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41
자영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암천제를 만나러 갔다.
기수는 쉬라고 남겨두고, 한백랑과 함께였다.
그녀가 도착하자 암천제가 반가운 얼굴로 군막 밖까지 달려 나와 맞이했다.
“어서오너라! 하하하!….”
자영과 한백랑은 서로를 마주봤다.
암천제가 이렇게까지 환영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암천제는 동생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색과 형태를 가진 강기막을 만들어낼 정도라고는 생각 못 하고 있었다.
진기를 유형의 물체로 만드는 데는 엄청난 양의 내공이 소모되는 법.
자영은 암천제의 예상보다 훨씬 고수였던 것이다.
“날 찾아올 정도로 급한 일이 뭐야?”
“들어가서 얘기하자.”
자리에 앉고 나서 암천제는 첩지 한 장을 내밀었다.
자영이 읽어보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삼천제가 모두 모여서 총 공격을 하라고? 그런데 왜 멸천제가 수장이야?”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지금이 무림맹을 박살 낼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 우리 삼천제가 힘을 모으면 현현각이나 제갈세가 따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야.”
“맞아! 교주님도 그걸 바라실 거야.”
“하지만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지.”
“맞아! 오빠가 수장이라면 또 모를까.”
자영은 평소 오빠의 간섭을 싫어했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안에 있어선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
혈천제나 멸천제에게 경쟁의식을 느끼고, 고깝게 생각하고, 그들의 성공을 바라지 않기로는 오빠에 못지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목숨을 걸지 않고도 신공을 운용할 길이 열리지 않았는가.
자기가 오빠와 힘을 합치면 혈천제나 멸천제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양십삼이 엄청난 내공증진을 보이고 있으니 언제든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다만, 오빠가 그를 별로 좋게 보고 있지 않으니까 꼭 필요할 때까지는 숨겨두고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암천제는 몹시 기뻐했다.
“내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기쁘구나. 하하하!….”
“혈천제나 멸천제보다는 오빠가 백 배는 더 낫지.”
“하하하!…. 교주님은 왜 그 명백한 사실을 몰라주실까.”
“모임이 언제야?”
“내일 저녁. 우리 군영이 그들 군영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모이기로 했다.”
“좋아! 내일 그들이 오면 우리 남매의 힘을 보여주자. 그래서 수장의 자리를 빼앗아 오는 거야!”
“하하하!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오빠. 지금부터 내일 저녁까지 내 연공을 방해하지 마. 막바지에 바짝 기세를 올려서 신공을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고 싶으니까.”
“아무렴, 아무렴. 절대로 방해하지 않으마.”
그렇게 얘기가 되어 밖으로 나오자 한백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부터 밤을 꼬박 새고 내일 저녁까지 연공하신다고요?”
“그래. 혹시라도 누가 찾아오면 강기막을 두드려서 안으로 알려.”
“아, 알았습니다. 하지만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양십삼 좀 그만 탈진시키고 자기한테 양보하란 의미였다.
물론, 자영은 그 속뜻을 알 리가 없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아. 아! 배가 고프니까 음식을 좀 갖다 줘. 빨리 먹을 수 있는 걸로. 그리고 물을 좀 충분히 갖다 놔. 바로 되겠지?”
“예.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너 먹을 음식은 챙겨 올 필요 없어. 양십삼과 나 둘이서만 간단히 먹을 거니까.”
한백랑은 그렇게 떨쳐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기수는 자기 천막에서 잠시 운기조식으로 몸을 추스르고 있다가 자영의 부름을 받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멸천제와 혈천제가 모두 이리로 온단 말야?”
“우리는 그때까지 대법을 계속 반복하는 거야. 어째? 자신 있어?”
“그거야 뭐…”
여자의 체력이 문제지. 자기는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풀로 뛰어도 상관없었다.
더구나 음양대법을 한다면 그 시간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문제는 두 천제가 모두 와서 셋이 다 한 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이었다.
‘혈천제라… 이게 얼마만이지?’
그녀를 다시 볼 거라는 사실에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멸천제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그가 과연 사도일까?’
그런 생각들에 골몰하다 보니 음식 접시들을 가져온 한백랑의 입이 댓자나 삐져나온 건 체크하지 못했다.
한백랑을 내보내고 음식을 먹으면서 자영이 물었다.
“내일 어쩌면 오빠와 두 천제 사이에 다툼이 생길지도 몰라.”
“무슨 다툼?”
“교주님이 엉뚱하게도 멸천제를 수장에 임명하셨거든.”
기수는 슬쩍 장단을 맞춰주었다.
“저런!… 너희 남매의 무공이 삼천제 중 최고인데…”
“아! 속상해 죽겠어. 교주님이 그걸 몰라주시니…”
기수는 표정 관리에 힘을 쏟았다.
솔직히 암천제는 혈천제를 이기기 어렵다고 봐야 했다.
자기가 그녀의 모든 결함을 제거하고 공업, 방업 전부 빵빵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자영도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아직 횟수가 부족했다.
멸천제는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의 능력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천마교 교주가 수장으로 임명할 정도라면 최소한 암천제보다는 고수라는 의미. 결국 암천제는 삼천제 중 꼴찌라고 볼 수 있었다.
자영이 기수에게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여주며 말했다.
“내일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넌 내 편이 되어줘야 돼.”
“당연하지!”
혈천제와 싸우라고 시키지만 않는다면…
자영은 생긋 웃으며 고기 한 점을 더 집어 먹여 주었다.
“많이 먹고 기운 내. 내일도… 오늘도… 어머나!”
젓가락에 묻었던 소스가 한 방울 아래로 떨어졌다.
자영은 곧바로 머리를 아래로 가져갔다.
“내가 닦아줄게.”
“응. 여기 수건 있어.”
“수건은 됐어. 먹는 건데 아깝잖아.”
“어!…. 바지는 왜 내려?”
“국물이 안으로 스며들었어.”
“그럼 그냥 놔 둬. 여기 먹을 거 아직 많은데…”
“넌 계속 먹고 있어. 그리고 엉덩이나 좀 들어 봐.”
“으으~ 아아!….”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음양대법은 밤을 꼬박 새고 다음날로 이어졌다.
자영은 음양대법에 익숙해졌고, 절정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수의 존슨을 최대한 깊고, 강하게 마찰해주었다.
기수 입장에서도 실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꼬박 하루. 시간으로 따지면 16시간 정도를 그렇게 하고 나니까 단전이 빵빵할 정도로 순도 높은 내공이 만들어졌다.
‘와! 하루 만에 이 정도 내공 증진도 가능하구나.’
자영이 워낙 풍부한 내공의 소유자였고, 자기가 한 번씩 쉴 때마다 하단전에 남기는 양을 적절히 조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운기조식으로 그동안 만든 내공을 모두 진원지기에 흡수했다.
자영이 눈을 뜬 후 말했다.
“굉장해! 삼천제 모임이 끝난 뒤에 우리 또 하자!”
“하핫!… 좋은 생각이야.”
기수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몸을 씻고, 옷을 챙겨 입고, 밥을 먹고 나니까 날이 어두워졌다.
기수는 한백랑과 나란히 자영을 호위하여 암천제의 군막으로 갔다.
횃불을 환히 밝혀놓고 기다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혈천제와 멸천제가 차례차례 도착했다.
기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먼저 도착한 혈천제.
그녀는 면사로 눈 이외의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늘씬한 몸매는 가리지 못했다.
기수는 옷 위로 봤음에도 그녀의 라인들을 전부 기억해냈다.
‘아! 진짜 오랜만이구나.’
자영과는 확연히 다른,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혈천제 쪽이 약간은 더 현대적인 라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러자 혈천제의 허리에서부터 시작해서 힙을 지나 허벅지로 이어지는 곡선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특히 뒤쪽 각도에서 볼 때 정말 끝내주는 라인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방금 전까지 손에 잡히는 곳에 있었던 자영의 그 라인, 즉 허리에서 힙을 지나 허벅지로 지나는 라인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으아아!…. 둘을 나란히 놓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좌우를 번갈아 오가면 매력에 마음껏 취해보고 싶었다.
물론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자영이 다른 천제들에게 경쟁심, 거의 미워한다고 해도 좋을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혈천제라고 해서 호감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보다 먼저, 혈천제와 헤어진 과정이 별로 매끄러운 게 아니었다.
‘내가 정체를 밝히면 그녀도 나를 반가워할까?’
거기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다.
또 다시 사술로 자기를 제압하려 할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기수는 더 이상 그녀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만났는데 자신을 알리지도 못하고, 그녀 얼굴도 못 본다는 사실에 그저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멸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수는 그가 다가오는 순간 온몸으로 퍼지는 전율을 느꼈다.
‘사도다!’
멸천제는 예상보다 어린 20대 중반의 나이.
키가 180은 훌쩍 넘을 것 같았고, 체격도 당당했다.
깔끔하게 면도한 턱이 약간 뾰족하고 눈이 크면서도 눈매가 날카로웠다.
게다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가공할 기도까지 내뿜고 있었다.
기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존나 센 놈이군.’
기수가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암천제가 약간은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멸천제는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신수가 훤해졌군. 나이는 거꾸로 먹고 무공은 더 고강해진 것 같으니…. 혹시, 교주님에게 따로 신공이라도 전수받았나?”
“흥! 연공을 게을리 하지 않았을 뿐이지.”
얼굴에 비해 약간 탁한, 그리고 몹시 냉정한 음성이었다.
기수는 암천제가 말한 변화가 천마교교주가 아닌, 사도들이 주군이라 칭하는 자의 솜씨일 거라고 짐작했다.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 놈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게 분명하니까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서 처치해야 되는 거야.’
기수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멸천제는 혈천제를 향해서 턱짓 인사를 했고, 혈천제는 손가락을 가볍게 까닥였다.
암천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멸천제를 노려봤다.
혈천제를 은근히 자기 마누라로 삼고 싶어 하는 암천제이다 보니 격의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그런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두 사람에게 동생을 소개했다.
“내 동생 자영은 다들 알지?”
자영은 혈천제와 멸천제에게 목례를 했다. 모임 전에는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멸천제 등장 이후엔 약간 겁을 먹은 것으로 보였다.
그녀도 멸천제의 강함을 느낀 것이다.
혈천제는 역시 가볍게 목례를 해 보였고, 멸천제는 자영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특히 가슴에 시선을 머문 채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 전에 봤을 땐 아이였는데…”
자영이 인상을 쓰며 본색을 드러냈다.
“흥! 만만하게 여겼다간 큰 코 다칠 걸?”
“후후…. 성질은 여전한 것 같군.”
암천제가 과장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다들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우리 셋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라 내가 특별한 술을 준비했거든.”
새로 친 커다란 군막 안에는 큰 원탁 주변에 4개의 의자가 빙 둘러 놓여 있었다.
삼천제와 자영의 자리였다.
그들이 앉자 각각 뒤로 호위하는 마령들이 2명씩 자리를 잡고 섰다.
기수는 혈천제 뒤의 두 사람이 소혼랑과 광혼랑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동안 사이가 나빠졌나?’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진한 경험을 함께 나누기가 어디 쉬운가.
그보다는 총애가 깊어져서 중요한 임무를 맡겼기 때문에 여기엔 함께 오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새로 혈천제를 호위하는 두 여인은 무공은 어떨지 몰라도 외모가 주의를 끌 정도는 아니었다.
암천제가 자랑하던 술을 따랐지만 혈천제와 멸천제 모두 술잔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거 섭섭하군. 모처럼 아끼던 명주인데.”
암천제는 술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자기가 먼저 잔을 비웠다.
멸천제가 여전히 잔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말했다.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군. 교주님은 이번 공격에 기대가 아주 크시다. 또한 우리 쪽 전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만큼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암천제의 표정과 혈천제의 눈빛이 경직되었다.
교주의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암천제가 말했다.
“그렇다면 삼황맹과 제갈세가, 현현각과 합동작전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성공확률을 높여보자는 의미였다.
멸천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어. 꽤 공을 세우는 것 같던 현현각주도 패퇴하여 숨어 다니느라 연락이 안 된다고 하고, 또 제갈세가와 삼황맹은 처음부터 믿지 않았잖아.”
“그건 그렇지.”
그때, 멸천제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기수를 빤히 봤다.
왜 그러는지 의아해서 다른 천제들도 모두 기수와 멸천제를 번갈아 쳐다봤다.
기수는 당황스러웠다.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멸천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
기수는 군례를 한 후 대답했다.
“아닙니다. 전 오늘 천제님을 처음 뵙습니다.”
멸천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