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96
기수는 황급히 옆방으로 갔다.
“어! 왜 그래? 궁주.”
기수는 동매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목욕 중이던 추매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느닷없이 문이 벌컥 열리고 상의를 벗어젖힌 기수가 들어오자 놀란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양팔을 활짝 벌렸다.
“어서 와. 뭐가 그렇게 급해? 호호호!…..”
“저리 비켜!”
“뭐라고?”
“욕조에서 얼른 나와. 그리고 옷 입어. 지금 내 방에 불났어.”
추매가 화들짝 놀라 목욕통 밖으로 나오자 기수는 그 와중에서 위에서 아래까지, 다시 아래서 허리까지 감상한 후 목욕통을 번쩍 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판단착오였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이즈가 워낙 크다 보니 팔을 활짝 벌려고 무게중심점을 잡을 수 없어서 기울어졌다.
기수는 동이에 물을 잔뜩 퍼서 날랐다.
급히 방으로 돌아가 뿌려보았지만 번지는 불길을 잡기는 역부족.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나와 봐! 불이야!”
사매들은 물론 객잔 노반과 점소이까지 올라왔다.
거의 반 시진 가까이 소란을 피운 뒤, 다행히 불길은 잡혔다.
기수는 주인에게 수리비조로 은자를 넉넉히 준 뒤 황급히 짐을 챙겨 한밤중에 객잔을 나왔다. 워낙 불 끄는 데 정신이 팔리다 보니 자기가 웃통을 벗고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것이다.
진화 후 점소이가 자꾸 이상한 눈으로 보는데 신경이 쓰여서 떠나는 길을 택했다.
추매가 불만 섞인 어조로 물었다.
“궁주. 도대체 왜 방에 불을 질렀어? 졸다가 등불을 엎기라도 한 거야?”
“아니. 무공을 연마하다가 실수로.”
“아! 그 불이 확 퍼지는 수법 말이지? 전에 본 적 있어.”
“그 비슷한 거 연습하다가 조절을 못 했어.”
“그건 왜 우리한테 안 가르쳐 줘?”
“배울래? 좀 복잡하긴 한데…”
“됐어. 그보다 이제 어쩔 거야?”
“다음 거처를 찾아봐야지.”
“그거 말고! 오늘은 내가 1번이었단 말야. 그런데 불을 질러서 쫓겨나 버렸으니 이제 어쩔 거냐고.”
“이왕 늦어버렸는데 오늘은…”
“꿈도 꾸지 마!”
“아, 알았어. 그럼…. 객잔을 빨리 찾아야겠네.”
그때 풍매가 한 쪽을 가리켰다.
“저기 사당이 있네.”
“설마…”
기수가 머뭇거리자 추매는 체포라도 하듯 팔을 꽉 잡았다.
“설마는 무슨. 이 시간에 객잔을 어디서 찾아. 오늘은 저기서 자고 가자.”
“하지만 저기는 사당인데….”
기수는 다른 사매들의 도움을 바라는 표정으로 좌우를 돌아봤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기껏해야 관제나 토지신 모시는 곳이겠지.”
추매뿐만 아니라 다른 일곱 명도 해뜨기 전에 빨리 자기 차례까지 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결국 기수는 1번이 추매와 8번인 설매에게 번쩍 들리다시피 해서 사당으로 끌려갔다.
막상 가까이 가보니 외진 곳에 자리 잡은 데다 건물도 깨끗해서 잠시 머물렀다 가기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객잔이 아니라서 공간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점이었다.
추매가 자물쇠를 손으로 비틀어 부순 후 기수를 끌고 들어가며 말했다.
“너희들은 밖에 있어.”
그리고 곧바로 사당 안에는 도화빛 무드가 조성되었다.
기수 입장에서도 늘 하던 객잔의 침상이 아니라 야외나 마찬가지인 토지신묘의 마룻바닥이라는 게 은근히 흥분되었다.
그렇게 추매와 한창 운우지락을 나누는 동안, 밖의 일곱 명은 다들 안을 엿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수가 멸절강기막을 펼치지 않은 것이다.
객잔이 아니라서 다른 손님들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공주는 원래 사당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추매의 교성에 이어서 살과 살이 끈적끈적하게 부딪히는 특유의 소리가 들려오니까 도저히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는 창틈에 얼굴을 바짝 대고 안을 살펴봤다.
기수와 추매가 알몸으로 얽혀 있었다.
공주는 이전에도 비슷한 광경을 많이 봤다.
그러나 추매와 아투사는 몸의 선이 달랐다.
뿐만 아니라 피부색도 다르고, 허리를 움직이는 방식도 달랐다.
관찰할 가치가 충분했다.
한창 보고 있는데 누군가 옆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뜸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으음…..”
공주는 신음을 토하며 살짝 몸을 비틀었다.
아투사도 훔쳐보다가 흥분한 모양이었다.
공주는 다른 사매들에게 신경이 쓰였지만, 눈으로는 내부를 관찰하면서 가슴에는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게 과히 나쁘지 않아서 그냥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아투사의 손길은 처음엔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였지만 차츰 과감하게, 때로는 강력하게 그리고 핵심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공략해 왔다.
‘전에 없이 자극적이네…’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잡고 비틀며 문질러줄 때는 온몸이 짜릿했다.
자기도 모르게 교성이 토하자 손 하나가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왔다.
공주는 몸을 움츠렸다.
“아투사 거기는…”
창틈에서 눈을 뗀 공주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제까지 자기 가슴을 주무른 사람은 아투사가 아닌 동매였던 것이다.
“무, 무슨 짓이야!”
“흥! 좋아서 콧소리를 응응~ 거릴 때는 언제고. 자, 이제 네 차례야.”
그러면서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저, 저리 치워!”
공주는 두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
동매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한 남자를 공유하는 사이에 남는 시간 서로 즐기자는 게 뭐가 나빠?”
공주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동안 매화진을 연습하면서 사매들과 친해지다 보니 매몰찬 말을 할 수 없었다.
“미안해. 난 싫어.”
“싫긴 뭐가 싫어? 방금 좋아했잖아. 아투사는 괜찮고 나는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정말 싫다면 둘 다 안 돼야지.”
공주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우물쭈물 거리자 동매는 더 이상 압박하지 않고 물러섰다.
“좋아. 오늘은 내가 물러서지. 하지만 나한테 빚진 거 잊으면 안 돼.”
“빚이라니! 네가 마음대로 먼저….”
“그러니까 다음번엔 네가 마음대로 해. 내 가슴.”
동매는 풍만한 자신의 가슴을 자랑하듯 내밀어 보인 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공주는 고개를 돌려 아투사를 찾았다.
그녀는 안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도 뭔가 아닌 것 같아서 공주도 다시 사당 내부에 집중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종료되어 있었다.
기수와 추매는 깊숙이 결합한 상태로 음양대법을 시행중이었다.
이제 대법이 끝날 때까지 움직임은 없다고 봐야 했다.
추매 다음 타자인 풍매는 자기가 위로 올라가는 자세를 선호했다.
덕분에 공주는 그녀의 동그란 엉덩이를 실컷 보게 되었다.
특히나 공주 쪽에서 훤히 보이는 각도라서 볼이 화끈거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을 고스란히,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공주는 몸에 열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춘매와 아투사, 탁지연에 이어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강기막 쳐달라는 부탁을 깜빡 잊고 그냥 옷을 벗었을 정도였다.
사실 잊었다기보다는 자기만 감추는 게 너무 튀는 행동인 것 같아서 차마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는 게 맞았다.
그리고 나머지 일곱 명이 지금 전부 보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더 흥분되는 느낌이었다.
아마 평소의 그녀였다면 절대 그런 상황에서 알몸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다섯 명의 모습을 보면서 심경에 변화가 왔다.
어디선가 자그마하게 탄성이 들려오자 더 이상 몸을 가리지도 않았다.
‘궁주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희들에게 보여줄게.’
뭐 그런 정도의 기분으로 평소보다 착 달라붙으면서 콧소리도 심하게 냈다.
억지로 꾸민 게 아니라 진짜 흥분도가 올라갔다.
기수가 공주의 귀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너. 평소보다 세게 문다? 무슨 일 있었어?”
“아! 몰라…”
그날의 대법은 어느 때보다 효율이 높아서, 공주는 앞으로도 사매들에게 봐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
아투사도 비슷하게 느낀 것 같았다.
다음날 객잔을 잡고 방을 정하자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공주에게 말했다.
“언니. 우리가 손해 보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야?”
“여섯 사매들은 한꺼번에 어울리잖아요? 그런데 어제 보니까 그 뭐랄까… 예비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궁주에게 안기기 전에 다른 사람 하는 거 보면서 흥분하는 시간이 있는 편이 훨씬 더 대법의 효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언니는 어땠어요?”
“나? 난 차이를 모르겠던데? 우리 셋이 어울릴 때가 제일 좋아.”
그러면서 아투사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아투사마저 저쪽 편으로 넘어가면 자기 혼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잡아두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아투사가 입맞춤을 시도해 왔다.
잡아두려면 어쩔 수 없었다. 공주는 눈 딱 감고 응해주었다.
그 시간.
기수는 아예 객잔 밖으로 나가 동네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한적한 장소를 찾아 심호흡으로 진기를 골랐다.
처음에 작게 연습해서 나중에 크게 하는 방법은, 적어도 화류의 태포련을 만드는 데는 잘못된 접근이었다. 화염을 폭발시키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수는 우선 양손을 횃불로 만들었다.
‘여기서 온도를 높이니까 불길이 분리되었지?’
똑같이 해보니까 손에서 발사된 불길이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4~5미터를 뻗어나갔다.
기수는 그 과정을 반복 연습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라이터 켜는 것보다 빠르게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
고수와의 싸움 도중에 써먹으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1시간 정도 연습하니까 마음먹은 대로 왼손, 오른손, 양손에서 자유자재로 화염이 분출되었다.
“하핫! 이거 마음에 드는데?”
자기는 뜨겁지 않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끔찍할 것 같았다.
물론 합비의 오행류와는 달랐다.
오리지널 태포련은 화염방사기라기보다는 전자레인지처럼 속을 익혀버리는 방식이니까 훨씬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자기 손이 익어버릴 수 있다는 위험성과 동시에 상대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인터벌 문제까지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자신의 화염방사기는 위험부담 없이 즉시 발사가 가능했다.
‘이걸 장거리에서 쓸 수도 있을까?’
기수는 화염의 신속성과 강도보다 원거리 타격에 집중해보았다.
산불을 내지 않기 위해 주변에 나무가 없는 장소를 골라 바위 하나를 목표로 삼고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면서 화염을 발사하는 방식의 실험.
거리가 상당히 멀어져도 화염은 문제없이 바위까지 닿았다.
거의 30미터 정도가 되자 급경사라 더 뒤로 물러설 수 없어 테스트를 중단했지만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짐작하건데, 50미터 정도까지는 너끈할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전에 써먹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가까운 곳에선 맹렬한 불길이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속도가 느려졌다.
아마도 불이란 게 부피는 크고 중량은 가벼운 거라 공기의 저항을 받는 것 같았다.
마치 풍선을 세게 던지기 어려운 것처럼 처음에만 빠르고 나중엔 심하게 느려졌다.
전쟁무기인 화염방사기는 불붙은 액체를 쏘는 거라서 소방호스의 물처럼 멀리까지 힘차게 날아가지만, 자신의 화염은 그냥 화염 그 자체였다.
‘근접전에서만 써도 되지 뭐.’
장거리엔 파천강기나 멸절강기의 스푼 컷이 있으니까 상관없었다.
화류의 태포련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완성시킨 기수는 마냥 기뻤다.
‘와! 나도 참 대단하다. 이 정도 수준의 무공을 막 창안해내고 그러네…’
몇 번 더 자유자재로 발출되도록 연습한 기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북두칠성의 위치가 시계였다.
‘좋아. 아직 음양대법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기수는 내친 김에 목류의 호신강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것 역시 생각해둔 게 있었다.
예전에 그가 처음 배운 파천강기는 손에서 30센티미터 정도 삐져나오는 방식이었다.
나중에 수로맹 군사였던 유청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파천강기를 운용했다.
창처럼 길게 만들어서 그것을 수십 개나 몸에 둘러 마치 고슴도치 혹은 성게처럼 싸움에 임했던 것이다.
기수는 자기도 파천강기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선 화류 호신강기와 멸절강기막, 그리고 운룡비결의 청, 합, 반을 모두 한 번씩 심도 있게 운용해 보면서 큰 흐름을 복습한 후 파천강기를 몸 주변에 둘러보았다.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다.
진기를 주입하면서 의식을 집중하자 강기는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행이 달라서 그런지 멸절강기막처럼 빛과 소리를 차단하는 쪽의 성능은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기수의 의지에 따라 강기막의 형태가 변화했다.
처음엔 올록볼록 엠보싱 수준이었다가 우둘투둘 철퇴처럼 튀어나오기도 하고 물결 모양으로 출렁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행류 계열의 진기운용법들 중에서 파천강기를 가장 먼저 익혔기 때문인지 아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기수는 강기막에 수백 개의 뾰족한 돌기들을 만든 뒤에 아까 화염방사기 놀이하던 바위로 돌진하여 부딪혀보았다.
꽝! 소리와 함께 바위는 산산이 부서졌다.
기수는 남아 있는 바위를 살펴보았다.
정을 대고 쪼아댄 것처럼 돌기에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하!…. 이건 공격무기라고 해야겠는 걸.”
같은 파천강기라도 진기 운용법은 상이했다.
양이 아닌 음이 방향이라 그런지 발사하는 파천강기에 비해 진기 소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천강기는 역시 파천강기였다.
‘이걸 두르고 몸통박치기를 하면 상대는…’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