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72
길고 아름다운 섹스 이후.
혈천제는 한 마리 순한 고양이가 되어 기수의 품에 안겨 가르릉거렸다.
기수가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제 슬슬 대법을 시작해볼까?”
“그 전에 좌호법부터 한 번 더 봐줘.”
“그럴까?”
기수는 옷을 걸치고 나가 광혼랑의 진기 운용을 유도해주었다.
아직 정상이 되려면 멀었지만 호흡이 안정된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의식만 되찾으면 자기 도움 없이 약과 운기행공만으로도 스스로 치료가 가능할 것이었다.
객사로 돌아온 기수는 혈천제와 음양대법을 시작했다.
예전엔 그녀의 내공이 엄청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좀 달랐다.
훨씬 더 깊은 내공의 소유자로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공주와 비슷한 정도군.’
대단한 수준이긴 하지만 전대 교주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기수는 자신의 내공을 한껏 끌어올려 그녀를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대법을 운용했다.
혈천제는 예전과 다른 흐름에 깜짝 놀랐다.
기수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마음 편히 가져. 긴장하면 안 돼!”
혈천제는 심호흡으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광혼랑에게 문제 생기는 걸 봤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진지한 마음가짐 덕분인지, 대법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혈천제뿐만 아니라 기수도 그 효과에 놀랐다.
‘굉장한데? 이 정도까지 집중적인 연공도 가능했나?’
사매들이나 무림맹 여인들, 그 누구와 비교해도 높은 효율이었다.
아무래도 혈천제와는 너무 오랜만이고, 또 섹스가 너무 짜릿해서, 즉 자기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사매들한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횟수가 거듭될수록 대법 효율은 조금씩 떨어졌다.
하지만 정상 수치까지 내려가려면 앞으로 100번은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나 그녀를 위해서나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기수와 보낸 혈천제는 책 두 권을 가지고 왔다.
“그건 뭐야?”
“네가 좀 봐 줘. 사부님이 연구하시던 무공들이야.”
“아! 그래?”
기수는 마교에 특이한 무공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혈천제도 그렇고 자영의 멸절강기도 모두 거기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녀가 내민 두 권은 필사본으로, 곳곳에 주해가 잔뜩 적혀 있었다.
천천히 읽어보던 기수는 연신 감탄을 했다.
“와! 대단한데…”
무공 자체의 위력보다 주해의 내용이 볼 만 했다.
전대 교주 선우환의 무학에 대한 깊이와 열정이 상상을 초월했다.
두 권에 적힌 주해를 전부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부와 황궁 무고를 통해 공부했던 것들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깊이 들어간 곳에선 선우환의 주해도 추측성으로 끝나고 있었다.
‘혈천제나 자영이 막혔던 게 바로 이 부분이구나.’
기수는 예전에 멸절강기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방식이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영은 그 이후 아무 문제없이 멸절강기를 펼쳐냈다.
그러나 선우환의 주해들을 모두 읽고 나니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멸절강기는 분명히 안정화되었어. 하지만 그게 그 무공이 지닌 잠재력을 전부 다 발현해낸 걸까?’
기수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혈천제가 물었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아냐. 이런 식의 무공 해석은 좀 낯설어서.”
“그래서 사부님도 평생을 걸쳐 연구하셨어.”
“네가 이어서 연구하려고?”
“아니. 그게 아니라… 난 그걸 익히고 펼쳐내야 돼.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흐음…”
이해가 되는 얘기였다.
혈천제는 자기 자리에 맞는 힘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그건 비폭대라수(飛瀑大羅手)와 천기오뢰강(天氣五雷&xx32609;)이란 무공이야. 각각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우리 교 최고의 무공이라고 할 수 있지.”
“천마교 궁극의 무공!”
“그래. 난 교주가 된 이후에 비로소 이것들을 볼 자격을 얻었어. 사부님의 성명절기를 배우게 되어 기뻤지만… 실제 연공은 지지부진이야.”
기수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딘가 컨디션이 나빠 보였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런 정도 수준의 절세무공을 익히는 것은 몸과 정신에 큰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만약 잘 안 될 경우 심각한 손상, 즉 주화입마의 가능성도 있었다.
“전대 교주는 이걸 익혔던 거야?”
“대성하지는 못했다고 하셨어.”
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보다 훨씬 많은 주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그 정도의 기도를 보였단 말이지?’
기수는 주해가 아닌 구결만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과장이 좀 심한데…’
비폭대라수는 무슨 클러스터 폭탄의 위력을 가진 것처럼, 천기오뢰강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동시에 질긴 방패처럼 묘사되고 있었다.
그 말대로만 된다면 좋겠지만 운기에 있어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무학에 미친 이론가가 분명해. 실제로는 이렇게 안 된다고!’
기수는 거기 적힌 방식대로 운기를 해보려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어서 혈천제에게 물어보았다.
“교주의 성명절기를 내가 봐도 괜찮은 거야?”
그러자 혈천제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이미 다 읽었으면서 무슨…”
“으으…”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 뇌쇄적이라 기수는 비급 다 던져버리고 덮치고 싶었다.
혈천제는 얼굴 바탕이 예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미소 지을 때마다 사람 심혼을 뒤흔드는 매력을 발산했다.
기수의 흔들리는 심리상태를 눈치 챈 그녀가 정색하고 말했다.
“난 네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아니, 그래야만 돼.”
“워우! 워우! 진정하라고. 전대 교주도 못 한 일을 내가 어떻게…”
기수는 그녀가 절박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소혼랑과 광혼랑에게 대법을 배워오라고 보내더니, 이젠 교주의 비급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절박해도 될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지 않은가.
나름 무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자부하고는 있지만, 이정도 레벨의 무공을 완성시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패도적인 무공이 정말 가능하긴 한 건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기수가 대답을 하지 않자 혈천제가 무릎으로 기어와 기수의 존슨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제발 부탁해. 응? 응?”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글썽글썽한 눈망울로 올려다보면서 혀로 존슨의 머리 아래쪽을 살살 간지르고 입술로 쪼옵, 쪼옵 거리면서 계속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으으…. 아, 알았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
혈천제가 이런 식으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상상을 못했기에 기수의 스위치는 동시에 전부 다 켜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무공 연구는 3시간 뒤로 미루어졌다.
뿌듯하게 욕심을 채운 기수는 일단 광혼랑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와서 제대로 집중하여 두 권의 비급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비폭대라수는 자신의 오행류와 굳이 비교하자면 화류 태포련을 수백 개로 나누어 위에서 아래로, 파천강기처럼 쏟아 붓는 공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적이 많을 때도 위력적이지만, 한 명을 상대할 때는 지역을 좁힐 수도 있었다.
기수는 비급에 나온 대로 운기를 해보았다.
‘이런 식으로 한단 말이지?’
그러자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먹구름이 끼는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마,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으면 기술이 발출되기 전, 준비과정에서부터 겁을 먹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 공격의 위력이 준비과정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십여 개의 불꽃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바닥에 그을음을 만들긴 했지만 자신이 쓰는 화류 태포련과 비교하면 화력이 한참 부족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훨씬 컸다.
‘이건 아닌데…’
뭔가 문제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기수는 비폭대라수를 일단 미뤄두고 천기오뢰강을 시전해 보았다.
그것은 그나마 효율 면에서 비폭대라수만큼 낭비가 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처음의 설명과 달리 강유 양면의 힘을 동시에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부드러움 쪽에 좀 더 치우친, 멸절강기의 소프트 판이라고 봐야 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멸절강기와 비슷한 것도 같은데?’
기수는 멸절강기와 천기오뢰강을 번갈아 운기해 보았다.
확실히 연관이 있었다.
마치 가사와 멜로디는 다르지만 동일한 코드진행을 가진 곡처럼 느껴졌다.
멸절강기는 드럼, 베이스, 피아노의 간단한 악기 편성이라면 천기오뢰강은 20인조 빅밴드 편성처럼 좀 복잡하기는 했다.
‘이건 한 사람이 창안한 무공이 분명해.’
기수는 둘을 번갈아 운기하면서 집중하고 골몰했다.
잠시 후 혈천제가 돌아왔다가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사실, 그녀는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았다.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히고 믿을 수 있는 부하들에게 일을 분담시키면 좀 여유가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럴 계제가 아니었다.
혈천제는 두 시진 정도 소혼랑과 함께 교내의 일을 모두 처리한 후 다시 기수에게 갔는데, 달라진 거라고는 중간에 음식을 먹은 흔적 뿐, 그는 이전 자세 그대로 비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혈천제는 조용히 자기 거처로 돌아가 운기조식으로 그동안 생성된 진기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
그리고 수면으로 휴식을 취한 후 새벽에 다시 기수를 찾아갔다.
그는 침상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혈천제는 우선 비급들을 치운 후 시녀를 불러 조용히 방 안을 정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둘만 남자 침상으로 올라가 그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으음… 으으…”
기수는 뒤척이다가 잠을 깼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혈천제가 예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의 뜨겁고 부드러운 입술과 혀의 감촉 때문에 다시 잠들기는 불가능했다.
개운하거 상쾌한 기상!
만족스런 모닝 섹스가 끝난 후, 기수는 밤새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자랑했다.
“일단 천기오뢰강은 당장 사용이 가능할 것 같아.”
“정말이야? 하루만에?”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하핫!…”
“얘기 좀 해 봐. 어떻게 되는 건지.”
“일단 천기오뢰강의 요체는 음, 양, 음의 순서에 있어. 단전을 음이라 보고, 몸을 양이라 보고, 강기를 음이라 보는 게 기본이고. 그 강기 안에서 다시 양, 음, 양이 반복되어서 총 다섯 겹의 진기 흐름이 있다고 보는 거지.”
혈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기 안의 양과 음이 각각 강과 유를 상징하는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이걸 익힐 때는 강기에 집중하면 안 돼. 몸, 즉 기경팔맥에 집중해야 되는 거야.”
“어째서?”
“보통 단전의 진기는 뜨겁게 느껴지잖아? 그런데 그걸 왜 음이라고 했을까? 난 거기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어. 본래 음양이란 상대적인 거니까 단전을 음이라고 할 만큼 몸이 뜨거워지는 건 아닐까? 하고 말야.”
혈천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자기는 비결을 몸으로 구현하는데 집중했을 뿐인데, 기수는 창안자의 입장에서 그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역시 맡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나 답답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본 것인데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온 것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아무리 자기가 교주라고 해도, 외인에게 절기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써먹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기수가 일어서서 자기 가슴을 탁탁 치면서 말했다.
“자! 공격해 봐.”
혈천제는 그와 마주선 후 가슴에 일 장을 날렸다.
퍽! 소리가 났지만 기수는 피식 웃었다.
“지금 장난해? 천마교 교주답게 쳐 봐.”
혈천제는 내공을 끌어올리고 다시 한 번 6성 정도의 내공을 실어 일 장을 날렸다.
퍽! 소리와 함께 장심이 가슴에 격중되었다 싶은 순간, 뭔가 기묘한 감각이 전해졌다.
물컹한 느낌, 이어서 단단한 느낌, 그 뒤에 뭔가 질긴 것이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약 눈을 감고 쳤다면 자기가 뭘 건드렸는지 도저히 짐작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혈천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오랜 시간 천기오뢰강을 연마했기 때문에 기수가 펼쳐낸 강기가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즉각 알아차렸다.
“괴, 굉장해! 진짜 성공했구나.”
“후후…. 이번엔 진짜로 네 힘을 전부 발휘해서 쳐 봐.”
기수는 아예 뒷짐을 지고 상체를 무방비 상태로 노출했다.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천마교 교주에게 정통으로 맞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수는 자신 있었다.
싸우는 도중에 맞는 게 아니라 진기를 끌어 올려 천기오뢰강에 집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강-유로 이어지는 천기오뢰강은 체인메일 위에 플레이트메일을 입고 그 위에 펠트갑옷을 덧입은 것 같았다.
첫 번째 충격은 두툼한 펠트가 흡수하고, 이어서 단단한 강철판으로 막고, 다시 안쪽에서 체인메일이 받쳐주는 식이었다.
“타핫!”
혈천제는 매서운 눈으로 진기를 끌어올린 후 진각과 함께 장을 내뻗었다.
쿵! 하는 둔중한 파열음과 함께 기수의 몸이 뒤로 서너 걸음 밀려나갔다.
그러나 그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몸이 뒤로 밀리기만 했을 뿐 통증은 없었기 때문이다.
효능을 확인한 혈천제가 조바심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게도 가르쳐 줘. 어서!”
“좋아. 기본 구결은 알고 있지? 거기에 몇 가지 첨삭이 가해졌으니까 이제부터 내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와야 돼.”
기수는 천기오뢰강의 변형된 구결을 혈천제에게 자세히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