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99
용봉련은 보무도 당당히 무림맹 본진으로 귀환했고, 모두들 몰려 나와 그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나왔지?’
무슨 금메달 따고 입국하는 공항 같아서 기수는 얼떨떨했다.
심지어는 무림맹주 주일비와 무림맹 군사 단문령까지 나와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기수의 손을 맞잡았다.
“양련주.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소!”
기수는 비로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다들 현현각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년 무림인들이 나가서 그들의 루주 중 한 명을 생포해 왔으니 겁먹을 일만도 아니라는 사실, 무림맹이 이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특히 지난 번 습격으로 인해 깊은 복수심을 품고 있던 문파들은 당장이라도 쳐들어가서 놈들을 박살내자는 식으로 들떠 있었다.
맹주 주일비는 그런 분위기가 퍼져 나가는 걸 은근히 즐기는 듯 했지만, 그렇다고 덩달아 휩쓸리지는 않았다.
그는 환영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진백과 기수를 맹주 집무실로 따로 불렀다.
현무단 단주와 차나 한 잔 마시자는 초대였지만 그가 궁금하게 여기는 바는 따로 있었다.
“현현각의 음공을 어떻게 막아내셨습니까?”
기수는 대답하기 거북해서 머뭇거렸다.
그러자 진백이 대신 얘기했다.
“양호법은 특이한 체질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음공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합비와의 일을 비밀로 해주기 위해 둘러댄 것이다.
기수도 얼버무려 대답했다.
“예. 어려서부터 그런 기질이 좀 있었는데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아! 그렇군요.”
주일비는 약간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적의 음공이 부담스러워 작전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는 상황.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개인적 체질 덕분이라면 전체에 도움이 될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래서 적진을 뚫고 귀환하는 일도 가능했던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주일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수는 자신의 존재가 몹시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기회를 잡아 말했다.
“맹주님. 사천당가의 운영소저가 포로 심문을 하고 싶다기에 제가 맹주님 허락도 받지 않고 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 그런 일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보고를 들어 보니 포로가 아주 협조적이라고 하는군요.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많이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주일비는 기수의 몸에 이상은 없는지 거듭 확인한 후 문 밖까지 전송했다.
현무단의 거처로 돌아오면서 진백이 웃으며 말했다.
“그 고인의 방법이 제대로 통했다니 다행일세.”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 그 루주라는 소녀의 음공은 합노인의 공격에 비하면 십 중 육칠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수련하게. 현현각의 각주는 그 늙지 않는 괴물들보다 훨씬 강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입니다.”
기수는 말이 나온 김에 곧장 합가촌으로 갔다.
실전에서 효과를 보고 나니까 오행류에 대한 믿음이 더욱 단단해져서 합비가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몸을 만들어두고 싶었다.
그동안 많은 싸움을 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맛에 히어로 하는 거겠지?’
자기도 본래 얼굴이 아닌 일종의 가면을 쓰고 정의의 편에 서서 악을 물리친다는 면에서 그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림맹이 선이고 현현각은 악이란 전제가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친한 사람들 있는 쪽이 무조건 좋은 편 하기로 이미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합비의 혹독한 수련을 견뎌내고 열매를 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뭔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이후의 성취감이 아주 기분 좋았다.
장원을 빠져나온 기수는 인적 없는 숲을 지나 경공을 펼쳤다.
그리고 합가촌까지 절반쯤 갔을 즈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려! 잠깐만!”
기수는 귀에 익은 여인 목소리에 경공을 멈추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빠르게 다가왔다. 사하였다.
“도대체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거야?”
“아! 그, 그냥….”
기수는 합가촌의 낡은 집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 때문에 수행을 방해받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 좋은 예감은 왜 늘 적중하는 것일까.
사하는 좌우를 둘러보고 인적 없는 으슥한 나무 뒤로 기수를 밀어붙이더니 곧바로 품 안으로 파고들면서 뜨거운 입맞춤을 시작했다.
“으음…..”
기수도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화답해 주었다.
사실, 혈매궁 사매들과 지낼 때는 존슨 표면 말라 있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러나 무림맹에 온 이후엔 사막이라고나 할까. 수분 바르는 날이 진짜 부족했다.
‘이러다 건성 피부 될라.’
사하도 엄청 달아올라 있다는 사실이 확 느껴졌다.
그건 손을 대보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일단 궁금한 건 확인하고 넘어가야 했다.
“넌 여기 어쩐 일이야? 내가 이리로 지나갈 걸 어떻게 알았어?”
“며칠 전에도 따라왔다가 이 근처에서 놓쳤거든.”
“아 그랬어?”
사하는 기수의 바지 끈을 풀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도 또 빠져나갈까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지.”
곧 아랫도리가 시원해졌다.
사하가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오늘 저녁 축하연에도 안 나갈 생각이야? 도대체 어딜 이렇게 급히 가는 거야? 나 말고 예쁜 애인이라도 숨겨뒀어?”
“하핫!… 그럴 리가 없잔…으으~”
“오옴… 우움… 후룹… 우움~ 우움!~”
사하의 이타적인 행위는 전에 없이 적극적이었다.
특히 상당 기간 굶은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아주 깊이까지 삼킨 후 양 볼이 홀쭉해지도록 쪼오옥~! 힘주어 밀착시키는 느낌이 압권이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자 기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하의 치마와 속바지와 속옷을 차례로 무장해제 시킨 후 뒤쪽으로 돌아가 구부리도록 하고 진입을 시도했다.
“허억!….아아….”
사하는 숨넘어가는 신음을 토했다.
입구를 찾자마자 쑥! 하고 이루어진 결합은 그로부터 쉬지 않고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두 사람 모두 흡족한 절정과 마무리를 넘어선 것은 그로부터 20분 뒤.
“헉!… 헉!…. 굉장해….”
“나도 아주 좋았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오늘은 느낌이 엄청났어.”
기수는 씩 웃었다.
그녀의 성감이 계속해서 발달하는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하는 손수건으로 뒤처리를 하고 옷을 입은 후 기수 품에 안겼다.
“얼굴 좀 보여줘.”
“응? 맞다…”
기수가 본래 얼굴로 돌아가자 사하는 꿈꾸듯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손으로 기수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부드럽고도 뜨거운 키스를 오랫동안 나누었다.
격정적인 섹스 뒤에 하기 딱 좋은 입맞춤이었다.
한참 만에 입술을 뗀 사하가 물었다.
“호운혜하고는 어떻게 만난 사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묻고 있지만 여기서 대답을 잘 해야 했다.
“그녀는 원래 아무한테나 잘 주는…. 성적으로 좀 자유분방한 아가씨잖아. 그래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 애정이라곤 전혀 없는 관계야. 널 알게 된 이후로는 그녀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괜히 혼자만 날 좋아하는 거라고.”
“흥! 그래도 그녀는 집안이 엄청난 부자고…. 살결도 나보다 희고… 키도,,,”
기수는 검지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그런 것들은 전혀 의미가 없어.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지금 현재, 이곳에 나와 함께 있는 너만을 진정으로 사랑해. 그리고 네 피부 색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정말?”
“정말이고말고. 색뿐만 아니라 감촉도 얼마나 매끄럽고 부드러운데.”
“그런데… 진짜 혼자서 몰래 어디 가는 거였어?”
‘실은…. 조용한 곳에서 운기조식 좀 하려고.“
“아! 그럼 내가 방해했구나.”
“꼭 그런 건 아냐. 너를 이렇게 안아서 너무 좋았어.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축하연에 련주가 빠지면 안 될 것 같네. 돌아가자.”
그러자 사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너무 일찍 갈 필요는 없잖아?”
기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고 씩 웃었다.
그 역시 1차전만 하기엔 그동안 공백이 너무 길었다.
사하는 이번에도 기수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그건 아까 해줬으니까 이젠 안 해도 돼.”
그러나 사하는 존슨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물었다.
“호운혜는 어때? 잘 해줘?”
“아니. 그녀는 영 서툴고, 힘만 세고, 키만 커서 별로야.”
권력에 붙기로 결심한 언론의 길. 끝까지 고수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누가 진실을 듣고 싶어 하겠는가.
사하는 생긋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궁극의 이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수 입장에선 말릴 생각은 없지만 살짝 미안하긴 했다.
‘아 놔…. 샤워도 안 했는데… 아아!…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그러나 사하는 이 부문에서 점수를 확실히 따서 두 번 다시 호운혜를 생각조차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어….! 으으…. 아아….. 끄으으…..”
기수는 미안함에서 감탄과 고마움을 넘어서 감동까지 느끼게 되었다.
반응이 좋게 나오자 사하는 더욱 열심히, 정열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기수를 더욱 기쁘게 해주었다.
두 사람이 3차전까지 마치고 나니까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기수와 사하는 각각 따로 떨어져서 장원으로 복귀했다.
먼저 도착한 기수가 축사를 하고, 건배를 하고, 일장 연설을 한 이후에 왁자지껄한 연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하는 나중에야 슬그머니 연회게 끼었다.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보타문 제자들 외엔 없었지만 호운혜는 달랐다.
그녀는 사하에게 다가가 옷을 유심히 살펴본 후 물었다.
“무릎에 왜 풀잎 물이 들었지?”
“어, 어디?”
“치마 말야. 어디 속바지도 좀 볼까?”
“이게 어디다 손을 대?”
사하가 격하게 반응하자 호운혜는 눈을 부릅떴다.
“너 했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긴 뭐를 해?”
“으으…. 못 참아!”
질투심이 폭발한 호운혜는 곧장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사하 쪽을 수시로 보고 있던 기수는 호운혜의 표정 변화를 발견하는 즉시 슬그머니 일어나서 병과 잔을 들고 술을 권하러 가는 척 하다가 객청 병풍 뒤로 돌았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흥분한 호운혜가 여러 사람 앞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폭로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이치대로 따질 일도 아니고, 달랠 일도 아니고, 튀는 게 최선이었다.
나중에 그녀의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 가서 얘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순식간에 장원을 빠져나온 기수는 늘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우회해서 합가촌으로 들어갔다.
합비의 낡은 집에 들어가 등을 켜고 호흡을 고르자니, 술과 음식과 사람들을 놔두고 텅 빈 집에 혼자 앉아있는 자신이 처량했다.
‘신이시여!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호운혜 눈치를 봐야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에익!….”
벌떡 일어선 기수는 빠른 걸음으로 마당을 한 바퀴 돌다가 항아리에 든 물을 떠서 벌컥벌컥 마신 후 방으로 들어가 정좌하고 앉았다.
‘그래. 호운혜 심정도 이해해줘야지.’
마음을 고쳐먹고 차분한 호흡을 몇 번 하자 처량함이나 분노는 사라졌다.
기수는 정신을 집중하고 운기조식에 몰입했다.
처음엔 북궁심법 위주로, 그리고 전신에 진기가 충만해지자 오행류 중 화류를 집중적으로 운용했다.
합비와 수련할 때도 만만치 않았지만, 실전 상황은 아무래도 그보다 조금은 더 절박했다. 그래서 강기 운용 훈련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전보다 강해진 느낌인데?’
기수는 파천강기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운 방식뿐만 아니라 화류 호신강기처럼 부드럽게 퍼지며 확장되는 느낌의 강기도 집중력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화류가 실체로 느껴지는 단계에 올라선 것이다.
‘파천강기와는 정말 다르구나.’
실체로 감지되니까 연공에도 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다.
한참 동안 집중하던 기수는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에 눈을 슬쩍 떠보았다.
‘벌써 새벽이 되었나?’
정좌한지 한두 시간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날이 새다니.
정말 대단한 집중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의 생각과 현실은 약간 달랐다.
분명 주변이 밝긴 했는데 그건 해가 떠서가 아니라 방에 불이 난 것이었다.
사방에서 화염이 솟아올랐고, 화끈한 열기가 전신을 휘감았으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숨을 참아야 돼! 화재 희생자는 대부분 연기에 질식해 죽는 거야.’
기수는 황급히 호흡을 정리하고 몸을 솟구쳐 천장을 뚫고 날아올랐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집에 불을 지른 자는 자기가 문을 열고 뛰어나갈 거라 예상하고 매복해 있을 게 분명했다.
그, 혹은 그들의 의도대로 해줄 수는 없었다.
‘도대체 누구지? 아무리 운기조식 중이었다고 해도 내가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니.’
상당한 고수라는 생각에 바짝 긴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