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61
백서옥이 표독스런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너. 그동안 어디 갔었어?”
“죄, 죄송합니다.”
“죄송은 됐고…. 어떤 년 만났어?”
기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년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억울합니다!”
“흥! 거짓말하지 마! 다른 년 만난 게 아니라면 네가 새벽마다 자리 비운 건 뭔데? 무슨 염탐이라도 하러 다녔다는 거야?”
“염탐이라니요? 뭐를요?”
기수는 계속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 눈에 가득한 독기는 똑바로 쳐다보기 무서울 정도였다.
‘질투심 쩌네. 그런데… 자기도 바람 피면서 내 외도에 화를 내?’
여자에 외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자리를 비웠으니 그녀 감정이 폭발한 게 이해는 되었다.
기수는 주예림 공주가 자신에게 추살령 내린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얼굴 보고 이별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럴진대, 다른 여자가 있다고 의심하는 백서옥은 심정이 어떻겠는가.
기수는 대충 웃으며 한 번 안아주면 다 풀릴 거라 생각하고 여기에 왔다.
그러나 그 정도 가지고는 어려울 것 같았다.
“빨리 바른 대로 대지 못해?”
기수는 엣다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용서해주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백서옥은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흥! 내 그럴 줄 알았어. 도대체 어떤 년이야?”
“제가 정말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했습니다. 흑흑…”
“그러니까 빨리 이름을 대라니까?”
“사실은 왕일을 만났습니다.”
“왕일? 그건 남자 이름 같은데?”
“얘. 그는 제 고향 친구입니다.”
백서옥은 깜짝 놀랐다.
“너. 설마…. 남자하고…..”
“왕일은 고향에서 함께 지낼 때부터 일하기보다는 남을 때리고 물건 훔치는 걸 더 좋아했습니다. 그가 예전에 남아 있던 빚을 구실로 삼아서 저를 불러내어 망 보는 일을 시켰습니다.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망을 보다니? 그럼 함께 도둑질을 했단 말이냐?”
“예. 하지만 이 집은 아닙니다. 성 안을 돌며 가게를 주로 털었습니다.”
백서옥은 맥이 풀린 표정으로 기수를 봤다.
“도대체 빚을 얼마나 졌기에?”
“처음엔 17문이었는데… 지금은 은 두 냥으로 늘어났습니다.”
“멍청한 자식! 빚이 원금의 스무 배가 넘는 경우가 어디 있어?”
“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왕일이 계산하는 걸 들어보면 분명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헤헤….”
“흥! 그런 못된 놈은 살려둘 수 없지. 지금 어디 있는지 대 봐.”
“지금은 떠났습니다.”
“떠나? 어디로?”
“한 곳에서 너무 자주 담을 넘으면 들킨다고, 반 년 뒤에 다시 온다면서 어제 새벽에 떠났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흐음…. 그래, 좋아. 나하고 한 가지 약속을 해라.”
“무슨 약속 말씀입니까?”
“다음에 다시 왕일이란 자가 나타나면 나한테 반드시 얘기하는 거다. 알았지?”
“하, 하지만 그랬다간 전 그에게 맞아 죽을 겁니다. 왕일은 힘이 엄청나게 세고 몸놀림도 굉장히 빠릅니다.”
“흥!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내가 후환 없이 깨끗이 처리해줄 테니까 꼭 얘기해. 약속할 수 있겠지?”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수는 연달아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다가 바닥에 그녀의 잠옷이 흘러내리는 걸 보게 되었다.
고개를 들면서 보니까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골반, 허리, 가슴, 얼굴까지 쭈욱 스캔하며 올라갈 수 있었다.
백서린의 언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인지 흥분도가 상승했다.
기수는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그녀의 다리를 잡고 무릎에 입을 맞추었다.
“아!…. 뭐, 뭐하는 거야? 하지 마.”
그러나 기수는 입맞춤을 멈추지 않았다.
무릎에서 허벅지 쪽으로 조금씩 올라가면서 쪽쪽 거렸다.
물론 훨씬 더 잘 할 수도 있지만 굳건하게 너프 모드를 유지했다.
그 정도만 해도 백서옥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흥분했다.
기수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상에 누이고 본격적으로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아!…. 양십일 뭐 하는 거야? 이, 이상해… 하지 마…”
말은 그렇게 하면서 방어동작은 전혀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 다리 사이 간격이 점점 벌어졌다.
기수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전에 마님이 저한테 해주신 게 굉장히 기분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뭔가 마님을 위해 해드리고 싶어서요..”
“그, 그래? 고마워.”
기수는 서툴지만 열심히 봉사했고 백서옥은 눈을 뒤집으며 신음을 토했다.
기수가 어눌한 어조로 물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어서! 어서! 빨리…”
기수는 결합을 한 후 본격적으로 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백서옥에게 최대한 많은 절정을 선사하여 완전히 탈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첫날 사흘 동안 앓아 누웠던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물론, 그것이 백서옥에게만 일방적으로 좋은 일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녀가 매일 부르지 못하게 하려면 녹다운 시켜야만 했다.
즐거움 보다는 중노동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러나 나름 자신 있는 분야라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모두 끝난 뒤, 기수는 백서옥의 귀에 대고 넌지시 말했다.
“마님. 처음엔 안 그랬는데, 요즘엔 제가 점점 힘이 딸리는 것 같습니다.”
“아냐…헉헉….너 절대로 힘이 딸리는 게 아냐. 헉헉…”
“사흘에 한 번씩만 오면 안 되겠습니까? 여기서 새벽까지 있다가 가면 다음날 낮에 일하기가 좀 힘들어서요.”
“사흘?”
백서옥은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신 날짜 어기면 혼날 줄 알아!”
그녀도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절대로 어기지 않겠습니다. 헤헤…”
그렇게 고비를 넘긴 기수는 다음 날 새벽에 묻어두었던 검을 가지고 왔다.
진백이 제대로 검술연마를 하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제가 찾은 검입니다.”
“아아!….”
진백은 탄성을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경건한 자세로 두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검을 받아들었다.
검법과 검이 모두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라 기수는 보람을 느꼈다.
사실, 그 검이 마음에 들기는 했다.
그러나 뽑아들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진백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는 그냥 유성추로 만족할 수 있었다.
기수는 그날부터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다.
이틀은 진백과, 하루는 백서옥과 밤을 샜다.
사흘에 한 번 정도라면, 사실 농익은 유부녀와 지내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인터발이었다. 진백의 검술 실력이 상승하는 것만큼 백서옥의 테크닉도 나날이 늘어나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구구절절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단지 ‘참 잘했어요.’ 의미의 반응을 해주었을 뿐인데 알아서 테크닉이 늘어났다.
입과 손, 허리 움직임이 거의 준 프로급까지 성장했는데, 기수는 특히 입에 집중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었고, 백서옥은 고득점을 하기 위해 몹시 노력했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 진백은 마침내 검술을 대성하게 되었다.
본래부터 비룡검법을 익혀온 오랜 세월과 내공의 바탕 위에 기수의 특별 대련이 더해져서 이루어낸 성과였다.
진백이 기수에게 물었다.
“양호법. 냉정하게 말해주게.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저는 남궁세가 가주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승패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뵈었을 때보다 문주님의 무공이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올라선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진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
양호법에게서 배운 검술과 이전의 검술은 대부분이 비슷했다.
하지만 미세한 부분에서 약간씩 달랐다.
처음엔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일단 몸에 익히고 나니까 무공을 보는 눈에서부터 실제 초식을 펼치는 마음가짐까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양호법을 만난 것이야말로 하늘의 보살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사일은 열흘 뒤로 잡도록 하겠네. 닷새쯤 뒤에 난주로 군량을 실어간다고 하니까 경비 무사의 수가 더 줄어들 거야.”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네.”
진백은 제자들에게 비밀스럽게 연락을 취했고, 비룡검문 문도들은 속속 죽림으로 집결했다.
진백은 새로운 제자들이 올 때마다 기수에게 인사를 시켰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몹시 극진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기수 입장에선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죽림에 갈 때마다 늘어나는 병력을 보고 궁금증을 느낀 기수가 진백에게 물었다.
“우리 제자가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진백은 우리라는 단어에 기분이 좋아서 씩 웃었다.
“모두 578명이네.”
“예? 생각보다 굉장히 많군요.”
기껏해야 혈매궁 정도 규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진백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 거사에 참여할 인원은 400명 정도일세. 나머지는 아직 수준이 모자라거나 맡은 일들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 없거든.”
“맡은 일이라면….”
“우리는 다른 문파들처럼 장원을 짓고 제자들을 키울 여건이 되지 못했네. 그래서 몇 군데 나누어 상단을 경영하면서 한 쪽으로는 돈을 벌고, 한 쪽으로는 검술을 익히면서 명맥을 유지해왔지.”
“아! 그랬군요.”
명문정파라고 하면 대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고 거대 장원에 자리 잡는 게 보통이었다. 상단을 경영하는 것은 농사보다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자를 그렇게 많이 보유했다면 사업에도 수완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기수는 자기가 근처로 지나가기만 해도 부동자세로 목례하는 비룡검문 제자들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눈빛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풍기는 기도를 봐도, 저마다 무공에 고하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강렬한 전사의 기질을 읽을 수 있었다.
소항산의 부하들과는 큰 차이가 났는데, 산적 출신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목적의식이 없다는 게 더 큰 원인인 것 같았다.
사실, 복수보다 더 큰 동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남궁세가라는 거대문파가 상대라 더욱 긴장감이 유지되었을 것이었다.
거사일이 다가올수록 인원은 급격히 늘어 정말 400명 정도가 모였다.
눈빛이 살아 있는 전사 집단이 딱 잡힌 기율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까 거듭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파를 준다고 할 때 그냥 못 이기는 척 받아둘 걸 그랬나?’
강호라는 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 아닌가.
이런 정도의 병력이라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나마 호법이란 직책이라도 걸어두길 잘 했네.’
인연을 굳이 끊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백이 입수한 정보대로 군량, 보급, 교대 병력이 출발한 남궁세가의 경비는 전보다 훨씬 헐겁게 느껴졌다.
거사 당일은 공교롭게도 백서옥과 만나는 날이었다.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겠지만 그 만남은 성사될 수 없었다.
기수가 비룡검문의 호법으로 거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10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측면으로 먼저 파고들어 적진을 교란하고, 향후 본진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왕 연합하기로 한 이상 뒤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진백 다음으로 내부 지형에 익숙하기 때문에 적격이기도 했다.
거사 시간으로 정한 자정이 다가오자 기수가 앞장서고 100명의 검사들이 그를 따라 죽림을 빠져나갔다.
남궁세가의 경비들은 오래지 않아 상황을 파악하고 경보를 울렸다.
요란한 종소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수는 씩 웃었다. 그것은 의도된 바였다.
선발대 100명이 북서쪽 담을 넘는 동안 본진 300명은 장원의 정문인 남문을 부수고 들어가기로 했다.
정문을 부수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남궁세가의 높은 담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저마다 잘라 들고 온 긴 대나무를 벽에 기대어 세우고 그걸 디뎌 점프를 하는 식인데, 그동안 경비병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어서 위험했다.
그러나 비룡검문엔 기수가 있었다.
가장 먼저, 대나무 받침도 없이 한 번의 도약으로 담을 넘은 기수는 유성추를 던져 활이나 암기 든 자들을 골라서 쓰러트렸다.
줄 길이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백발백중이었다.
개중에는 검으로 추를 막는 자도 있었지만 두 번 연달아 방어에 성공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방어 병력이 기수에 묶여 있는 사이에 비룡검문의 제자들이 속속 담을 넘자 상황은 곧장 난전으로 바뀌었다.
기수는 잠시 뒤로 물러나 유성추를 갈무리하고 바닥에 떨어진 장검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이제부터는 호법답게 비룡검법으로 싸우기 위함이었다.
병력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해도 남궁세가의 방어를 100명으로 뚫는 것은 쉽지 않은 알이었다.
기수는 남궁세가 무사들 중 고수만 골라서 제압했다.
그들 중엔 기수의 옷차림과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넌 식당에서 장작 패던 놈 아니냐!”
“빙고!”
장작 패던 하인의 검을 3초식 이상 받아내는 자가 없었다.
남궁세가 무사들은 다들 나름대로 오랜 세월 검을 익혀왔지만 기수와의 차이가 워낙 현격했다.
호법이 앞장서서 고수들을 제거해주니까 비룡검문 제자들은 사기 백배하여 더욱 힘을 냈다. 반대로 남궁세가 무사들은 수적 우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때 남쪽에서 지축을 흔드는 함성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