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66
장진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자 기수는 그녀가 자신을 고문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온몸으로 매달리며 콧소리를 내던 여자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냉정하게 바뀐 모습이었다.
“누님! 누님! 진정하고 제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그래. 말해 봐.”
“그 채음보양인가 뭔가를 하려면 제게 내공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
“누님이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저한테 내공이 있나.”
장진은 곧바로 기수의 완맥을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손을 기수의 단전으로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완전히 텅 비어서 자신의 내력이 헤집고 다녀도 어떠한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표정이 다소 풀렸다.
‘내가 너무 민감했나? 이건 완전 하수, 맹탕이잖아?’
장진은 왠지 허탈하고 실망스러웠다.
단전에 얹혀졌던 그녀의 손이 조금 아래로 이동해서 아직까지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존슨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누나가 오해했던 것 같네. 미안…”
기수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 당당히 요구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입으로 사과하십시오. 입으로!”
“알았어. 사과할게.”
기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동시에 허망한 느낌도 들었다.
그동안 허리가 부러지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했는데 장진으로부터는 단 한 줌의 진기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러자 다른 것도 빠져나왔다.
“웁!…. 우웁….”
장진은 깜짝 놀랐지만 이젠 제법 익숙하게 처리를 해주었다.
“호호호!…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나오지?”
“누님의 실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장진은 마요네즈 처리를 마친 후 기수 위로 올라타고 앉았다.
그것도 마주보는 게 아니라 등을 보이는 방향이었다.
기수가 좋아하는 포지션과 방향을 택한 것은 오해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다.
기수는 그녀의 능수능란한 허리돌리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
‘이 여자는 나를 글자 그대로 연장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아.’
자기도 마찬가지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그 길이 막히고 나니까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 힙은 제법….’
기수는 역하트 형태에 동글동글, 탱글탱글 라인이 많이 가미된 장진의 힙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녀의 골반댄스를 한동안 감상했다.
그러나 약발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탁지연은 훨씬 라인이 예뻤는데…. 라인만 예뻤나? 마인드도 끝내줬지.’
그녀의 창의력 넘치는 온갖 시도들이 떠올랐다.
탁지연과 비교하니까 장진은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았다.
‘지연은 커녕 송란과 비교해도…..’
송란과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 무슨 가슴이 그리 작냐? 송란의 반만 되었어도!’
자신의 희망을 짓밟은 장진이 미워서 안 좋은 점만 자꾸 생각하다 보니까 오래 버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10분 만에 다시 분출을 해버렸다. 장진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엄마야! 안에 그냥 하면 어떻게 해?”
“아! 미, 미안합니다. 누님이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진은 아쉬운 표정으로 기수 얼굴과 존슨을 번갈아 봤다.
사실, 그 정도면 보통 남자들과 비교해서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난 이틀 동안 너무나 엄청난 지속시간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장진은 침상에서 내려갔다.
“그래. 그동안 피곤했을 테니까 좀 자 둬.”
“예. 누님도 좀 쉬세요.”
기수를 눈을 감았고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 밝자 깨끗이 목욕한 장진이 침상으로 파고들었다.
“나 왔어.”
“기다렸습니다. 누님.”
“그동안 충분히 쉬었지?”
장진은 뜨거운 숨을 내쉬며 기수를 덮쳤다.
기수는 마음껏 그녀의 육체를 탐닉했다. 하지만 그녀를 즐겁게 해주려고 배려하지도 않았고, 일부러 참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 욕심만 채우고 20분 만에 끝내버렸다.
“헉… 헉…. 그래도 어젯밤보다는 오래 했네?”
장진은 나름대로 만족했지만 그래도 첫날과 둘째 날에 워낙 대단했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예전의 기수로 되돌리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썼다. 나중엔 입술이 부르틀 정도가 되었지만 기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즐거움만 채우면 바로 바로 끝내버렸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분출이 이루어지면 목도 마르고 쉽게 피곤해진다는 점이었다.
‘아! 역시 난 내공을 되찾아야 완전해질 수 있어.’
기수는 아래쪽에서 열심히 쫍! 쫍! 거리고 있는 장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면서 생각했다.
‘이 누님은 도대체 언제까지 날 못살게 굴려나. 오늘밤도 자긴 그른 건가?’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장진이 아닌 오총관이 방문을 열고 말했다.
“오늘밤 떠난다. 준비해.”
기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고 했지만 장진의 경우엔 자기를 의심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
객잔을 나서면서 슬쩍 장진을 보았지만 그녀는 침상에서와는 전혀 다른, 냉정한 모습으로 기수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내가 좀 심했나? 그냥 좀 해줄 걸 그랬나?’
기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미안한 미소라도 지어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장진은 산으로 올라갈수록 얼굴이 점점 긴장되어서 기수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긴장한 건 오총관도 마찬가지였다.
기수는 은근히 불안감을 느꼈다.
‘이 두 사람은 상당한 고수인데 왜들 이러지? 혹시 진짜 귀신인가?’
갑자기 그동안 보았던 공포영화와 공포만화의 장면들이 섬네일 사이즈로 스쳐 지나가다가 그들 중 하나씩 화면이 커지면서 사람 심장을 덜컹거리게 만들었다.
기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저….. 진짜로 요괴가 나오나요?”
그러자 오총관이 검지로 입을 가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쉿! 조용해. 이제부터는 아무 소리도 내지 마라.”
“하, 하지만….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는데요.”
오총관이 기수의 어깨에 손을 얹어 잡아당긴 후 손으로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저기까지 올라가서 정상에 뭐라고 적혀 있나 보고 오면 된다. 그러면 은자 30냥은 네 것이 되는 거야.”
기수는 달빛 아래 어슴프레 드러난 산의 능선을 살펴보았다.
대낮이라고 해도 쉬운 등산코스는 아닐 걸로 보였다.
한밤중에, 더구나 내공도 랜턴도 없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었다.
“정상에 뭐가 적혀 있는 겁니까?”
“큰 바위에 뭔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저…. 혹시 불을 켜도 되나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오총관이 화섭자를 주었다.
“그럼 성공하고 이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하더니 장진과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기수는 장진과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치고 싶었지만 그녀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쳇! 정을 떼겠다는 건가?’
자기가 낮에 제대로 된 절정을 안겨주지 못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굴 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소나무 가지를 잘라서 관솔을 만들었다.
소나무는 생가지를 잘라도 불이 잘 붙기 때문에 횃불 대용으로 쓰기 딱이었다. 화섭자로 불을 붙이고 나니까 주변이 훤하게 밝아져서 귀신에 대한 공포도 싹 사라졌다.
‘그래! 어차피 은자 30냥 벌자고 시작한 일이잖아. 그 돈으로 집 한 채 빌린 뒤 내 힘으로 내공 연마하면 돼.’
기수는 정상을 향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길은 거칠었다. 왼손에 든 검을 지팡이 삼아 겨우 균형을 잡아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하지만 은자 30냥짜리 치고는 특별히 어렵다고는 할 수 없었다.
1시간 정도 걸려 절반쯤 올라간 기수는 세 번째 관솔가지로 불을 옮겨 붙였다.
그로 인해 주변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순간, 기수는 숲속에 떠있는 여자 얼굴을 봤다.
“허걱!…”
너무 놀라서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몸도 없이 얼굴만 공중에 떠 있는 여자라니.
그러나 그 모습은 불이 완전히 밝아진 후엔 사라져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씨, 씨발… 뭐야!”
기수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분명히 여자 얼굴이었는데….’
그게 귀신이라면 은자 30냥보다는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등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으으…. 이거 뒤 돌아보면 귀신이 왁! 하고 덤비는 거 아냐?’
도저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뒤에서 귀신이 덮친다면 그나나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죽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으으…. 도망쳐야 하는데…’
기수는 떨려서 걸음조차 내딛지 못했다.
그리고 문득 장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을에서 나섰던 사람들이 아무도 돌아오지 못해서 더 이상은 지원자가 없었다는 얘기.
그렇다면 방금 전 헤어질 때 장진이 자기를 쳐다보지 않은 것은 자기가 죽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을 떼려고 그랬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객잔에서 적극적으로 대시했던 것도 어쩌면 이 남자는 곧 죽을 거니까 자기에 대한 소문이 퍼질 리 없다는 계산에서 그리 한 것일 수 있었다.
‘가만있어 봐. 내가 죽을 줄 알고 보냈다면….’
산 정상에 무슨 글씨가 새겨져 있는지 알아 오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아냐. 애초부터 산에 글이 적혀 있을 리가 없잖아?’
기수는 비로소 자기가 미끼로 던져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장진과 오총관은 은자 30냥으로 사람을 꼬셔서 밤길에 던져놓고 자기네들은 다른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수는 분노를 느꼈다.
‘이건 나쁘다!’
처음부터 보수를 줄 생각이 없었던 거니까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악덕 고용주였다.
기수는 홧김에 뒤를 확! 돌아보았다.
“엄마야! 씨발!……”
혹시나 했는데 진짜로 뒤에 사람이 서 있었다.
온몸에 솜털이 곤두 설 만큼 겁나는 상황이었다.
기수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넌 뭐냐!”
굳이 물은 것은 귀신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2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여인.
얼굴에 흰 분칠을 잔뜩 하고 몸엔 온통 검은 옷을 입어서 어두운 곳에서 보면 얼굴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숲에서 본 게 바로 그녀였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관솔불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걸 보면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존재. 즉 귀신은 아닌 게 분명했다.
상대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자 약간은 공포가 누그러졌다.
그래서 검으로 그녀를 겨누며 호통을 쳤다.
“사람이라면 정체를 밝히고, 귀신이라면 썩 물러가라!”
그러자 여인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넌 제법 간이 크구나.”
“간만 큰 줄 아냐?….”
다른 것도 크다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여인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그 간을 꺼내어 먹으면 참 맛있을 것 같군.”
기수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엉덩이 쪽을 봤다. 혹시 꼬리가 튀어 나와 있나 확인하고 싶어서였는데, 그런 건 없었다.
“사, 사람 간을 먹겠다고?….”
“호호호!….아주 별미지.”
기수는 그게 자기를 겁주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차려! 양기수. 겁먹으면 그나마 있는 실력도 발휘할 수 없게 돼.’
기수는 심호흡을 하고 검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간을 먹겠다는 여자한테 쉽게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그는 있는 힘껏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여자가 나한테서 먹을 수 있는 건 따로 있다. 간은 절대로 아냐!”
“호호호!…. 오랜만에 배짱 있게 저항하는 놈을 만났군.”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소매가 흘러내리면서 긴 갈고리가 드러났다.
‘헉! 울버린이냐?’
그러나 자세히 보니 손목과 손등에 붙이는 무기였고 갈퀴도 2개였다.
“이걸로 네놈 배를 갈라주마.”
“흥! 웃기지 마라.”
“능력이 있다면 막아보렴.”
괴 여인의 갈퀴가 바람을 가르며 기수의 배를 그어왔다.
기수는 황급히 물러서며 검을 휘둘러 그 공격을 막아냈다.
쨍! 하며 검과 갈퀴가 부딪혀 노란 불꽃이 튀어 올랐고 두 사람은 간격을 벌린 후 다시 대치하고 섰다.
“호호호!…. 제법이구나.”
“그러네. 제법이네….”
기수는 자기 실력에 놀라서 어리둥절했다.
혹시나 해서 진기를 모아봤지만 여전히 단전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도 상대의 날카로운 공격을 제대로 막아낸 게 신기했다.
‘아! 내공이 없다고 해서 초식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자기는 그동안 막강한 내공으로 잔백지를 핑! 핑! 날리는 식으로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그 내공이 없다고 해도 몸으로 익힌 상춘관의 검법, 분광권, 월영검법, 마교의 탈백도, 동굴 기연으로 배운 검법등은 펼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공 없이 근육의 힘뿐이라고 해도 일단 검을 움직이는 이상 상대 입장에선 그 검에 자기 공격이 막히기도 하고, 또 그 검에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수는 갑자기 자신감이 폭증되는 걸 느꼈다.
“요괴건, 귀신이건, 구미호건 다 덤벼라!”
그리고 자기 쪽에서 먼저 상대를 공격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