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9
다음 날 아침. 기수의 거처로 찾아온 당운영은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오! 젖 짜는 소녀. 왔어?”
기수가 쾌활하게 인사를 해도 그녀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왜 그래? 무슨 기분 안 좋은 일 있었냐?”
“너. 어제 아미파의 능소화하고 눈 마주쳤지?”
“그래. 그랬는데 뭐 어쩌라고?”
당운영은 말문이 막혔다.
잔뜩 화가 나서 찾아왔는데, 안타깝게도 기수는 자기 비위 맞춰주는 데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당당하게 사실을 시인하니까 당운영은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비록 부끄러운 방식으로 해약을 짜먹고는 있지만 기수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기수가 슬쩍 물어보았다.
“너 혹시 나 좋아하냐?”
“이 새끼가 미쳤나! 너 같은 게 어떻게 내 연인이 될 수 있겠어?”
“아~! 쌍년. 아니면 아닌 거지 말을 꼭 그런 식으로 하냐?”
명문가의 명성으로 보자면 공손세가도 당가에 못지 않았다.
그런데 공손설은 연상이면서도 고분고분했는데, 당운영은 어린 게 진짜 싸가지가 없었다.
화가 난 기수는 그녀의 고약한 입을 무엇인가로 콱! 틀어막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젖이나 빨리 내놔. 짜먹고 가게.”
“오냐! 주마.”
기수는 주인처럼 빳빳하게 화가 난 존슨을 꺼냈다.
두 사람은 화난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며 눈싸움을 했다.
그건 눈과 눈 사이의 일이고, 존슨과 당운영의 손은 전혀 다른 내용의 만남을 가졌다. 몇 번 해보더니 요령이 생겼는지, 당운영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완급조절을 하면서 당겨주어서 기수의 기분을 누그러뜨려주었다.
그러나 이 못된 아가씨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마음 먹은 기수는 그녀가 아무리 기교를 발휘해도 발사를 하지 않았다.
계속 시간이 지나자 당운영은 짜증을 냈다.
“도대체 왜 안 나오는 거야?”
“그게 매일 똑같이 해서 나올 리가 있냐?”
“그럼 뭘 어떻게 달리 해야 하는데?”
“어제도 얘기했잖아. 입을 사용하라고.”
“너 자꾸 더러운 일 시킬 거야?”
“더럽긴 뭐가 더러워? 이렇게 해 봐.”
기수는 자기 검지손가락을 입에 넣어 입술로 물고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손이 좀 짰다.
당운영은 볼을 붉히며 망설였다.
기수는 뺨이 어여쁘게 발그레해진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햐! 요거 싸가지만 탑재되면 진짜 예쁜 프리티걸인데….’
당운영이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
“그렇게 안 하면 안 나오는 거야?”
“아마 하루 종일 해도 안 될 걸.”
당운영은 결심한 듯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눈을 질끈 감고 존슨을 머금었다.
“으음….”
기수는 따듯하고 촉촉한 감촉에 신음을 토했다.
그러나 당운영의 마른 입술은 서툴기 짝이 없어서 표피가 밀리기만 하고 매끄러운 마찰감촉이 없었다.
“침을 발라봐. 혀로.”
당운영 역시 입술이 뻑뻑한 게 싫었던지 혀를 움직였다.
“아! 그래… 바로 그거야.”
기수는 황홀했다.
자기를 향해 욕을 해대던 혀와 입술이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당운영은 자존심을 누른 덕분에 기어이 우유를 짜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도 옷이나 얼굴에 튀지 못하게 하려고 기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입을 떼지 않고 입술을 바짝 오무려 주었다.
그 덕분에 기수는 마지막 스퍼트에 기둥을 타이트하게 감싸는 아주 훌륭한 마찰 감촉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 싼 후 꾹! 누르니까 당운영이 울컥 하면서 입 안 가득하던 흰 액체가 입술 사이로 삐집고 나와 흘러내리는 광경이 보였다.
‘함부로 주둥이 놀린 벌이닷!’
오랫동안 보고 싶은.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기수가 흡족한 표정으로 존슨을 빼자 당운영은 한 모금을 꿀꺽 삼킨 후 나머지는 바닥에 뱉었다.
워낙 양이 많아서 다 삼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삼킨 양이 많이 늘어난 편이었다.
“더러워!”
당운영은 입에서 길에 늘어지는 흰 선을 손가락으로 끊어내며 투덜거렸다.
기수는 그녀의 말에 웃었다.
“그걸 더럽다고 하면, 먹는 너는 뭐냐? 후후….”
당운영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서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기수를 노려보다가 한 마디 했다.
“이제 27번 남았다.”
그리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기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고독을 먹인 게 아닌데도 속여서 나쁜 짓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버르장머리를 생각하면 혼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보면 그녀도 이게 속임수라는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 속아주는 것 같기도 했다.
불현듯 유향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데이트해서 정을 쌓아온 상대는 유향경이 유일했다.
‘그녀 이외의 여자에게 젖을 짜게 하는 게 혹시 배신 아닐까?’
그런데 그것도 좀 생각해 볼 문제였다.
양다리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일부일처제가 확립된 현대의 기준이었다.
현대에도 이슬람국가들은 아내 4명이 합법이다.
한참 이런저런 생각에 골치를 썩히던 기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 후 말했다.
“에이! 몰라. 줘도 못 먹는 바보는 안 될 거야.”
그게 정답인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사죄 데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수는 유향경을 만나러 기린각으로 갔다.
기린각의 남녀들 모두는 들뜨고 흥분해 있었다.
바로 용봉련의 비무 공고 때문이었다.
청년고수가 무림맹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날고 기는 고수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끼리만 겨룬다면 얘기가 좀 달랐다.
신주 오룡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열 10위권 안에만 들어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사문의 명예를 위해서 대단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그 얘기를 했고, 유향경 역시 들떠 있었다.
“기소협. 제 무공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글쎄…”
“3관문까지는 통과할 수 있겠죠?”
“나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비무는 사람끼리 싸우다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소림사의 기물을 빌려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소림사의 목인진, 동인진, 철인진의 3개 진이 그것인데 목인진은 네 명의 나무로 만든 사람 크기 인형들 사이를 지나가면 통과였다.
나무 인형 뒤엔 소림승들이 배치되어서 각각 팔 다리 자리에 연결된 긴 봉을 휘둘렀다. 결국 4명의 소림승이 지키는 자리를 지나갈 수 있느냐 하는 시험이었다.
동인진 역시 비슷한 구성인데 동인 6명이 좀 더 좁게 배치되고 봉을 잡는 소림승의 무공도 목인진보다 높았다.
찰인진은 8명의 철인 사이를 지나야 하고, 뒤에는 나한전 소속의 소림승들이 배치되었다.
비록 소림사 최고의 고수들은 아니라고 해도 나한전 소속 8명이 협공하는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었다.
기수가 보기에 유향경의 실력으로는 동인진까지는 몰라도 철인진 통과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아! 기소협이 비무 날까지 저를 좀 도와주세요.”
“그럴까?”
“아직 열흘이나 남았으니까 지도 받으면 좀 나아질 거예요.”
열흘 만에 무공이 증진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지낼 핑계가 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유향경이 말했다.
“우리 산 아래로 내려가서 적당한 집을 한 채 빌려요. 돈은 제가 낼게요.”
“집을? 왜?”
“여기서 무공을 연마하면 다른 사람들이 훔쳐볼 수도 있잖아요. 다른 문파에서도 산 아래 거처를 따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 하지만 돈이 들 텐데.”
기수는 전세, 월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유향경이 생긋 웃었다.
“우리 유가장이 무공은 좀 딸릴지 몰라도 재산에서는 다른 문파에 뒤쳐지는 법이 없답니다. 호호!”
기수는 씩 웃었다.
부잣집 딸이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좀 더 세련되어 보였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점도 있었다.
강호무림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무공이 약하면 허접한 군소방파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산을 내려온 기수와 유향경은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장원을 찾아가 집주인에게 의사를 물었다.
집은 크지만 노인 부부와 하인 둘, 하녀 두 명만 살고 있어서 후원 별채 쪽은 비워둔 지 오래 되었다고 했다.
유향경은 통 크게 선금을 주고 별채 전체를 1년간 빌렸다.
장차 무림이 혈난에 휩싸이는 경우 유가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무림맹으로 올지도 모르기에 미리 공간을 확보해두는 의미도 있었다.
넉넉한 선금을 받은 주인 부부는 하인들을 시켜 별채를 말끔히 청소해주고 이불과 가재도구도 새로 들여놓아 주었다.
마침내 두 사람만 남게 되자 기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유향경과 신방이라도 차린 기분이 든 것이다.
그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양 볼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지금이라도 신방으로 만들면 되지 뭐.’
기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어 확 끌어당기고 입을 맞추었다.
“으음…”
달콤하고 긴 입맞춤이 이어지는 동안 기수의 손이 슬그머니 그녀의 가슴에 얹혀졌다.
그러자 이번에도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기수를 밀어냈다.
“안 돼요. 더 이상은….”
기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유향경과는 이 소프트한 연애가 즐거운 것이다.
그래서 바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 그럼 우선 실력부터 좀 볼까? 나를 공격해 봐.”
“알았어요!”
유향경은 기수식을 취하더니 곧바로 공격을 해왔다.
“오! 좋아. 훌륭한데?”
의외로 그녀가 쓰는 초식들은 빠르고 변화가 다양했으며 기초도 튼튼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내공부족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내공만 받쳐주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고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수가 그녀를 멈추게 하고 물었다.
“너 혹시 영약 같은 거 먹은 적 없어?”
“많이 먹었죠.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다 구해서요…..”
“흐음…. 내가 기경팔맥을 좀 봐도 될까?”
“그러세요.”
기수는 그녀의 완맥을 잡고 진기를 주입하여 반응을 살펴보았다.
단지 내공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막히는 곳도 있었다.
고명한 사부 없이 이 약, 저 약 돈 되는 대로 먹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키만 크고 살이 붙지 않아 비쩍 마른 것도 그 이유일 것 같았다.
“내가 시키는 대로 진기를 움직여볼래?”
“예. 말씀하세요.”
유향경은 바로 응하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서는 기수가 최고 고수였다.
당운영을 제압할 때 그 실력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런 그라면 믿고 명문혈을 맡길 수 있었다.
기수는 그녀에게 진기를 어디로 이끌어야할지 자세히 가르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기로 그 흐름을 리드해주었다.
그렇게 한 바퀴 진기를 순환시킨 유향경은 깜짝 놀랐다.
뭔가 몸 안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기경팔맥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면서 진기도 자유롭게 흘렀다.
그것은 바로 태을음양대법의 효력이었다.
남녀가 서로의 몸으로 진기를 순환시킴으로써 양쪽 동시에 내공 상승을 이루는 비법. 바로 오늘의 기수를 만들어준 대법이었다.
예전에 민아, 현아와 그 대법을 할 때는 몸을 아주 깊숙~이 결합한 상태로만 가능했지만, 이제 기수의 내공이 쌓이니까 명문혈에 장심을 대는 전혀 에로틱하지 않은 방식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기소협! 한 번만 더 해주세요.”
유향경은 기수에게 졸랐다.
이제까지 어떤 영약을 먹었을 때보다 더 단전에 강력한 진기가 모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다.
“알았어. 부탁이니까 흥분하지 마. 마음을 차분히 해야 돼.”
“예. 그럴게요.”
유향경은 눈을 질끈 감고 정신을 집중했고, 기수는 그녀의 명문혈에 다시 손바닥을 얹었다.
장심을 통해 순환되는 진기의 양은 예전에 존슨을 통해 순환되던 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미미했다.
기수 입장에선 시간낭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향경 입장에선 그 정도만 해도 기경팔맥이 완전히 새 판을 짜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대단한 변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기수는 그녀가 새로운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한참 만에 유향경이 눈을 떴다.
“굉장해요! 왜 진작 기소협에게 부탁을 하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런데 뭐?”
유향경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이,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요.”
기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태을음양대법은 서로의 진기를 순환시키는 수단으로 남녀의 교합을 이용했다.
기수는 장심을 통해 진기를 이동시켜도 심리적으로 아무런 흔들림이 없는 경지에 달해 있었지만 유향경은 아니었다.
기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찬스가 왔구나!’
유향경의 빨라지는 호흡,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면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벌렁 자빠져서 활짝 벌릴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