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75
기수는 일단 비폭대라수를 둘로 나누었다.
앞부분의 후까시와 뒷부분의 실제공격.
하나의 초절정 무공을 완성시키는 것은 이론가의 로망일 뿐, 실용적인 면은 떨어진다는 게 기수의 판단이었다.
잘 되는 것 두 가지로 분리하는 게 현실적이었다.
고수끼리의 대결에 있어서는 후까시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특히 비폭대라수의 기수식 이펙트는 독보적이라 버리기 아까웠다.
둘로 나누자 연구는 급진전되었고 효율 문제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근본을 공유하는 천기오뢰강을 실제 운용한다는 사실이 연구에 큰 도움을 주었다.
마침내 완성된 비폭대라수는 비급에 적혀있던 것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 되었다.
기수식은 어둡고 무거운 기도가 사방을 위압할 뿐 아니라 실제 방안의 공기가 소용돌이쳐서 마치 뇌우를 동반한 폭풍처럼 느껴졌다.
그 여운의 시간 동안 진기를 집결시켜 쏟아 붓는 강기 공격은 약간의 인터발을 가지게 되었지만 위력 면에서 애당초의 버전이 추구하던 목표치에 상당부분 근접했다.
기수 입장에서도 약간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강기가 관통력 면에서는 파천강기 비슷하고, 폭발력은 화류 태포련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만약 예전의 음종처럼 파천강기에 나쁜 상성을 가진 적과 싸우게 된다면 꽤 유용할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오행류를 모두 펼쳐낼 수 있기 때문에 어차피 상성은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조합이라는 부분이 흥미로운 건 사실이었다.
완성시킨 날 저녁.
어떻게 알았는지 혈천제가 연공을 마치고 출관했다.
소식을 들은 기수는 대법 도와주던 여인에게 급히 옷을 입혀 내보내고 시녀에게 방 정리를 부탁한 후 혈천제를 만나러 갔다.
“벌써 대성한 거야? 축하해!”
“고마워. 모두 네 덕분이야.”
혈천제는 생긋 웃으며 자신의 몸 주변에 천기오뢰강을 시범삼아 확! 펼쳤다가 거두어들였다.
단 한 번의 시범이었지만, 기수는 그 위력을 확연히 감지할 수 있었다.
‘장난 아닌데?’
혈천제의 자질과 집념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 없이 그녀 혼자도 대성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진기를 셋으로 나누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자신과 달리, 혈천제가 연구해서 바른 길을 찾아내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주화입마 가능성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폭대라수는?”
그녀의 질문에 기수는 대답 대신 포옹을 했다.
“나 보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는 진한 키스로 방금 전까지 다른 여자와 알몸으로 뒹굴던 죄책감을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물론 바람피운 것은 아니고 혈천제가 지시한 일이긴 하지만…
혈천제는 정열적으로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역시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기수가 그녀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방 안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살기가 먹구름처럼 전신을 뒤덮어오자 혈천제는 자기도 모르게 천기오뢰강을 끌어올리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기수가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상태로 너에게 공격을 가해볼까?”
혈천제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난 천기오뢰강을 믿어.”
기수는 비폭류를 시전했다.
곧 실내 가득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무시무시한 마찰음과 폭음.
마치 하늘에서 지상으로 30mm 기관포를 쏘아대는 것 같을 광경이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소혼랑과 마령들이 놀라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대전 바닥에는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돌판을 깨고 들어간 모습이 마치 곡괭이로 땅을 찍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혈천제는 멀쩡했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고, 속으로는 격탕한 기혈을 진정시키느라 잠시 호흡을 정리해야 했다.
혈천제는 손짓으로 교도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리고 감격한 표정으로 기수에게 말했다.
“정말 해냈구나! 굉장해!”
“하핫!… 사실은 문제가 좀 있어.”
“문제? 그게 뭔데?”
“내가 중간에 너한테 말을 걸었잖아? 공격해도 되겠느냐고.”
“그랬지.”
“거기서 한 번 흐름이 끊긴 거야.”
기수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자 혈천제가 물었다.
“그럼 뒤쪽의 공격만 따로 떼어내서 쓰면 되겠네.”
“기수식이 없으면 뒤쪽 공격은 성립되지 않아. 앞부분만 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럼 만약 적이 알고 그 전환시점에 공격을 가하면 뒤쪽 비폭류 부분은 써먹지 못 하는 거네?”
“미안. 그게 내 한계야. 둘을 하나로 조합시키지는 못하겠어. 기수식의 운용법을 그대로 뒤쪽까지 쓰면 효율이 너무 나빠지거든.”
“아냐. 괜찮아. 천하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하고 나밖에 없는데 뭐. 그리고 어차피 큰 기술은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잖아. 자! 어서 달라진 부분을 얘기해 줘.”
기수는 혈천제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모두 들은 혈천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부분은 고쳤다기보다는 거의 재창조에 해당하는 거 같은데?”
기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정도면 나도 절세신공 한두 개쯤 창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접었다.
자기가 만들면 틀림없이 북궁심법의 장점을 활용하려 할 텐데, 그런 무공 만들어봤자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북궁심법을 익히려면 중간에 내공을 전부 다 잃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엔 익히기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북궁심법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비폭대라수만 해도 북궁심법으로 분석하기 쉬웠을 뿐이지 일반 심법으로 익히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단전 3개를 동시에 돌리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긴박한 상황이라면 그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운기법을 반복해서 연습한 혈천제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나오자마자 다시 폐관수련 하러 들어가야겠네.”
기수는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안 돼!”
“왜?… 어째서?”
“비폭대라수는 천기오뢰강에 비해 내력 소모가 엄청날 거야. 충분한 내공 보완을 한 다음에 들어가야 연공 도중 힘이 부족하지 않을 거야.”
혈천제가 눈웃음을 지었다.
“네가 내 내공을 보충해줄 거야?”
“기꺼이.”
“하지만 며칠 동안 씻지 못해서 지금은…”
기수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욕실로 직행했다.
혈천제의 욕실은 기수의 거처보다 훨씬 컸고 욕조 재질도 대리석이었다.
기수는 그녀와 물 속, 물 밖을 오가며 마음껏 회포를 풀었다.
‘아! 진짜 좋다. 어쩜 이렇게 감겨오지?’
기수는 후궁들과 확연히 다른 여왕의 품격에 황홀감을 느꼈다.
혈천제 역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기수와의 섹스를 적극적으로 즐겼다.
광풍이 지나간 뒤, 두 사람은 침상으로 나와 음양대법을 펼쳤다.
기수는 그녀와 마치 영혼끼리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 대법 효율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너 시간을 함께 보낸 후. 기수는 알몸으로 자기 가슴에 얼굴을 비비고 있는 혈천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너 보고 싶었다.”
“나도.”
즉시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이렇게 너하고 같이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 내가 교주라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야. 네가 없는 동안은….정말 아팠어. 마음이…”
기수는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
“이젠 네 곁에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혈매궁은 어쩌고?”
“응? 하핫! 그건 그러니까… 하하핫!…”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너무 많은 여자들과 어울리는 걸까?’
혈천제가 기수의 가슴에 더 바짝 파고들며 말했다.
“부담 가지지 마. 너한테 여자가 많이 따른다는 건 이해하기로 했으니까. 너. 혈매궁뿐만 아니라 무림맹과 우리 천마교 안에도 나 몰래 사귀는 여자들 많았지?”
“그, 그게 그러니까 말야…”
혈천제는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너를 독차지하는 건 포기했어. 하지만 나하고 이렇게 안고 있을 시간은 꼭 내줘야 돼. 나를 버리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기수는 그녀의 포기가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넌 어떤 때 보면 참….”
“참, 뭐?”
원래는 바보 같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기수는 즉시 바꾸었다.
“참 헌신적이야. 그런 네가 너무 좋아.”
바보 같다고 하면 현실을 자각하고 태도를 바꿀 수도 있는 일이었다.
기수는 내친 김에 그녀에게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하도록 강렬한 섹스를 한 차례 더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 위에 엎어져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등과 힙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런데 너. 폐관수련 하는 동안 나한테 여교도들 들여보낼 생각은 어떻게 했어? 내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거 상상하면 기분 나쁘지 않아?”
“교주와 교도 사이엔 엄격한 차이가 있어.”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질투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네가 나 없는 동안 다른 여자들에게 떠나가 버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아! 그런 이유였어?”
기수는 ‘천잰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이번엔 어떤 미녀가 들어올까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사매들이나 무림맹 여인들 생각은 단 한 번도 나지 않았었다.
혈천제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 천마교 전력을 강화할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지.”
그것도 타당한 이유였다.
기수는 혈천제가 이성적 판단으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린 시절 지옥도에 들어가 처절한 과정을 거쳐 살아남으면서 얻게 된 기질 같았다.
혈천제가 다시 말했다.
“난 기필코 사부님의 원수를 죽일 거야. 그리고 우리 천마교를 최강으로 만들어 놓겠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나도 도와줄게.”
“고마워.”
혈천제가 예쁘게 웃더니 머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기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천마교가 최강이 되면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역도들을 모두 처단한 이후에 강호에 또 다른 불안요인이 남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바뀌었다.
‘마교 쪽이 좀 세면 어때? 그래야 무림맹도 발전이 있지. 일본 축구가 거지같았으면 우리나라 축구도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였을 거라고.’
밤마다 번갈아 자기 침상으로 찾아온 천마교 미녀들도 생각났다.
그녀들 모두 내공이 증진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무림맹 쪽에도 내공을 증진시켜 준 미녀들이 있었다.
한 쪽은 양적으로, 다른 한 쪽으로 질적으로 집중했을 뿐, 총량을 계산해보면 어느 쪽에 치우쳤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무림맹 여인들을 생각하자 혈천제가 현재 가하는 자극과 한 얼굴이 매칭되었다.
“으윽!….”
기수는 신음을 토하면서 그동안 참았던 분출을 시작했다.
당운영에게 투약하던 상황이 떠올라서 수문의 레버를 놓치고 만 것인데, 정작 약은 다른 사람이 먹고 있었다. 물론 불만은 없었다.
혈천제는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서 마무리를 해주었다.
평소보다 정성을 쏟는 이유는 곧 밝혀졌다.
처리가 끝나자 그녀는 바로 일어나서 옷을 걸쳤다.
“나. 지금 폐관수련 하러 갈게. 이번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응. 그, 그래. 이번에도 순조롭게 대성하기를 빌어.”
기수는 그렇게 혈천제를 작별하고 자기 거처로 돌아갔다.
교주의 출관으로 인해 헝크러졌던 시간표의 빈칸을 채운다는 명목으로 소혼랑이 들어왔는데, 혼자가 아니라 광혼랑과 함께였다.
“벌써 걸어 다녀도 돼?”
“네 덕분에 많이 나았어. 고마워.”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광혼랑의 의도는 뻔했다. 몸이 낫자마자 기수 생각이 난 것이다.
기수는 음양대법을 치료 모드로 약하게 설정하여 광혼랑의 치료를 해주었다.
과격하게 해도 괜찮은 소혼랑이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치료 겸 놀이가 끝난 뒤 소혼랑이 말했다.
“그런데, 궁주. 알아둘 일이 한 가지 있어.”
“뭔데?”
“지난번에 강호의 소식 궁금하다고 했었지?”
“왜? 태원의 푸줏간 주인이 움직였어?”
“아니.”
“그럼 역도들이 다른 문파를 습격했어?”
“아니. 그것도 아냐.”
“그럼 녹림72채가 사마연합에서 탈퇴했나?”
“그런 게 아니라 궁주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어서….”
“내가 왜?”
기수는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천마교 미녀들과 매일 번갈아가며 잔다는 소문이 퍼졌단 말인가? 그렇다면 사매들이 나를 죽이려고 할 텐데…’
그러나 소혼랑의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예전부터 소문은 퍼졌었지만 궁주가 여기 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냥 웃어 넘겼는데, 아무래도 그게 좀 심각해지는 것 같아.”
“무슨 소문인데?”
“궁주가 살인강도 짓을 벌이고 돌아다닌다는 거야.”
기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괜히 걱정했던 것이다.
천마교 미녀들 건만 아니라면 살인강도 따위는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자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따위 헛소문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계속 여기 있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핫!”
“글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엔 궁주가 부녀자들은 강간하고 살해하면서 다닌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목격자도 속속 나오고…”
“하핫! 진짜 어이가 없네. 도대체 어떤 놈이 내 이름을 팔고…”
그러다가 문득 기수는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혹시 청탑산 놈들이 나를 끌어내려고?….’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소혼랑에게 물었다.
“이제까지 퍼진 소문들을 전부 얘기해 봐. 하나도 빼놓지 말고.”
“그게 그러니까…”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피해상황을 전부 다 말해 줘.”
소혼랑은 기수의 눈치를 한 번 살핀 후 얘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