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84
기수는 운기조식을 계속할 수 없었다.
욕실의 상황이 자꾸만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아! 그저께만 해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쩌면 공주가 일부러 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녀 역시 멸절강기막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이거… 벌을 주는 건가?’
의도적인 거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가부좌를 풀고 방안을 서성거리며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가서 엎드려 빌면 끼워주지 않을까?’
그러나 뭔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헉! 이건 교성? 도대체 둘이 뭘 하길래….’
호기심 때문에 발이 자꾸 그쪽으로 향하는 걸 억지로 잡아두느라 정말 힘들었다.
기수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참고 또 참았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하늘은 오래 참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욕실의 소음이 멈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기수는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소리로 안 되니까 눈으로 보게 하려는 걸지도 몰라.’
기수는 선수를 치기로 했다.
즉시 가발과 치마를 벗어던지고 상체 올 노드로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운 뒤 가슴근육과 복근에 힘을 빡! 주었다.
문이 살그머니 열리고 공주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헉!…”
그녀가 가슴과 복근을 보고 신음을 토하자 기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후후…내가 이겼지?’
공주는 긴 수건 한 장으로 몸을 가린 아찔한 차림새로 다가왔다.
기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말했다.
“왜 왔어? 이 야심한 시각에.”
“너한테 따질 게 있어서.”
“아까 얘기 다 한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그걸로는 부족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기수가 여자와 제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녀가 시도하고 있었다.
말로 따지고, 모르는 답을 자꾸 강요하는 것.
기수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으음….”
공주는 기수를 밀어내려 했지만 결국 양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수건이 흘러내렸고 따듯한 물에 담갔다가 금방 나온 그녀의 촉촉한 알몸에서 아주 좋은 냄새가 났다.
기수는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입을 보다 좋은 일에 쓰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공주는 완강하게 버텼다.
“오늘은 절대 입 안 댈 거야!”
“왜? 갑자기…”
“너. 거기서 하고 와서 안 씻었잖아.”
“여기선 안 씻었지만 거기선 씻고 왔는데.”
“어쨌거나 기분 나빠! 싫어!”
“뭐, 그렇다면야…”
기수는 그녀를 침상에 누이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아!….”
공주는 두 다리로 기수의 허리를 감아 강하게 조이며 허리를 비틀어댔다.
기수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꾸욱 눌러주면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날 내쫓을 것처럼 하더니 하룻밤도 못 참는구나.”
“아아…. 난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 그런데….”
“그런데 뭐?”
“아투사가 너무 자극을 해버리는 바람에…”
“하핫!… 아투사의 공이 크네.”
기수는 문쪽을 향해서 말했다.
“어이! 문 밖에 서있지 말고 들어와.”
아투사가 혀를 낼름 하더니 들어왔다. 그녀 역시 수건 한 장이 전부였다.
기수는 강기막을 펼친 후 두 미녀를 품어주었다.
소리로 벌주려고 하다가 자기네들끼리 흥분해 버린 게 우스웠다.
공주와의 섹스는 평소와 뭔가 좀 달랐다.
가장 큰 변화는 그녀의 교성이었다.
뭔가 간드러지고, 애절하고, 바이브레이션이 강해져서 아주 듣기 좋았다.
뿐만 아니라 존슨을 받아들이는 반응도 좀 더 애교스러워진 느낌이었다.
‘왜 이렇게 달라진 거지?’
이유는 아마도 낮에 벌인 대결 때문인 것 같았다.
자칫하면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격하게 충돌했는데 패하고 나니까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젠 발길질이 아니라 애교와 아양으로 선회한 것이다.
기수는 씩 웃었다.
‘역시 예림이 너는 굴종적일 때가 더 매력적이야. 후후…’
실력의 우위를 통해 복종하는 공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기수는 공주와의 결합 자세를 바꾸려고 일어났다. 그런데 옆에서 보고 있던 아투사가 손으로 결합을 풀더니 덥썩! 하고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수가 놀라서 물었다.
“너도 입 안 대기 동맹 맺은 거 아니었어?”
아투사는 잠시 입을 떼고 대답했다.
“이젠 씻었으니까 괜찮아요.”
“씻어? 아!…”
무엇으로 씻었다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긴 아투사에게 입을 대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요구였다.
라임도 맞는 입과 힙을 나란히 놓고 기수는 마음껏 밤을 불살랐다.
본래 2인1조의 즐거움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차이를 만끽하는 것인데, 아예 구조가 다른 두 기관을 번갈아 왕복하는 것은 다양성 면에서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아! 역시 혀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아투사 윈! 이었다.
다음 날.
아침을 먹는데 탁지연이 찾아온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규칙을 정합시다.”
단도직입적인 요구에 공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규칙?”
“당신이 엄청난 고수라는 사실은 모두가 확인했어요.”
공주는 가슴을 펴고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알면 됐어.”
“그렇게 된 데는 음양대법이 큰 몫을 했겠지요?”
“그, 그것은….”
“어쨌거나 당신 같은 고수도 잡지 못했다면 한귀비란 여자는 도대체 얼마나 무공이 고강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그녀는 사술을 쓰는 거야.”
“사술이건 정법이건, 그녀가 적이라면 우리도 음양대법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궁주는 우리 쪽에서 3일, 여기서 하루씩 지내는 걸로 합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공주와 아투사가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
탁지연은 차분했다.
“말이 안 되긴요? 우린 여섯 명이에요. 당신들은 둘이고요. 그러니 사흘과 하루가 공평하죠. 우리 혈매궁 식구도 아닌 당신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부터 우리가 엄청나게 양보하는 거예요.”
공주와 아투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기수를 봤다.
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지연에게 말했다.
“그 말이 참으로 공명정대하네. 대법이라는 게 꽤 공을 들여야 하는 거니까 말야. 꺼내기 쉽지 않을 얘기였을 텐데,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공주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
“나흘에 한 번씩 너를 만나라고? 말도 안 돼!”
기수는 해법을 제시했다.
“3대1이라는 비율만 맞추면 되는 거니까 하루에 세 시진 한 시진으로 나눠도 되지. 아니면 여섯 시진 대 두 시진이나… 그럼 매일 만날 수는 있으니까.”
공주는 기수의 표정을 보고 그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단순히 잠자리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연공을 하겠다는 거니까 뭔가 반박할 명분이 없기는 했다.
탁지연이 정리했다.
“좋아요. 하루가 12시진이니까 우리 쪽에 9시진, 여기 3시진 있는 걸로 합시다.”
공주는 사흘 대 하루에서 매일 3시진은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갑자기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좋아요. 대신 우리부터 시작이에요.”
“그렇게 하세요.”
탁지연은 순순히 양보했다. 그건 어차피 조삼모사였기 때문이다.
기수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런데 너희들 뭐 잊은 거 없냐? 나도 인간인데 잠도 자고 해야지. 너희들끼리 그렇게 나눠버리면.”
탁지연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공주에게 말했다.
“지금이 진시니까 미시까진 보내주세요. 늦으면 늦는 만큼 우리도 늦게 보낼 테니까 그리 아시고요.”
탁지연과 공주는 기수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가쓰라와 태프트가 대한제국과 필리핀 나눠 먹듯이, 소련과 미국이 남북한 나눠먹듯이 자기네끼리 결정해버렸다.
탁지연이 기수에게 윙크하고 나가자 공주는 기수를 재촉했다.
“빨리 먹어! 시간이 없어!”
“워우! 워우! 나도 얘기 좀 하자.”
“얘기는 하면서 하고… 고기 그것까지만 먹고 일어나는 거다. 알았지?”
“아니. 나도 좀 쉬어야 할 거 아냐.”
“저쪽에 가서 쉬어. 여기선 안 돼!”
고분고분하던 그녀가 다시 암사자로 돌아왔다.
그렇게 공주와 아투사에게 시달리다가 미시가 되어 사매들에게 가자 또 난리가 났다.
“나 잠 좀….”
“잠은 저쪽에 가서 자.”
밥 먹을 새도 없이, 눈 붙일 새도 없이 시달리다 보니까 어느새 아침.
다시 공주와 아투사가 기다리는 별채로, 사매들에게로, 탁구공이 되어 오고가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체력에 큰 문제는 없었다. 부족한 수면은 잠깐씩 하는 운기조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단순한 섹스만 즐기는 게 아니라 음양대법을 꼬박꼬박 하다 보니까 몸이 적응되면서 오히려 기운이 펄펄 솟아날 정도였다.
자기 한 몸 희생해서 자칫 틀어질 뻔 했던 공주와 사매들의 사이가 유지한다고 생각하니까 사명감 같은 것도 생겨났다.
그러나 24시간 내내 섹스만 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 기수를 구원해주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주에서 강시들이 대대적으로 난동을 부린다는 것이었다.
장군부는 즉시 출동했다.
사매들과 공주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공주는 반색을 했다.
“한귀비도 소주에 있으니까 잘하면 이번에 만날지도 몰라.”
그동안 아투사의 보석은 계속해서 한 방향만 가리키고 있었다.
한귀비가 이동을 멈추고 한 장소에 있다는 의미였다.
공주와 아투사, 기수와 조백호는 떠나기 전에 모두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 눈만 나오는 검은 복면을 하나씩 장만했다. 강시들과 싸우는 일보다 한귀비에게 들키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장군부에서는 마차를 준비하여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기수는 전갑 입은 사매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의 모습이 아주 섹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거 입힌 채로 한 번 해봐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녁 무렵엔 어느새 소주에 닿게 되었다.
멀리서 보는 소주 성내는 여기저기 화광이 충천해서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
전령 두 명이 급히 달려와서 백무영에게 군례를 올린 후 말했다.
“시랑님께 보고합니다! 지금 강시 80여마리가 네 군데로 나뉘어 시내를 휘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월신교 무리도 거기에 가세해서 방화와 살인, 약탈을 자행중입니다.”
“80마리라고? 그렇게나 많이 있었단 말인가? 끔찍하군.”
상주에서 당한 뒤 기세가 꺾이는 게 싫어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는 게 분명했다.
백무영은 습관적으로 혈매궁 여섯 여전사 쪽을 봤다.
사실, 이번 강시 토벌작전에 그녀들이 세운 공적은 지대했다.
한 명, 한 명도 강하지만 합격진을 펼치면 가히 천하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무영은 탁지연에게 가서 말했다.
“한 번 더 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
“맡겨주세요.”
“번번이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백무영은 공주 쪽으로 갔다.
그리고 좌우를 살핀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는 이 일에 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호호!…. 형부. 제가 지난번 상주에서 한 일을 보지 않으셨나요? 적어도 저쪽에 있는 여섯 명보다는 더 많은 강시를 잡아낼 수 있으니 걱정마세요.”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백무영은 조백호에게 말했다.
“마마를 잘 보필하시오. 생채기 하나라도 나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니.”
조백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흥! 장군부 일이나 잘 하시오.”
그러나 백무영이 가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공주에게 말했다.
“마마. 강시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엔 좀 뒤로 물러나 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까 듣지 않았느냐? 네 군데로 나뉘었다고. 그럼 고작해야 20마리란 소리니까, 그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아무 걱정하지 마라. 그보다 넌 시킨 일에나 집중하거라. 부하들은 전부 동원했느냐?”
“예. 강남의 역장, 번장, 번자들을 총동원해서 일전에 주신 자료에 적힌 소주의 장원들을 전부 감시하는 중입니다. 만약 강시나 일월신교 교도들이 드나들었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알게 될 것입니다.”
공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 아투사에게 물었다.
“왕관의 보석은 잘 챙겨왔지?”
“예. 언니.”
공주의 계획은 혈매궁에게서 넘겨받은 자료를 근거로 동창을 동원하여 수상한 장원들을 감시하고, 아투사는 소주 성 안 한가운데서 보석으로 방향을 잡은 뒤 매일 장소를 이동하며 선을 그어 한귀비의 소재지를 좁혀가는 것이었다.
공주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그 위에 죽립까지 눌러쓴 후 말했다.
“다들 준비해.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정체를 들키지 않는 거니까 가능하면 서로를 부르지도 마.”
“알겠습니다.”
공주는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가 저쪽 여섯 명보다 강시를 더 많이 잡아야 돼.”
기수는 속으로 웃었다.
‘내가 잡는 건 혈매궁 쪽에 더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자기가 가는 편이 해보나마나 이길 것이었다.
잠시 후 석초가 100여 명의 날랜 병사들과 함께 다가와 말했다.
“저희들이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길안내 치고는 너무 많은 숫자였다.
백무영이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인원을 배정한 모양이었다.
석초는 네 사람에게 철창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적당한 중량감에 자루는 튼튼하고 끝은 뾰족하게 잘 갈려 있어서 강시 잡는데 가장 좋은 무기였다. 사매들도 다들 하나씩 들고 있었다.
백무영이 좌우를 살펴 확인한 후 말했다.
“좋아! 각자 맡은 구역으로 전진!”
장군부 병력은 불타는 소주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