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67
갈퀴 든 여인은 기수의 공격에 뒤로 밀렸다.
기수는 신이 났다.
“하하하!….. 내 검술이 어떠냐!”
여인은 입을 꼭 다물고 반격의 기회를 엿보았다.
초수가 누적되면서, 기수는 직감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분명 내공이 없어도 검초를 펼쳐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동작이 연결될 때마다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피로도도 빨리 쌓였다.
기수는 검의 무게 덕분에 초반에 상대를 밀어내고 몰아붙일 수 있었지만 내공이 부족하다 보니 방어할 땐 조금 더 밀렸고, 공격할 땐 원하는 만큼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그 차이는 컸다. 사실 고수끼리의 대결에서는 누가 1cm정도를 더 파고드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로도 승부가 갈리는 법이었다.
기수의 초식이 화려하고 복잡한 것에 비해 내공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상대도 곧 알아차리게 되었다.
“호호호!…. 이제 보니 잔뜩 겉멋만 들었구나.”
“다, 닥쳐라! 넌 날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그게 공허한 외침이란 건 누구보다도 기수 본인이 잘 알았다.
10여 초식을 더 겨루다가 결국 기수는 상대의 갈퀴에 검을 빼앗기고 말았다.
“크윽…….!”
시큰거리는 손목을 움켜쥐고 물러서는 기수를 향해 여인이 갈퀴를 휘둘렀다.
기수는 배를 향한 공격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다가 돌멩이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핬다. 여인은 잽싸게 달려들더니 기수의 혈을 짚었다.
“으으……. 제발 살려주세요.”
비굴하지만 정말 이런 곳에서 배가 갈라져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없는 내공을 검 휘두른다고 집중했었기 때문에 염정구심술을 쓸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오로지 매달려 빌어야 했다.
“호호호!…. 여기 발을 들여놓았으면 죽음을 각오했어야지.”
“전 애당초 이 산에 올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여자하고 남자가 돈 주겠다고 시킨 일이지?”
“아!…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그쪽을 잡으러 가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여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어차피 기문진을 못 뚫을 거야.”
“기문진? 아!….. 그런 게 설치되어 있었군요.”
기수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기문진법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여자한테 제압당해서 무력하게 삶을 애원하는 것도 싫었다.
따지고 보면 유소진을 만난 이후로 계속 일진이 안 좋았다.
‘유소진은 나를 토막 내려고 했고, 그 다음에 만난 장진은 날 딜도로 여겼고, 지금 만난 이 여자는 나를 식량으로 생각하는구나. 아! 왜 이렇게 운이 없담.’
여인이 말했다.
“그리고 너를 죽인 뒤에 잡으러 가도 시간은 충분해.”
“으으…. 제발 죽인다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호호호!… 방금 전에 날 죽이려고 검을 휘두르던 기세는 다 어디 갔지?”
기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영화 같은 데 보면 주인공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멋진 대사를 짠! 날려주고 하던데, 자기 일이 되고 보니까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수 없었다.
“저는 소저의 미모에 반해서 어떻게든 친해보려고 검을 휘둘렀던 겁니다.”
말하는 도중에도 앞뒤가 전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그렇게 횡설수설하면 안 되지!’
그런데 여인의 반응이 이상했다.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호호!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내 미모에 반했다고? 어디에?”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너 지금 귀신 분장하고 있다는 사실 잊은 거냐? 뭐 이런…’
어쨌거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소저를 처음 보는 순간, 저는 선녀가 나타난 줄 알았습니다.”
흰색으로 잔뜩 떡칠을 해놔서 눈썹도 안 보이고 눈과 콧구멍, 입만 위치를 알 수 있을 뿐이니 포괄적으로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너. 아까 나 보고 소리 질렀잖아.”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소리까지 다 질렀겠습니까?”
“그런가? 호호호!……”
기수는 상대가 바보라고 결론 내렸다. 여자들이 본래 예쁘다고 해주면 헬렐레하는 경향이 다들 있지만 이 여자는 좀 더 심한 것 같았다.
“아마 양귀비도 소저만큼 아름답지는 못할 것입니다.”
“호호호!… 기분은 좋구나. 그럼 이제 간을 먹어볼까?”
여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갈퀴로 기수의 상의를 젖혔다.
“으으…. 제발…. 소저처럼 아름다운 분이 입맛은 왜 그리 야성적이십니까. 날 것 잘못 먹으면 기생충 옮아요.”
“너 배에 이게….”
여인은 꺼져 가는 관솔불에 비친 기수의 복근을 보고 살짝 놀랐다.
남자의 울퉁불퉁한 근육이 꽤 보기 좋았고, 은근히 설레였던 것이다.
여인이 기수 옆에 앉아 얼굴을 가까이 가져오더니 갈퀴로 기수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쓸어넘겼다. 기수는 점혈 당해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 차가운 금속이 살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여인이 말했다.
“이제 보니까 너 참 잘 생겼구나?”
“하핫! 그, 그런가요?”
기수는 최대한 멋진 얼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오로지 이것만이 살아날 길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장동건이건, 이병헌이건, 원빈이건, 조인성이건 다 좋으니까 1분만 빙의해다오!’
그의 간절한 애원이 통했는지 여인의 눈빛이 몽롱하게 변하는 듯 했다.
그녀는 갈퀴를 빼더니 맨손으로 기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기수는 솔직히 갈퀴보다 손가락이 더 소름끼쳤지만 최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잘 생긴 남자야….”
여인은 같은 말을 반복하며 계속 얼굴을 쓰다듬었다.
기수는 삶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품게 되었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여인은 갑자기 기수를 번쩍 들더니 어깨에 들쳐 메고 자기 갈퀴와 기수의 검을 챙겼다. 그리고 산 위쪽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기수는 그녀 어깨에 눌려 배가 아프기도 하고 머리에 피가 몰려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살아났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한참을 산 위로 올라간 여인은 어느 동굴 깊숙한 곳에 기수를 던져놓았다.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는 동굴 밖으로 나가 버렸다.
기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녀가 돌아와서 무슨 짓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기수는 그저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거의 3시간은 됨직한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많이 기다렸지?”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얼굴의 분을 지우고 옷도 갈아입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기수는 그녀가 의외로 미녀라는 사실에 놀랐다.
‘저런 예쁘장한 얼굴로 어째서 간을 먹는다는 끔찍한 소리를 했을까?’
더구나 나이도 자기보다 꽤 어려 보였다.
“이봐. 넌 이름이 뭐지?”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난 양칠이라고 해.”
“양칠? 나는….. 설매라고 해.”
“설매라… 예쁜 이름인데? 얼굴만큼이나…”
설매는 배시시 웃었다. 아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예뻤다.
물론 눈가에 사악한 분위기도 여전해서 이제 와서 간을 먹겠다고 칼을 꺼내 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기수 눈에는 그게 섹시함으로 보였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오빠라고 한 번 불러 봐.”
“호호호!…. 네까짓 게 뭐라고 내 오빠가 된다는 거지?”
“하핫! 뭐 나이로 봐서 그렇다는 거지.”
인질범에게 최대한 인간적인 면을 어필해서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어느 영화에선가 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름도 알려주고 오빠란 호칭도 유도해 본 것이었다.
하나는 성공했고, 하나는 실패였지만 기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설매는 이런 산속에서 혼자 뭐 하는 거야? 외롭지 않아?”
“난 혼자가 아냐. 언니들이 많이 있어. 사부님도 계시고.”
“아! 그렇구나.”
기수는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려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그쪽으로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 괜히 사문이니, 의무감이니 하는 쪽을 상기시키면 자기를 죽이려 할지도 몰랐다.
뭐 하는 애들이기에 기문진에 요괴 분장을 하고, 또 장진과 오총관은 그걸 뚫으려하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설매가 자기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분명히 남자에 대한 호기심 때문임이 분명했다.
염정구심술을 쓰지 않고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설매의 눈빛이 아미파의 미림의 눈빛과 똑같기 때문이었다.
설매는 미림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좀 더 성숙한 호기심을 품었을 가능성도 컸다.
“설매는 남자하고 단둘이 있는 게 처음인가 봐?”
“응. 그래서 정말 궁금한 게 많아.”
“하핫! 뭐가 그리도 궁금할까?”
“그야 뭐…. 남녀 합방에 대한 거지.”
기수는 그녀가 너무 솔직하게 얘기한다는 사실에 긴장했다. 장진이 스스럼없이 대시한 것은 어차피 자기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설매도 자기를 죽일 생각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막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안 된다고 튕겨볼까?’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수명이 연장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닥이지 못하니까 그녀가 겁탈(?)하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기수는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거라면 넌 진짜 선생을 잘 만난 거다.”
“선생이라고?”
“그래. 그 합방이란 것도 말이지 무공과 같은 거라서 처음에 잘 배워야 돼. 안 그러면 나쁜 버릇이 생겨서 평생 고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설매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호호호!… 그런 얘기는 또 처음 들어보네?”
“아냐. 정말이야. 내 말을 믿어! 경험 많은 사람한테 기초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배워야 하는 거야.”
설매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넌 경험 많아?”
“후후…. 인스트럭터 자격증 시험이 있었다면 난 1급에 합격했을 거야.”
“인스트…. 그게 뭐야?”
“어쨌거나 이 합방이란 건 말이지.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선물 중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거야. 일단 그 참맛을 보게 되면 이 세상 어떤 일보다도 좋아하게 되어서 목숨과도 바꿀 정도가 된단 말야.”
“피! 거짓말….”
기수는 그녀가 점점 귀여워 보였다.
“아냐. 정말이야. 너도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들었을 거야.”
“응. 언니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어. 그래서 몹시 궁금해.”
“나하고 합방하면 그 얘기들보다 100배는 더한 기쁨을 맛보게 될 거야.”
“흥! 어떻게 그걸 자신하지?”
“넌 사람을 믿는 것부터 배워야 되겠다.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우리 일단 기초과정부터 시작해볼까? 나 혈도 좀 풀어줄래?”
“꿈도 꾸지 마.”
아쉽지만 입으로만 떠들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일단 나를 만져봐.”
“만지라고?”
“응. 네가 원하는 곳, 궁금하게 여기던 부위를 마음껏 만져 봐. 먼저 남자의 몸이 어떤가부터 알아야지.”
설매는 조심스럽게 기수의 팔과 가슴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걸 보니 경험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궁금한 부위가 그게 다야?”
“응. 일단은….”
“좋아. 그러면 입맞춤부터 해보자. 자, 이리 가까이 와.”
설매는 기수의 양 볼을 손으로 잡고 자기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서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기수가 그녀를 나무랐다.
“이래서 기초가 중요하다니까. 입술을 이 모양으로 살짝 벌리고 다시 갖다 대봐.”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자 기수는 혀를 이용해서 살짝 살짝 자극해주었다.
온몸이 다 굳어 있어도 눈동자, 그리고 입술과 혀는 자유롭게 움직였기 때문에 키스 테크닉이라면 못 할 게 없었다.
설매는 징그럽다며 물러서기도 하고, 간지럽다며 까르르 웃기도 했지만 결국 기수의 차분하고 꾸준한 지도에 감명을 받아 기초를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그녀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정말 기분이 황홀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좋아?”
“응.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이보다 더 좋은 예술도 가르쳐줄 수 있는데.”
그러자 설매가 요염하게 미소 지었다.
“그게 뭔데?”
“가슴을 좀 보여줘.”
“시, 싫어!”
“하하! 뭐 이제 와서 튕기고 그래? 합방이 궁금해서 왔다며?”
“하, 하지만…. 부끄럽단 말야.”
기수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남녀의 합방이란 건 말야.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야. 그러니까 부끄러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우리가 처음 태어나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그럼 조, 조금만 벗어볼까?”
“응. 천천히 해. 긴장 풀고….”
설매는 상의를 열어젖히고 속옷 끈도 풀었다.
“와! 너 가슴이 정말 예쁘구나.”
“정말? 난 좀 작다고 생각했는데…”
“아냐! 그 정도면 충분해.”
물론 충분하다고 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진과 비교하면 훌륭했다.
그리고 사이즈보다 형태와 탄력이 더 중요한데, 유두와 유륜의 색이 밝은 설매의 희고 탐스런 가슴은 그런 면에서 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리 가까이… 내 입에 닿게 해 봐.”
“시, 싫어! 왜 여기에 입을 대?”
“하하!…. 배우는 학생이 이거 저거 따져서야 쓰나.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다 좋은 일이 생기는 거야. 나를 믿고 이리 와 봐.”
설매는 망설였지만 온몸으로 퍼진 흥분의 열기가 한 번 해보라고 충동질을 했다. 결국 그녀는 용기를 냈다. 어차피 죽여 버릴 건데 뭐가 부끄럽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기수는 그녀의 살 냄새를 맡으며 일단 입술로 그녀 가슴 전체를 부드럽게 자극했다. 그리고 젖꼭지 주변을 한꺼번에 입으로 쑥! 빨아들였다.
“아악!…..아아….”
설매는 뜨거운 자극에 온몸을 관통하는 쾌감을 느끼고 전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