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62
6대1의 전투가 끝난 뒤.
지구력 부문에선 확연하게 순위가 갈렸다. 호운혜가 당연히 가장 오래 버틸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능소화가 근소하게나마 앞섰다.
역시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중에서 지구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윤활이었다.
분명 대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선임자들의 텃세에 눌린 능소화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지 않았다.
기수가 욕실에서 씻고 나와 침상에 눕자 사하가 품으로 파고들어 매끄러운 알몸 피부를 비벼대며 물었다.
“그런데, 감시임무라는 게 뭐야?”
“역도들의 첩자가 무림맹 내에 있어.”
사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이야? 누군데?”
기수는 씩 웃었다.
“보안사항이라 말해줄 수 없어.”
“얘기해 줘. 설마 우리도 못 믿는 거야?”
“그게 아니라 놈에게 불필요한 경계심을 가지지 않도록 하려는 거야. 나도 정체를 숨기고 숨어 있잖아.”
“그렇다면야… 아! 만약 그 첩자가 움직이면 너도 따라갈 거야?”
“당연하지. 그걸 기다리는 중인데…”
여섯 여인들의 얼굴에 동시에 실망감과 절박함이 떠올랐다.
백서린이 물었다.
“그럼 오늘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거야?”
“그렇다니까.”
“아! 안 돼….”
백서린이 갑자기 기수의 몸 위로 덮쳤다.
“보내기 싫어. 가지 마!”
다른 다섯 명도 마찬가지로 매달렸다.
기수는 여섯 명의 치근거리는 육탄 공세에 시달리다가 말했다.
“좋아. 그럼 있는 동안만이라도 시간을 보람차게 보내자. 줄 서.”
“또 하려고?”
“이번엔 대법으로…”
“아! 그거라면…”
미녀들은 자기들끼리 순위를 정했다. 능소화는 자동 6번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5번에 뽑힌 양여옥이 능소화에게 음양대법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한 사람 당 30분씩 걸렸기 때문에 능소화가 운기법까지 배울 시간은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능소화도 대법의 맛을 보게 되었다.
운기조식 후 늘어난 진기의 양을 확인한 능소화는 탄성을 토했다.
“괴, 굉장해!…”
그녀는 비로소 다섯 여인들이 단지 남자에 환장해서 이런 모임을 가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능소화 역시 네 살때부터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각고와 인내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무림인에게 있어 내공은 영원한 숙제였고, 목숨을 담보해서라도 쟁취에 도전할 만큼 절실한 것이었다.
천상의 환락을 잔뜩 즐긴 후에 이 정도 내공 증진까지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었다.
기분 나쁜 맛을 잔뜩 봤지만 역시 나가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존심 강하고 콧대 높은 명문정파의 요조숙녀들이 기수의 말 한 마디에 쩔쩔 매면서 온갖 굴욕스러운 행동도 마다하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와 오로지 그의 기쁨을 위해 애쓰는 이유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음양대법의 효과가 두 사람 사이의 심리적 교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그 원인이었다. 기수가 무슨 짓을 시키건, 기쁜 마음으로 그의 기대 이상 열심히 해줘야 대법 때도 제대로 된 진기 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능소화는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우리 여섯 중에서 대법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누굴까?’
자세히 살펴본 결과 사하가 분명했다.
9파 1방 4문 5가의 전통 명문에 끼지 못하는 남해 촌구석의 보타문 출신.
게다가 얼굴 형태가 예쁘장하기는 해도, 피부가 까무잡잡해서 남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장 많은 진기를 만들어내는 건 수수께끼였다.
‘일단 그녀와 친해진 뒤 비결을 물어봐야지.’
자기한테 신고식을 시키도록 주장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대지만 이제 그런 건 개의치 않게 되었다. 더 중요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기수가 순환상생을 마친 후 여인들에게 물었다.
“이제 다들 돌아가봐야 하나?”
“꼭 갈 필요는 없어요.”
여섯 명 모두 시간은 넉넉해 보였다.
“좋아! 그럼 어디 조용한 곳을 찾아가자. 우리 할 일이 있어.”
당운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번엔 뭘 하려고요?”
“옷 입고 하는 일이야. 너희들 무공이 역도들과 싸울 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고 싶어. 그러니까… 진정한 실력 말야. 그래서 실전 대련을 해보려고.”
당운영과 여인들은 살짝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증진된 내공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기수가 사 온 죽림을 하나씩 쓰고 성밖으로 나갔다.
양여옥이 주변 지리에 익숙하기 때문에 인적 없는 협곡으로 즉시 안내했다.
기수는 6명을 앞에 놓고 말했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한꺼번에 덤벼.”
“우리 여섯 명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요?”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장난이나 놀이가 아냐.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덤벼. 사정 봐주지 않고 때릴 거니까, 맞은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여섯 미녀는 서로 시선을 마주친 후 간격을 벌려 섰다.
기수가 진지한 태도로 나오는 만큼 그녀들 역시 제대로 해 볼 생각이었다.
“자! 간다!”
퓨퓨퓨퓨퓻!.,,
“꺄악!”
“아야!…”
“엄마야!….”
여섯 명이 아프다고 난리를 치며 나뒹굴었다.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냥 가볍게 지풍수준의 파천강기, 그것도 형태를 최대한 둥그럽게 만들어서 날렸을 뿐인데 허망하게 여섯 명 모두 당하고 만 것이다.
“야! 지금 장난 해? 똑바로 못 해?”
기수가 호통을 치자 여섯 명은 맞은 자리를 문지르며 일어섰다.
“갑자기 기습하면 어떻게 해?”
“시작한다고 했잖아. 각오해. 이번엔 더 세게 간다!”
기수는 약간 더 힘을 실어 파천강기를 날렸다.
다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서인지, 이번엔 한 명도 당하지 않고 막거나 피해냈다.
“좋아! 이제 조금씩 강도와 속도를 올려갈 테니까 정신 바짝 차려.”
여섯 명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기본이 무림인들이다 보니 맞거나 패하는 걸 천성적으로 싫어했다.
기수는 그녀들의 반응에 맞춰 조금씩 공세를 강화했고, 마침내 한 명씩 탈락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맨 마지막까지 버티던 능소화까지 한 방 맞고 나서 순위를 매겨 보니 능소화, 사하, 호운혜, 백서린, 양여옥, 당운영의 순서였다.
물론 진짜 죽기살기로 싸우면 당가의 독과 암기가 치명적일 수 있지만 무공만으로 보면 양여옥과 당운영 사이의 간극이 작지 않았다.
“휴우….”
기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맹을 대표하는 여섯 여인의 무공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나?’
미모 순으로는 확실히 상위 서열 6위까지 모두 모은 게 맞았다.
하지만 무공은 다들 얼굴과 몸매를 따라가지 못했다.
능소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요? 우리들 실력에 실망했나요?”
“아, 아냐.”
“얼굴 표정엔 그렇게 쓰여 있는데….”
능소화는 어딘가 모르게 겸손해진 느낌이었다.
선임 5명의 신고식 이후로 확실히 기가 죽은 모습이었다.
“실망하지 않았어. 이제 정확한 위치를 알았으니까 거기 맞춰 해나가면 돼.”
기수는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고 반성했다.
‘내가 얼마나 사매들만 편애하고 얘들을 등한시 했는지 드러난 거야.’
기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여인들에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을 모두 고수로 만들어줄게.”
여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무림인이 고수가 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그 방법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정사를 벌일 때와 달리, 음양대법은 몸의 부담 없이 뜨거운 결합을 아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다.
최상의 영약이자 기연인 셈이었다.
기수는 무림맹 첩자가 좀 더 눌러 있기를 바랐다.
안 그래도 음종의 습격 때 장문인들이 많이 죽어서 무림맹 전력이 약화되어 있는데, 이렇게라도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청탑산 고수의 수가 천을 넘을 수도 있다는 심증이 굳어진 지금.
자기 혼자 온 천하를 동시에 다 커버할 수도 없으니 수로맹이건, 천마교건, 무림맹이건, 가능한 모든 힘은 다 동원하는 게 옳을 것 같았다.
지금처럼 한 장소에 계속 있어야 한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있었다.
사하가 말했다.
“여섯 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어봤자 어차피 기다리게 되니까 우리 시간을 나누자. 두 명씩 혹은 세 명씩.”
나머지 4명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자신과 능소화의 경우엔 사문의 일 때문에 하루 온종일 있을 수는 없었다.
의견은 빠르게 일치되었다.
단지 음양대법의 쾌감만을 위해서는 아니고, 그녀들도 고수가 되는데 강한 욕구를 품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렇게 3인 1조의 맞교대조가 만들어지자 기수가 제안했다.
“세 명씩 삼재진 연습을 하면 되겠네.”
“합격진을 연습하라고? 우리는 각자 출신 문파가 다른데…”
“그러니까 삼재진을 연습하라는 거야. 그건 유파가 달라도 큰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으니까.”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기수는 정색하고 말했다.
“너희들 음종 현현각의 공격 때 기억하지?”
“응.”
여섯 명의 얼굴에 공포의 기색이 떠올랐다.
“지금 남아 있는 세 명의 적은 현현각주보다 고수야. 게다가 그 휘하에 천 명이 넘는 고수들이 오래전부터 모반을 준비해왔어. 그런데 지금의 무림맹으로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모두들 놀라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기수가 이어서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 늘 대비하고 있어야 돼. 음양대법으로 내공을 키우면 개개인이 고수가 되겠지만, 3명 각각일 때보다 비록 삼재진일지라도 합격진을 구성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
여섯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수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좋아. 여기 오지 않을 때도 우리끼리 모여서 삼재진을 연습할게.”
사하에 이어 양여옥이 말했다.
“장소는 내가 마련할게.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좋아!”
그리하여 사하, 백서린, 양여옥과 호운혜, 능소화, 당운영으로 이루어진 2개 조가 풀 타임으로 순환하게 되었다.
기수는 교대시간에 한 시간씩 짧게 휴식을 취하면서 최선을 다해 여인들의 내공을 끌어올려주기 위해 애썼다.
목표는 혈매궁의 사매들 수준.
그러나 그건 솔직히 어려울 것 같았다. 쌓여온 세월의 차이 때문이다.
그래도 기수는 의지를 불태웠다.
‘할 수 있는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말 테다!’
어쩌면 신이 자신을 이쪽으로 이끌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본적으로 싸움이라는 것은 숫자의 문제.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적의 수가 10배, 100배, 1000배로 많다면 승패는 겨뤄보지 않고도 자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일단 사도의 숫자에서부터 12대 1로 불리한 상황.
거기다가 남은 3명의 사도 주위에 1,000명도 넘는 고수들이 도사리고 있다면 혼자서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는 아군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음양대법보다 좋은 게 없었다.
대상이 여자에 한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효과는 끝내줬다.
그동안 꾸준히 향상시킨 혈매궁의 경우엔 자기 없이도 한귀비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가능했다.
그리고 대상이 여자라는 게 장점도 되었다.
무림이란 곳이 무협지에서 읽던 것과는 달라서, 정도 무림의 대표인 무림맹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저마다 욕심이 있고 사정이 있었다.
현 무림맹주인 주일비의 경우만 해도 자신과 혈매궁의 일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목숨을 구해줘도 그럴 정도이니, 마음 맞추기에는 여자들 쪽이 훨씬 편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 이게 나의 청탑산이었어!’
기수는 무림맹 6인조를 최강의 전사로 키워 자기가 없는 동안 무림맹을 지키는 든든한 전력으로 활용하기로 전략을 짰다.
첩자는 그런 기수를 돕기라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첩자보다는 그 위의 수뇌부들이 조심스럽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100명이나 되는 전력과 천마교 내 첩자들이 아무런 연락이나 보고도 없이 한 순간에 몰살당해 버렸으니 진상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으리라.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실마리, 즉 유일한 생존자가 난주까지 찾아와서 생존보고를 하고 그날 바로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더 더욱 의문을 키웠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무림맹 첩자를 함부로 움직이게 할 리가 없었다.
기수는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 내가 사도라면 잘 있는 첩자를 불러내기보다는 조사관을 파견할 거야.’
어쩌면 지금쯤 난주에 놈들이 이미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기수는 방안에서만 지낼 게 아니라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황도 살피기로 했다.
결심한 당일.
그는 자기 휴식 시간 중 일부를 쪼개서 규칙적으로 난주 시내를 산책했다.
중요 체크포인트는 화양문 주변과 부식을 대던 야채가게 근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야채가게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