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77
기수가 즐거워한다면, 호운혜는 거의 미쳤다.
기수의 움직임에 역으로 맞춰 자신의 힙을 움직임으로 해서 전진과 후진 시 스피드와 파워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사운드 이펙트도 엄청났다.
기수는 사실, 다양한 자극을 충분히 즐기는 편이었다.
이번처럼 그냥 바로 진입하는 것은 좀 예외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Rock & Roll 롤 좀 해볼까?’
락은 전진, 롤은 회전을 의미하는 속어였다가 음악 장르의 이름이 되어 버린 것인데, 지금처럼 처음부터 그것만 하게 된 경우에도 그 안에서 다양함을 추구할 수 있었다.
잠시 호흡을 고른 기수는 퀸의 We Will Rock You리듬에 맞춰 쿵쿵빡! 중 빡에 악센트를 주다가 데프 레파드의 Rock Rock Till You Drop, Rock Rock Never Stop으로 속도를 올렸다.
“꺄악! 나 죽어!…”
“아직 멀었어!”
16비트 스래시메탈 속도가 되자 호운혜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바위가 으스러지도록 움켜쥐면서 온몸을 경직시킬 뿐이었다.
기수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Roll을 시작했다.
왼쪽으로 치우치고,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위쪽으로 강한 자극을 주었다가 아래쪽으로 누르기를 골고루 섞으며 반복했다.
호운혜는 그때마다 격하게 반응했다.
그렇게 4방향, 8방향으로 무게중심을 달리하던 기수는 그 모두를 아우르는 회전운동으로 움직임을 전환했다.
“아아!… 양호법님. 저… 저….”
“후후…”
기수는 다시 Rock으로 갔다가 잠시 후 Roll로 돌아오는 식으로 조합을 해주었다.
호운혜는 견디지 못하고 절정을 만끽하고 말았다.
그녀의 신호를 감지한 기수는 풀 스피드를 시험해 보았다.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순간적으로 조이 조디슨이 더블 킥 밟는 스피드에까지 이르렀다.
스스로도 경이로울 정도였다.
‘와! 내가 이 정도 속도까지 가능했나?’
오래 굶은, 그리고 호운혜의 몸이 넉넉하고 미끄럽다는 요인이 결합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능력을 재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호운혜가 괴성을 지르며 광란하는 타이밍에 맞춰 기수도 그동안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중량을 모두 덜어냈다.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렇게 분출된 액체는 헉헉거리는 호운혜의 허벅지 안쪽으로 주르르 흘러내려서 무릎을 지나 발목까지 도달해 신발을 적셨다.
기수는 끝난 뒤에도 결합을 풀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호운혜는 신음을 토하며 허리를 살살 돌려 마지막 여운을 즐겼다.
그렇게 길을 튼 두 사람은 그날부터 매일 밤 만났다.
사실, 기수는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두 번째부터는 굳이 호운혜를 만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워낙 간절하게 원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밀회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미안한 점은 그녀의 예쁜 입술 주변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렵지 않아?”
“그렇진 않아요. 보기만 좀…”
보이는 입뿐만 아니라 안 보이는 곳에도 문제가 생겼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하냐… 정말 미안해.”
“그러지 않아도 되요. 내 친구 중에 사천당가의 딸이 있는데, 그 애한테 증상을 보였더니 이건 독에 중독된 증상이래요.”
기수에겐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였다.
“그럼 혹시…. 그녀가 해독법을 알고 있을까?”
“당연하죠. 천하의 사천당문인데…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뭐라고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원래 내장에 침투하는 독인데 그게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나? 어쨌거나 잘 아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이야?”
“그녀가 며칠 내로 약을 만들어주겠다고 했어요. 내가 양호법님도 드리려고 많이 만들어달라고 했으니까 기대하세요.”
“아이고! 예뻐라…”
그녀의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
당운영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여인이었다. 호운혜가 중간에 끼어서 일을 해결해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 밤은 특별히 좀 더 오래 해주었다.
1차전이 끝나고 호운혜가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양호법님. 이건 정말….”
“왜? 마음에 들어?”
“그럼요. 진짜 세상에 이런 게 있을 줄을 몰랐어요.”
기수는 슬쩍 그녀를 떠보았다.
“다른 남자들도 다들 비슷하지 않나?”
“글쎄요. 전 양호법님이 제 첫 남자이자 유일한 남자라 잘 모르겠어요. 호호!….”
기수도 씩 웃었다.
기본은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기다리는 동안.
강 건너 적진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병력이 꾸준히 증가되어서 수색대 운용을 위협할 정도였다.
회의실의 분위기도 긴장되었다.
종남파 장문인 장해량이 말했다.
“아무래도 적이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호문평이 물었다.
“수색대 공격에 대한 복수를 노리는 걸까요?”
“그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쪽 병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총공세를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이곳 고수진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도 모두 적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흐음….”
호문평뿐만 아니라 진백의 표정도 굳었다.
화산파, 형산파, 남궁세가 3대 문파가 빠져나간 공백을 비룡검문 혼자 채워 넣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곳 고수진에선 수색대가 제대로 한 방 타격을 입히긴 했지만 무림맹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이 상당히 위험한 시기라도 할 수 있었다.
“당장 오늘밤이라도 적이 공격해올 수 있으니 각 문파들은 만전의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진백은 순우광, 조치성 등을 불러 방어검진 훈련과 운용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수도 함께 앉아서 주의 깊게 들었다.
실전이 벌어졌을 때 자기도 알고 있어야 검진이 원활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자들의 검술에 대해선 자기가 다 교정을 해주고 추가로 훈련을 시켰지만, 진법에 대해선 아직 아는 게 적었다.
처음엔 세 사람의 대화를 오직 들을 뿐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질문도 할 정도가 되었다.
‘내게도 기문진법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쌓인 걸까?’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날 기분 좋은 건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정 무렵, 호운혜를 만나러 가려는데 징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적이 침입한 것이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이쪽저쪽 들쑤시다가 달아났기 때문에 무림맹측은 새벽까지 모두 깨어 있어야 했다.
진백이 말했다.
“우리의 방어 상태를 시험해보는 것 같군.”
그렇다면 총공격이 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다.
다음날 밤에도 호운혜와의 밀회는 방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엔 반가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식당에서 그녀를 봤는데 입 주변이 말끔하게 나아 있었던 것이다.
‘약을 손에 넣었구나!’
적은 무림맹 진영을 자극하기 위해 삼일 연속으로 기동대를 파견했다.
그러나 세 째 날엔 그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강변에 의문의 고수가 잠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기수였다.
‘오늘만큼은 너희들이 방해하게 놔둘 수 없다.’
약을 받으려면 호운혜를 꼭 만나야 했다.
진백에게 허락을 받고 혼자 진영을 빠져나온 그는 옷까지 갈아입고 검도 놔둔 채 숨어 있다가 강을 건너려는 자들을 잔백지로 모두 제압해버렸다.
비룡검문 양호법의 신분이 아니라면 다양한 무공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적은 수가 많았지만 선풍비로 날아다니며 지풍을 쏘아대는 기수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
그렇게 무림맹 진영을 편히 잠들 수 있게 하고 마침내 호운혜를 만난 기수는 그녀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한 후 고대하던 약을 받게 되었다.
“이걸 바르면 되요.”
“아! 바르는 약인가?”
“맞아요.”
먹는 약이면 내장 손상도 함께 고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에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현재로선 피부 문제만 해결되어도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우선 얼굴과 목, 가슴에 골고루 발라보았다.
무색, 무취에 약간 찐득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열기가 조금 느껴졌다.
운기조식으로 밤을 샌 기수는 주변이 밝아지자 거울을 들어 살펴보았다.
“야! 역시 사천당문이네.”
붉은 반점의 색이 많이 옅어져 있었다.
호운혜처럼 싹 다 낫지 않은 것은 피부 간 마찰접촉에 의한 발병이 아니라 원인이 몸 안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쨌거나 약도 충분히 남아 있으니까 원래 피부로 돌아오는 것은 열흘에서 넉넉잡고 보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다.
갑자기 몸을 옥죄고 있던 수갑과 족쇄가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양십일로 너무 오래 있었지. 후후….’
사실,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죽립과 붕대로 눈을 제외한 부분을 가리고, 또 말도 최소한으로만 하니까 사람들이 자신을 좀 어렵게 여기는 것 같았다.
신분을 감추기엔 아주 좋은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붕대 풀었을 때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점에 놀라거나, 우스꽝스런 얼굴에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난 얼굴 생김새만 가지고 사람을 무시하지 말아야지.’
물론 상대가 남자일 때 얘기지만, 어쨌거나 그런 결심도 하게 되었다.
어젯밤 강변에서 혼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움직임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아침부터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나가 보니 강 건너에 깃발 수백 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병력 규모는 대충 보기에도 7천에서 8천 정도.
아마도 어제의 일과 무관하게 무림맹 전체에 대한 총공격 날짜가 잡힌 듯 했다.
기습을 택하지 않고 3일 동안 두드리다가 밝은 아침에 당당히 쳐들어온 것은 어쩌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무림맹 진영은 술렁거렸다.
이쪽이 2명이고 저쪽이 7명이라면 무공 여하에 따라 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명대 70명, 200명대 700명, 2천명대 7천명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그 위압감은 상승했다.
기수조차도 압도적인 숫자에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였다.
좌우를 둘러보니 비룡검문 제자들도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다.
기수는 제자들 사이를 다니며 큰소리로 말했다.
“적은 사막에서 떠돌던 도적떼에 불과하다! 천하제일의 검술을 익힌 우리에겐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너희들 실력이라면 슬슬 놀면서 싸워도 적 10명씩은 해치울 수 있다!”
정말 그리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자신들이 가장 믿는 양호법이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니까 다들 표정이 풀렸다.
강을 사이에 두고 7, 8천명과 마주 선 것은 분명 겁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벌어졌을 때 10명 정도는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른 문파들의 상태는 비룡검문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적이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그 차이는 더 커졌다.
종남파는 군영의 한 가운데를 맡아 대형을 갖추었고, 사해문은 오른쪽, 비룡검문은 왼쪽에 배치되어 적의 접근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른 문파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위험한 쪽을 돕도록 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종남파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중군이라서가 아니라 9파에 속하는 가장 강한 문파이기 때문이었다.
위급한 상황엔 역시 명성을 따라가기 마련인 것 같았다.
적의 선두는 강을 건너고, 후미는 아직 강물에 발을 적시기 전.
진백은 장해량에게 말했다.
“지금입니다! 공격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의 판단 근거는 명확했다.
적의 대부분이 강에 잠겨 있어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할 때 공격해야 효과적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해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군영 주변의 기문진이 적을 막아줄 텐데 성급하게 나서서 피해를 자초할 필요가 무엇입니까? 기다립시다.”
진백은 답답했다.
“기문진의 위력을 과신하지 마십시오.”
그는 기문진법에 대해 깊은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 무림맹 군영을 둘러싼 기문진은 적을 막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었다.
소규모의 침입자라면 몰라도, 대규모 병력을 막기 위한 진법은 아니었다.
진백은 간곡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진법에 능한 자가 와서 정찰을 했다면 이미 파해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지금 쳐야 합니다.”
그러자 장해량이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우리 종남파의 기문진법 설계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오?”
남궁세가가 떠난 뒤 진에 대한 개보수가 많은 부분에서 이루어졌는데, 사해문은 종남파에 그 작업을 일임했던 것이다.
진백은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그런 뜻은 없었습니다. 전 단지 지금 적을 치고, 물러서서 진 안으로 돌아와도 시간이 충분할 거라는 뜻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장해량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의 수장은 분명히 자기인데 어디서 듣도 보던 문파가 나타나서 감히 전략을 제시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비룡문이 나가서 싸워보시오.”
“우리만 말입니까?”
“자신 있어서 하는 말 아니었소?”
진백은 그동안 장해량이 넉넉하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처하니까 본래 인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화가 났지만 적을 앞에 두고 싸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