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74
밤새도록 동매에게 조이스틱을 빌려준 기수는 새벽이 되어서야 풀려났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거처에 돌아간 그는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아! 굶은 여자 무섭네….’
동매만 좋았던 게 아니라 자기도 제대로 즐겼으니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몸이 피곤했다. 내공과 정력 사이엔 별 상관관계가 없는 걸 지난번에 확인했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체력은 확실히 내공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동매처럼 과격한 걸 좋아하는 파트너에게 천국 투어를 시켜주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같은 체력소모를 유발했다.
‘아!… 지금의 몸으로 24시간 연속 섹스는 꿈에 불과하구나.’
연장이 아무리 24시간 굳건하게 버텨줘도 목수가 24시간 일할 체력이 없다면 다 소용없는 일인 것이다.
기수는 내공회복을 절실히 원하게 되었다. 동매보다 훨씬 더 한 여자라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일단 좀 자고….’
1시간 정도밖에 안 잔 거 같은데 사부가 깨웠다.
“배고프다! 밥!”
기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식당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엄청난 살기와 직면했다.
추매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헉!..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 걸까?’
모를 리가 없을 것 같았다. 동매가 쉬지 않고 교성을 질러댔으니까.
기수는 그녀가 뭐라 하기 전에 쟁반에 음식을 챙겨들었다.
“사부님이 배고프다고 난리셔… 빨리 안 가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실 거야.”
추매는 팔짱을 낀 채 노려보기만 할 뿐 한 마디도 안 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밥을 챙겨와 사부에게 드린 후 기수는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자기가 잘못한 건 없었다. 선반을 잡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추매 입장에선 그렇게 쉽게 이해해줄 것 같지 않았다.
사저한테 쪼는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까 그녀에게 따지진 못할 거고, 만만한 자기를 못살게 굴 게 분명했다.
‘좋다! 그들이 있을 때는 식당으로 안 가면 되지.’
아무도 없을 때 몰래 가서 먹을 것만 챙겨오고 그 외의 시간엔 이곳에서 지내면 그녀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소극적이긴 하지만 확실한 해결책이었다.
기수는 결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그에겐 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심법 세 가지를 각각 한 번씩 운기해 본 기수는 그것들을 각각 2개씩 조합해서 운기해 보았다. 뭔가 복잡한 동시에 자연스럽지 않았다.
세 가지 조합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세 방식을 동시에 운기하는 것은 오히려 뭔가 조화가 이루어졌다.
‘이거 신기하네. 진기를 세 줄기로 나눠서 동시에 돌리는 게 가능하다니…’
북궁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인 것 같았다.
기수는 저녁때까지 그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추매를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나중엔 운기조식 자체가 재미있어서 일어날 수 없었다.
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었는데 피곤하지도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북궁천은 그런 기수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자세를 푼 기수가 그에게 말했다.
“사부님! 이거 굉장합니다. 마치 단전 3개로 동시에 운기조식 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내공도 3배로 쌓이는 거 아닌가요?”
“히히!…. 성공이구나. 다행이다. 주화입마에 안 걸려서.”
“예? 주화입마요? 사부님이 시험해봤다고 하셨잖습니까?”
“각각 따로따로 해봤지.”
기수가 눈썹을 찌그러트렸다.
“얘기가 다르네요.”
“히히!….넌 단전이 비어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난 이미 운기하던 심법이 있으니까 다른 방식을 시도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 어쨌거나 살아서 다행이다.”
기수는 비로소 북궁천에게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북궁천의 관심 1순위는 무공, 2순위는 화장, 3순위는 옷, 그리고 네 번째가 제자라고 할 수 있었다. 1순위인 무공을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실험해볼 수 있는 재료.
그러나 기수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하나 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부님. 이 심법 이름은 뭐라고 하면 좋겠습니까?”
“네 덕분에 완성된 거니까 이름도 네 마음대로 붙이려무나.”
“사부님의 성을 따서 북궁심법으로 하겠습니다.”
“그거 좋구나. 히히!….”
북궁천은 기수 마음대로 지으라고 했지만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기수는 찬스다 싶어서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던 것을 물어보았다.
“사부님. 제가 듣기로, 남의 내공을 흡수하는 수법이 있다고 하던데요.”
“여러 가지가 있지.”
“그렇게 되면 그 흡수한 내공은 자기 것이 되나요?”
“왜? 그런 방법으로 고수가 되어보려고?”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강호에 나가서 그런 적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내공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요.”
“히히…. 아직 내공도 제대로 모으기 전에 빼앗길 걱정부터 하느냐?”
“유비무환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건 그렇지. 일단 남의 내공을 빨아들이는 데는 정말 수십, 수백 가지 다양한 수법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자기 내공으로 만드는 것은 꽤 까다로운 일이지. 무엇보다도, 다른 심법으로 익힌 내공끼리는 잘 섞이지 않거든.”
기수는 정신을 집중하고 들었다.
바로 자신이 태무신궁의 내공과 혈천제의 마공이 섞이지 않아서 능력이 80%로 제한되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걸 섞는 방법도 있습니까?”
“그게 쉽게 됐으면 온 세상에 남의 내공 빨아들인 고수로 넘쳐나게?”
“쉽지 않다는 건… 방법이 있기는 하단 말씀이네요?”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빨아들인 내공을 봉인해서 보관해두는 방법이 있다. 그나마 제일 쉽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응축한 내공을 자기 걸로 만들려면 오랜 세월, 마치 꿀사탕을 핥아먹듯이 조금씩 녹여내야 하지.”
“내공을 보관할 수도 있다니… 대단한데요?”
“안 그러면 모처럼 빨아들인 내공이 다 흩어져버리니까 아까운 일 아니겠느냐. 특별한 운기법을 익혀서 단전 안에 구슬 같은 걸 만드는데, 좀 까다롭긴 하지만 다른 방법에 비하면 비교적 쉽다고 할 수 있지.”
기수는 신에게 감사했다.
‘우리 사부는 무학의 위커피디아구나.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기수는 유소진이 제발 자기 내공을 보관하고 있기를 바랐다.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습니까?”
“큰 틀로 보자면 두 가지 정도 더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단전 안에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서 내공이 그쪽을 거쳐서 되돌아오도록 만들면 각각의 내공이 지닌 독특한 성분을 제거할 수 있단다. 그 방법을 쓰면 두 가지 아니라 100가지 내공도 자신만의 것으로 변환시킬 수 있지. 앞의 방법처럼 오래 걸리지도 않고.”
기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전 안에 또 다른 자신을 어떻게 만듭니까?”
“적사투관이나 천화난추의 경지를 넘어서면 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양신을 기른다는 것인데, 삼화취정 단계에서부터 가능한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오기조원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
얼핏 듣기에도 첫 번째 방법보다 극도로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 안에 나의 아바타를 만들고 거기에다 태무신궁 내공을 보낸 후 아바타 내공으로 돌려받고, 혈천제 마공도 보내서 아바타 내공으로 돌려받는다는 식이군.’
대충 돈 세탁 하는 방식 비슷했다.
“세 번째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건 더 어려운데, 처음에 상대방의 내공을 빨아들일 때부터 두 번째 방식을 시행하는 것이다. 즉, 상대의 몸을 양신으로 삼아서 서로 주고받는 거지. 이 경우엔 한 쪽이 일방적으로 내공을 빨리는 게 아니라 서로가 상대를 돕게 되지.”
“아! 그거요….”
“왜? 그것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
“아, 아닙니다. 그 방법이 참 이상적인 것 같네요. 서로 좋으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기수는 자기가 그동안 해왔던 음양대법이 바로 흡성대법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빠는 동시에 빨리니까 효율도 2배. 자기는 그렇게 고수가 되었던 것이다.
‘가만있어 봐. 그럼 혈천제하고 할 때, 서로의 내공을 완전히 전부 다 주고받았다면 음양대법 도중에 자연스럽게 믹싱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네.’
이제서야 알게 되었으니 과거를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설령 알았다고 해도 혈천제에게 자신의 능력을 모두 드러내는 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마옥혈린수를 제거했으니까 상관없지만.
‘그럼 뭐야. 유소진한테 빼앗긴 걸 되찾으려면 그녀하고 자야 한다는 건가?’
기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2사도 중 한 명하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보자마자 죽이기로 다짐을 한 상태였고, 그쪽 진영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테니까 보자마자 죽이려고 할 게 분명했다.
서로 심리적으로 하나가 되야 가능한 음양대법이니 유소진과는 불가능했다.
‘아! 씨발… 아까워 죽겠네.’
다시 생각해도 유소진이 미웠다.
그 내공을 모으기 위해서 정말 존슨 표피가 닳도록 열심히,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많은 내공을 홀랑 다 빨아가다니.
“뭘 그렇게 혼자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사부님. 그런 방법들에 대해 들으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무서워할 것 없다. 상대의 내공을 빨아들인 다음에 그런 방법들이 있다는 건데, 사실은 내공을 빨아들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와 심리적 동조를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애무와 에너지가 필요했던가.
북궁천이 말을 이었다.
“상대의 내공을 빼앗으려면 일단 안정적인 연결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어느 바보가 그렇게 가만히 있겠느냐.”
기수는 ‘저요!’라고 말할 뻔 한 걸 참았다.
“상대를 점혈하면 되지 않습니까?”
“점혈? 히히…. 기의 흐름을 막아놓고 어떻게 빨아들이느냐?”
“그것도 그러네요. 하지만….. 상대방을 점혈해 놓고 명문혈에 손바닥을 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북궁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공이란 본인의 의지에 훨씬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는 잘 빼앗기지 않는다. 내공에 월등한 차이가 있다면 그런 방법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차이 나는 상대의 내공 빼앗아서 뭐하려고? 건지는 것도 얼마 없을 텐데.”
“하핫!… 그런가요?”
기억을 돌이켜 보니 유소진한테 빨릴 때도 자기가 내공을 일으켰을 때 많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만약 이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지키는 쪽으로 갔을 텐데, 참으로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뭔가 상대와 연결될 다른 방법이 필요하지. 장 대 장으로 맞서서 겨룬다거나 하면 밀리는 쪽이 패하게 되니까 끝까지 연결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우연히 발생하는 거고 일부러 만들기는 어렵지.”
“채찍 같은 걸 상대의 몸에 박아넣는 건 어떨까요?”
“채찍이라… 어떤 재질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가능할 것도 같구나.”
“사부님! 내공은 강한 자가 약한 쪽을 빨아들이는 겁니까?”
“큰 차이가 날 경우엔 그렇지만, 그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자기가 이긴다는 믿음 같은 거 말이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몇 가지 기술도 있는데… 배워보겠느냐?”
기수는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발 가르쳐주십시오. 아! 제가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부하는 입장에서 알아두려는 겁니다. 방법을 알면 상대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고요…”
“히히…. 제일 효과가 좋은 거로 한 가지만 가르쳐주마.”
기수는 무학 백과사전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렸다.
종이에 적힌 구결을 단숨에 외우고 나니 기분도 좋아졌다.
‘그래. 유소진! 너 다음에 다시 만나면 이 수법과 내 의지로 본때를 보여주마.’
허기를 느낀 그는 별 생각 없이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밥을 먹고 있는 추매, 동매와 딱 마주치게 되었다.
‘아! 맞다. 나 이 두 사람을 피하는 중이었지!’
새로운 심법과 흡성공을 배운 게 기뻐서 잠시 그들을 잊었던 것이다.
고문 학습법 이후 기억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휘발성 메모리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기수는 빨리 밥 먹고 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밥그릇을 들고 튀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동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가서 자야겠다.”
기수 들으라고 하는 얘기였다. 그리고 추매 앞에선 냉랭한 표정이던 그녀가 기수 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에는 눈으로 기수의 다리 사이를 보면서 혀로 낼름낼름 모션을 취해 보이면서 생긋 웃었다. 기수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서 웃었다.
어젯밤 그녀의 입술과 혀가 해주었던 노고와 헌신이 떠올랐다.
그러나 동매가 나가고 나자 문제가 발생했다.
“웃어?”
추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웃다니? 내가 언제?”
“너. 사저하고 했지? 어제… 밤새도록….”
“아! 그, 그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해?”
추매의 오른손이 식칼 자루를 쥐고 있었다.
기수는 문 쪽을 봤다. 살아야한다는 본능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가 몸을 날리기도 전에 추매의 신법이 빛을 발했다. 식칼을 들고 문을 막은 그녀는 살 떨리게도 그 식칼을 기수의 하복부 쪽으로 겨냥하며 다그쳤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응?”
“이, 이봐. 진정해…. 진정하라고…”
“내가 진정하게 됐어?”
“일단 칼은 좀 내려놓고 얘기하자. 적어도 겨냥을 다른 쪽으로…”
“너같은 색마는 그냥 잘라버려야 돼!”
“워우! 워우! 색마라니? 무슨 그런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을… 난 정말 억울해. 내 말 좀 들어 봐.”
추매는 도끼눈을 부릅떴다.
“그런 짓을 하고도 할 말이 있어?”
기수는 손짓으로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어제는 사부님이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셔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단 말야. 그래도 최대한 빨리 여기 오려고 했어. 그런데 우물가를 지나는데 동매가 날 잡더라고. 자기 방에 뭔가 고칠 게 있다면서…. 그래도 난 널 만나러 오려고 했는데, 막 협박을 하는 거야. 그리고 일단 방에 들어가니까 힘으로 날…. 흑!… 흑!…”
“강제로 당했다고?”
“당연하지. 내가 무공에서 좀 딸리는 거 너도 알잖아? 내가 당한 거라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흑!… 흑!…”
여자들은 잘도 울던데, 아무래도 마지막에 흑흑은 오바한 거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추매는 식칼을 내려뜨렸다.
“사저라면 그러고도 남지.”
어라? 그냥 그렇게 납득하는 건가?
추매는 식칼을 던져 주방 기둥에 꽂아 넣고는 기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서, 설마… 너도 날 강제로 어떻게 하려고?”
“닥치고 따라와!”
기수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