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25
기수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명문정파의 아가씨들에게 골고루 나눠 분출하고 하얀 미소 감상하기.
기수는 정해진 목표를 향해 정진했고, 기한을 하루 더 늦추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 장관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도 조금 나왔다.
당운영의 적극적인 퍼포먼스가 다른 4명에게 영향을 끼친 덕분이었다.
기수는 세상만사 다 잊고 다섯 미녀와 계속 이렇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그에겐 할 일이 있었다.
현현각주가 죽고 난주도 되찾았는데 제갈세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한귀비가 나타난다면 자기 없이 사매들만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까 합가촌에서 더 이상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아쉬워하는 다섯 여인과 함께 난주로 돌아가는 길에 야외에서 또 한 판 벌이기는 했지만, 경공까지 펼쳐서 이틀 만에 화양문 장원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양여옥이 기수에게 말했다.
“장소를 마련한 뒤에 연락할 테니까 꼭 와야 돼요.”
“알았어. 걱정 마.”
여섯 명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따로 장원으로 들어갔다.
기수가 나타나자 여덟 사매가 모두 마당으로 달려 나와 반가이 맞았다.
“궁주!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연락도 없이!”
“혹시 다른 데 가서 여자 만나고 온 건 아니겠지?”
기수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핫! 나도 반가워.”
탁지연과 공주가 나란히 서서 기수의 표정을 살핀 후 물었다.
“얘기해 봐. 어디 갔다 온 거야?”
“합비 어르신 만나고 왔어.”
“아! 그럼 무공을 전수받기로 한 거야?”
“아니. 그 반대야. 정식 제자는 되지 않고 무공만 배우는 것은 염치가 없어서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 그래도 오행류에 대해 조언을 들었으니까 다녀온 보람은 있어.”
“그랬구나.”
“나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탁지연이 대답했다.
“동창에서 사람들이 왔어.”
“동창? 아…! 예상보다 신속한 움직임이네.”
혈매궁이 배후에 숨어있지 않고 전면에 나선 만큼, 그들이 찾아온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탁지연의 표정이 담담한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런데, 벌써 해결이 된 모양이지?”
“예매가 그쪽 수장을 불러서 한마디 하는 걸로 끝내버렸어.”
“그래? 하핫! 역시 금패의 위력이 대단한데?”
공주는 생긋 웃으며 턱을 치켜 올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기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공주뿐만 아니라 탁지연, 아투사를 비롯한 다른 사매들도 한 차례 둘러봤다.
‘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이토록 아름다운 사매들을 여덟 명이나 놔두고 무림맹의 다섯 여인과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섯 명과 지낼 때는 그녀들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웠다.
당운영의 입구가 2단으로 느껴지는 속살, 양여옥의 온도, 사하의 피부, 백서린의 올록볼록 비율, 호운혜의 멜론 등등이 각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여덟 사매를 만나고 보니 그녀들의 장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
‘5명과 있을 땐 5명이 좋고, 8명과 있을 땐 8명이 좋으면 어쩌란 말이냐!’
어쩌면 무협지 읽을 때 자주 나오는 여난이란 단어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5에 8을 더하면 13인데… 천마교의 여인들도 있잖아. 아! 끔찍하다.’
끔찍하긴 한데 입은 므흐흐~하고 벌어졌다.
그쪽에도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난 세상을 너무 좋은 면만 보고 사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와 인연을 맺은 여인들은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가만있어 봐. 만약 임신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혈매궁만 따져도 8명이 아이를 낳아 16명이 되면… 그림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휴우~ 임신을 못 시키는 몸이라는 게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지금 내공 정도면 몸의 문제가 정상으로 돌아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콘돔이 없는 세상이니까 꼭 밖에서 해야지.’
하얀 미소 감상의 확고한 명분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혼자 상념에 잠겨 있던 기수는 좌우를 둘러본 후 물었다.
“그런데 동창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
“무림맹주가 따로 머물 장소를 마련해줬어.”
“몇 명이나 왔는데?”
“백호 한 명에 장반, 영반, 사방이 각각 4명, 20명, 80명씩.”
기수는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고위직 간부가 많이 온 것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백호라면 조유가 온 건가?”
“아니. 새로 임명되었다는데, 이름이 염환이라고 했어.”
조백호를 뺀 것은 문책성으로 보였다.
기수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여기 머물지 않는 것은, 금패의 명령은 따른다 해도 혈매궁과는 얽히기 싫다는, 원한을 잊지 않았다는 뜻인가?”
공주는 입맛을 다셨다.
“그런 것 같기도 해. 미안해.”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괜찮아.”
탁지연이 말했다.
“무림맹주의 대접이 극진한 것 같아. 염백호도 맹주에게 잘 대하고.”
“우리 혈매궁을 미워한다는 점에서 통한 건가? 하핫!”
“신경이 좀 쓰이긴 해.”
동창과 무림맹주가 노린다면 기분이 꺼림칙한 건 사실이었다.
기수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저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으면 돼.”
“어떻게?”
“내가 무림맹주를 찾아가서 제갈세가와 사도연합에 대한 수색을 제안할 거야.”
탁지연은 비관적이었다.
“맹주는 분명 거절할 거야. 궁주가 주도하는 일에 끌려가려 할 리가 없지. 아마 난주를 회복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할 걸?”
기수는 씩 웃었다.
“그건 상관없어. 예매가 동창을 불러 같은 내용을 명령하면 되니까.”
“명령?”
“그래. 내가 무림맹주에게 하는 건 명분 만들기일 뿐이야. 동창은 예매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적어도 둘을 갈라놓을 수 있지.”
탁지연이 미소 지었다.
“그건 통하겠네.”
기수는 몸을 이리저리 스트레칭하며 말했다.
“목욕통에 물 좀 받아줄래? 일단 좀 씻으면서 연공을 하고 싶은데.”
사매들은 즉시 물을 준비해줬다.
기수는 통에 들어가 냄새와 맛의 흔적부터 전부 닦아냈다.
그리고 한 차례 운기조식을 한 뒤 장심으로 불기둥을 분출해 보았다.
합비가 조언해준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맞는 길인지 아닌지 모르는 채로 하는 것은 연공이라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합비가 돌아가는 길이지만 도착은 할 거라고 확인해줬으니까 이제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기수는 진기가 흐르는 길을 최대한 자세히 관찰하려고 애쓰면서 반복해서 연습을 해보았다. 그러나 물이 금방 끓어올라서 수련을 지속할 수 없었다.
기수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예매! 예매! 와서 좀 도와줘.”
공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물 좀 식혀 줘.”
공주는 살짝 눈을 흘겼다.
“너도 할 줄 알잖아? 그런데 왜 나를 불러?”
“나보다 네가 더 잘 하니까 그러지. 그리고 지금 화류의 태포련을 끌어올린 상태라 한음빙정공을 운용하면 감각이 달라져서 연공에 방해가 돼.”
“그렇다면 도와줘야지.”
공주는 팔을 걷어붙이고 뜨거운 물에 양손을 넣었다.
물의 온도는 금방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기수의 몸이 흠칫했다.
“뭐, 뭐 하는 거야? 그건 왜 잡아?”
“어머? 이게 왜 내 손에 잡혔을까? 호호호!….”
공주는 웃으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쥐었다.
“그, 그만 둬. 연공중이란 말야.”
“그런데, 얘는 연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팔팔해?”
공주 얼굴만 봐도 남자라면 흥분하기 마련이다. 그걸 모른단 말인가?
“그야… 떠나 있는 동안 여자 구경을 못했기 때문이지.”
“그럼 불만이 잔뜩 쌓여있겠네? 내가 좀 빼줄까?”
“그, 그럴까? 연공은 나중에 하고…”
그러자 욕실 문이 열리며 사매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연공을 나중에 한다고?”
기수는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 후훗!…”
기수는 사매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매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수는 옷을 갈아입고 무림맹주를 만나러 갔다.
별채를 나서자 하인 한 명이 다가오려고 움찔 거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옆에 공주와 탁지연이 있으니까 포기하는 눈치였다.
무림맹주는 기수를 반가이 맞았고 한 남자를 소개했다.
환관치고는 꽤 선량해 보이는 인상.
바로 그가 동창의 새 백호 염환이었다.
“명성이 자자한 혈매궁 궁주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말투나 태도도 겸손해 보였다.
그러나 기수는 그의 기를 죽여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갑습니다.”
그래서 일단 포권으로 인사를 한 후 내공을 끌어올렸다.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의 열기와 함께 숨 막히는 압력이 전해지자 염환은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단지 살기나 기도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피부에 느껴지는 물리적인 압력을 발출하는 고수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의 얼굴에서 여유롭던 미소가 사라졌고,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다.
옆에 선 무림맹주 주일비도 마찬가지였다.
현현각주를 이긴 게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기수는 두 사람과 마주앉아 얘기를 꺼냈다.
“오늘 이렇게 갑자기 뵙고자 한 것은 제갈세가의 반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두 사람을 함께 만났으니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일비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그들이 음종도 없이 경거망동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하지만 가만 놔두면 분명 천하에 위협이 될 일을 꾸밀 것입니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더 끔찍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지요.”
염백호가 물었다.
“궁주님 생각은 무엇입니까?”
천하에 위협이 된다는 말이 제갈세가와 역모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에, 동창으로서는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들의 은신처를 찾아내서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머리 굴릴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주일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갈세가의 장원은 이미 텅 빈 지 오래입니다. 의심되는 다른 곳을 뒤져봤지만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우리 무림맹의 인원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제갈세가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워낙 약삭빠른 놈들이라…”
“그렇다면 수족을 하나씩 자르면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삼황맹, 녹림72채, 수로맹을 차례로 제거하면 제갈세가도 계속 숨어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일비는 입맛을 다셨다.
그것은 기수가 전에도 했던 말이었다.
실제로 천마교 교주와 담판하여 휴전을 이끌어냈으니 단순히 말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실제 역량도 있다고 봐야 했다.
기수가 다시 말했다.
“녹림72채와 수로맹은 이용당하는 면이 있으니 우리가 잘 대처하면 상황이 아주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염환은 슬그머니 공주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의 신분을 알기 때문이다.
공주는 그에게 살짝 턱짓을 해 보였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의미였다.
염환이 말했다.
“제갈세가와 사도연합을 찾아내는데 우리 동창의 인원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주일비는 미간을 찌푸렸다.
동창과 무림맹이 손잡고 혈매궁을 견제하자고 얘기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돌아서서 혈매궁의 명령에 따른단 말인가.
주일비는 염환이 기수의 기세에 눌렸다고 판단했다. 공주의 신호를 받는 것은 보지 못했다. 봤다고 해도 동창의 원수인 혈매궁의 일개 여제자가 동창의 백호에게 명령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었다.
주일비는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우리 무림맹도 최선을 다해서 수색에 참여하겠습니다.”
기수로서는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적이 추스르기 전에 몰아붙이는 게 확실히 유리하겠지요.”
“고맙습니다.”
기수는 두 사람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혈매궁은 강호에서 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릿수로 따지면 7명. 임시 멤버까지 합쳐도 9명이 전부.
수색 작전 같은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인원이었다.
천하 곳곳에 가입 문파를 보유하고 있는 무림맹과 하부조직원 및 관군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동창이 동시에 협조해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혈매궁의 세 사람, 그리고 동창의 염백호를 차례로 전송한 주일비는 무림맹 명숙과 간부들을 소집했다.
그는 본래 어떻게든 혈매궁의 일을 방해해서 자기가 주도권을 빼앗아오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동창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오는 바람에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일단은 무림맹 여러 문파들을 수색작전에 투입하면서 맹주로서의 권위를 되찾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혈매궁 문제는 지휘계통을 강화한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