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10
기수는 양여옥의 열정적이지만 서툰 입맞춤을 약간 개선해주기 위해 혀와 입술 움직임의 시범을 보였다.
그러자 양여옥은 금방 그것들을 배우고 따라 했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중단할 수는 없지.’
기수는 발동이 걸린 이상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바로 그때. 귓바퀴가 움직였다.
날렵한 파공음을 들은 것이다.
기수가 입을 떼자 양여옥이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침입자가 있소.”
양여옥은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 잡았다.
“예? 마교도들인가요?”
“아니. 그보다는….”
기수는 기척을 죽인 민첩하고 날렵한 파공음에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 주인공은 오래지 않아 밝혀졌다. 공주가 지붕 위를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가 정자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온 것이다.
“여기 있었네?”
그녀는 정자에 들어서자마자 양여옥을 노려봤다.
양여옥은 직감적으로 이 여인이 기수의 정인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마주 노려봤다.
비록 그녀의 미모가 자기보다 미세하게나마 나아 보이고, 무공은 훨씬 고강해 보이지만 사랑을 놓고 싸우는 거라면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녀 생각이었다.
공주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뭘 잘했다고 자기를 노려보는가. 도둑이 오히려 성내는 꼴 아닌가.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기수가 보는 앞이라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공주는 기수의 팔을 끼고 말했다.
“궁주. 어서 가. 사매들이 기다려.”
“나를? 왜?”
“어디 가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여우라도 만나지 않나 걱정돼서지.”
그러면서 양여옥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양여옥이 기죽지 않고 말했다.
“기소협은 나와 얘기가 다 안 끝났어요.”
“그래? 그러면 마저 해요. 난 여기 있을 테니까.”
양여옥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겠어요.”
결국 한 걸음 물러나자 공주는 기수를 거의 끌다시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문을 지나 담을 돌아서자마자 기수를 다그쳤다.
“무슨 짓 했어?”
“무슨 짓이라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러나 공주는 내내 다그쳤고, 거처에 도착해서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풍매가 다가와서 기수의 가슴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 후 말했다.
“우리 여덟 명 누구도 쓰지 않는 향유 냄새가 나는데?”
“정말이야? 나도 좀 맡아보자.”
사매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설매가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따졌다.
“취조결과 전달해주러 간다더니 그 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를 안은 거야?”
공주가 목격담을 얘기했다.
“정자에서 화양문주의 딸 양여옥과 둘이 있더라고.”
“뭐? 정자? 그럼 둘이 한 거야?”
기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긴 뭘 해!”
그러나 사매들은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정말 아무 일 없었다니까. 옆방에 사람들도 있는데 그만 좀 해.”
공주는 즉시 강기막을 펼쳤다.
“이젠 됐으니까 벗겨 봐. 분명 거짓말일 거야.”
“왜 확인을 그렇게 해야 하냐고!”
기수는 공주에게 멸절강기 가르쳐준 것을 후회했다.
힘은 기수가 가장 세지만 사매 8명의 손 16개가 달라붙자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이 하의가 전부 실종되고 말았다.
“바짝 말랐는데?”
“거 봐. 아무 일 없었다고 해는데 왜 안 믿어?”
그러자 춘매가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대더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기수는 그녀의 머리를 밀어냈다.
“뭐 하는 짓이야! 냄새는 왜 맡아?”
“했으면 냄새가 나기 마련이잖아.”
이번엔 추매가 달려들었다.
“냄새 가지고 어떻게 알아? 맛을 봐야지.”
“헉! 무, 무슨….”
안 그래도 양여옥을 안고 흥분했던 터라 따듯하고 촉촉한 타액이 닿자 더 이상 자제력 발휘가 어려웠다.
놈이 팽창하자 사매들의 눈빛도 변했다.
“어때? 맛이 나?”
“아니. 한 번 만으로는 잘 모르겠어.”
그리고는 곧바로 덥석!
동매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비켜 봐. 나도 좀 확인해 보자.”
사매들은 직접 확인해본 후 기수의 ‘혐의 없음’을 인정했다.
기수 입장에선 결백을 입증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양여옥으로 인해 발동이 걸렸지만 그걸 폭발시킨 건 사매들이니까 어떻게든 끝마무리까지 그녀들이 해줘야 했다.
“야! 줄 서!”
“어머! 왜 이렇게 흥분해? 궁주.”
“흥분 안 하게 생겼어? 탈의한다. 실시!”
“실시!”
잡아온 공적을 인정받아서 공주가 1번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다음날은 온종일 어수선했다.
무림맹 병력이 속속 도착한 것이다.
양호중은 그들에게 숙소를 배정해주느라 바빴다.
기수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아야 했다.
가장 먼저 들린 사람은 무림맹주였다.
“현현각주를 잡고, 이제 난주탈환까지 해주었으니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하하하!….”
“우리 혈매궁에 필요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독자노선을 가기로 했으니 무림맹주에게 칭찬 받는 건 지양할 일이었다.
냉정한 태도에 무림맹주와 수행한 무림 명숙들은 약간 불편한 표정이 되었다.
“혈매궁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게 뭡니까?”
“정사대전의 배후엔 제갈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갈세가를 움직이는 암중인물이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 자를 잡고자 합니다.”
“암중인물이라…”
“무림맹과 천마교, 그리고 삼황맹, 녹림72채, 수로맹 모두가 그 암중인물의 안배에 따라 천하를 난세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무림맹주는 좌우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한 후 물었다.
“그자가 천하를 어지럽게 하여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이오?”
기수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무림맹과 별개로 행동하더라도, 난세를 종식시키려면 그들의 협조가 필요하니까 최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무림맹주와 명숙들은 그다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들 입장에선 사마연합을 무찌르는 게 가장 중요한 지상과제였다.
사문의 명예를 지키려면 적어도 그동안 당한 복수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수는 암중인물이 천하를 집어삼키려 한다지만, 그건 너무 허황되게 들렸다. 당장 증거도 없지 않은가.
다만, 기수가 너무 압도적인 고수라서 반론을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기수는 답답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무리하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일단은 차만 마시고 그들을 그냥 돌려보냈다.
그들이 떠난 뒤 공주가 말했다.
“다들 싸움을 그만 둘 눈치가 아니던데…”
탁지연도 자기 느낌을 얘기했다.
“오히려 현현각주 죽고, 난주 되찾은 기세를 몰아 사마연합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 같은 분위기였어.”
“그러게….”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 하는 꼴이었다.
공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이제 어쩔 거야?”
기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한 후 대답했다.
“일단 천마교 교주부터 만나봐야지. 그쪽은 명령계통이 하나니까 의외로 말이 잘 통할 수도 있잖아.”
“그 다음엔?”
“한 쪽이 싸움을 중단하겠다면 나머지는 쉽지.”
“그래도 무림맹이 계속 싸우겠다면 어쩔 건데?”
기수는 주먹을 쥐어 눈높이로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한테 맞아야지.”
공주와 탁지연, 그리고 사매들은 피식 웃었다.
“무림맹과 싸우겠다고?”
“아니.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나한테 맞는다고. 그건 싸우는 게 아니지.”
사매들은 서로 마주봤다.
기수라면 능히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야?”
“당연하지. 말 안 들으면 패주려고 독자노선 가는 건데.”
공주는 기수가 무림맹 편도, 사마연합 편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황족 입장에서 그것은 약간 꺼림칙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 편이면 되지. 정과 사는 따져서 뭐 해.’
그러나 기수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길은 험난했다.
꼬리치는 화양문의 양여옥을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오후 곧바로 사혜문의 호운혜가 찾아왔다.
“기소협 보고 싶었어요.”
객청에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사매들 전원이 도끼눈을 떴다.
그러나 호운혜는 그녀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기는 사해문의 금지옥엽이고 궁주와 연인 사이인데, 제자들이 노려봐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무시하는 것이었다.
기수로서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차나 한 잔 마십시다.”
“왜 이래요? 전처럼 편하고 다정하게 말해주세요.”
기수가 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전이라니…. 언제…”
설마 양십일로 변장한 게 자신이란 사실을 눈치 챘단 말인가?
“전에 홍안산의 동굴에서 만났던 거 기억 못하세요? 오라버니.”
아! 맞다. 거기서도 했었지.
오라버니 소리까지 나오자 결국 공주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이봐요. 용건이 무엇인지나 얘기하고 그만 나가주시죠. 우리 궁 내부적으로 할 일이 많이 있으니까요.”
사매들 모두 공주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호운혜는 눈을 부릅떴다.
“궁주님과 얘기하는데 네가 왜 끼어드느냐? 물러가지 못할까?”
공주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이 년이 감히!….”
공주 입장에선 일개 서민이 감히 자기를 그런 식으로 대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뭐라고? 이년?”
호운혜도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워낙 키가 크다 보니 일단 외형적으로는 공주보다 훨씬 위압적이었다.
기수는 출렁이는 두 개의 배구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호운혜는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칠 기세였지만, 막상 마주 선 공주의 기도가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기수에게 구원을 청했다.
“오라버니. 이 버르장머리 없는 제자한테 한 마디 해주세요!”
“제자가 아니고 사매야. 우리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하지.”
기수는 호운혜를 데리고 나갔고, 탁지연은 공주를 말렸다.
그리고 풍매와 설매는 기수를 감시하기 위해 슬그머니 따라붙었다.
마당으로 나온 호운혜가 투덜거렸다.
“제자. 아니, 사매가 왜 저러는 거죠? 궁주님과 얘기하는데 자기가 뭐라고 감히 끼어들어서…”
“우리 궁 안에 중대한 일들이 있어서 신경이 예민해진 거니까 이해해 줘. 그보다 찾아온 용건을 빨리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양여옥이라면 몰라도 호운혜한테는 사실 애착이 별로 없었다.
물론 거대한 가슴, 긴~ 다리, 풀 사이즈로 속도를 최대한 올려도 무리 없이 받아주는 속살 등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약간 헤픈 기질이 문제였다.
얼굴은 참 순진하게 생겼는데 정작 행동은 달랐다.
호운혜가 기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라버니.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구세요? 제가 왜 찾아왔는지 다 아시면서…”
“글쎄… 잘 모르겠는데…”
호운혜는 정색했다.
“어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인의 순정을 짓밟아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 할 생각인가요?”
“워! 워!… 무슨 짓밟았다는 표현을 써? 우린 서로 합의하에…”
“하지만 전 오로지 오라버니만 생각하고 이 한 몸을 소중하게 지켜왔단 말예요. 이제 와서 이렇게 나오시면 안 되죠!”
“내 생각만 했단 말이지…”
어이가 없는 얘기였다.
지난번 홍안산 동굴에서 할 때 자기 입으로 다른 남자들과 달라서 좋다고 말했는데, 그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정말이에요!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제겐 오로지 오빠뿐이라고요.”
얼씨구! 맹세까지.
기수는 갑자기 그녀에게서 정이 확 떨어졌다.
얼마 전에 순박한 얼굴의 양십일과도 맘껏 뒹굴었으면서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
그리고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는 것보다 더 용서할 수 없는 일은 바로 멍청한 것이다. 적어도 자기가 한 말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지.
기수는 그녀를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마음먹은 후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
“어쨌거나 우리 혈매궁은 지금 긴급한 회의를 할 거니까 나중에 다시 와. 알았지?”
호운혜는 입술을 샐쭉거리다가 말했다.
“바쁘시다니 이만 갈게요. 하지만 제 마음 잊으시면 안돼요.”
“알았어. 네 마음 충분히 알았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호운혜는 기습적으로 기수 이마에 입술을 쪽! 맞추고 나갔다.
기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