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69
“고통과 쾌락의 변증법이라…”
기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객잔 1층 식당에 혼자 앉아 차를 홀짝거렸다.
어느 시인은 말했다.
신이 인간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것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다고…
갑자기 철학적인 분위기를 잡는 것은, 밤사이에 있었던 3차 탐사가 아무래도 평소보다는 좀 로우 레벨로 내려간 것 같아서 정신 승리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 나란 남자는 왜 이렇게 희생정신이 투철한 걸까?”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아투사에게 천상의 맨 윗칸을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3차 탐사를 기어이 하고 말았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투사는 대단히 순종적이었지만 그녀의 몸은 고통에 못 이겨 신음했다.
기수는 축골공을 써서 존슨의 직경을 줄여보려는 시도까지 했다.
하지만 존슨엔 뼈가 없었다.
단단해도 그게 뼈가 아니다 보니 축골은 불가능했다.
‘그만할까?’라는 질문에 ‘양소협만 좋다면 더 해도 되요.’라는 대답.
그러나 기수는 좋아서 더 한 게 아니었다. 절대로…
물론 낯선 자극과 감촉이 뭔가 신선하긴 했다.
그리고 공주에 비해 약간은 타이트함이 떨어지는 아투사의 속살과 비교했을 때, 뒷문의 긴장감은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좋아서 계속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그녀의 숨겨진 성감대를 찾고야 말겠다는 숭고한 노력일 뿐이었다.
윤활이 잘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도 풀린다는 점 등이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고통뿐이던 아투사에게 그 끝자락에서 기쁨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기수가 바라는 것은 그 정도의 반응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따가 밤에 다시 해봐야겠어. 아! 오늘은 공주 차롄가?”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백호가 밖으로 나왔다.
기수는 쩍 벌렸던 다리를 얼른 오므리고 얼굴 상태를 손으로 더듬어 재확인 한 후 조신한 자세를 잡았다.
‘아.. 놔…. 팔자에도 없는 트랜스젠더 코스프레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얼굴에 성전환 수술 받을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키득거리고 있는데 조백호가 다가왔다.
‘어라? 이 새끼가 왜 이러지?’
조백호는 걸상을 빼며 물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처음부터 태도가 공손한 것은 기수가 한귀비와 싸우는 광경을 현장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직접 실력을 겨뤄 본 아투사보다 훨씬 고수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예. 그러세요.”
기수는 선선히 그에게 자리를 권한 후 그가 앉자 찻잔을 들고 일어나서 다른 탁자로 옮겨가 앉았다.
‘내가 왜 동창의 환관하고 마주 앉냐.’
기수는 지금 비록 여장을 하고 공주의 시녀 행세를 하고 있지만 엄연히 혈매궁의 궁주였다.
그리고 동창의 천호를 두 번이나 죽인 당사자이기도 했다.
조백호는 씩 웃더니 다시 다가와서 맞은편에 앉았다.
얼굴을 보니 넉살좋게 생기긴 했다.
“내외할 필요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전 환관입니다.”
기수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 피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서 그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원래 남자들을 안 좋아해서요.”
여자만 좋아하거덩.
“하하! 저는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손짓으로 점소이를 불러 차를 가져오게 한 후 말을 이었다.
“실은…. 이번에 마마와 함께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창이라면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제 성은 양이에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마마께서 적어주신 서류에 양씨, 아씨 그렇게 달랑 두 분의 성만 있어서 참 난감합니다.”
“뭘 더 알고 싶으신 거죠?”
“이번 일이 잘 되면 많은 상금이 나올 것이고, 어쩌면 전답까지 하사받을지 모르는데 적어도 이름과 고향, 그리고 사문 정도는 알려주셔야지요.”
“그런 거 받지 않아도 돼요. 저와 아투… 저와 아씨 두 사람은 마마께서 비밀리에 키운 특수 요원이랍니다. 그래서 성 이외의 것은 일체 비밀로 해야 돼요.”
조백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마께서 따로 키우셨다고요? 언제부터 말입니까?”
“역모를 눈치 챘을 때부터죠.”
“그, 그게 언제입니까?”
“한 사오 년쯤 됐을 거예요.”
“그 짧은 기간에 두 분이 그런 무공을 익혔단 말입니까? 아, 아니… 그보다 마마는 궁 안에 계시면서 도대체 어떻게…”
기수는 손을 내저었다.
“어쨌거나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마마한테 직접 여쭤보세요. 저는 더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까. 아! 마침 저기 내려오시네요.”
조백호는 황급히 일어나 공주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두 궁녀에 대해서는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기수는 그런 그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창주나 너나 참 고생이 많다.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할 거야. 괜히 쓸데없는 거 알아내려 애쓰지 말고 우리가 주는 떡이나 받아먹어.’
조백호가 물러가고 공주는 기수 맞은편에 앉았다.
“왜 혼자 나와 있어?”
입술이 댓자나 나온, 심통 맞은 목소리였다.
‘자기가 등 떠밀어 놓고…쳇!’
기수는 다시 어제의 일이 생각 나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공주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었어.”
“아냐! 분명 무슨 일인가 있었어. 어서 말해 봐.”
“아무 일 없었다니까.”
그때 아투사가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그런데 스텝이 어딘가 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공주가 도끼눈을 뜨고 기수에게 따졌다.
“너. 쟤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서 말해!”
“아, 진짜…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기수는 공주의 집요한 질문을 피해 방으로 올라갔다.
공주뿐만 아니라 아투사도 시선 마주치기가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 동안 공주는 계속 옆구리를 찌르며 귀찮게 했다.
그러나 기수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공주는 아투사에게 직접 물어봐서라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살갑게 말을 붙일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걷고, 다음 객잔에 도착해 저녁을 먹은 뒤 방으로 올라갈 때가 되자 공주는 당연하다는 듯 기수의 팔짱을 낀 후 아투사 쪽을 봤다.
아투사는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방문을 잠그자마자 공주는 곧바로 기수에게 매달리며 졸랐다.
“아투사한테 했던 거 나한테도 똑같이 해 줘.”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야! 뭔지나 알고 해 달라는 거야?”
“뭐건 상관없어. 그녀가 할 수 있다면 내가 못 할 이유가 없잖아.”
“아냐. 그건 안 돼.”
그러자 공주가 발끈한 표정으로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너! 지금 나 차별하는 거야?”
인상을 쓴답시고 눈썹을 꿈틀거리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기수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차별이 아니라 널 보호해주는 거야. 내 말을 믿어. 나도 별로고, 너도 별로 안 좋아할 거야. 아니. 오히려 불쾌해 할 거야.”
“흥!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아냐.”
“그런데 그게 그렇게 돼?”
“그거라니?”
기수는 공주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내려다봤다.
치마가 번쩍 들려 텐트를 치고 있었다.
“아, 놔…. 이놈은 도대체가….”
“분명히 굉장한 걸 거야. 말만 해도 흥분할 정도면…”
공주는 혀로 입술에 침을 발랐다.
기수는 몇 번을 더 거절했지만, 공주는 계속 졸랐고 마침내 눈에 광기마저 드러냈다. 자꾸만 숨기는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아투사만 못한 게 뭐가 있어? 응? 말해 봐!”
“좋아! 정 원한다면 그대로 해주지. 후회하지 마.”
“내가 왜 후회를 하겠어? 호호호!….”
공주는 후회했다.
“아야! 아야! 살살…. 살살…. 천천히… 천천히….”
“안 되겠지? 그만 한다.”
“아냐! 아냐! 아투사는 끝까지 했다면서? 나도 끝까지 해볼 거야.”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너는.”
그러나 공주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몹시 낯설고 어색한 상황.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묘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아까 기수의 치마가 번쩍 들린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입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몸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게 공주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아투사에게서만 그 감각을 맛보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주의 욕심 때문에 기수는 원치 않는 탐사를 이틀 연속으로 해야만 했다.
‘아! 이거 진짜 별론데…’
윤활이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
공주도 막상 끝까지 가봤자 별 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바로 GG를 쳤다.
“그. 그만해도 될 것 같아.”
기수는 상황을 정리했다.
목욕통으로 가서 씻으면서 공주가 물었다.
“좋았어?”
“아니. 솔직히 별 느낌이 없었어.”
공주는 다행이라 생각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투사 걔는 별 이상한 걸 다 요구하네. 페르시아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
기수는 자기가 먼저 요구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공주에게 물었다.
“넌 어땠어? 좋았어?”
공주는 격렬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너무 격한 반응을 보인 게 미안했던지 한 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심리적으로는 뭔가 너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야.”
기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다음에 또 요구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 것이다.
다음 날.
새 객잔에서 맞은 저녁.
공주는 별 말없이 혼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는 격일제가 완전히 정착되는 분위기였다.
기수는 아투사가 기다리는 방으로 가기 전에 먼저 주방에 들렀다.
그리고 어떠한 향신료도 첨가되지 않은 기름을 한 종지 얻어가지고 올라갔다.
아투사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건 뭐죠?”
“아무 것도 아냐. 자! 오늘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볼까?”
“지금 언니가 목욕통 쓰고 있어요.”
그녀는 종교적인 이유로 씻는 것을 몹시 중시하기 때문에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다.
마주 앉아 입맞춤을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즐거웠다.
“그런데 양소협은 왜 그렇게 성감대를 찾으려고 애쓰세요. 그러지 않아도 전 충분히 황홀하고 즐거운데.”
“글쎄. 나란 남자가 원래 완벽주의자라서가 아닐까?”
“완벽주의요?”
“네 반응을 보면 90점까지는 가는 것 같아. 하지만 난 100점을 원해.”
“정말 지금보다 더 좋을 수도 있을까요?”
아투사는 은근히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자기도 공주만큼 느끼는데 단지 그걸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을 정리하던 중이었지만, 기수가 장담을 하니까 정말 뭔가가 더 있을 것 같았다.
“자. 여기부터 시작해볼까?”
기수는 아투사의 귀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부터 턱까지 샅샅이 입술과 혀로 애무하며 포인트 찾기에 돌입했다. 머리와 얼굴에 있을 확률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만전을 기하려는 의도였다.
아투사도 적극 협조했다.
기수가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자기도 가만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기수의 애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최대한 깊이 느끼기 위해 애썼다.
공주가 눈치껏 빨리 비켜주고 욕실을 차지한 두 사람은 목 아래쪽에 대해서도 격자 수색을 시작했다.
가슴과 겨드랑이, 허리, 배꼽을 지나 잠시 한 곳을 건너뛰고 허벅지와 무릎 안쪽을 지나 발목과 발가락 사이까지.
마침내 기나긴 수색을 마친 기수가 물었다.
“어땠어?”
혀가 얼얼해서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간지러웠어요.”
“그냥 그거뿐이야?”
“몇 군데는 짜릿하기도 했어요.”
“꺅! 소리 날 정도는 아니고?”
“그, 그런 곳은 없었어요.”
아투사는 기수의 완벽주의에 보답하고 싶었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기수는 약간 실망했지만 일단 다른 부분들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는 데 만족하고 본격적인 시추작업에 돌입했다.
“아아~ 아아!….”
전희가 길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뜨겁긴 했지만 포인트 찾기 관점에서 보자면 이틀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비장의 무기를 쓸 때가 왔군.’
기수는 1차전을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재도전에 들어갔다. 오늘은 준비물이 있어서 그저께와는 달랐다.
기름 듬뿍 찍은 손가락이 먼저 부드럽게 원을 그려 마사지를 하면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자 아투사의 교성이 점점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