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38
주예림이 싸 온 음식은 모두 황궁 숙수가 정성을 다 해 만든 진귀한 요리들이었다.
산에서 난 재료, 밭에서 난 재료, 강에서 난 재료, 바다에서 난 재료가 육식 채식 골고루 섞여 있어서 하나를 입에 넣을 때마다 혀가 행복했다.
“어때? 맛이?”
“아주 좋아. 이런 건 처음 먹어 봐.”
“종류별로 전부 다 먹어보려면 1년은 걸릴 거야. 계절별로 진미가 나오니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지만 기수는 흠칫했다.
소항산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매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주예림 레벨의 얼굴, 라인, 색상, 촉감, 마인드를 지닌 미녀를 놔두고 다른 여자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번은 좀 예외였다.
일월신교 교주의 아들을 죽여 놓았으니 저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유지광이 사도였기 때문에 자기 입장에선 불가피한 일.
그로 인한 피해를 사매들이 보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인간적으로 그게 도리였다.
주예림이 생긋 웃으며 물었다.
“무슨 생각 해?”
“응? 네 미소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
“호호호!…. 기수 너는 항상 내 생각만 하나 봐?”
“네 책임이야.”
“아잉… 유죄 인정. 어! 입술 옆에 뭐 묻었다.”
“그래?”
기수가 손으로 닦으려 하자 주예림이 그 손을 막고 다가와서 닦아주었다. 혀로.
기수는 그렇게까지 해주는 그녀의 혀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합당한 답례를 해주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그릇에 남은 소스를 검지에 묻혀 그녀의 가슴골에 찍었다.
“어! 너도 국물 묻었다. 나도 닦아줄게.”
“아, 알았어. 그게 언제 묻었을까나? 아흥~”
알몸으로 뒹굴던 사이라 하더라도 옷을 열어젖히며 탐스런 가슴 사이로 파고드는 것은 항상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밥을 반도 안 먹고 시작한 서로의 몸에 묻은 음식 닦아주기 놀이는 1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정상적인 식사를 했다면 음식이 절대로 묻을 수 없는 곳이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지만 둘 다 불만은 없었다.
알몸으로 나머지 식사를 하면서, 기수는 갈등에 사로잡혔다.
‘예림이는 어떻게 하지?’
소항산 생각을 하니까 이별이란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평생 남의 시중만 받던 고귀한 신분의 여인이 ‘머리!’ 라던가, ‘삼켜!’ 라던가, ‘엎드려!’ 같은 명령에 즉각 반응하는 것은 정말 황홀한 일이었다.
그리고 경험 상 눈에 콩깍지가 쓰인 이런 시기에 이별을 했다가는 아주 깊은 트라우마가 남을 게 분명했다.
‘그래. 무극환혼진을 믿어보자. 그리고 사매들 줄 선물도 준비가 안 됐잖아.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신기한 무공 한두 가지는 건져야지. 빈손으로 가서 되겠어?’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했다.
기수는 주예림에게 물었다.
“무림에서 실제 싸움을 하다 보면 내공이 약한 쪽이 이기는 경우가 흔히 있어. 왜 그런 줄 알아?”
“글쎄… 더 뛰어난 초식을 익혔기 때문일까?”
“그것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 그리고 집중력이야.”
“그렇긴 하겠네. 죽이겠다고 노리는 상대 앞에서 방심하고 있다면… 그런데 집중력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거야?”
“내공의 양이 같아도 한 초식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는 건데… 음…. 이걸 봐.”
기수는 반쯤 먹은 물 호리병을 들고 검지로 작은 파천강기를 만든 후 바늘 끝 만한 작은 구멍을 뚫었다. 그러자 안의 물이 구멍을 통해 새어나왔다.
“와! 신기하다. 어떻게 한 거야?”
“봐야 할 건 그게 아냐. 지금 물이 멀리까지 나가지? 자, 이렇게 하면?”
기수가 검지를 다시 한 번 움직여 큰 구멍을 뚫자 나머지 물이 수직으로 주르르 모두 흘러버렸다. 주예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보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기수는 호리병을 놓고 설명해주었다.
“병에 들었던 물이 내공이라고 생각해 봐. 작은 구멍으로 집중해서 내뿜으면 멀리까지 보낼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어. 하지만 큰 구멍으로 낭비하면 멀리 나가지도 않을 뿐더러 금방 소진되어 버리지.”
“아! 그런 의미였구나…”
“너의 내공이 강한 것만 믿다가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실전에선 강적을 여러 명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 그러니까 한 초식에 내공을 조금씩 쓰되, 집중적으로 운용해서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해야 돼. 그게 습관화되어야 한다고.”
주예림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역시 연공을 많이 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평소 운기조식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진기를 네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연습해야지.”
주예림은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난 운기조식이고 초식이고 모두 어렸을 때 엄마에게 기초를 배운 게 전부라서 고급 수법은 잘 몰라. 책만 봐서는 와 닿지 않더라고.”
“후후…. 내가 있잖아. 단전을 통해 진기를 순환시키는 비법을 이제부터 네게 알려줄 거야. 잘 듣고 따라해 봐.”
기수는 음양대법의 운공 경로를 가르쳐주었다.
주예림은 열심히 외워서 금방 길을 숙지했다.
“다 외웠어. 그런데 나가고 들어오는 길이 그쪽 맞아?”
운공의 혈도가 회음혈 근처에 몰려있어서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후후….제대로 외운 거야. 자, 다리 좀 벌려볼래?”
“이, 이렇게?”
주예림은 왜냐고 묻지도 않고 긴 다리를 M자 모양으로 열어주었다.
그리고 부끄러운지 볼이 빨개진 모습이 엄청 귀여웠다.
“일단 천천히 시작해보자.”
기수는 손가락과 혀로 윤활액 분비를 유도한 후 결합을 시작했다.
주예림은 뜨겁고 단단한 침입자의 전진에 황홀감을 느끼고 교성을 토했다. 그런데 기수의 움직임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몹시 정적이었다.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아니. 자!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아까 가르쳐준 대로 운기해 봐.”
“지금 이 상태로?”
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예림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운기를 시작했고, 자신의 단전으로부터 뭔가 뜨거운 물줄기 같은 게 빨려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내공을 빼앗기는 느낌이 유쾌할 리 없었다.
하지만 기수를 믿고 계속 구결대로 운용했다. 그러자 잠시 후 되돌아오는 게 있었다.
“아아!….. 이 느낌은….”
“정신집중!”
“아, 알았어.”
주예림은 음양대법에 몰두했다.
그것은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기수와 자신의 단전이 하나의 관을 통해 연결된 느낌. 그 관을 통해 서로의 내공이 자유롭게 왕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성적인 흥분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었다.
기수와 처음 입맞춤을 시작점이 0이라고 보고, 마지막 절정의 혼절 상태를 100이라고 놓고 봤을 때, 음양대법은 60정도의 흥분이 계속 지속되었다.
100을 향해 달리지 않는 게 약간 불만일 수도 있지만, 60 상태로 하루 온종일이라도 있을 수 있다면 후자를 택할 것 같았다.
진기 순환이 익숙해지자 기수는 진기의 양을 늘였다 줄였다 조절했다.
주예림은 자신이 진기 다루는 연습을 하도록 그가 이끌어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맞춰 강약과 완급 조절하는 연습을 했다.
그 연습을 통해 기수가 호리병에 구멍을 뚫으면서 보여주려고 했던 게 무슨 의미였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 정말 굉장한 스승을 만났어!’
주예림은 기수가 감추는 비밀이 무엇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마교 교주라 해도 평생 이 남자만 사랑하고 따르리라 결심했다.
대법은 거의 2시간이 넘게 이어진 뒤에 끝났다.
주예림은 그 마무리가 함께 가는 절정이 아닌 각자 떨어져서 하는 운기조식이라는 데서 약간 실망했지만, 오래지 않아 단전에서 용솟음치는 진기 덩어리들을 자신의 것으로 제어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기수 역시 대만족이었다.
‘와! 어려서부터 영약을 밥보다 많이 먹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구나.’
그녀의 어머니가 무공만 고강한 게 아니라 욕심도 많았던 것 같았다.
나누었던 하단전 쪽이 꽉 찬 느낌이었다.
‘이거 예림이가 아닌 나를 위한 대법이 될 수도 있겠는걸.’
당분간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는 셈이었다.
기수와 주예림은 그날부터 거의 온종일 붙어 지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무공 초식을 연마하고, 섹스를 즐기고, 잠 잘 시간엔 음양대법으로 결합하여 오래 오래 진기를 운기하고 나면 굳이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주예림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먹을 것을 챙겨 오는 두세 시간이 기수의 자유 시간이었는데, 기수는 잽싸게 찬물로 몸을 씻고 와서는 비고의 다른 책들을 섭렵했다.
불로장생 쪽은 비고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은 거의 다 공부하고 필기도 했기 때문에 사매들에게 줄 선물을 찾아야 할 시간이었다.
주예림이 자기가 살펴봤거나 익혔던 무공들을 모두 평가하고 추천해주었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하고 속도도 빨랐다.
다양한 무공들을 접한 기수는 주예림과의 연공시간에 써먹어보기도 하면서 하나씩 머리에 집어넣었다. 무공은 몸으로 펼치는 거라 필기 없이도 대부분 외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무학의 세계란 정말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거구나.’
더 높은 경지에 눈을 뜨는 계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부님과 사숙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무공이 아닌, 자기 기준에서 받아들이고, 익히고, 소화하는 무공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났다.
기수의 능력 향상 못지 않게 주예림도 나날이 고수로 거듭났다.
기수와의 대련, 거기다가 음양대법까지 더해져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익힌 무공 전체보다 기수와 함께 지내면서 증진된 무공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실전에서 이길 수 있는 전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하루는 그녀가 단추를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다.
“너. 강호행 하면서 이런 문양 본 적 있어?”
기수는 단추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크기는 100원짜리 동전 정도에 불룩 튀어나온 형태였는데, 정말 정교한 모란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본 기억은 나지 않았다.
“미안해. 처음 보는 거야.”
주예림은 한숨을 내쉰 후 단추를 다시 잘 간직했다. 그리고 기수에게 물었다.
“기수야. 나 강호에 나가면 무공 수준이 어느 정도쯤 될까?”
“글쎄… 웬만한 문파의 장문인도 너의 10초를 받아내기 어려울 거야. 네가 작정하고 공격한다면….”
“그럼 엄마의 원수를 만나도 이길 수 있을까?”
그녀가 그토록 열심히 무공을 익힌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기수는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예림아. 강호는 위험한 곳이야.”
“나도 알고 있어.”
“최선의 전략은 너를 숨겨야 돼. 자신을 밝은 곳에 드러내면 상대가 얼마든지 준비를 하고 함정을 팔 수 있어.”
“변장을 잘 해야겠네. 거기에 대한 책들이 저쪽에 있어.”
“겉모습뿐만 아니라 무공실력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위험해져.”
“아! 그럼 적과 싸울 때도 최소한의 능력만 노출해야 하는구나.”
“바로 그거야. 그리고 넌 여자니까 암기 같은 걸 익혀두는 것도 괜찮을 거야.”
“맞다! 암기를 던져서 제압하면 내 실력을 거의 드러내지 않을 수 있잖아. 좋아! 거기에 대한 책도 저쪽에서 봤어.”
기뻐하는 그녀를 보면서도 기수는 함께 좋아할 수가 없었다.
이별이 가까워짐을 알기 때문이었다.
주예림이 예민하게 기수의 표정을 살피고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냐….”
“내 머리 줄까?”
“아, 아냐!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러나 주예림은 한 번 입 밖으로 꺼낸 말을 도로 담지 않았다.
곧바로 기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음양대법용 연결관을 바지 밖으로 꺼냈다.
“으으으…. 예림아!….”
아래쪽으로부터 뜨거운 진공청소기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전해지자 기수는 전율하며 신음을 토했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도록 해주었다.
기수는 미녀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 서비스를 정성껏 해주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세상만사 기브 앤 테이크! 자신이 그녀들에게 천상의 환락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그녀들도 기꺼이 욕지기를 참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예림은 조금 달랐다. 거기에 추가로 무릎 꿇고 벌 받는 느낌의 상황을 즐기는 듯 한 경향을 보였다.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반복하는 게 그 증거였다. 기수는 그녀의 취향을 존중해주었고 조금씩 자극도 가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깊이가 거의 탁지연을 추월할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딱 하나, 손 기술 조합 면에서 아직 약간 부족한데,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 주예림 정도의 마스크면 굳이 손기술을 익힐 필요도 없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1시간짜리 길고도 황홀한 섹스.
호흡을 정리한 주예림은 수건으로 입, 턱, 목 주변을 닦은 후 옷을 챙겨 입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목욕을 하고 음식을 가지고 올 시간이었다.
“천천히 다녀 와.”
느긋하게 누워 그녀를 전송한 기수는 통로가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당당히 말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주예림이 따라오겠다고 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었다. 공주가 황궁 밖으로 나가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고, 또 소항산까지 함께 간다고 해도 골치 아픈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월신교와의 대결에 존귀한 황족이 끼어들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매들과 주예림이 만나면 거대한 재앙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문파에 위급한 일이 생긴 건 거짓말이 아니니까….’
기수는 그렇게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겼다.
가만히 날짜를 계산해보니까 소항산을 떠나온 지 벌써 한 달이 훨씬 지나 있었다.
주예림과 매일 파라다이스에서 노닐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그 사이에 소항산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만에 하나 사매들 중 한 명이 다치기라도 했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예림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내공도, 실전훈련도 이미 충분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으니까 당장 자기가 없다고 해도 연공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오히려 이제까지 끌어올린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내실을 다지는 데는 혼자 있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었다.
자신의 비밀 출입구를 꼼꼼히 봉한 기수는 집 지키는 부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날로 즉시 소항산을 향해 달렸다.
날이 어두워지자 인적 없는 숲을 찾아 경공을 시전했는데 예전과 뭔가 달랐다.
‘왜 이렇게 몸이 가볍지?’
선풍비를 통해, 그동안 주예림과 열심히 연공한 음양대법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었다. 스텝 디디는 횟수가 전보다 줄어들어서 스파이더맨이 아닌 슈퍼맨이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