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26
밤새도록 사매들의 내공증진을 위해 애쓴 기수는 다음날 아침 비룡검문의 거처에 들렀다. 무림맹 내 문파 중 가장 친밀한 만큼 이번 일에 대해 협조도 구하고 의논도 하기 위해서였다.
문주 진백은 기수를 반가이 맞았다.
그리고 지난밤 무림맹주가 지시한 내용을 모두 얘기해주었다.
각자 자신의 문파에 급전을 보내어 관할 구역 내에 사도 연합 3개 무리, 그리고 제갈세가에 대한 수색을 단행하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일단 천하를 대상으로 큰 그림부터 파악하겠다는 뜻이군요.”
“비는 구역은 동창과 관군이 맡기로 했지.”
기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주 주일비가 비록 자기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할 때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음종에 일방적으로 당한 복수를 해야 할 차례니까, 지금이야말로 무림맹주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적기이기는 했다.
무림맹주 이전에 개방 방주이기도 하니까 천하에 퍼진 개방의 정보망과 연락망을 적극 활용한다면 제갈세가는 몰라도 숫자가 많은 3개 무리의 이동상황이나 주둔상황은 금세 파악이 가능할 것 같았다.
기수는 진백의 권유에 따라 함께 모용세가의 거처를 방문하기로 했다.
혈매궁과 친하다는 게 자랑이 될 수 있는 게 현재 무림맹의 분위기.
비룡검문의 문주와 함께 모용세가를 만나러 가는 것은 두 문파 모두에게 약간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렸다.
진백과 인사하면서 그 핑계로 기수와 안면을 터두려는 무림인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히 나서서 인사를 건네지는 못하지만 멀 발치에서 구경이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그들 중 과반수는 공주와 탁지연의 미모 때문에 몰려든 남자들이었다.
기수는 걷는 내내 진백이 그동안 무림맹에서 얼마나 인맥을 넓혀 놓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혈매궁에 대한 무림맹 사람들의 인식이 생각보다는 훨씬 호의적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주일비는 자기 권력에 대한 위협이라는 생각에 과민반응을 하지만, 일반 군웅들은 그와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자신들을 음종으로부터 구해준 절세고수.
무를 숭상하는 무림인들 입장에서는 친해지고 싶은 대상 중 단연 1순위였다.
그러다 보니 모용세가의 소가주 모용인도 기수 일행을 극진히 맞았다.
기수는 진백, 모용인과 환담을 나눈 후 전송을 받으며 혈매궁 거처로 돌아갔다.
혼자 다닐 때는 감히 먼저 와서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격이 다른 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탁지연이 기수에게 말했다.
“궁주. 화양문 하인들이 자꾸 우리를 따라오는 것 같아.”
“여긴 화양문이니까 계속 보이는 거겠지.”
“아냐. 눈치를 보면서 힐끔거리는 게 우리를 감시하는 느낌이야.”
“하핫!… 화양문이 감시해봤자지 뭐. 신경 쓰지 마.”
기수는 하인들이 왜 그러는지 알았다.
혼자가 되면 쪽지를 전하려는 게 분명했다.
기수 입장에선 무림맹의 다섯 미녀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사매들에게서 벗어날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혼자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쪽지를 받고도 가지 않기보다는 애당초 쪽지를 못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하인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양여옥은 애가 탔다.
완벽한 비밀공간을 만들어놨는데 정작 당사자인 기수가 오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한 자리에 모인 다른 네 여인 역시 아쉬움에 발을 굴렀다.
호운혜가 말했다.
“틀림없어! 이건 그 여덟 마녀가 오라버니를 구속하는 거야.”
당운영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밖으로 나올 때마다 두 명이 딱 붙어서 감시하니까 오빠가 도저히 빠져나올 기회를 잡지 못하는 거야.”
기수가 두 사람을 데리고 다니는 거라는 쪽으로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두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백서린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혹시 그 사매들과도 음양대법을 하는 걸까?”
다섯 명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하겠지. 그러니까 혈매궁이 갑자기 이렇게 유명세를 타게 된 거지.”
“오빠 말고 사매라는 여자들도 고수일까?”
“소문에 따르면 굉장하다던데… 직접 본 사람도 많고.”
“맞아. 혈천제가 거의 잡힐 뻔 했다더라.”
“흥! 여덟 명이나 달라붙었는데 결국 혈천제를 놓쳤으니까 어쩌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어.”
“우리도 음양대법을 좀 더 하면 그녀들만큼 될까?”
“그걸 말이라고 해? 우리는 오빠를 만나기 전에도 이미 각 문파의 진전을 이어받은 후기지수로 무명을 쌓고 있었잖아. 그런 시시한 마녀들과 비교가 되겠어?”
백서린의 말에 모두들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수와 천상의 환락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내공 증진이라는 달콤한 열매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연 혹은 영약으로 내공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에서 얻는 영약은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고 문파에서 만드는 단약 계열은 구하기는 쉽지만 효능을 믿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음양대법은 환희의 절정을 만끽하면서 내공까지 쑥쑥 증진되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사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그를 우리한테 오게 할 수 있을까?”
호운혜가 나름 생각한 바를 말했다.
“우리가 혈매궁 마녀들에게 밀리는 원인은 딱 한 가지밖에 없어.”
“그게 뭔데?”
“숫자. 오라버니는 지치거나 피곤한 줄을 모르는 남자야. 당연히 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거라고.”
“설마…. 오빠가 여덟 명과 한꺼번에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망측해라!”
“망측하기는! 요것아. 그렇게 음란하게 꿀꺽 꿀꺽 하는 네 입에서 그런 소리가 잘도 나오는구나.”
“흥! 언니는 어떻고? 왜 가슴으로 그렇게 해주는 건데? 난 흉내도 못 낸다는 거 알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있는 건 써야지!”
호운혜와 당운영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고 양여옥이 한 마디 했다.
“어쨌거나 우리도 그렇게 하는 만큼, 저쪽도 8명이 총력전을 벌인다고 봐야 돼.”
호운혜가 정색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앞으로 부끄러움 같은 거 다 던져버리고 최선을 다해야 돼. 서로 좋은 기술이 있으면 보고 배우자고.”
백서린이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을 밝혔다.
“맞아. 부끄러워 할 상황이 아냐.”
호운혜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 쪽 인원은 적어도 9명까지 늘려야 돼.”
“무슨 소리야? 그러면 한 명에게 돌아가는 시간이 줄어들잖아?”
“이것아! 정신 차려. 오라버니가 아예 오지를 않는데 개인 당 시간이 무슨 소용이야? 일단 오게 만들어야지.”
“하긴…”
양여옥이 말했다.
“하지만… 누가 우리처럼 여럿이 한꺼번에 어울리는 걸 하려고 할까?”
“우리도 뭐 처음부터 하고 싶어서 했나? 합가촌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우리 다섯 명이 이런 사이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잖아? 그런데 그놈의 그 길다란… 그게 눈앞에서 불끈거리는 걸 보는 순간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된 거지…”
다른 네 여인이 몸을 비틀었다.
기수의 물건을 떠올리니까 아래쪽에서 찌릿찌릿한 신호가 올라온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되건 단계를 거치면 결국 우리처럼 될 수밖에 없어.”
“누구 생각해 둔 사람이라도 있어?”
“그 혈매궁 마녀들 보면 다들 하나같이 예쁘잖아? 서역 여자도 있고.”
“맞아. 그 중에서도 키 좀 크고 아주 눈 돌아가게 예쁜 애가 하나 있더라.”
“늘 나서서 떠들어대는 성질 드센 애 말이지? 난 그 애 별로더라.”
“네가 싫은 게 무슨 상관이야. 오라버니가 좋다면 끝이지.”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도 단순히 숫자만 늘려서는 의미가 없어. 그런 예쁜 애를 찾아야 돼.”
백서린이 약간 자만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아는 애들 중에 우리보다 예쁜 애가 어디 있어?”
호운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무림맹에 우리보다 예쁜 애는 없지.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정도로 예쁜 애는 하나 있잖아. 일단 걔부터 끌어들이자.”
사하가 물었다.
“그게 누군데?”
그러자 호운혜, 당운영, 백서린, 양여옥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능소화.”
사하는 네 명 모두가 평상 시 그녀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능소화라면 아미파의 그 눈 크고 턱 뾰족한 여인?”
“맞아. 그녀라면 혈매궁 마녀들 사이에서 오라버니를 빼낼 수 있을 거야.”
당운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능소화가 우리 사이에 끼려고 할까?”
“아까도 얘기했잖아. 단계를 거치면 다 되게 되어 있다니까.”
“내 말은… 그녀가 끼면 오빠가 혹시 한 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을까?”
백서린과 양여옥도 은근히 걱정되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능소화의 미모엔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호운혜는 손을 내저으며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운영이 너. 오라버니하고 둘이만 할 때와 여섯이 함께 할 때.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아?”
“그, 그야…. 뭐, 양 쪽 다 좋지…”
“여럿이 함께 해도 혼자 할 때와 비교해서 부족한 거 하나도 없지?”
“응. 그, 그건 그래.”
“바로 그거야. 오라버니라면 능소화가 추가되건 말건 우리 각자가 어떠한 부족함도 느끼지 않게 해줄 거야. 난 솔직히 오라버니의 한계가 궁금해. 왠지 모르게 우리 모두 쓰러질 때까지 해도 힘이 남아도는 것처럼 보였거든.”
“맞아. 한 번 눈이 마주쳤었는데… 좀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어.”
“아!… 정말 인간이 어쩜 그럴 수 있지?”
“혹시 다른 남자들도 다 그런가?”
여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호운혜에게 쏠렸다.
5명 중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호운혜는 피식 웃었다.
“비교할 걸 해라. 내가 뭐, 좀 경험이 있긴 하지… 원래 말야. 보통 남자와 무공을 익힌 남자는 평균적으로 거의 네 배 정도 차이가 나.”
“뭐가?”
“지속시간을 말하는 거지. 그런데 오라버니는 세다는 무림인들과 비교해 봐도 독보적이야. 거의 무한대니까 비교가 무의미하다고나 할까.”
호운혜는 네 여인이 볼은 발긋, 눈은 반짝이며 자기를 주시하자 다른 얘기도 꺼냈다.
“그리고 오라버니의 장점은 시간만이 아냐.”
“그럼 또 뭐가 다른데?”
“크기. 난 태어나서 그런 걸 딱 두 번 만나봤어.”
호운혜는 그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양여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크, 큰 게 좋은 거지?”
“호호호!…. 당연하지! 너희들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통 남자들하고 한 번 해 봐. 그럼 닿지 않는 부분 때문에 엄청난 갈증이 느껴질 테니까.”
네 여인의 볼이 더욱 붉어지고 다리가 비비 꼬였다.
굳이 체험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하가 말했다.
“그 계획, 당장 실행에 옮기자. 설령 능소화가 우리와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기소협을 혈매궁에서 빼내오기만 하면 성과는 있는 거니까.”
당운영이 말했다.
“맞아. 능소화는 미끼 역할만 해도 되는 거잖아.”
양여옥이 말했다.
“서둘러야 돼. 수색대 활동이 곧 시작될 거야. 아버지도 지금 제자들을 손수 선발하고 의욕을 보이시기 때문에 어쩌면 나도 출정해야 할지 몰라.”
그런 사정은 다들 비슷했다.
무림맹주가 제갈세가와 그에 협력하는 삼황맹을 주적으로, 녹림72체와 수로맹을 부수적인 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무림맹 소속이라면 누구라도 그들에게 집중해야 할 시기였다. 이제까지 무림맹에 오욕의 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제부터 잘 하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어느 문파가 더 큰 공을 세우는가 하는 경쟁의 시기이기도 했다.
“내가 만나서 얘기해볼게.”
호운혜는 즉시 일어섰다.
아미파의 거처.
능소화는 호운혜를 맞았다.
부상당한 제자의 교체와 수색대 편성 등으로 바빴지만 사해문 문주의 딸이 왔으니 자기가 직접 맞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를 마시면서 일상적인 대화, 이번 수색대 출정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갔다.
그리고 호운혜가 슬그머니 본론을 꺼냈다.
“소화. 너 지금 만나는 남자 있니?”
“남자? 우리 사부님이 얼마나 엄하신데… 난 괜히 마음 다치고 싶지 않아. 그냥 나중에 사부님이 정해주시는 짝에게 시집 갈 거야.”
“그 남자가 술주정뱅이 애꾸에다 나이는 50이 넘어 머리가 벗겨졌어도?”
“야! 무슨 악담을 그렇게 하니?”
“악담이 아니라 네 짝의 결정을 사부님에게 맡기겠다니까 하는 얘기야.”
“사부님이 내게 맞는 짝을 알아서 잘 찾아주실 거야.”
“그건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서 하는 얘기겠지?”
“뭐, 그렇기도 하고…”
“어쨌거나 다행이네.”
“뭐가?”
“사실은 내가 혈매궁 궁주한테 구애를 했거든.”
능소화는 놀란 기색을 애써 감추고 관심 없다는 투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기는… 그 남자. 나한텐 눈길도 잘 안 주더라. 그리고 너에 대해서만 계속 물어보는 거 있지.”
“나, 나에 대해서? 넌 뭐라고 했어?”
능소화의 양 볼이 상기되었고 호운혜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