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97
기수는 새로 만든 두 가지 무공을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사용하던 무공들과 섞어서 운용해보기도 했다.
직접 창안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좋은 기분으로 객잔에 돌아간 기수는 사매들을 평소보다 더 깊이 사랑해준 후 운기조식으로 개운하게 몸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리고 아침식사 후엔 다시 산으로 올라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목화토금수에 각각의 음양.
목은 파청강기와 고슴도치 호신강기.
화는 화염방사기와 정통으로 배운 화류 호신강기.
토는 운룡비결의 짓누르는 타법과 청, 합, 반 되치기
금은 멸절강기의 스푼 컷과 강기막.
수는 상대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태포련.
총 열 가지 중 무려 아홉 가지나 구색을 갖춰놓고 보니까 빨리 마지막 남은 퍼즐 한 조각을 채워 넣고 싶었다.
기수는 머리를 쥐어짜면서 수류의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음의 방향으로 진기를 움직여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어제 두 개의 기법을 하루 만에 완성시켰던 것과 달리, 수류의 진기운용은 막막하기만 했다.
‘양의 진기운용은 공격적이고, 단단하고, 파괴적인 쪽이고 음의 진기운용은 수비적이고, 유연하고, 부드러운 쪽이니까 수류 역시 마찬가지 원리를 따를 거야.’
그러나 수류 태포련은 끈적끈적한 접착제처럼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식이라 성질 상 양이라기보다는 음에 더 가까울 것 같았다.
그걸 양이라고 하면 음은 얼마나 더 수동적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도록 고민했으나 결국 성과를 얻지 못한 기수는 싸가지고 온 음식을 먹은 뒤 잠시 휴식을 가졌다.
‘너무 서두르는 걸까?’
사실, 어제 완성한 두 개의 운용법은 그동안 해오던 것들의 변형된 연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류의 운용은 그들과 달랐다.
‘그래. 조급해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기수는 일단 아홉 가지부터 확실히 소화하기로 했다.
모두 한 번씩 펼쳐본 결과, 각각이 저마다의 독특한 위력을 드러내서 기수를 기쁘게 했다.
‘좀 더 업그레이드시켜볼까?’
기수는 북궁심법으로 3개의 단전을 모두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그 안에 각각 다른 오행을 운기했다.
왼손은 파천강기, 오른손은 멸절강기.
혹은 왼손은 수류의 태포련, 오른손은 운룡비결 타법.
기수만 할 수 있는 동시운용이었다.
단전 셋을 따로 운용할 수 있는 그는 양손에 각기 다른 테포련을 싣고 동시에 하단전을 기본으로 호신강기까지 펼쳐낼 수 있었다.
“하하!… 이거 재미있는데?”
막막하기만 한 마지막 퍼즐 찾기보다, 현재 가진 아홉 조각을 가지고 노는 것도 충분히 즐거웠다.
한참 여러 조합을 섞어 보던 기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떤 조합은 힘이 부쩍 솟아나는 느낌인데 반해, 어떤 조합은 거북함이 느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기수는 조합을 바꿔가면서 힘이 더해지는 조합을 연구해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 오행의 상생으로 조합해서 그렇구나.”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으로 돌아가는 오행의 상생루틴.
거기에 맞춰서 파천강기와 화류의 화염방사기, 운룡비결의 청합반 받아치기를 조합하면 목화토가 자체 선방향 순환해서 힘이 더해지는 식이었다.
기수는 다른 조합도 시험해봤다.
목화토뿐만 아니라 화토금, 토금수, 금수목, 수목화까지 다섯 가지 조합이 모두 자체 부스터 기능을 보유한 게 확인되었다.
‘그럼 반대는?’
기수는 오행의 상극조합을 시도해보았다.
그러자 위화감과 진기의 상쇄효과 등 부정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와! 이거 신기한데?’
오행류는 그 하나하나의 무공이 놀라운 위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으로 상승작용까지 일으키는 것이었다.
‘어르신은 왜 이런 얘기를 안 해주셨지? 정식 제자가 아니라서 그러셨나?’
그보다는 스스로 깨달으라는 배려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비는 제자가 아님에도 어떻게든 더 가르쳐주려고 애썼다.
‘혹시 그것도 아니라면….’
기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손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이건 나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합비는 분명 격을 달리하는 고수지만 한꺼번에 상이한 세 개의 진기를 동시에 운용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세 개는커녕 두 개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오행류를 동시에 운용할 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는 가르쳐주지 않은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
기수는 자신이 지금 아무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경계에 들어섰음을 직감했다.
합비의 정통 오행류에 비하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자신의 오행류.
그나마 열 개 중 아홉 개밖에 채우지 못한 상태.
그러나 북궁심법을 만남으로서 숨겨져 있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수는 떨려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하늘을 봤다.
‘고맙습니다! 사부님.’
지난번에 천마교 교주도 해결하지 못한 멸절강기의 문제점을 고친 것도 북궁심법 덕분이었다.
생각해보면 북궁천을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인 것 같았다.
폭력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무학과 진법의 기초 공부를 하도록 해주었고, 북궁심법을 전수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력까지 전해준 사부.
그가 아니었다는 지금의 자기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자기가 발견해 낸 오행 순환을 조금 더 깊이, 진지하게 연구해보았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반복 실험해 본 결과, 오행의 상생 연결 중에서도 음양이 교차될 때 효과가 더 좋았다. 목양, 화음, 토양, 금음, 수양, 목음, 화양, 토음, 금양…
그 순서일 때가 가장 강력한 상생작용을 일으켜서 토음이나 금양 단계까지 도달하면 세 개 단전이 화끈거릴 정도로 진기가 충만해졌다.
‘이거… 내공 증진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기수는 두 번, 세 번 확인해보았다.
분명했다.
원래 몸 안에서 진기를 순환시키면 어떻게든 내공은 증진되기 마련이었다.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전에서 미려를 거쳐 이환으로 순화시키는, 이른바 운기조식이 가장 많이 행해지는데, 기수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몸을 이용하여 서로 동시에 내공을 증진시키는 음양대법도 사용하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싱글엔드와 푸시풀의 효율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은 2배보다 더 큰 효과가 있었다.
철도에서 단선일 때와 복선일 때는 운송효율이 2배가 아닌 5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런데 지금 발견한 오행류의 상생순환은 혼자 하는데도 일반 운기조식보다 훨씬 강력한 효율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음양대법과 비슷한 효율 같았다.
기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냉정하게 운기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음양대법과 거의 비슷해.’
파트너 없이 동일 수준의 내공증진이 가능하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음양대법엔 플러스 알파가 있으니까 포기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사실 대법이 가능한 파트너를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같은 파트너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잠자리 분위기에 따라 효율이 달라질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오행류 상생순환은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차이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수류의 음에서 순환이 딱 끊긴다는 점이었다.
9까지 왔다가 0을 지나 다시 1로 돌아가야 진정한 순환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는데. 9까지 갔다가 0을 넘어서지 못하고 다시 1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중간에 끊겨도 이 정도 효율인데 만약 연결된다면…’
기수는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번엔 수류의 호신강기가 목적이 아니라 순환 고리를 잇기 위해 연구에 몰입했다.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집중도는 달랐다.
구색 갖추기가 아닌, 새로운 경지에 도전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기수가 그렇게 몰두해 있는 동안 객잔에선 난리가 났다.
“도대체 왜 안 오는 거냐고. 왜!”
격분한 사람은 설매와 풍매.
설매는 진짜 오랜만에 1번을 뽑았는데 기수가 나타나지 않자 화가 난 상태엿고, 풍매는 8번을 뽑아서 혹시 자기 차례까지 하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난 상태였다.
탁지연이 설매를 진정시켰다.
“곧 올 거야. 너무 흥분하지 마.”
“이건 부당해! 왜 내가 1번 뽑은 날 안 오냐고. 그러기에 그냥 순번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낫다고 했잖아.”
“매일 뽑는 게 더 흥미롭다고 동의했잖아.”
춘매도 거들었다.
“곧 올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그러나 설매는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나가서 찾아볼게.”
“어디 간 줄 알고?”
“객잔에 불 안 지르려고 나간 거잖아. 이 밤중에 불을 만들면 어디 있든 보일 거야.”
그녀는 객잔 창을 통해 빠져나가 지붕으로 올라갔다.
사실, 순번은 별 의미가 없었다.
두 번째 하나. 여덟 번째 하나 그게 그거였다.
하지만 첫 번째는 조금 달랐다. 다른 사매들의 액체가 묻지 않은 상태의 기수를 자기가 처음 안는다는 거. 별 거 아니긴 해도 기분이 그게 아니었다.
매일도 아니고 정말 오랜만에 모처럼 한 번 그 기분을 즐겨보겠다는 건데 나타나지 않으니 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지붕 위에서 천천히 몸을 회전시키며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 그럼 내가 직접 찾아줄게.”
설매는 마을의 길을 살펴보았다.
크지 않은 동네라 산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뒷산, 앞산, 조금 먼 서쪽 산 중 어디냐 하는 건데, 산들도 높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다.
“좋아. 궁주. 어디에 있어? 나한테 기운을 느끼게 해 줘.”
설매는 눈을 감고 기수의 기척을 느끼기 위해 집중하면서 생각했다.
‘찾아내기만 하면 해 뜰 때까지 안 놔줄 거야.’
객잔에서라면 정해진 시간이 있지만, 지금처럼 야외로 나가서 만난다면 찾는 게 늦었다고 변명하고 마음껏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게 그녀의 계산이었다.
“좋아! 이쪽부터 뒤진다.”
설매는 마을 뒷산을 향해 경공을 시전했다.
그녀가 떠난 뒤. 객잔의 방에 남은 일곱 사람 중 탁지연이 말했다.
“혹시 궁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아냐. 아무래도 좀 불안해. 나도 나가서 찾아봐야겠어.”
탁지연이 설매처럼 창문을 향해 빠져나가자 방엔 여섯 명만 남았다.
자러 갈 수도 없고, 기다리자니 기약이 없는 상황.
공주는 한숨을 내쉬고 찻잔을 들어 마시다가 탁지연이 왜 나갔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순번이 세 번째니까 그냥 기다려도 자기 차례는 올 텐데… 기수가 늦어도 해뜨기 전에는 들어오겠지.’
그리고 다른 생각도 들었다.
‘만약 설매가 아닌 탁매가 기수를 먼저 찾으면 혹시 순번을 무시하려나? 호호…’
그러다가 공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거야! 그러려고 나간 거구나!’
마을 주변의 드넓은 산과 들.
그 중 어디에 기수가 있을지 모르는데, 만약 먼저 발견한다면 순서 무시는 물론 시간까지 무시할 수 있는 절호의 독점기회였다.
‘아! 난 왜 그 생각을 일찍 못했지?’
공주는 최대한 걱정스런 표정을 지은 후 말했다.
“궁주가 이 시간까지 연락도 없이 안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해. 나도 걱정 되서 더 이상 못 기다리겠어. 찾아보고 올게.”
그녀가 설매와 탁지연처럼 창으로 빠져나가자 5명만 남은 방의 분위기가 묘하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8명 중 3명이 밖에 나가 있는 상황이 무얼 의미하는지 다들 눈치 챈 것이다.
“나도 찾아봐야겠는걸.”
추매가 일어서저 동매가 따라 나섰다.
“좋아. 나도 같이 가줄게. 너희 세 명은 여기서 궁주를 기다려. 혹시 길이 엇갈리면 안 되니까. 그리고 궁주가 돌아오더라도 차례 기다리고.”
그러나 남은 세 사람이 그 말에 순순히 따를 리가 없었다.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방엔 찻잔만 남고 사람은 모두 사라졌다.
공주는 자신의 내공이 가장 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기감을 끌어 올려 기수의 위치를 감지해내는 방식에 있어 자기가 제일 유리하다는 뜻이었다.
‘사매들보다 기수를 먼저 찾아내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심호흡으로 흥분을 억제한 후 주변 기척에 집중했다.
‘어서! 한 번만 내공을 끌어올려줘.’
그러나 공주의 기대와 달리 기수는 어떠한 기척도 흘리지 않았다.
‘뭐야. 운기조식이라도 하는 중인가?’
그녀는 다른 사매들보다 먼저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마냥 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동하면서 찾아봐야겠어.’
공주는 움직이기 전에 몇 군데 지점을 정했다. 막무가내로 뒤질 게 아니라 구간을 정해야 좀 더 효율적인 수색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경공술을 펼쳐 동으로, 서로 오가며 오감을 최대한 발동했다.
그리고 동네 뒷산 중턱쯤에서 마침내 기척을 찾아낼 수 있었다.
‘궁주! 거기 가만히 있어.’
공주는 다른 사매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기척을 죽인 채 잽싸게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