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85
춘매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방금 그거 다시 한 번 해 봐. 그거라면 진천호도 막아내지 못할 거야!”
“하핫! 그, 그건 한 번 쏘고 나면 마나가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라서….”
“마나가 뭔데?”
“아! 그러니까… 내공이 채워줘야 다시 쏠 수 있어.”
말해놓고 보니까 배가 고팠다.
동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사숙은 왜 그런 절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진유룡에게 쓰지 않으셨지?”
“아! 그건… 최후에 창안하신 무공인데, 나한테 전수해주실 때까지도 미완성이었거든. 그걸 내가 최종적으로 완성시킨 거야.”
“와! 너 굉장하구나….”
“내가 좀… 그래. 하핫!”
기수는 자기를 바라보는 사매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요걸 어떻게 잡아먹을까?’ 하는 눈빛뿐이었지만 지금은 기대고 의지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기수가 당당히 가슴을 펴고 말했다.
“아까도 애기했지만, 난 사부님과 사숙의 원수를 갚을 생각이야.”
“나도 함께 하게 해줘!”
“나도!”
사매들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
기수와 함께라면 복수가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어차피 동창에게 평생 쫓겨 다녀야 한다는 점은 같겠지만, 그럴 바엔 복수를 하는 게 나았다. 만약 천호인 진유룡을 죽인다면 동창도 겁을 먹고 쫓는 흉내만 낼 게 분명했다.
기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5명의 얼굴을 봤다.
‘다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정신도 제대로 박혔구나.’
백문조가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특별히 충성스런 제자들로 골라 뽑았다고 했는데, 확실히 사람 보는 눈이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그 중 한 명인 하매는 에러니까 확률로 따지면 6분의 5 정도.
“좋아! 우리 여섯 명이 사부님과 사숙의 원수를 갚는 거다!”
그러자 춘매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둘둘 만 얇고 작은 책이었는데, 안엔 무공 구결이 적혀 있었다.
“그건 사부님이 하매를 위해 남기신 무공이야. 네가 익혀도 돼. 어차피 그 년에겐 절대로 주지 않을 거니까.”
기수는 그것이 자기를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고마워.”
책은 품 안에 잘 보관해두었다. 추매가 기수에게 물었다.
“그런데 복수에 대해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기수는 머릿속이 하얬지만 자신에게 믿고 의지하는 사매들에게 강하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지금 우리의 힘으로는 놈을 정면 상대할 수 없어.”
“무슨 소리야? 진천호는 지금 중상을 입은 상태야.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그를 죽일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그가 혼자 있는 게 아니잖아. 더구나 상처 입은 상태니까 깊이 숨었을 거고. 적이 약할 때를 노리기보다는, 우리 실력을 키워서 적이 최상의 상태라고 해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그건 그렇지만…. 진천호보다 강해지는 게 가능할까?”
“날 믿어. 난 가능해.”
기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진유룡이 사도니까 어떻게든 그보다 강해져야만 했다.
동매가 말했다.
“좋아. 네가 진천호를 죽이고, 우리는 하매를 죽이면 되겠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실력을 기르지? 은신처는 태워버렸는데.”
그거라면 기수가 생각해둔 게 있었다.
“우리의 예전 은신처인 그 절로 돌아가자. 동창에선 이곳에서 우리를 찾았으니까 옛 은신처를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거야.”
“만약 다시 찾으면?”
“후후… 내가 천재라고 얘기했던가?”
“응.”
“후후후…. 난 무극환혼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거든. 하매가 다시 온다고 해도 길을 찾아내지 못할 거야.”
다섯 자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진법을 재배치할 수 있다면 굳이 천하를 떠돌며 도망자 신세가 되지 않아도 동창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 당장 가자.”
“잠깐! 뭐 먹을 것 좀 없냐? 나 배고파 죽겠다.”
사매들이 건량과 물을 내놓았다.
기수가 그것들을 다 먹자마자 여섯 명은 곧바로 경공을 시전했다.
기수는 오랜만에 선풍비를 제대로 시전할 수 있었다.
“하핫! 나 잡아봐라!”
그가 몸을 날리자 다섯 사매와의 간격이 확 벌어졌다.
사매들은 기를 쓰고 기수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기수는 정신을 집중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예전의 스피드가 어디까지 나오나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공을 끌어올리자 스치는 나뭇잎이 칼날처럼 느껴질 정도의 스피드에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아! 정말 좋구나.’
내공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다가 다시 생기니까 그 고마움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봉우리 위에 올라가 사매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내공이 예전만 못한데도 스피드는 거의 비슷하네.’
그렇다는 얘기는 예전에 내공을 비효율적으로 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때는 태무신궁에서 배운 무공을 그냥 외운 대로 펼쳤을 뿐이지.’
지금은 달랐다.
손가락 관절 하나를 움직여도 이유를 생각하고, 운기의 효율을 생각했다.
돌아가신 사부님이 남겨준 흔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어떻게 생각하면 유소진을 만난 게 나에겐 행운인지도 몰라. 진정한 고수로 태어날 계기가 되었으니까. 솔직히 내공은 다시 모을 수 있지만 무학에 대한 공부를 언제 할 기회가 있었겠어. 더구나 고문 학습법으로…’
그 덕분에 외운 것들이 정말 많았다.
내공을 보유한 상태였다면 아마 한 페이지도 못 외웠을 것이었다.
기수는 사부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사도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진유룡이 먼저다!’
사부님의 원수를 갚는 게 급했다.
처음엔 유소진이 자기 내공을 다 흡수해버릴까 봐 마음이 조급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기처럼 3단전을 동시에 운기 할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구슬 형태로 가두어 놓고 조금씩 녹여 먹는 방법 정도일 것이었다.
그녀와의 대결을 회상해보면 그 채찍을 달라붙게 만든 것 말고는 무공 자체가 강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만약 빨아들인 남의 내공을 즉시 자신의 것으로 흡수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 정도 파워에 그쳤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진유룡이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도 그를 택한 이유였다.
지금부터 그가 내공 회복하는 시간하고, 자기가 새 내공에 적응하고 키워 나가는 시간을 비교해서 누가 더 빠를까 묻는다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단전 3개를 동시에 운기하는 자신이 분명히 더 빠를 것이었다.
‘쉬운 사도부터 제거하는 게 바른 선택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사매들이 도착했다.
“양칠 너. 정말 굉장하다! 도저히 따라붙을 수 없었어.”
기수는 씩 웃었다.
“옛날의 양칠이 아니라고 했잖아.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후후….”
그렇게 해서 옛 사찰에 도착해 보니, 건물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3명 줄어든 셈이라 좀 씁쓸했다.
기수는 사매들과 함께 진법 변형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대로 남아 있는 옛 진법을 하매가 뚫지 못할 정도로만 고치면 되는 일이라 전체 작업을 마치는데 4일로 충분했다.
그 사이 사매들이 교대로 마을로 내려가 먹고 살 준비를 해두었다.
돈은 백문조가 가지고 있던 게 넉넉해서 문제되지 않았다.
모두가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 기수가 말했다.
“기문진이 완성되었으니까 이제 여기는 안전해. 각자 사숙으로부터 받은 무공이 있으니까 그걸 대성하는 일차 목표야. 다들 잘 할 수 있겠지?”
“물론이야.”
“수행에 방해되는 딴생각은 금물이야.”
기수는 춘매, 추매, 동매 쪽을 보고 분명히 선언했다.
이제 내공까지 돌아왔으니까 자기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금욕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녀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녀들이 의외로 순순히 동조해주었다.
“사부님의 무공을 완성할 때까지는 한눈팔 생각 없어.”
예전에는 갇혀 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기수를 덮쳤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선 기수가 자기들보다 고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고, 또 사부님의 복수라는 중차대한 일이 앞에 있으니까 욕정에 흔들려선 안 되는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 동창에 들어가 이 정도 고수가 되었다는 것은 의지력이 남다르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한 번 한다면 하는 여자들인 것이다.
기수는 섭섭했다.
자기가 하지 말자고 해도 그쪽에서 3일에 한 번, 5일에 한 번 하는 식으로 스케줄 조정을 요구해올 줄 알았는데 그냥 OK 하니까 맥이 빠졌다.
‘내공 회복된 이후에 잘 되나 테스트 해봐야 하는데…’
그러나 자기가 한 말을 뒤집을 수도 없어서 식사 후 자기 방에 가서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잡념이 떠올랐지만 집중하니까 금방 몰두할 수 있었다.
내공이 없던 시절 북궁심법으로 저금통에 동전 넣는 기분으로 단전을 채웠다면, 지금 단전이 빵빵한 상태에서 북궁심법을 운용하는 것은 수십 억의 자산을 주식, 부동산,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기분이었다.
세 곳에서 동시에 수익이 나서, 처음엔 ‘이게 도대체 얼마야?’ 하고 열심히 세다가 좀 지나니까 세기도 귀찮아서 그냥 대충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1시간 정도 하고 몸을 일으킨 기수는 분광권부터 잔백지, 월영검법, 선풍비 중 보법 부분, 도룡문의 탈백도, 동굴에서 배운 검법 등을 전부 다 시전해 보았다.
아무리 어려운 변초도 막힘없이 모두 펼쳐낼 수 있었다.
단지 펼쳐내는 데서 끝이 아니었다.
예전엔 그냥 넘어가던 부분도 뭔가 개선할 점이 보였다.
심지어는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분광권의 초식에서조차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일 정도였다. 다만, 오래전부터 익힌 거라 잘 고쳐지지는 않았다.
가장 나중에 익힌 동굴검법이 오히려 완성도가 가장 뛰어났다.
사부와 함께 연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동굴 벽에 적인 원형과 기수가 펼치는 검법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봐야 했다.
몸을 움직인 후에 운기조식을 하니까 북궁심법의 효율도 더 좋은 것 같았다.
기수는 운기조식과 초식 연마 및 자체 연구를 번갈아 하면서 꼬박 밤을 샜다.
아침이 되어도 피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 저녁보다 힘이 넘쳐 났다.
기수는 단전을 차분히 확인해보았다.
단지 하루 연공했을 뿐인데도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뭐, 이런 식이면 유소진한테 빼앗긴 걸 돌려받지 않아도 되겠는걸?’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내가 그걸 모으려고 얼마나 많이….’
아래쪽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배도 고팠다.
식당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기수는 자기뿐만 아니라 사매들도 모두 연공에 몰두하느라 아침밥까지 건너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핫! 다들 열심이군. 그럼 내가 밥을 해볼까?”
기수는 우물에 가서 쌀을 씻었다. 수도만은 못하지만 시냇물 길어다 먹던 도관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한 환경이었다.
밥을 앉히고 나니까 반찬거리가 걱정이었다.
이왕 사매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데 가능하면 맛있는 걸 해주고 싶었다.
식자재 창고에 가보니 이것저것 야채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요리로 만들어내야 할지는 암담했다.
‘아… 요리도 좀 배워둘 걸.’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뭐 해? 여기서….”
가장 요리솜씨가 좋은 추매였다.
“아! 반찬을 좀 만들려고 했는데 도무지 뭘 어떻게 해야 모르겠네.”
“반찬을 만들어? 그럼 밖에 밥 앉힌 거 너야?”
“응. 아무도 없기에…”
“호호! 미안… 사부님이 남기신 무공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이리 나와. 이제부터는 내가 할게.”
“아! 다행이다.”
기수는 밖으로 나가다가 추매와 서로 왼쪽으로 비키면 오른쪽으로 막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상대도 왼쪽으로 피하다가 다시 만나는 어정쩡한 춤을 추었다.
시선을 마주치니까 추매가 수줍게 웃었다.
그 모습이 못 견디게 귀여워서 기수는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아버렸다.
“어머! 왜, 왜 이래….”
“하핫! 네가 수줍어하니까 이상하다. 우리의 뜨거웠던 과거를 벌써 잊은 거야?”
“그건 아니지만…. 왠지….”
“왠지 뭐?”
“네가 예전과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사람은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기수가 고수가 되고 자기가 약한 쪽이 되니까 남녀관계에도 변화가 온 것이다.
“후후… 정말로 예전과 달라졌는지 확인해볼래?”
그러면서 그녀 하복부에 자신의 딱딱해진 물건을 꾸욱~ 누르면서 한손으로는 힙을 꽈악~ 거머쥐었다. 추매는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닿는 부위도 좀 달랐다.
“아아…..”
추매가 교성을 토하며 몸을 비틀었다.
기수는 그녀의 콧소리가 전과 달라진 걸 느꼈다.
아양과 애교가 훨씬 많이 섞여 있었다. 남자 쪽이 고수가 되어서 생긴 변화였다.
그 소리만 들어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추매가 손을 내려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다른 사매들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이면 창피할 텐데…. 내가 해결해줄까?”
“그래주면야 고맙지. 그런데 어떻게 해결할 건데?”
그러자 추매가 배시시 웃으며 무릎을 꿇고 앉아 바지춤을 풀었다.
기수는 씩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옷에 걸렸다가 팅! 하고 튕겨 올라간 존슨이 그녀의 턱을 때렸다.
“못 됐어! 요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맞아 놓고 화풀이가 시작되었다.
“으음….”
기수는 신음을 토했다.
정말 동창의 파견직 여성 요원 양성과정은 거듭 칭찬해주고 싶었다.
추매도 오랜만이라 엄청 흥분되는지 전에 없이 게걸스러웠다.
그렇게 추매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데 식당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갔어! 밥 이제야 하는 거야?”
“나 배고프다고!”
두 사람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추매는 황급히 기수의 바지를 올려주었다.
기수도 아쉬웠지만 어제 얘기한 게 있는 터라 다른 사매들에게 이런 모습을 들킬 수는 없었다. 바지를 제대로 입고 ‘죽어! 죽어!’를 외친 후 조심스럽게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