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21
밤이 깊어지고 벽 너머로 사매들의 교성이 들려오자 탁지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갔다.
사매들 방으로 가는 내내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는지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들키면 이보다 더 한 창피는 없어.’
그녀는 은신술, 잠입술, 귀식대법 등을 자기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동원했다.
그렇게 은밀하게 다가가자 어두운 복도 한쪽에 빛이 새어나오는 구멍이 보였다.
탁지연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조심스럽게 그 구멍에 눈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방 안의 정경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춘매의 알몸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김 서린 욕실 안에서 스쳐 지나가듯 잠시 본 것이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사매들 5명의 알몸이 있었다.
제일 먼저 눈이 간 곳은 추매의 긴 다리, 동매의 탱탱한 힙, 그리고 다른 사매들의 몸 구석구석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1차 파악 이후에는 개개인을 부위 별로 자세히 보게 되었다.
심장은 더 빨리 뛰고, 질시라고 해야 할지, 경쟁심이라고 해야 할지, 부러움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전신을 불살랐다.
물론 기수도 알몸이었지만 탁지연의 눈엔 사매들만 보였다.
‘가슴이 왜 저렇게 큰 거야?’
자꾸만 비교가 되서 자기 몸은 단점만 가득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매 5명에게서 각각 장점만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기소협이 내 방으로 찾아와 주는 것만도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들었던 대로 놀이의 순서는 설매가 주도하고 있었다.
“궁주. 머리 줄까?”
“거부하지 않을게.”
그러자 5명이 우르르 일어나더니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탁지연은 거기서 다시 좌절감을 맛보았다.
자기는 나름대로 그쪽 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혀 5개, 입술 5개의 협공과 경쟁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4명은 정면과 좌우에서 교대하고, 1명은 아래쪽으로 배치되어 역할을 분담하는데 기수가 신음을 토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지연은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옛날 동굴에서 혈을 짚힌 채 당운영을 보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사매들은 당운영과는 달랐다.
아직 자매라고 할 정도까지 친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매화육궁진을 함께 펼치는 동지이기는 했다.
그러다 보니 적개심은 거의 없었다.
그때 5명이 모두 자세를 바꾸었다.
‘어머! 망칙해라!’
탁지연은 본능적으로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눈을 감지는 않았고 손가락을 벌려서 시야도 확보했다.
5명이 나란히 엎드려서 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든 광경은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기수는 당연하다는 듯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이동하면서 열심히 전후진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입 모양을 보니까 숫자를 세는 것 같았다.
나름 공평하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탁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 세다가 동매에 이르러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동매의 허리가 탕탕 튕기면서 자극을 가해주고 있었다.
기수 표정을 보니까 몹시 좋아 하는 것 같았다.
‘저 자세에서도 저런 움직임이 되네.’
특히 동매는 엉덩이가 탄력 있어서 시각적으로 훨씬 자극적이었다.
‘아!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건 나였구나.’
탁지연은 자신의 자만심을 반성했다.
사매들의 움직임엔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자기 나름대로 기수를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남과 비교해보고 경쟁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은 없는 것이었다.
탁지연은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어서 갈 때보다 더 천천히, 신중하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상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지만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다.
시간은 또 왜 그렇게 더디게 가는지.
한참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수가 마침내 나타났다.
“나 왔어. 오래 기다렸지?”
탁지연은 암호랑이처럼 괴성을 지르며 기수를 덮쳤다.
그리고 침상도 아닌 바닥에 그를 쓰러트리고 게걸스럽게 욕정을 채우기 시작했다.
“어! 너 오늘 왜 이래?”
기수는 그녀의 몸이 이미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일은 순서를 바꾸자고 해야 되겠는 걸. 아무래도 한 명이 빨리 끝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탁지연의 요란한 움직임에 중심축을 빳빳이 세워주었다.
여느 날보다 적극적인 탁지연은 도전은 강한 자극과 더 깊은 절정으로 열매를 맺었다.
탁지연과 기수 모두 만족스런 상황에서 음양대법이 실시되었고, 기수는 확실히 탁지연과의 진기 교류가 다른 사매들보다 양이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대법이 끝나고 기수의 몸 위에 축 늘어진 탁지연은 그의 손길을 등과 엉덩이에 느끼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
오늘 견학한 내용에 따르면 사매들은 대법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노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자기는 곧바로 대법까지 직행이었다.
물론 기수를 독점한다는 자부심은 가질 수 있지만 뭔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날 오후.
보초 서던 부하들이 침입자의 존재를 알렸다.
내려가 보니 소서시와 교환한 대장군부의 남자 첩자 소웅이었다.
그는 사냥꾼 차림을 하고 있었다.
기수는 부하를 한 명 내려 보내 그를 안내하여 올라오게 했다.
“제가 연락을 맡게 되었습니다.”
“전서구 같은 거 쓰는 게 낫지 않을까?”
“비둘기보다 사람이 낫지요. 헤헤….”
그리고 그는 일월신교 소속, 유지상 계열 방파들의 최근 동향을 종이에 적었다.
적지 않은 양인데 모두 외우고 있었다.
“판단은 궁주님께 맡긴다고 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이 정도면 훌륭해.”
근거지의 위치, 하는 일, 우두머리의 무공 수준, 인원, 최근 동향들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으니까 혈매궁은 그들 중 가까운 곳에 있는 약한 문파를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귀찮고 시간 많이 걸리는 일들은 대장군부에서 다 해준 것이다.
소웅이 바로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저는 보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기수는 그에게 길 안내 해 줄 부하를 하나 딸려 보냈다.
그리고 사매들을 모아놓고 목표를 고르도록 했다.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탁지연의 제안이 채택되었다.
비교적 가까운 두 방파를 이틀 사이에 연달아서 치는 작전이었고, 그동안 도법 연마에 열중한 부하들도 동원하기로 했다.
부하들이 먼저 표사 무리로 위장하고 네 무리로 나뉘어 산을 내려갔다.
약속 날짜와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그들은 경공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꼬박 닷새를 걸어 홍택호(洪澤湖)에 도착한 왕사동은 막내 여왕인 탁지연의 지시에 따라 배부터 계약했다.
언제, 무엇을 싣고,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 조건으로 7척의 배와 사공을 보름동안 빌리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일단 객잔이 아닌 배에 나누어 타고 지내니까 편하기도 하고 사람들 눈에도 띄지 않았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자 일행은 그동안 익혀둔 길을 따라 흑사방 근처의 객잔들에 나누어 자리를 잡았다.
그날 밤.
일곱 명의 고수가 흑사방의 담을 넘었다.
“적이다!”
“적이 침입했다!”
흑사방 방도들은 종을 치고, 고함을 지르고 온통 난리를 피웠다.
그러나 그들 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마녀들을 누구도 막아내지 못했다.
이전에도 강했지만 지금은 개개인이 모두 무공수준이 더 향상되어서 일초 이상을 버티는 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사매들의 성취를 감상했다. 비록 상대가 흑도 방파라 수월한 편이긴 했지만 노련해진 초식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뒤로 처져서 정문을 부수고 부하들이 들어오도록 했다.
“와아아!…“
“전부 죽여라!”
고함을 지르며 난입한 왕사동 지휘하의 부하들은 일곱 명의 뒤를 따르며 흑사방 방도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했다.
그리고 건물마다 들어가서 돈 될만 한 것들을 전부 다 배로 실어 날랐다.
그들 덕분에 기수와 사매들은 적의 우두머리만 잡으면 되었다.
흑사방 방주는 여섯 여인의 옷에 수놓인 매화 문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 너희는 혈매궁!”
그는 겁에 질려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곧바로 도망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매들은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목표를 놓치지 않았다.
담너머까지 추격하여 기어코 그를 죽이는데 성공했다.
탁지연이 외쳤다.
“여기 일은 끝났으니까 철수!”
사매들과 기수, 그리고 부하들은 즉시 호수로 이동하여 배를 탔다.
그리고 호수를 건너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칠성방으로 이동했다.
흑사방의 변고가 전해지기 전에 치려는 것이었다.
탁지연의 작전대로 칠성방은 무방비 상태였다.
처음부터 정문을 때려 부수고 난입한 혈매궁 식구들은 칠성방의 장원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번엔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흑사방보다 사상자가 더 많이 나왔다.
기수는 칠성방 방주로 추정되는 고수의 기도가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것을 감지하고, 따라가서 유성추를 던져 그의 다리를 묶어버렸다.
“네가 칠성방의 방주냐?”
“사, 살려주십시오. 우리 칠성방은 혈매궁과 아무런 원한도 지지 않았습니다.”
기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넌 죽어야 한다.”
“어, 어째서요?”
“방주가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쳤기 때문이지.”
기수가 턱짓을 하자 왕사동이 단칼로 그의 목을 베었다.
부하들은 다들 신이 났다.
원래 출신이 산적들이다 보니까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하는 일이라면 다들 이골이 나 있었다.
거기에 새로 도법을 익혔고, 감당하기 어려운 적수는 여섯 여왕이 먼저 지나가면서 싹 다 청소를 해주니 이보다 즐거운 노략질이 없었다.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칠성방을 탈탈 턴 혈매궁 식구들은 배 가득 전리품을 싣고 소항산으로 돌아갔다.
기수는 대대적인 축하 잔치를 열도록 했다.
몇 명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죽은 사람 한 명 없이 끝났다는 게 고무적이었고, 전리품의 양도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왕사동과 부하들은 신이 나서 밤새 술을 마시고 자축했다.
기수와 사매들도 방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기수가 먼저 잔을 들고 건배를 제안했다.
“이번 출정의 대성공을 축하하면서 다들 건배!”
모두 단숨에 잔을 비웠다.
두 번째로 춘매가 건배를 제안했다.
“승리를 이끈 우리 막내의 작전에 건배!”
모두들 기쁜 얼굴로 탁지연을 봤다.
탁지연은 좌우로 감사의 목례를 한 후 말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나요. 궁주님과 사저들이 힘쓰신 덕분이죠.”
추매가 술병을 들고 가서 직접 따라주며 말했다.
“그래도 네가 계획을 잘 짰기 때문에 문파 두 개를 하룻밤 사이에 박살내고 깔끔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어. 너 정말 대단해. 그건 인정한다.”
“고마워요. 사저.”
“호호! 쭉 마셔.”
추매뿐만 아니라 다른 사매들도 탁지연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심지어는 풍매까지도 그녀에게 술을 권했다.
“애썼어.”
탁지연은 그 한 마디가 다른 사매들 열 마디보다 고마웠다.
그러다 보니 그녀들이 권한 술을 전부 다 마시고 말았다.
그녀는 본래 술을 마셔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기수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도 술 마실 시간 있으면…. 어쨌거나 자기 주량에 대한 파악도 없이 사매들에게 칭찬 받는 게 좋아서 주는 대로 넙죽넙죽 다 받아 마시다 보니 오래지 않아 무릎이 풀리고 혀는 꼬이기 시작했다.
사매들은 그런 탁지연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어떻게 해? 비틀거리는 것 좀 봐.”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탁지연은 손을 내저었다.
“나, 나는 괘, 괜찮아요.”
“괜찮기는….호호호! 저거 봐. 완전 취했어! 중심도 못 잡아.”
“아무래도 안 되겠군.”
기수는 탁지연을 안아서 그녀 방으로가 침상에 뉘어주었다.
탁지연은 손짓, 발짓을 하면서 뭔가 계속 떠들어댔지만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취기가 더 올라왔던 것이다.
기수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춰준 후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매들은 말짱했다.
술기운이 돌아서 뺨이 발그레한 게 모두들 보기 좋았다.
설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궁주. 술 더 마실 거야?”
“글쎄….”
기수는 씩~ 미소 지었다. 술보다 좋은 게 있는데 왜 시간을 낭비하겠는가.
여섯 명은 서로를 보고 실실 웃으면서 놀이터로 갔다.
사매들뿐만 아니라 기수도 약간 취한 상태라 평소보다 뭔가 모르게 들뜨고 흥분되는 느낌이었다.
옷들이 우승 세리머니의 종이가루처럼 휘날리면서 알몸이 된 여섯 명은 곧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기수는 사매들의 저돌적인 공격에 온몸을 맡겼다.
몸 여기저기에 문어 빨판처럼 달라붙는 다섯 개의 입이 기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는 눈을 감고 그 감촉을 한껏 음미했다.
입 말고 다른 부분을 대고 비비는 사매도 있었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좋았다.
술기운까지 더해져서 황홀감에 도취되었던 기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입이 다섯 개고 손은 10개라 자극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져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뭔가 숫자가 맞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뜨겁고 축축한 부분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는 게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혀를 내밀었는데 확실히 뭔가가 이상했다.
‘어라? 이 맛은?….’
다섯 사매 중 누구도 아니었다.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떠보니 잔뜩 취한 탁지연이 자기 입 위에 앉아 있었다.
“야! 너… 자는 줄 알았는데 여긴 어쩐 일이야!”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이 막혀서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았다.
사매들은 술 취한 탁지연의 난동(?)을 재미있다며 깔깔거렸고, 기수는 비로소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