 온 사람을 이렇게까지 도와주다니.
수로맹주에게 적어도 두세 걸음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세 사람과 술을 마시고 나온 기수는 배로 돌아와 육대기에게 물었다.
“우리 수채에 대장간이 어디 있지?”
“강 남쪽 마을에 있습니다. 거긴 왜 찾으시나요?”
“만들고 싶은 무기가 있어서.”
육대기는 부하 하나를 불러서 길 안내를 하도록 했다.
기수는 졸졸 따라오는 탁지연과 함께 마을로 갔다.
대장간은 마을의 보통 상점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그런데 농기구보다 칼이 더 많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뭔가 좀 달랐다.
“무슨 일로 왔소?”
얼굴에 불친절이라고 써 있는 것 같은 거구의 사내가 기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함께 따라온 부하가 기수를 소개했고, 대장간 주인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범선장남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무얼 찾으십니까?”
“유성추를 하나 만들까 하는데.”
“아! 그 까다로운 무기를 쓰시게요?”
“까다롭다고?”
“그럼요. 배우다가 가장 많이 다치는 무기입죠. 하하! 선장님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만들 수는 있는 거지?”
“그럼요! 날이 있는 무기가 아니라서 벼릴 필요도 없죠. 사흘이면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크기는 어느 정도를 원하십니까?”
기수는 백리익의 유성추를 생각해보고 손으로 모양을 만들었다.
“이 정도 크기로 만들어 줘.”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딱 당구공 사이즈였다.
“그건 너무 작지 않을까요? 선장님처럼 신력을 타고나신 분이라면 참외정도 크기가 되어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으실 텐데요.”
기수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무거우면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 딱 이 크기로 만들어 줘.”
무기가 무거울수록 파워도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나 기수 정도의 고수라면 당구공 크기의 쇳덩어리로도 얼마든지 가공할 파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얘네들이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질량보다 속도를 올리는 편이 더 효과적이거든.’
질량이 2배 커지면 에너지기 2배로 늘지만, 속도가 2배 빨라지면 에너지는 4배가 된다. 그 때문에 총알은 기껏해야 몇 십 그램밖에 안 나가지만 철판도 뚫을 수 있는 것이다. 탁지연이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한테 그걸 이해시키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게 무기 제작을 의뢰한 기수와 탁지연은 부하를 먼저 배로 보내고 단둘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오랜만에 배가 아닌 곳에서 데이트를 했다.
탁지연은 살 게 뭐 그리도 많은지 짐이 한 보따리가 되었다.
그녀가 포목점에서 뭔가를 잔뜩 사면서 기수에게 슬쩍 물었다.
“기소협. 왜 난 임신이 안 되는 거죠?”
“왜? 아이 가지고 싶어?”
그거라면 자기를 확실히 묶을 수는 있을 것이었다.
“아, 아뇨. 꼭 그렇다기보다는 이상해서요.”
기수는 살짝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실. 난 몸에 문제가 좀 있어. 그래서 아무리 몸 속에 많이 해도 수태가 안 돼. 너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
“아! 그런 거였군요.”
탁지연은 안심하는 건지, 실망하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물었다.
“그럼 앞으로도 전 엄마가 될 수 없는 건가요?”
“그건 아냐. 내 내공이 완성되면 몸의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아! 다행이네요.”
그녀의 미소를 보며 기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2세를 낳겠다고 마음먹는다면야 너처럼 예쁘고 머리도 좋은 우월 유전자를 택하는 게 당연하겠지.’
예쁜 여자는 많이 만났지만 머리까지 좋은 여자는 흔치 않았다.
만약 탁지연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다면 적어도 사교육비 걱정은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언제 반박귀진의 경지를 넘어서느냐 하는 것이었다.
‘가만있어 봐! 애를 낳으면 난 여기 정착해야 하는 건가?’
그건 좀 문제가 있었다.
‘탁지연을 현대로 데려갈 수 있는 걸까?’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곳의 여자를 데려가는 게 가능하다면 탁지연 한 명만 되는지, 아니면 다른 여자도 되는지, 된다면 몇 명까지 가능한지 알고 싶었다.
기수는 마음속으로 자기를 여기 데려온 존재를 불렀다.
[이봐! 대답 좀 해 봐!]
대답이 없었다.
[어이! 신 님. 나하고 얘기 좀 하자고요!]
여전히 묵묵부답.
[오오…! 신이시여 제발 자비를 베푸소서!]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으으…! 빨리 수로맹주를 죽이고 물어봐야지.’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다른 생각도 들었다.
‘내가 데려간다고 해도 여자가 현대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길거리에 나가면 말이 안 통할 거고, 가전제품 다루는 법도 모르고, 법과 제도, 관습도 전부 새로 배워야 하는데… 그리고 현대는 일부일처제잖아!’
가장 심각한 문제가 그거였다.
연예인 뺨 왕복으로 치는 미녀들을 데리고 가봤자 호적엔 한 사람만 올릴 수 있다?
생각해보니까 그녀들은 호적도, 여권도 없었다.
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자 탁지연이 걱정되서 물었다.
“기소협!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 아냐. 이상한 기분이 좀 들어서….”
“무슨 이상한 기분이요?”
“인생이 참 무상한 거야. 그렇지?”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기수는 피식 웃었다.
‘그래. 난 여기 오면서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꿀을 빨아먹는 나비가 된 거야. 열매를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는 거였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완전 허탈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일장춘몽이라는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즐기자!’
기분이 갑자기 날아갈 것 같았다.
기수는 탁지연을 팔꿈치로 툭 치고 턱으로 객잔을 가리켰다.
“우리 저기서 잠깐 쉬고 갈까?”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좋아요!”
기수를 따라가면서 탁지연은 방금 전 기수가 괴로워한 게 자기가 임신 애기를 꺼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두 번 다시 그 얘기를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자기는 최소화하고 기수에게 최대한 맞춰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기수는 다시 대장간으로 가서 유성추를 찾았다.
기대한 것보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는 대장장이에게 돈을 넉넉히 집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인적 드문 숲에서 시범삼아 나무를 향해 던져보았다.
그립은 투심 패스트볼. 와인드업 하고, 짠! 던졌더니 나무줄기가 산산조각 났다.
탁지연이 옆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 위력이 대단해요.”
기수도 만족스러웠다.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는 것만 치명적인 게 아니라 이 쇳덩어리에 한 번 맞으면 두개골이고 갈비뼈고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방금처럼 던지는 것은 동작이 너무 크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상대가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어깨 이하의 관절, 가능하면 팔꿈치 아래로만 움직여서 날려야 상대가 대응할 시간을 빼앗을 수 있었다.
기수는 내친 김에 던지는 연습을 좀 더 했다.
몇 번 하니까 쌍권총 뽑듯이 허리 높이에서 던져 목표에 명중시키는 게 양손 모두로 가능하게 되었다.
기수는 줄을 50센티 정도만 되도록 잡아서 양손으로 철퇴 휘두르듯이 빙글빙글 돌리면서 나무와 바위를 후려쳐 보았다.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그렇게 좋으세요?”
“응. 관우하면 청령언월도, 장비하면 장팔사모. 그렇게 대표적인 무기가 있잖아. 이제 기수 하면 유성추로 알려지게 될 거야. 하핫!”
탁지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건 다루기가 너무 까다롭지 않나요?”
“어려우니까 내가 익히는 거지. 그 정도 핸디캡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
탁지연은 기수가 가끔씩 이상한 단어를 말하는 것에 대해 면역이 되었다.
물어봤다가는 얘기가 아주 길어지기 때문에 대충 문맥으로 알아듣고 넘어갔다.
심지어 몇몇 단어, 왓더퍽이나 씨발, 존나 같은 단어는 용법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자기가 써먹기도 했다. 그러면 기수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재미있어 했다.
“그런데 기소협. 범장의 얼굴로 유성추를 사용하면 나중에 본래 얼굴로는 쓰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뭐 어때? 세상에 유성추 쓰는 사람이 한둘인가? 범장일 땐 좀 서툴게 하면 되지.”
배에 돌아와서도 기수는 계속 유성추를 가지고 놀았다.
기본사용법은 금방 익숙해졌는데 고급기술은 역시 까다로웠다.
특히 백리익이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고난도 기법들은 아무리 내공이 뛰어난 기수라고 해도 많은 반복연습을 필요로 했다.
기수는 질리지 않고 그 기법들을 익혔다.
백일도, 천일창, 만일검이라고 하지만 그것들은 다 길이가 고정된 선분 형태였다.
유성추는 길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재미있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고 있는데, 해가 다 져서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을 즈음 졸개 한 명이 배를 저어 와서 명령을 전달했다.
“선장님! 채주님이 찾으십니다.”
기수가 그에게 물었다.
“26채, 28채 채주님들도 함께 계시냐?”
“아니오. 지금은 우리 채주님 혼자이십니다.”
기수는 강대원이 자기를 왜 부르는지 의아했다.
전에 탐탁치않아 하던 표정을 봐서인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채주가 부르는데 안 갈 수는 없었다.
그는 탁지연과 육대기에게 다녀오겠다고 얘기한 후 수적 졸개의 배를 타고 함께 강대원의 배로 갔다.
강대원은 다른 부하들을 모두 내보내고 선실에 기수와 단둘이 마주 앉았다.
저녁시간인데 밥이나 술은커녕 차도 내주지 않았다.
강대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수를 노려보다가 물었다.
“새 장난감을 구했다며?”
“예. 그렇습니다.”
기수는 그가 자기를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기분이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