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32
기수가 눈을 뜬 것은 인기척 때문이었다.
오행류 상생순환의 좋은 점은 운기조식보다 몰입을 덜해도 효과는 더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애당초 내공심법이 아니라 마치 전투 중에 진기를 순환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라서 방해받거나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어! 궁주.”
방문을 연 두 사람은 공주와 풍매였다.
기수는 반가운 얼굴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어서 와! 힘들었지?”
풍매가 웃으며 물었다.
“여기 앉아서 밤 샌 거야?”
“하핫! 그러고 보니 벌써 아침이네?”
풍매는 공주에게 손을 내밀었고 공주는 약간은 떨떠름한,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기쁜 표정으로 그녀에게 은전 하나를 건네주었다.
기수가 물었다.
“돈은 왜 줘? 무슨 내기라도 했어?”
풍매가 돈을 챙겨 넣으며 말했다.
“예매는 네가 여기 없을 거라고 했거든. 우리가 전부 자리를 비운 동안 틀림없이 다른 데 가서 여자들을 집적거리고 있을 거라고.”
기수는 발끈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를 뭘로 보고!”
공주는 눈을 내리깔았다.
“미, 미안해. 멋대로 생각해서…”
공주는 내기에 자신이 있었다. 평소 기수의 행실로 봤을 때,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자신에게 딱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 연공을 하고 있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기수는 풍매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안고 다정하게 키스 한 후 말했다.
“고마워. 풍매는 항상 날 믿어준다는 사실, 알고 있었어.”
공주가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궁주를 항상 믿어. 진짜야!”
기수는 그녀에게 혀를 내밀어 메롱~ 한 후 풍매에게 더욱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공주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떠는 사이 아투사와 춘매도 도착했다.
춘매도 기수를 보자마자 말했다.
“어라? 궁주가 웬 일로 여기 있어?”
“이것들이 나를 도대체 어떻게 보고!”
기수는 풍매를 놔주었다.
사매들 숫자가 늘어나는데 괜히 자극해서 좋을 일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다들?”
공주가 대답했다.
“어제 네 갈래로 나뉘어 포로들을 추격했는데, 우리는 삼황맹의 은신처를 찾아냈어. 그래서 보고하러 돌아온 거야.”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우리도 녹림72채 놈들의 군영을 발견했는데…”
기수는 지도가 펼쳐진 탁자 쪽으로 이동했다.
“이리 와서 손가락으로 짚어 봐. 어디였는지…”
공주와 춘매는 정확한 지점을 가리켰다.
기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보다 가깝네.”
공주가 자기 의견을 말했다.
“혹시 반격을 준비하는 거 아닐까?”
“음종 없이? 그럼 전력에서 밀린다는 걸 잘 알 텐데….”
“한귀비가 있잖아. 지금쯤이면 회복했을 가능성이 크니까.”
기수는 지도를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나머지 네 사람도 돌아오면 그들의 정보까지 모아서 다시 생각해보자.”
“그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뭐 하지?”
다섯 명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고 기수는 씩 웃었다.
어젯밤 아쉬웠던 감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네 명의 사매가 속속 도착하는 바람에 파티는 뒤로 미뤄졌다.
그녀들 역시 멀지 않은 곳에서 적의 흔적을 발견했다.
네 지점을 지도에 모두 표시하고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이건 화양문을 포위하는 대형이잖아?”
기수의 말에 탁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거리가 들쭉날쭉 한 것 같지만, 길이 나 있는 상태을 감안하면 동시에 출발할 경우 도착 시간은 거의 같을 거야.”
“언제든지 총공격 할 수 있는 위치에 집결했다는 뜻이네. 도망가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
기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갈세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진형을 갖추었다는 것은 현현각에 못지않은 지원군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했다.
“좋아! 차라리 잘 됐어. 놈들이 숨는 것보다야 맞서 싸우는 편이 낫지.”
기수는 지도의 위치를 잘 파악한 후 사매들에게 말했다.
“고생했는데 좀 쉬고 있어. 난 무림맹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돌아올게.”
중요한 정보인 만큼 한시가 급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나도 함께 가.”
공주와 탁지연이 따라 나섰다.
맹주 주일비는 이번에도 동창의 백호 염환과 함께 기수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궁주님.”
주일비는 어딘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기수는 그가 서둘러 구파일방의 출정을 독려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수색 작전을 일찍 시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하하!…. 동창과 혈매궁 모두 열심히 적의 색출을 위해 애쓰는데 우리 무림맹만 뒤처질 수야 없지요.”
기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약간 곤란해 하는 표정으로 바꾼 후 말했다.
“잠시 수색을 중단하고 병력을 귀환시키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기수는 맹주 집무실의 지도로 다가가 검지로 네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네 군데 적의 집결지가 확인되었습니다.”
주일비는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번에도 혈매궁이 한 발 빨랐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 것이다.
“위치를 확인했으면 공격해서 적을 섬멸해야 마땅한데, 어째서 수색을 중단하라 하십니까? 이해 할 수 없군요.”
“현재의 수색은 적이 숨는다는 상황 설정 하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포위라는 단어에 주일비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즉시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다면 궁주님 말씀은…”
“병력을 즉시 불러들인 후 편성을 바꾸어 다시 내보내야 할 것입니다.”
주일비는 입맛을 다셨다.
물론 그렇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은 알지만, 무림맹 하는 일이 혈매궁주의 한 마디로 바뀐다면 맹주의 권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림맹이 직접 찾아내지 못하고 혈매궁의 정보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의 태도가 우리 예상과 다르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나간 병력을 불러올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수는 답답함을 느꼈다.
“제가 알기론 다들 새벽 아니면 아침 일찍 출발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습니다. 우리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계셨군요. 하하하!…”
기수는 잠 안 자고 무림맹 동정 감시할 만큼 한가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롭게 해야 할 미녀가 얼마나 많은데…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다시 불러오기도 쉽지 않겠습니까?”
“이미 따라잡기 힘들 만큼 이동했을 것입니다.”
“적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면 매복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들 내로라하는 명문정파들 아닙니까? 삼황맹이나 녹림무리 따위가 매복을 해봤자지요. 그리고 모두들 신호용 폭죽통을 가지고 갔으니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연기를 보고 찾아가서 도우면 됩니다.”
기수는 주일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탁지연이 탁자 아래서 무릎을 툭 쳤다.
기수가 슬쩍 옆을 보니 그녀는 미약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수는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보았다.
‘그래. 무림맹 일에 내가 너무 참견하는 것도 좋지 않아.’
기수는 자기가 무슨 보모도 아니고, 무림맹 소속 문파들이 애도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그리고 적의 대응을 확인하기 위해 무림맹을 동원하여 한 번 찔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탁지연의 의도는 그런 것 같았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기수가 말했다.
“그렇다면 무림맹을 믿고, 저희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비상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폭죽 신호가 올라오면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우리 개방에서 별도의 기동대를 파견하여 전투가 벌어지는 즉시 출동하도록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역시 무림맹 정도 되니까 기본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오지랖 넓게 참견할 일이 아니지.’
기수가 일어서려고 하는데 동창의 염백호가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우리 동창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병력을 준비시켜 놓고 있겠습니다.”
기수는 옆을 돌아봤다.
공주가 염백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치가 빨라야 살아남는 환관답게 염백호는 그 눈빛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혈매궁의 일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공주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도했다.
주일비가 기수에게 말했다.
“혈매궁에서 찾아주신 네 지점에 대해서는 현재 남아 있는 예비 병력을 긴급 편성해서 공격을 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수 입장에선 그 정도라면 불만이 없었다.
그래서 나름 우호적인 표정을 지으며 무림맹주, 염백호와 작별하고 자기 거처로 돌아갔다.
공주가 약간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
아무래도 한귀비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탁지연이 말했다.
“정사대전을 벌이는데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안전하기만 바란다면 애당초 강호 무림에 발을 들여놓을 이유가 없는 거지.”
기수는 자기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그녀는 무림맹 병력으로 적의 준비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대기하는 동안 뭐 할까?”
기수의 질문에 공주와 탁지연은 피식 웃었다.
무슨 그런 답이 뻔한 질문을 하냐는 표정이었다.
기수는 멈추지 않았다.
“먼 길에 고생했으니까 목욕으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네. 등 닦을 때 손 안 닿는 부분은 내가 좀 도와줄까?”
“망측해라! 여자가 목욕하는데 들어오겠다고?”
“흐흐…. 그러면 안 되겠지?”
“당연히 안 되지. 꿈도 꾸지 마.”
현실과 유리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었다.
기수는 별채에 도착하기 전부터 존슨의 주책없는 팽창 때문에 걷기가 불편했다.
공주가 그걸 보고 웃었다.
“어머! 저것 좀 봐. 궁주. 우리 없는 동안 정말 고팠구나?”
“그래. 한 시진이 1년 같더라. 어서 들어가자.”
물론, 어제 능소화와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둔 이후로 유보시켜놓았던 욕구의 고삐가 풀린 것이지만 굳이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기수가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달려가 옷을 벗어던지고 물을 데우자 사매들도 꺅! 꺅! 거리며 옷을 벗고 욕실로 밀려 들어왔다.
기수가 그녀들의 질서를 유지하며 말했다.
“오늘은 콘테스트를 열 거야.”
“콘테.. 그게 뭔데?”
“그러니까 경연대회. 누가누가 잘 하나 뽑겠다는 거지.”
“뭘로?”
“골반 회전 댄스!”
기수는 무림맹 다섯 여인들이 나름 열심히 준비한 퍼포먼스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사매들의 실력을 필히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사매들의 눈이 빛났다. 댄스란 단어는 모르지만 골반회전이라면 뭔지 알았다.
탁지연이 물었다.
“1등하면 상품이라도 있어?”
“일 대 일로 한 시진!”
“진짜? 음양대법 없이?”
“대법없이 한 시진 꽉 채워서 일 대 일.”
사매들의 눈이 더욱 빛났다. 8:1도 나쁘지 않지만 1:1로 한 시진이라면 천국까지 몇 번을 왕복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투사가 말했다.
“종목은 오직 그거 하나야?”
그녀는 다른 7명에 비해 압도적 우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수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흰 살결을 어루만졌다.
“오늘은 그거야. 다른 건 다음에 하자.”
아투사는 아쉬운 표정으로 기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럼 나부터 해볼까?”
그러자 뒤쪽에서 추매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어디서 수작을 부려? 줄 서. 줄!”
아투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알았어. 나도 오늘 내가 맨 뒤란 거 안다고. 준비만 시켜놓을 테니까 좀 기다려.”
그리고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여 이미 충분히 준비 된 기수의 존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기수는 신음을 토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역시 내겐 이게 필요했어!’
아투사의 희생적인 행위가 끝나자 돌덩이처럼 단단해진 존슨 위에서 8명의 사매들이 저마다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수는 바닥에 눕고 사매들은 기수에게 등을 보이는 각도로 앉았는데, 그게 가장 점수를 따기에 좋기 때문이었다.
기수는 타순이 절반도 돌기 전에 차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사매들의 압승이었다.
단순한 회전이 아니라 기수의 기분을 고려하는 각도와 심도의 조절, 그리고 기수의 눈에 즐거움을 주기 위한 율동까지 가미되었다.
타자일순 후 중간평가의 시간.
“글쎄… 아무래도 한 번 갖고는 잘 모르겠는걸.”
“좋아! 그럼 한 번 더!”
사매들은 지치지도 않았다.
재개된 경기는 상품이 걸려있기 때문인지 점점 더 과열 양상을 띠었고, 기수는 그래서 더욱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