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73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평생 전자계산기의 사칙연산 외에는 사용할 일 없는 사람이 수학을 공부하는 건 고문에 해당되겠지만, 그것만 제외하고는 배워둬서 나쁠 게 없는 것이다.
기수는 북궁천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꼈다.
그를 만나기 전에도 원래 천재였지만(그래서 신에게 선택받았으니까)…
북궁천을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공부를 매 맞기 싫어서 한 게 지금에 와서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 공부가 없었다면 합비의 오행류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 같았다.
‘그래. 사부님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이론 공부뿐만 아니라 3단전을 동시에 혹은 각각 운용할 수 있는 북궁심법도 대단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방법으로 천마교 교주도 풀지 못한 멸절강기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그때 한 공부와 공주에게 배운 운룡비결, 합비의 이론, 원래 알고 있던 파천강기 등을 조합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게 모두 북궁심법 덕분이었다.
‘사부님은 하늘나라에서 원하는 옷을 마음대로 골라 입고, 화장도 마음대로 하고 계실까?’
거기선 제정신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소년기에 남성을 제거당해서 평생을 환관으로 산 삶이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미쳤을 때의 행동도 사실은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거니까 성별에 상관없이 화장과 옷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되었건 원하는 거 마음껏 하시기를…’
기수는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오후엔 걷는 내내 하단전에 운룡비결의 토류를 운기하면서 중단전과 상단전에 각각 나머지 목, 화, 금, 수 기운을 번갈아 조합하여 올려서 운기해 보았다.
그 방식은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거라고 볼 수 있었다.
합비조차도 그런 식의 운기는 불가능할 것이었다.
기수도 기혈이 역류하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따로 있으면 상관없지만, 순환시키는 건 주화입마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주는 기수가 걷는 내내 심각한 표정으로 열중해서 말도 안 받아주자 대화상대가 아투사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입맞춤까지 한 사이.
그러나 대낮에 뭔가 대화를 나누기는 뻘쭘했다.
결국 세 사람은 저녁에 객잔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조백호의 안내로 들어간 객잔.
저녁을 먹고 마침내 밤이 찾아왔다.
기수는 무공 연구를 내일로 미루고 밤엔 음양대법에 충실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공주의 무공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욕통 앞에 도착한 공주가 망설이는 듯 하다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그러더니 밖에 나갔다가 아투사의 팔을 잡아끌고 들어왔다.
기수는 씩 웃었다.
“오늘부터 매일 이렇게 하는 건가?”
공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어제 내가 방해 했으니까 오늘은 갚아주려는 것뿐이야.”
그러더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투사는 부끄러운지 볼이 상기되었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오히려 은근한 기대감과 흥분으로 눈을 빛내며 옷을 벗었다.
기수는 두 미녀가 자기 앞에서 옷 벗는 모습을 감상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리고 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보고 싶어졌다.
“둘이 포옹 한 번 해볼래?”
공주는 발끈했다.
“너 이상한 거 시킬래?”
아투사는 공주에게 팔을 뻗다가 깜짝 놀라 얼른 팔을 움츠렸다.
기수는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게 아냐. 솔직히 말해서 내가 전희를 다정하게 오래 해주는 타입은 아니잖아. 하지만 너희들끼리라면 좀 다를 것 같아서…”
“여자끼리 무슨…”
“왜? 자기가 원하는 걸 상대한테 그대로 해주면 되잖아? 나보다 더 정확하게 포인트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주는 아투사를 봤다.
아투사는 시선을 깔았다. 아무리 함께 침상에 올랐던 사이라고 해도 아직은 공주에게 주눅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공주의 눈빛에 장난기 내지는 열기가 비쳤다.
기수는 그녀를 독려해주었다.
“오늘 새벽에 했던 걸 생각해 봐. 입 맞출 때 느낌이 어땠어?”
공주는 아투사의 입술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지만 끝내 기수의 요구를 거절했다.
“빨리 씻고 나와. 그리고 먼저 방에 가서 기다려.”
기수는 그녀의 말에 따랐다. 목욕통이 다른 곳들과 달리 좁고 사람은 셋으로 늘어서 아무래도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침상에 누워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미녀가 나왔다.
기수는 그녀들을 한 이불 속에 몰아넣은 후 다시 요구했다.
“이미 해봤던 거잖아. 이제 와서 뭘 빼? 자! 입 맞춰! 입 맞춰!…”
리듬에 맞춰 구호를 외쳐주자 아투사는 곧바로 눈을 감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녀는 사실 공주와 몸을 섞는 게 즐거웠다.
기수와 정사를 벌이는 것과는 별개로 짜릿한 느낌이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순종하고 복종하는 마음가짐이 되었다.
공주는 당황했다. 아투사가 너무 쉽게 기수의 말에 따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수가 계속, 박자에 맞춰 손뼉까지 치며 요구하니까 점점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면서 아투사의 촉촉한 입술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아까 욕실에 있을 때와 침상 이불 속은 분위기도 달랐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입술을 대자 기수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아투사의 입이 곧바로 열리면서 혀가 들어왔다.
“우움!…”
공주는 입을 뗐지만 아투사가 바짝 따라오며 입술을 덮었다.
“읍… 읍….!”
저항하던 공주의 몸부림은 금세 잦아들었다.
솔직히 아투사의 입맞춤이 기수보다 나았다.
기수는 할 땐 잘 하지만 진득하니 오래 해주지는 않았다.
기수는 자극적인 장면을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하다가 공주의 손을 잡아 아투사의 가슴 위에, 아투사의 손은 공주의 가슴 위에 얹어주었다. 누가 먼저 손을 움켜쥐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본격적으로 이중창이 연주되었다.
“으음….”
“아아~”
기수는 공주의 등 뒤에 비스듬히 누워서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속살은 이미 흥건히 젖어서 기수의 물건을 환영해주었다.
바쁘게 양쪽을 오가던 기수는 아투사에게 오르가즘을 선사해주면서 자신도 기분 좋게 분출을 했다.
“으아아아아!….”
아투사는 폐활량이 더 늘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옆에서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던 공주가 억지로 그녀를 밀어서 떼어냈다.
“내 생각도 해줘야지. 너만 입이냐?”
그리고는 부드러운 마무리를 해주었다.
“으음….”
기수는 사랑스런 공주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움직였다.
강하고 깊은 것도 좋지만 부드럽고 자상한 마무리도 좋았다.
공주도 기수의 반응을 보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밀려났던 아투사가 다시 달려들어 빼앗았다.
다시 이어지는 강력한 드라이브.
공주가 눈을 부릅뜨자 기수는 손짓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이제까지 잘 했으면서 왜 다투려고 그래? 얘는 지금이 절정이니까 언니가 양보해야 되는 거야. 착하지?”
공주는 기수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기다렸다가 끝마무리는 기어코 자기가 했다.
아투사가 축 늘어지자 기수는 단호한 어조로 선언했다.
“자! 이제 파티는 끝났어. 지금부터는 연공이다.”
그리고 공주부터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도록 했다.
무게 압박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공주와 30분 동안 결합 상태 유지. 공주가 운기조식 하는 동안 아투사와 30분간 결합상태 유지. 다시 아투사가 운기조식 하는 동안 공주와 30분간 결합.
기수에겐 휴식시간이 없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두 여인의 무공 증진의 양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공주는 워낙 내공이 심후하기 때문에 비율로 보면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아투사는 비율이 큰 편이었다.
그 두 과정 모두 기수에겐 플러스가 되었으니 피곤할 이유가 없었다.
아침도 금방 찾아왔다.
셋이 함께 운기조식을 하는 것으로 연공을 마친 세 사람은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욕실에 들어가 함께 몸을 씻고 아침운동(?)을 한 뒤 옷을 입었다.
공주가 말했다.
“역시 대법이 효과가 있네. 하루도 빼먹지 말자.”
한귀비를 생각하면 무공연마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기수와 아투사도 동의했다.
아투사가 공주의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언니. 이제 차례는 따지지 말기로 해요. 어때요?”
살갑게 달라붙어 생글생글 웃기까지 하는 것은 상당한 태도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공주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까짓 거.”
기수는 주먹을 쥐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며 작게 ‘예스!’하고 외쳤다.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복식조 미션 어캄플리시트였다.
새로 맞은 오전은 여느 때와 달랐다.
어제만 해도 기수가 골몰하고 있으면 세 사람 모두 조용했는데 오늘은 공주가 황궁에서 지낸 얘기, 아투사가 기예단으로 떠돌던 얘기를 하면서 잠시도 입을 쉬지 않았다.
둘이 언니, 동생 하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다.
기수는 그녀들의 수다를 방해하지 않았다.
‘나이는 아투사가 한두 살 많지 않을까? 후후…’
그러나 끝도 없는 여자들의 수다를 전부 들어주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생각에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기수는 멀찍이 떨어져서 뒤따라 가기로 하고 둘을 앞세웠다.
운기법에 골몰해서 땅만 보고 걷는데 갑자기 사방이 조용했다.
공주와 아투사가 수다를 멈춘 것이다.
이상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인적 없는 산길인데 앞을 가로막은 험상궂은 사내 대여섯 명이 보였다.
다들 큰 체격, 험상궂은 얼굴에 병장기를 들고 있었다.
“흐흐흐…. 마침 지루하던 참인데 아리따운 소저가 세 명 씩이나 지나가다니…”
두건을 쓰고, 손에는 무식하게 큰 철퇴를 든 털보가 길을 막아섰다.
기수는 급히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냐?”
그러면서 검 자루를 쥐자 나머지 다섯 명의 사내들이 좌우로 펼쳐 서며 포위 대형을 갖추었다.
털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우리가 누구냐고? 글쎄… 이제부터 천천히 알아가면 되겠지. 흐흐…”
그러면서 상체를 기울여 죽립 안의 기수 얼굴을 봤다.
“헉!…. 아까 한 말 취소다!”
“무슨 말?”
“아리따운 소저 세 명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넌 아닌 것 같다.”
기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너희들 보아하니 여기저기 떠도는 강도들인 모양인데…”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흐흐흐….”
“어쩌냐? 너희들 오늘 재수 더럽게 없는 날이다.”
“무슨 소리? 이토록 아름다운 소저를 둘이나 만났는데. 흐흐흐….”
나머지 다섯 놈들도 공주와 아투사의 죽립 아래쪽을 기웃거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공주와 아투사가 검과 쌍칼에 손을 대자 기수가 손을 저어 그들을 제지했다.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너희들. 셋 셀 동안 도망치면 살려줄게.”
“뭐라고?”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야. 아무리 강도라고 해도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만약 셋을 다 센 뒤에도 남아있으면 그땐 나도 모른다.”
“하하하!… 이 계집 말하는 것 좀 봐라.”
그러자 뒤에서 강도 한 명이 맞장구를 쳤다.
“여자 입은 그저 쓸 데가 하나밖에 없다니까.”
기수는 그를 쳐다봤다.
말처럼 길쭉한 두상에 턱수염을 기른 자였다.
“너는 특별히 살려주마. 자! 이제부터 센다. 하나!… 둘!… 셋!”
강도들은 기수의 카운트를 무시했다.
그러나 기수의 손가락에서 파공음이 일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털보 뒤에 있던 다섯 사내가 연달아 쓰러진 것이다. 잔백지였다.
당황한 털보는 기수와 동료를 번갈아 보다가 괴성을 지르며 철퇴를 휘둘렀다.
“죽어랏!”
기수는 정수리를 향해 떨어지는 철퇴를 보며 왼손에 운룡비결을 운기했다.
공주에게 배운 후 운기법까지 완전히 익혔지만 실전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확인해 볼 기회였다.
육중한 철퇴는 기수의 머리를 수박 깨듯 박살 낼 기세로 내리꽂히다가 그의 손바닥에 막혔다.
순간 굉음과 함께 철퇴가 뭉그러지고 말았다.
“크윽!….”
동시에 자루를 쥐고 있던 털보는 신음을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기수는 손으로 받아 든 철퇴를 관찰했다.
“흐음…. 이게 토류의 태포련인가…”
주철이니까 외부의 강한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 게 정상.
그런데 철퇴는 뭉그러졌다.
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마치 쇠가 아닌 진흙덩이 같았다.
생각해 보니 공주가 금군 장교들 앞에서 기와 부수는 시범을 보일 때도 깨트리는 게 아니라 먼지로 만들어버렸던 게 기억났다.
“으으으…..”
쓰러졌던 털보가 부러진 두 팔로 간신히 상체를 받쳐 몸을 일으켰다.
기수는 철퇴를 바닥에 던진 후 말했다.
“난 분명히 셋을 셀 때까지 기회를 줬다.”
“사, 살려주십시오. 고인을 몰라 뵈었습니다.”
“살려줄 수 없어. 다른 데 가서 또 양민을 괴롭힐 거잖아.”
털보는 뭔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퓩!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에 구멍이 뚫려 즉사하고 말았다.
기수는 다른 강도들에게도 차례차례 파천강기 헤드샷을 선사했다.
그리고 얼굴 긴 강도는 죽이지 않고 오른팔을 박살낸 후 혈도를 풀어줬다.
“도망쳐라.”
강도는 망가진 팔을 부여잡고 죽어라 달아났다.
공주가 다가와서 물었다.
“저놈은 왜 살려줘?”
“견해가 같은 사람끼리는 한 번쯤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어? 팔을 하나 잃었으니까 더 이상 강도질은 못 할 거야.”
“무슨 견해?…. 아! 너도 여자의 입은 한 군데밖에 쓸 데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공주는 주먹을 제대로 쥐고 기수를 때렸다.
“아야! 왜 때려?”
“도대체 여자를 뭘로 보는 거야?”
“입은 말하기보다 밥 먹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너야말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데?”
공주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주먹질을 시작했다.
“어쨌거나 넌 좀 맞아야 돼. 아투사! 너도 이리 와!”
기수는 둘을 당해낼 수 없다 판단하고 잽싸게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