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42
기수는 사매들에게 말했다.
“공주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이 있어.”
“사매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들도 안다는 의미였다.
기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거 말고!”
“그럼 뭘 해야 하는데?”
“연공.”
“그러니까 그거.”
“대법연공이 아니라 실전 비무 연습을 말하는 거야. 근처의 인적 없는 산으로 올라가서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갑자기 그건 왜?”
“내가 북경에 다녀오면서 느낀 게 한 가지 있어.”
그러자 춘매가 끼어들었다.
“한 살이라도 어린 애들이 좋다는 거?”
“아니. 그거 말고… 야! 자꾸 얘기 그런 쪽으로 몰아갈래?”
“아, 알았어.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얘기해 봐.”
“내가 느낀 게 뭐냐 하면… 그냥 운기조식만 해가지고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거야. 숨이 턱에 차도록 극한까지 운기를 해봐야 진짜 자기 내공이 된다는 거지.”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너희들 모두 나를 상대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실전 비무를 하는 거야.”
“좋아!”
사매들은 의외로 쉽게 승낙했다.
기수는 그녀들 개개인이 무공 업그레이드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기는 그녀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무공 증진을 바라는 것이지만, 그녀들 입장에선 본인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것이다.
청탑산 출신 고수들의 무공을 직접 접해봤기 때문에 의지가 더욱 강했다.
여섯 사람은 곧바로 장소를 이동했다.
기수는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후 사매들에게 방진을 짜도록 했다.
“다들 긴장 해. 진짜로 할 생각이니까.”
“알았어.”
기수는 목류의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전신에 갑옷처럼 두른 후 파천강기를 뾰족한 송곳 모양이 아닌 테니스공 형태로 만들어 사매들에게 무차별 난사했다.
다급한 신음과 비명이 난무했지만 기수는 봐주지 않았다.
그는 진의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연결고리를 정확하게 끊어 형태를 무너뜨려버렸다.
설매가 볼멘소리를 했다.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진짜로 한다고 했잖아. 적이 암기를 던진다고 해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좋아! 다시 해. 이번엔 잘 안 될 거야.”
사매들은 서로를 보고 강한 의지를 다졌다.
본래 혈매궁의 진법은 매화육궁진이 기본.
그러나 그동안 셋이 있을 때는 삼재진, 넷이 있을 때는 사상진, 다섯이 있을 때는 오행진, 여섯이 있을 때는 매화육궁진, 일곱이 있을 때는 칠성진, 여덟이 있을 때는 팔괘진으로 다양하게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공주와 두 명의 사매가 빠졌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탁지연이 오행진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확인을 시켜주었고, 본격적으로 실전 비무가 시작되었다.
사매들의 눈은 빛났고, 저마다 뽑아 든 검과 칼에도 얘기가 번뜩였다.
기수가 진짜로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준비 다 됐어. 덤벼! 궁주.”
“좋아. 간다!”
기수는 파천강기의 형태를 바꾸어 살상력을 낮추었지만 그렇다고 힘을 빼지는 않았다. 방심하고 맞았다가는 골절이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파파파파팟!
무시무시한 파공음과 함께 파천강기가 난무했고, 사매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저마다 무기를 휘둘러 쳐냈다.
그때마다 손목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력한 힘이 전해졌기 때문에 사매들은 내공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했다.
“다들 정신 차려!”
탁지연의 호통소리에 사매들 모두 이를 악물고 싸움에 임했다.
그녀들이 진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버티자 기수는 강도를 더 높였다.
사매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갔다.
탁지연은 그 와중에도 반격의 기회를 찾아내려 애쓰며 사매들을 지휘했다.
그렇게 30분을 치열하게 겨루고 나니까 사매들 모두 숨이 턱에까지 차올랐다.
기수는 그녀들의 만만치 않은 전력에 놀랐다.
적응시간을 주면서 천천히 강도를 높여가긴 했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7성 가까운 공세를 막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 그동안 나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사매들은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군말 없이 훈련에 임했다.
그렇게 치열한 하루를 보낸 후 객잔으로 돌아와서는 회복과 위로의 시간을 보냈다.
팔다리가 쑤신다며 끙끙 앓는 사매들을 기수가 정성껏 마사지해준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해가 뜨자마자 음식을 잔뜩 준비한 뒤 다시 산으로 올라가 실전비무를 시작했다.
사매들은 좀 더 노련하고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고 반격의 빈도도 점점 늘어났다.
“어제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잠시 쉬는 시간에 기수가 말하자 사매들도 동의했다.
“실전 비무가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내공이 증진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맞아. 전에 안 되던 초식의 결합도 가능해졌어.”
기수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한계까지 몰아붙여 봐야 진짜 능력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일 대 일로도 한 번 해볼까?”
“좋아!”
물론 합격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사매 다섯 명 모두 기수의 분광권에 맞아 나가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매들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다시 해!”
“그만 하자. 정말 다칠지도 몰라.”
“아냐. 우리한테 필요한 게 바로 이거였어.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기수는 사매들이 그렇게까지 자신들을 몰아붙이겠다는데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해가 질 때까지 반복되는 실전 비무에 사매들은 여기저기 멍이 들고 머리와 옷도 엉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웃는 낯이었다.
무공 증진을 몸으로 확연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매가 말했다.
“우리 내일도 또 하자!”
그러자 탁지연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럴 게 아니라… 음식도 남았는데 여기서 밤새는 건 어때?”
사매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더니 모두 찬성했다.
기수는 위로와 회복의 시간까지 반납하고 연공을 하자는 그녀들의 각오에 찬물을 뿌릴 수가 없어서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밤새 그녀들과 비무를 해주었다.
다음 날.
지친 몸을 끌고 산을 내려와 목욕을 하며 쉬고 있는데 공주가 돌아왔다.
그녀는 축 늘어진 사매들과 기수를 번갈아 본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없는 동안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다들 기도가 달라졌어.”
“그게 느껴져?”
“응. 눈빛도 뭔가 예사롭지 않고… 도대체 뭘 한 거야?”
“후후… 넌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거야. 나중에 사매들한테 물어 봐. 그보다 북경에 다녀온 일은 어떻게 됐어?”
“만태감이 의욕을 보이고 있어. 자기가 직접 나서겠다고 할 정도니까.”
“창주가 직접 감시를 하겠다고?”
“사안이 중대한 데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럴 만도 하지. 부하들 중에서도 심복만 쓰겠다고 하던 걸.”
“그럼 믿을 수 있겠네.”
“응.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지만, 그 대신 철저하게 캐낼 거야.”
기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쪽은 그렇게 처리되는 게 최선 같았다.
제갈세가를 움직여 무림 세력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암중세력의 수장은 관리들을 장악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부상서를 움직여 온 게 분명했다.
이부상서 하나 족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 그와 연결된 세력 전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니까 가까이 있는 동창이 맡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었다.
“우리는 바로 떠나도록 하지.”
기수는 사매들을 재촉했다.
자기들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이부상서보다 전에 없이 많은 인원이 집결하는 청탑산 패거리들이 더 문제였다.
즉시 낙양을 떠나 남쪽으로 가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들은 공주는 다른 사매들 못지 않은 의욕을 보였다.
“나도 확인해보고 싶어. 내공의 끝을…”
기수는 그녀의 요구에 따라 잠시 쉬는 동안 실전 비무를 해주었다.
첫 격돌에서 어깨에 주먹 한 방을 맞은 공주는 격분해서 달려들었다.
“너 이제 죽었어!”
그녀는 정말 기수를 때릴 생각으로 공세를 강화했다.
기수도 봐주지 않고 맞상대를 했고, 공주를 극한까지 몰아넣어 주었다.
다섯 사매들을 상대할 때보다는 까다로웠는데, 그것은 공주가 운룡비결과 한음빙정공을 자유롭게 섞어서 썼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수법이 고명한 만큼 기수의 내력 소모도 심했고 보람도 컸다.
“그만! 그만 하자… 헉헉!…”
결국 공주가 휴식을 제안했을 때는 두 사람이 싸우던 숲 속 공터는 완전히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공주가 호흡을 가라앉힌 후 말했다.
“이거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진원지기가 깨어난 기분이야.”
기수는 헛기침을 한 후 공주와 사매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복 받은 줄 알아야 돼. 원래 그런 각성은 자기와 비슷하거나 좀 더 강한 적과 목숨 걸고 싸워야 얻을 수 있는 건데, 내가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한계를 딱 지키면서 수련하게 해주잖아.”
“그래. 고마워. 그런 의미에서 한 판 더 하자.”
공주가 목을 돌리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기수는 손을 내저었다.
“일단 추매, 동매와 합류하는 게 급하니까. 그 다음으로 미루자.”
“맞을까봐 그러는 거지?”
기수는 피식 웃었다.
공주는 침대 위에선 참 소극적이고 수동적인데, 평상시엔 안하무인으로 자란 티를 낸다는 게 문제였다. 동시에 매력이기도 했다.
현대에서 자란 기수 입장에선 여성인권 무시에 익숙한 여인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를 때릴 수도 있는 여인에게 끌리는 게 약간은 있었다.
“좋아. 다음에 다시 하게 되면 먼저 때리는 사람 말 들어주기 내기하자.”
“그래, 좋아! 내기 해. 그런데…. 만약 네가 이기면 뭘 시킬 거야?”
“3일간 잠자리 금지?”
순간 공주의 눈에서 금빛 정광이 번뜩였다.
절대로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는 게 분명했다.
일행은 쉬지 않고 경공을 펼쳐 추매와 동매가 기다리는 객잔에 도착했다.
그런데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추매는 어디 갔어?”
“놈들이 이동했기 때문에 먼저 따라갔어. 난 너희들이 올 때까지 기다린 거고.”
“어디로 갔는데? 그리고 몇 명이나 모인 거야?”
“60명 정도 돼. 그리고 남쪽으로 갔어. 추매가 흔적을 남기면서 추격하기로 했으니까 그걸 따라가면 될 거야.”
“60명이라…”
무슨 짓을 꾸미는지는 모르겠지만 추매 혼자 뒤를 따르다가 혹시 발각되어 큰일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기수는 사매들과 함께 즉시 추매의 흔적을 따라갔다.
이동하는 중에 동매는 공주의 정체에 대해 듣고 깜짝 놀랐다.
“공주마마!”
“그거 하지 말라니까!”
동매가 익숙해지는 데는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빠른 경공으로 꼬박 하루를 달린 일행은 무한(武漢)에 도착했다.
무한은 장강과 한수가 만나는 항구도시로 수상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었다.
흔적을 따라 들어간 객잔에서 일행은 추매를 만날 수 있었다.
“왔구나! 다들 반가워.”
추매는 추적하는 내내 긴장을 해서인지 몹시 예민한 상태였다.
기수는 그녀를 끌어안고 부드럽고 긴 키스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애썼어. 혼자…”
사매들이 우우~ 하며 야유를 보냈지만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추매의 노고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추매는 본래의 신색을 되찾은 뒤 말했다.
“놈들은 이곳에 도착한 뒤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어. 난 혼자라서 그들 중 하나만 따라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보다도 여기 와서 놀라운 소문을 들었어.”
“그게 뭔데?”
“수로맹이 사마연합에서 탈퇴하려고 한대.”
“정말이야?”
“이곳은 장강의 배들이 수도 없이 드나드는 항구잖아. 그래서인지 수로맹에 대해서는 다들 관심이 많아. 모두들 그 얘기를 하고 있어.”
그게 사실이라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잠시 생각해 본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삼황맹은 맨 처음부터 제갈세가와 손잡고 중원을 침공한 거지만, 녹림72채와 수로맹은 삼황맹만큼 절실하지는 않지. 굳이 연합에 끼지 않더라도 자기네 근거지로 돌아와 옛날 사업을 그냥 하면 되니까.”
탁지연이 말했다.
“아마 천마교가 떨어져 나간 일, 그리고 이번에 삼황맹이 크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은 걸 거야.”
애당초 연합에 대한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그들이니 만큼 상황이 불리해진다 싶으니까 바로 발을 빼려는 게 분명했다.
기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두 사건 다 내가 주도했으니까, 결과적으로 내가 수로맹을 떼어낸 거네. 아아!~ 난 왜 이렇게 대단한 거지? 하하하!…”
사매들은 반쯤은 그 공로를 인정해주고, 반쯤은 ‘그만 좀 하지.’ 하는 표정으로 기수를 쳐다봤다.
기수는 그녀들의 반응이 어떻건, 자신이 해낸 일에 만족했다.
천마교주와 담판을 벌여 그들을 물러서게 한 것이 역시 바른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