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53
아투사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었다.
“황궁이라니…”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황궁이라면 황제의 집. 금군과 천하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지키고 있으니 숫자에서 청탑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기수는 다른 의미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추살령을 내린 사람.
혈매궁 사매들과 헤어지게 만든 원인제공자.
그러나 한 편으로는 다시 보고 싶은 그녀.
바로 공주 주예림이 있는 곳이었다.
아투사가 걸상을 잡아당겨 풀썩 주저앉았다.
“결국… 안 되는 일이었나…”
기수는 절망에 빠진 그녀를 달래주었다.
“아직 실망하기엔 일러. 여기엔 오차가 있거든.”
“오차라니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은 이 두 선은 정밀한 측정 장비를 쓴 게 아니잖아. 지도도 마찬가지로 대충 그린 거고. 그러니까 내일 서문 근처에 가서 세 번째 선을 그어봐야 돼.”
“그럼 뭐가 달라지죠?”
“세 선이 한 점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아마 삼각형을 그리게 될 거야. 그러면 그 삼각형의 한가운데가 진짜 위치가 되는 거지.”
“아! 그렇게 하면 오차가 없겠군요.”
“그래. 황궁 근처에 있는 민가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나침반, 각도기, 자를 이용해서 그은 선이 아니니까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했다. 아투사 만큼이나 기수도 황궁이 아니기를 빌었다.
아투사가 약간은 기운을 차린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주무세요. 전 목욕을 좀 하고 싶어요.”
“목욕? 갑자기 웬 목욕?”
난 너를 건드릴 생각 없는… 있지만 참기로 했는데…
“지하드를 수행하기 전에 해야 하는 구우슬이라는 의식이에요.”
“의식?”
“예. 입을 헹구고, 손을 씻고, 물을 떠서 머리에 세 번, 왼쪽 어깨에 세 번, 오른쪽 어깨에 세 번 뿌리는… 그런 절차들이 있어요. 내일 저녁엔 위치가 확정되면 곧바로 달려갈 수도 있으니까 시간 있을 때 해두려고요.”
기수 입장에선 좋다 말았다.
“그럼 점소이한테 방을 바꿔달라고 하지.”
목욕통이 딸린 큰방으로 옮긴 기수는 운기조식을 하려고 했지만 물소리를 들으면서 자꾸 상상이 되었다.
‘네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기나긴 고문의 시간이 지나가고, 아투사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기수는 황급히 벽을 보고 가부좌를 틀었다.
아투사는 나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 같은데, 그럴수록 귀가 더욱 쫑긋거렸다. 그리고 열렸던 욕실 문을 통해 수증기 냄새도 맡게 되니까 그게 일련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 미소가 진짜 압권이었지. 미소뿐인가? 그 빵빵하면서도 전혀 뚱뚱해 보이지 않는 힙과 허벅지의 쭉 뻗은 라인은 또 어떻고…’
최근에 함께 지내던 자영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등 뒤에서 아투사가 조심스럽게 기수를 불렀다.
“저… 저기요.”
기수는 집중해서 운기조식 하는 척 했다.
하지만 가슴은 심하게 방망이질 쳤다.
‘왜 불러? 설마 유혹하려고?’
그럴 리가 없기에 기수는 그냥 못 들은 척 했다.
“저기요… 양소협.”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기수는 그제야 들은 척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왜? 무슨 일이야?”
아투사는 편한 옷을 입고 침상에 걸터앉아 있었다.
금방 목욕을 해서인지 뽀얀 살결이 발그레했고, 덜 마른 곱슬머리는 치렁치렁했다.
그녀는 자기 옆자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저… 오늘 밤. 저하고 여기서 같이 자주실 수 없나요?”
“뭐, 뭐라고?”
기수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무슨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 종교 때문에 가족 이외의 남자하고는 말도 안 하게 되어 있잖자?”
“맞아요.”
“그럼… 말 한 사람하고는 가족이 되어야 하는 거야?”
그런 어이없는 논리가 성립될 리 없었다.
“그게 아니라… 여러모로 저를 도와주셨는데 저는 달리 보답할 게 없어서…”
“내가 너를 도운 건 보답을 바라서가 아냐.”
예뻐서지.
“하지만 전 보답하고 싶어요. 양소협이 아니었다면 전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거예요. 킬리지를 찾지 못한 건 물론이고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러자 아투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해요. 이런 못난 꼴 보여서… 격에 맞지 않는 제가 양소협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렸네요. 방금의 일은 모두 잊어주세요.”
귀까지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기수는 그녀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격에 맞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여자는 다 좋아해. 특히 미녀라면…
다만 너무 의외의 상황이라 놀란 것 뿐이었다.
“제가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반대야.”
그 말에 아투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기수는 가슴이 찌릿했다. 자영만큼이나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녀가 기수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저를 거부하시나요?”
“네 생각을 해서 그러는 거지. 천국에 가기 위해서 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망쳐버리면 너무 미안하잖아.”
“아!…. 저를 생각해주시는 건가요?”
“응. 난 아투사가 행복하기를 바라. 그걸 위해서라면 내 욕망쯤은 참을 수 있어.”
말을 해놓고도 스스로 믿음이 가지 않기는 했다.
아투사는 감격한 표정으로 기수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전 천국에 못 가요.”
“무슨 소리야? 지하드 중에 저지른 살인은 괜찮다면서?”
“그게 아니라 여자는 천국에 못 가요.”
“으잉? 그럴 리가…”
“정말이에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종교가 다 있어?”
“남자는 72명의 처녀가 기다리는 천국에 간다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여자에 대한 언급은 없어요.”
처녀가 72명이면 며칠이 지나야 한 바퀴 다 돌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하던 기수는 그보다 더 큰 의문을 풀고 싶어졌다.
“여자도 신의 자손인데 왜 천국에 못 가? 말도 안 되잖아?”
“남자는 4명의 아내를 얻을 수 있는데, 그 중 2명을 천국에 데리고 갈 수 있어요. 여자가 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요.”
“그럼 남자는 72명의 처녀와 2명의 부인, 총 74명하고 같이 사는 거야?”
“예. 하지만 그 2명에 끼려면 잘해야 되요. 아무도 안 데려갈 수도 있으니까.”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신의 의지가 절대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마누라를 4명이나 끼고 살면서, 서로 질투하지 말고 남편 잘 섬기라고 만들어낸 속임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이 사고방식이 600년 넘게 계속 이어진단 말야?’
슬쩍 아투사의 표정을 보니 분노나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워서 그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같았다.
조기 세뇌교육이라고 할까.
“그럼 결혼 안 한 여자는 어떻게 돼?”
“못 가요. 가능성이 아예 없죠.”
“가만… 가만… 지하드에서 죽으면 천국에 간다며? 아무리 위대한 공적을 세워도 여자는 안 된다는 거야? 남자는 미혼이라도 되고?”
“오로지 남편을 통해서만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처녀인 지하드 전사는 천국에 갈 게 확실한 전도사나 장로와 동침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 남자의 두 부인 중 한 명으로 선택받기 위해서?”
“예.”
기수는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무슨 이런 남녀 불평등 종교가 있단 말인가. 불평등 정도가 아니라 여자를 남자에 완전히 예속시키지 않았는가.
중원에 와서 여성의 권리가 너무 미약하다고 한탄한 적이 있는데, 이슬람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그렇다면 아투사는 천국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유명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구나.
그 때, 아투사의 숨 몰아쉬는 소리가 기수의 상념을 깨트렸다.
기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만약 내가 나중에 이슬람으로 개종한다면 너를 데리고 가 줄게.”
물론, 개종할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었다.
돼지고기와 술 못 먹고, 하루에 5번씩 기도해야 한다고?
72명의 처녀는 탐나지만 그건 어음이고, 돼지고기는 지금 이 땅에 있는 현찰 아닌가. 바꾸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아투사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개종한다고 다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말해준다는 게 고마웠다.
기수는 어깨에 얹었던 손을 내려 아투사의 허리를 감아 당기며 말했다.
“그리고 사후의 천국이 아닌 지상의 천국이 어떤 것이지 가르쳐줄게.”
“지상천국이라고요?”
“후후…. 무슨 말인지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천국 안내를 끝내주게 잘 하거든.”
아투사의 볼이 붉어졌다.
뭔지 모르겠지만 강한 기대감이 그녀를 설레게 만들었다.
“자. 일단 코를 내게 향해 봐.”
“코를요?”
아투사가 자신을 똑바로 보자 기수는 그녀의 코끝에 자신의 코끝을 대고 비볐다.
한 쌍의 앵무새가 부리를 비비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투사의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어 미끄러졌다!”
기수는 머리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아투사는 멈칫했지만 기수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기수가 시범을 보이면 따라 하는 식으로 입술 대 입술의 접촉에 점점 익숙해졌다.
기수는 슬그머니 입술을 열고 혀를 추가했다.
아투사는 그것 역시 따라 배웠다. 달뜬 호흡, 뜨거운 타액의 교환.
기수는 그녀의 혀가 상당히 길고 힘도 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인종 차이인지, 개인 차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자극이 강해서 좋았다.
키스는 점점 더 농밀해져서 입술과 혀 전체가 격렬하게 얽혔다.
아투사는 입술 주변의 근육도 힘이 셌다. 게다가 첫 키스의 흥분도까지 더해져서 기수가 놀랄 정도로 전투적인 입맞춤이 이어졌다.
기수의 손이 그녀의 벌어진 옷자락 사이로 들어갔다.
먼저 만져진 것은 매끈하고 탄탄한 배.
기수의 손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 따듯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탄력 넘치는 아투사의 가슴을 거머쥐었다.
“아아!….”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기수 역시 함께 오는 동안 내내 마음속을 헤집어 놓았던 바로 그 바디를 맨살로 접한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졌다. 너무 쉽게 동침하는 것보다 이렇게 숙성기간을 거치는 쪽이 확실히 깊은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기수는 그녀의 옷을 젖혀서 양쪽 어깨를 차례로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더불어 드러난 그녀의 두 가슴을 감상했다.
상상했던 것보다는 약간 작은 사이즈.
그러나 색이 희고 동그란 모양, 유륜의 직경이 크면서 유실은 아주 작아서 느낌이 색달랐다.
기수는 그 가운데 얼굴을 묻고 양쪽 뺨을 비비며 그녀의 살 내음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의 신음보다 훨씬 더 큰 소리가 카투사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기수의 입술이 젖꼭지를 덥석 물고 뜨거운 혀가 곧바로 자극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아투사는 쩌릿쩌릿 전해져 오는 쾌감에 온몸을 경련했다.
그 사이 입에 임무를 인계한 기수의 손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투사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오므렸지만 재차 시도하자 못 이기는 척 조금씩 문을 열어주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아래쪽 역시 속옷을 입지 않은 맨살이었다.
‘아주 작정을 했구나.’
기수는 속으로 웃으며 힐끔 아래쪽을 내려다 봤다.
기대했던 대로 아주 멋진 각선미였다.
미끈한 피부, 잘 빠진 곡선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중원에선 자주 만나기 어려운 라인이었다.
기수는 손가락으로 두 다리가 만나는 지점을 더듬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없네? 아무 것도…’
기수는 그녀를 침상에 뉘었다. 그리고 옷을 열어 젖혔다.
“아!… 불을 꺼 주세요.”
“그건 안 돼지.”
기수는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동양 여인과 어떻게 다른지.
마침 시야를 가릴 숲도 없는데 불을 끄고 그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아투사는 다리를 오므리고, 손으로 가리고, 이불을 당기며 저항했다.
“어허! 가만히 있지 못해? 말 안 들으면 때찌 한다.”
실제로도 허벅지를 찰싹,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서 조르니까 결국 아투사도 저항을 멈추었다.
“창피해요. 보지 마세요.”
“어허! 가만히 있으라니까. 좀 더 벌리고. 그래, 그대로 가만히…”
기수는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관찰했다.
아투사의 가슴은 좀 색다른 모습이었지만 속살은 여느 여인들과 비슷했다.
그동안 만나온 중원 여인들 중에도 워낙 개인차가 심했기 때문에 아투사의 꽃잎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확실하게 특별한 면도 있었다. 바로 색깔.
제모가 아니라 아예 불모인 상태라 그런지 피부 표면이 거울처럼 매끈하고 색깔도 전체적으로 밝았다. 그 밝은 색이 꽃잎에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자영에 비하면 상하로 긴 형태의 꽃잎.
그러나 그 밝은 분홍빛이 기수를 강력하게 끌어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