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80
석초는 병사 10명을 뽑아 별채의 담 네 귀퉁이에 각각 2명씩, 그리고 출입구에 2명을 배치했다.
장원 안에 또 경비를 세우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백시랑의 의도에 맞춰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심호흡을 한 후 별채로 들어갔다.
“장군부의 석통판이 조백호를 만나고자 합니다.”
“들어오시오.”
석초가 심호흡까지 한 것은 동창의 환관놈에게 굴욕당할 것을 각오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조백호는 왠지 엄마한테 혼난 아이처럼 기운이 없어 보였다.
“머무시는데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조백호의 뒤에 서있던 여인이 대신 말했다.
“목욕통에 따듯한 물만 채워주시면 될 것 같아요. 여벌의 수건하고.”
“예. 그리 하겠습니다.”
석초는 조백호 뒤에 서있는 여인들을 보고 생각했다.
‘와! 세상에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을까.’
아까와 달리 죽립도 벗고, 두건도 벗은 모습.
얼굴 전체가 등불 빛에 훤히 드러나 있었다.
셋 중에 자꾸만 자기를 보며 피식 피식 웃는 여인은 별로 시선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이지만, 그녀를 제외한 두 여인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좋겠다. 조백호.’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는 환관. 부러워 할 이유가 없었다.
“시장하지는 않으십니까?”
“차나 한 잔 마셨으면 좋겠어요.”
조백호가 아닌 여인이 계속 대꾸해주니까 기분까지 좋아졌다.
“그것도 준비하겠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요?”
“아! 혈매궁이란 문파가 이곳에 머물고 있나요?”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들을 만나고 싶어요.”
“지금 말입니까?”
“왜요? 곤란한가요?”
“글쎄요…”
석초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혈매궁의 여인들은 현재 장군부가 강남에서 일월신교와 싸우는데 있어 핵심 전력이었다. 동창이 왜 그들을 보자고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못 생긴 여인이 선녀의 팔을 붙잡고 흔들어댔지만 선녀는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강시들과 어떻게 싸웠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그래요. 잠깐 인사만 나눌 거니까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
석초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건 들어주라는 백시랑의 명령이 있었으니까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미녀 8명이 한 자리에 있으면 볼만하겠는걸.’
공주는 조백호에게 그냥 있으라고 하고 세 명만 석초를 따라나섰다.
기수는 안절부절못했다.
“혈매궁 사람들은 도대체 왜 보자고 한 거야?”
“호호!… 너무 고마워 할 필요 없어.”
“고맙기는! 난 계속 이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네 문파 사람들이니까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거 아냐. 네 마음 다 알아.”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
공주 나름 사려 깊게 기수를 생각해준 거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기수도 사매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공주와 함께는 아니었다.
혈매궁이 머무는 곳은 공주의 거처와 가까웠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석초가 먼저 들어가서 5분 정도 얘기를 하고 나왔다.
“이제 들어가시지요.”
“고맙습니다. 여기부터는 저희들만 들어가고 싶은데요.”
석초는 미녀 8명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꼭 보고 싶었지만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원칙에 따라 깨끗이 물러났다.
공주와 기수, 아투사는 객청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여섯 여인이 저마다 무기를 닦거나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세 명이 들어서자 그녀들의 시선이 모였다.
기수는 왈칵! 밀려오는 반가움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탁지연, 춘매, 추매, 동매, 풍매, 설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눈물이 나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공주와 아투사는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공주가 그녀들에게 물었다.
“저희는 혈매궁 사람들을 찾아왔습니다만…”
그러자 춘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우리 여섯 명이 혈매궁이요.”
공주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기수를 노려봤다.
“전부 여자네?”
“내, 내가… 얘, 얘기 안 했었던가? 하핫!…”
“전부 미녀네?”
“그, 그러게…”
기수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공주의 표정을 보아하니 곧바로 발차기가 날아올 것 같았다.
춘매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너희들 뭐 하는 짓거리야?”
공주가 홱 돌아보자 춘매가 다시 물었다.
“너희들 동창 소속이라며? 강시 잡는 법을 알고 싶다고?”
“그, 그래요.”
공주는 일단 발에서 힘을 빼고 여섯 여인을 살펴보았다.
그녀들은 하나 같이 잘 벼린 검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생긴 건 다들 후궁전에서도 최고로 꼽힐 정도의 미모를 지녔으면서 내뿜는 기도는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살기를 품고 있으니까 그 조화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벽에는 여섯 벌의 전갑이 걸려 있었는데, 철갑 조각들이 군데군데 녹은 자국이 보였다. 강시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는 증거였다.
추매가 세 사람을 훑어본 후 물었다.
“너희들 어디 소속이지?”
“예?”
“동창이라며? 어느 부서에서 일해? 계급은 역장인가? 아니면 번장?”
“아! 예… 그냥…”
“흥! 함부로 밝힐 수 없다는 건가? 재미있군. 너희들… 설마 우리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온 건 아니겠지?”
“예? 저희가 혈매궁을 왜요?”
동비가 피식 웃었다.
“동창과 혈매궁의 관계를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거야?”
기수가 끼어들었다.
“저희들은 오로지 강시 퇴치 상황을 파악하고 돕기 위해 왔을 뿐이에요. 당신들의 과거엔 관심 없어요.”
“말은 그런 식으로 할 수 있겠지.”
“아뇨. 정말입니다. 강시들을 다 퇴치할 때까지는 동창이 장군부와 협조할 겁니다. 그러니 혈매궁에 대해서도 일체 과거를 묻지 않을 거예요.”
공주에게 금패가 있으니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매들, 특히 동창 출신인 5명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호호호!… 동창이 장군부에 협조한다고? 그게 무슨 잠꼬대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호호호!…”
공주가 나서서 말했다.
“당신들이 믿건, 믿지 않건 우리들은 당신들과 함께 강시를 잡으러 다니게 될 거예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희들은 이만 갈게요.”
기수는 가기 싫었다.
이곳에 사매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
공주를 따라가면 왠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돌아서 나가는데 기수가 따라오지 않자 공주는 사람들이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수의 귀를 잡아 끌었다.
“아! 아야!….가, 갈테니까 좀 놔 줘…”
그러나 공주는 오히려 더 세게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여섯 사매는 두 사람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애처로운 표정으로 사매들을 살펴보던 기수의 시선이 탁지연과 딱 마주쳤다.
순간 탁지연의 눈이 빛났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별채로 끌려온 기수는 놀란 조백호의 앞을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
공주는 기수를 방바닥에 패대기 친 후 말했다.
“강기막 펼쳐.”
밖에서 듣지 못하게 하고 때리려는 게 분명했다.
“시, 싫어.”
그러나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펼치지.”
공주는 멸절강기막을 무리 없이 만들어냈다.
그동안 무학 토론을 하며 서로 알고 있던 상승 무공과 한귀비 진영의 무공들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 덕분이었다.
절망감을 느낀 기수는 아투사에게 매달렸다.
“네가 언니한테 말 좀 잘 해 봐.”
순간, 시야가 가려진다 싶더니 아투사의 발이 기수의 얼굴에 작렬했다.
“크헉! 아투사 너마저…”
턱이 돌아간 기수는 심복의 칼에 찔린 카이사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주는 로빙 볼을 논스톱 슛하는 공격수처럼 넘어지는 기수의 반대쪽 턱에 인스텝 킥을 작렬시켰다.
“으윽!….”
호신강기 위로 맞아도 아팠다.
두 여인은 자신들의 콤비네이션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이파이브까지 나누었다.
그리고 곧바로 협동 작업이 시작되었다.
“으악! 사람 살려…. 악! 거기는 차면 안 되지…. 아야! 찬 데 또 차기냐!”
기수의 비명은 계속해어 이어졌다.
아투사가 공주에게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을 배웠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공주는 아투사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주라는 신분, 여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아투사를 안기까지 정말 힘들었는데 이 바람둥이한테는 다른 여자가 여섯 명이나 더 있는 것이다.
기수가 그녀들과 어떤 관계인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의 미녀들을 그냥 놔둘 인간이 아니었다.
아투사 역시 주먹과 발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서열 두 번째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기수가 무슬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서열 2위 이내에 든다는 것이 그녀에겐 몹시 중요한 일이었다.
공주와 둘이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6명이 더 있다?
그것도 하나같이 미모와 매력, 그리고 무공까지 겸비한 미녀들.
그들까지 포함해서 서열 2위에 들 생각을 하니까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내뻗는 발에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힘이 실렸다.
신나게 얻어터진 기수는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목욕통에서 물고문까지 당했다.
2명에게 맞으니까 정신을 차릴 틈도 없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섹스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경쟁자들을 봤기 때문인지 공주와 아투사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윤활액의 양도 평소와 달랐다.
아투사는 자기 얼굴보다 긴 존슨을 뿌리까지 머금은 채 회전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2인 1조 하얀 미소 장면도 이제까지 중에 가장 질척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초반에 맞은 게 좀 아팠지만 이 정도 수준의 마무리라면 감내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공주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기수를 협박했다.
“너. 혈매궁 여인들 앞에서 본래 얼굴 보이면 죽을 줄 알아.”
그건 너무 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왼쪽 팔에 안긴 아투사가 물었다.
“혹시 그 여섯 명하고 전부 잠자리를 가졌나요?”
혹시나 하고 기대하는 표정이었지만 기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공주는 기수의 가슴을 짝! 소리 나게 때렸다.
“이 색마!”
“아야!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궁주가 자기 문파 제자들과 전부 잠자리를 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냐?”
“제자가 아니라 사맨데…”
“마찬가지지!”
괜히 대꾸해서 한 대 더 맞았다.
기수는 말이 나온 김에 할 말은 하고 싶어서 좌우를 한 번씩 본 후 입을 열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내겐 다른 여인들이 있어. 그건 너희들도 인정해줘야 돼.”
공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저 여섯 명 말고도 더 있다는 거야?”
“응? 그, 그러니까…. 한두 명쯤 더 있지 않을까?”
“색마!”
이번엔 아투사가 그렇게 외치며 가슴을 때렸다.
진짜 공주한테서 안 좋은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기수는 감정을 듬뿍 담아 최대한 낮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오로지 너희 둘뿐이야.”
물론 앞쪽에 ‘지금’이라는 단어가 빠졌지만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정말?”
“진짜야.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
공주와 아투사는 만족스럽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평소보다 많이 늦은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탁지연과 춘매였다.
“어제의 답방을 왔어요.”
조백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았다.
공주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얘기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모라고 합니다. 장군부에서 나오셨습니까?”
“저희는 혈매궁에 몸담고 있어요.”
“혈매궁? 지금 혈매궁이라고 했소?”
조백호의 인상이 단번에 굳어졌다.
공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창은 참 적도 많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녀가 조백호에게 말했다.
“저희 세 사람이 어제 찾아뵙고 강시를 모두 퇴치할 때까지 우리 동창은 혈매궁과 힘을 합칠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조백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금패를 지닌 공주의 명이니 따를 수밖에 없지만 한동안 동창을 뒤집어엎었던 혈매궁 사람들을 만났는데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성에 차지 않았다.
공주는 일단 두 손님에게 자리를 권하고 차를 따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