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70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그 중에서 기름칠은 정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기수는 자신의 사이즈로도 얼마든지 뒷문 출입, 그것도 빠른 속도로 드나드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관권은 윤활이었다.
TV에서 엔진 내부의 피스톤이 스무스하게 실린더 벽을 오르내리는 광고를 봤던 기억이 났다.
아투사도 그저께와는 달리 고통을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기수는 계속 급유를 하면서 그녀의 반응을 물었다.
“어때? 느낌이…”
“고마워요.”
“으잉? 뭐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저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게 고마워요.”
“하핫! 그보다 느낌을 얘기해 봐. 솔직하게…”
“색달라요.”
색다르다. 그것은 기수도 느끼는 바였다.
우선 입구의 조임이 강하다는 게 인상적이었고, 내부의 닿는 느낌도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좋으냐고 묻는다면 좀 애매했다.
그냥 단지 색다를 뿐이었다.
“색다른 거 말고 다른 느낌은 없어?”
“뭐랄까… 간접적으로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간접적이라…”
그건 별로 좋은 반응이 아니었다.
직접 자극으로 부족해서 다른 길을 찾는 중인데 간접적인 느낌이라니…
“그리고. 닿는 부분에서 독특한 쾌감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 거기에 좀 더 집중해 봐.”
“처음엔 굵고 단단한 느낌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는데, 사실은 아파서 눈물도 조금 흘렸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기수는 자기가 실망한 어조로 말하자 그녀가 뭔가 장점을 억지로 찾아내려 애쓴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사용자 리포트는 의미가 없었다.
기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져온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포인트 찾기에 도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 아투사를 꺅! 하게 만드는 지점 찾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기수는 허탈했다.
‘오르가즘 직행 성감대가 없는 사람도 있는 걸까?’
워낙 개인차가 심한 부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이 씻고 난 뒤 아투사가 말했다.
“미안해요.”
기수는 손을 내저었다.
“아냐!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게 애썼는데…. 제가 뭐 더 해볼 수 있는 건 없을까요?”
기수는 잠시 생각한 무 말했다.
“혹시 스스로 만져보면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아투사는 살짝 볼을 붉혔다.
“스스로 만지는 건….”
“아! 그러니까 내가 보는 앞에서…”
기수는 원래 ‘내가 보는 앞에서 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내가 공주와 지내는 날 혼자 심심할 수도 있으니까 한 번 해보는 건 어떠냐.’는 식으로 말하려고 했다.
아투사가 검지와 중지로 원을 그리면서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아, 아냐. 계속 해.”
“그렇게 빤히 보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잘만 하면서.
계속 구경하던 기수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고조되자 살짝 혀를 내밀어 도와주었다.
본인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자극하는 손가락에 기수의 노련한 지식과 기법이 더해지자 아투사의 교성이 더욱 뾰족해졌다.
‘이거 찬스다!’
기수는 혀뿐만 아니라 손가락, 나중엔 존슨까지 총동원하여 그녀가 시작한 절정 등반을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꺄아아악~! 아아악!….”
아투사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불타올랐다.
기수는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개운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던 아투사가 기수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속삭였다.
“정말 굉장했어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에요.”
“그래. 후후후….”
기수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씁쓸하게 웃었다.
천하의 양기수가 아무렴 페이크 오르가즘을 모를까.
아투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방금 같은 절정은 처음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수가 바라는 것은 90점에서 92점으로 올라서는 게 아니라 100점을 찾는 것이었다.
진짜 100점에 도달했을 때는 영혼의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사람마다 표현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목소리의 톤 혹은 몸짓에 밑바닥까지 쥐어 짜내는 듯 한 격렬함이 있었다.
머리로 생각하고 꾸며서는 절대 그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기수는 아투사를 안고 머리와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의 노력이 가상해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결론은 실패였다.
다음날도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밤마다 지도 위에 선 하나를 긋고 하루를 걸어서 따라가는 이 추격전은 시작에서부터 뭔가 느긋한 여행 분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선의 수가 늘어날수록 정확도도 올라가긴 하지만, 한귀비가 이동하는 중에는 서둘러봤자 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날 저녁.
공주와 함께 목욕통에 들어가 따듯하고 보드라운 살결을 비비는데 공주가 유난히 존슨에 집착해서 손수 씻어주고, 또 씻어주기를 반복했다.
왜 그러나 궁금해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너. 봤냐?”
공주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시선을 피하는 게 아무래도 수상했다.
“봤지?”
그러자 공주는 못 참겠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먹는 음식 가지고 그게 뭐 하는 짓이야? 호호호!….”
기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공주나 되는 고귀한 신분으로 그게 할 짓이냐? 엿보기라니…”
물론 강기막의 투명도 설정은 자신의 작품이었다.
“미안, 미안. 일부러 보려고 했던 건 절대로 아냐. 맹세해. 우연히 문 쪽으로 지나가다 보니까…”
“곱게 자지. 왜 그쪽으로 지나갔냐고.”
“미안하다니까. 그나저나 기름 바르니까 좀 나아? 어땠어?”
궁금한지 눈이 반짝거렸다.
“낫긴 한데 좋은지는 모르겠더라.”
“아투사도 그렇대?”
“응. 뭐… 앞으로는 그쪽으로 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뭐가?”
“아, 아냐. 그런데 걔는 왜 네 앞에서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거야?”
소리는 차단된 상태에서 한 각도로만 훔쳐보다 보니까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듯 싶었다.
“직접 물어보지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차!…”
공주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미어캣처럼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왜 그래?”
“혹시 지금 우리 이러는 거 아투사가 보고 있는 거 아냐?”
그러더니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몸을 움츠리는 오버액션을 하기 시작했다.
기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한 마디 해줬다.
“네가 봤다면 그녀도 봤을 가능성이 크지.”
공주는 분개했다.
“감히! 어떻게 그걸 훔쳐 볼 수 있지?”
기수는 ‘너는?’이라고 한 마디 해주려다가 참았다.
공주가 담시 생각한 후 물었다.
“그런데 아투사하고는 왜 그런 걸 자꾸 하는 거야?”
“그녀가 널 부러워해서.”
“뭐가 부러워?”
“자기는 진짜 절정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더라고.”
기수는 전적으로 아투사의 요구였다는 걸 강조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성감대 찾기 노력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다 듣고 난 공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나의 가장 허물어진 상태를 전부 다 훔쳐봤다는 거네.”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수건으로 몸을 말리고 침상으로 장소를 옮겨서도 공주는 이불을 계속 끌어올리며 아투사의 시선을 의식했다.
물론 나중엔 이불이 바닥으로 흘러내려도 개의치 않게 되었다.
어차피 다 봤는데 한 번 더 본다고 뭐 다르겠냐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녀의 시선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쾌락이 더 급했다.
다음날.
아침을 함께 먹기 위해 자리에 둘러앉으면서 아투사가 비명을 질렀다.
“아야!”
공주가 그녀 겨드랑이를 꼬집은 것이다.
아투사는 감히 묻거나 따지지 못하고 기수와 공주를 번갈아 봤다.
기수가 공주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아마 훔쳐본 데 대한 벌일 거야.”
아투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기수가 한 마디 덧붙였다.
“너도 꼬집어도 돼.”
그러자 이번엔 공주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투사는 공주를 꼬집지 않았다.
신분 차이도 있고, 무공 고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기가 둘째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공주는 아투사와 거리를 두고 앉아 밥 먹는 내내 그녀를 의식했다.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그동안의 상황을 점검했다.
그어진 선들은 확실히 한귀비의 목적지가 강남임을 증명했다.
“양주로 가는 걸까? 아니면 남경?”
공주는 두 곳을 의심했다.
양주는 소금상인들 덕분에 엄청난 부가 몰려 있는 곳이었다.
바로 십절금왕문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역모를 계획한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군자금이 필요하다면 양주의 부자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니면 그들 중 한 명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또 한 곳인 남경은 명나라가 처음 건국했을 때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그런 만큼 당시에 쓰던 궁궐이나 관청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문무 관원을 배출한 세가도 바글바글했다.
만약 역모 성공 이후 나라를 경영할 인재 확보를 고려한다면 남경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공주의 설명을 들은 기수는 자기가 꽤 심각한 일에 말려들었음을 깨달았다.
그냥 아투사를 도와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단검을 따라갈 뿐이고. 매일 저녁 시간이 좀 남다 보니까 번갈아 잠을 잘 뿐이고… 딱 그 정도였다.
그러나 한귀비와 그 일당에 대한 공주의 생각을 듣고 보니 역모가 현실화될 경우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힐 게 분명했다.
‘그건 마신이란 놈이 원하는 상황인데…’
역모의 주동자가 사도들의 우두머리일 거라는 심증이 점점 굳혀져갔다.
‘아! 골치 아프네…’
안 그래도 남은 사도들의 급격한 공업과 방업.
거기에 추가된 그 이상한 잠재력 증폭,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 내지는 스팀팩에 해당하는 기술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그런데 주군이란 놈이 나라를 뒤집어엎을 준비까지 하고 있다면 신경 쓸 일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혹시 나머지 4명을 처치하기가 불가능한 거 아냐?’
당장 한귀비만 해도 1:1로 붙어서 이기려면 거의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었다.
공주와 힘을 합쳐 2:1로 싸워도 제압에 실패하여 도망치게 놔두지 않았던가.
‘어쩌면 한귀비가 토끼눈 스팀팩을 익힌 것은 단지 나를 견제하려는 목적만은 아닐지도 몰라.’
저들의 거사일이 가까워진다는 증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기수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일단은 내공을 현재보다 더욱 깊이 연마하는 것.
성감대 찾기나 쾌락만을 위한 섹스보다는 음양대법에 좀 더 집중해서 시간을 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낮 시간에도 그냥 잡담이나 하면서 걸을 게 아니라 그동안 배운 무학 이론들을 생각하고 연구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공주가 물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응. 지금 당장 한귀비와 만난다면 우리 둘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거…”
공주의 표정이 굳었다.
둘이 힘을 합친다면 패하지는 않겠지만, 다시 도망쳐 버리면 이제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자기네 일당에게 돌아간다면 최소한 적의 근거지는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거잖아?”
“만약 그 근거지에 한귀비 수준, 어쩌면 더 뛰어난 고수가 있다면?”
“그, 그건….”
“역모의 수장이 암살을 위해 궁에 비빈으로 잠입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적어도 그녀 수준의 고수가 두세 명은 더 있다고 봐야 돼.”
“그럼 어쩌지?”
공주도 상황의 심각성을 재인식한 것 같았다.
“오늘부터 걷는 내내 무공이론에 대해 토론을 하는 건 어때?”
“좋아.”
공주는 즉시 동의했다.
사실 황궁비고의 무공들에 대해서는 기수보다 공주가 아는 게 더 많았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공부를 했기 때문에 깊이와 이해도도 충실했다.
운룡비결을 거의 독학으로 익힌 것만 봐도 그녀의 자질을 알 수 있었다.
계획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목표의식이 뚜렷해져서인지 첫날부터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운룡비결, 그리고 기수가 아는 한도 내에서의 오행류가 주 재료였다.
우선은 서로가 알고 있는 베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언쟁이 거듭되었다.
그것은 필요한 과정이었다.
다행히 점심 식사를 마칠 즈음, 둘은 용어의 통일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기수의 이론적 사부는 북궁천.
그의 무학의 뿌리는 황궁비고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기수와 공주는 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였다.
다만, 아투사는 아쉽게도 듣기만 할 뿐 끼어들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