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86
기수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기수는 고정이고 다른 멤버들은 로테이션을 돌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보니까 광혼랑도 있었다.
“어? 몸은 좀 어때?”
“네 덕분에 다 나았어. 내공도 거의 회복되었고.”
“예상보다 빠르네.”
“음양대법 한 번 제대로 하면 좀 더 앞당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은 대기 라인이 길어서…”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아쉬운 대로…”
그렇게 기수는 혈천제만 빼고 천마교 미녀들을 전부 다 만났다.
물도 마시고 요기도 좀 한 뒤 진무를 만나러 가자 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천마교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아! 다행이군요. 회의가 너무 길어져서 전 또 무슨 문제라도 생긴 줄 알고…”
“좀 그러긴 했지요? 하핫!…”
“배는 어느 정도나 준비하면 될까요?”
기수는 그의 질문에 놀랐다.
“무림맹과 천마교를 동시에 실어 나를 수도 있습니까?”
“하하! 사천에서 절강까지 얼마나 긴지 아마 짐작도 못하실 겁니다. 그 물길 전체를 장악한 우리 수로맹인데, 배가 부족하겠습니까? 10만 병력을 실어 나르라고 해도 가능할 것입니다.”
“대단하군요.”
사실, 기수도 27채 채주를 해봤기 때문에 그 규모를 익히 알고 있었다.
자기가 관할하던 배의 최소 40배는 넘는 함선들이 있을 테니 진무가 장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기수는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소혼랑과 광혼랑을 불러 협의를 하도록 했다.
소혼랑이 기수에게 말했다.
“궁주님. 교주님이 찾으십니다.”
진무 앞이라고 경어를 쓰는 게 재미있었다.
“알겠습니다. 가서 뵙도록 하지요.”
진무는 그 이후 선착장에 배가 도착할 때까지 다시는 기수를 만나지 못했다.
수백 척의 배들이 도열한 포구.
기수는 그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바로 수로맹주였다.
“궁주님! 오랜만입니다. 하하하!….”
“어쩐 일입니까? 맹주님께서 이렇게 직접 오시다니….”
“천하가 뒤집어지려는 판에 모른 척 할 수 있습니까? 우리 수로맹의 좋은 배와 날랜 형제들을 전부 다 이끌고 왔으니 궁주님이 마음껏 부려주십시오. 하하하!…”
“별말씀을요. 맹주님이 지휘 하셔야지요.”
기수는 수로맹주의 대응이 마음에 들었다.
중요한 시점에 베팅하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예상보다 늘어난 병력 규모로 인해 선단은 강을 가득 메우며 당당하게 동쪽으로 헤쳐 나아갔다.
수로맹주가 배마다 깃발들을 잔뜩 세우고 북을 치면서 오와 열을 맞춰 항해하도록 했기 때문에 일대 장관이 연출되었다.
그렇게 기수와 천마교, 수로맹의 대부대가 도착한 곳은 하남성의 허창이었다.
본래 반란에 가담한 중군, 우군, 전군 도독부는 수도인 북경에서 먼 서쪽과 남쪽에 배치된 군대들이고, 가담하지 않은 좌군과 후군 도독부는 북경과 가까웠다.
즉, 가까운 만큼 세도 있는 고위 관료의 친인척 무관들이 많은 것이고, 북경에서 멀면 멀수록 돈도 빽도 없는 무관들이 발령 나게 되어 있었다.
처음 반란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좌군과 후군도독부 병력이 반군을 맞아 싸운 곳은 남양과 신양이었다.
그런데 그 넓은 땅 다 빼앗기고 수백 리나 퇴각해서 허창에 방어진을 세운 것은 현재 전황이 그만큼 어려움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기수는 석초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수 없어서 먼저 군영으로 들어가 보았다.
병사들이 창을 엇갈려 세우며 기수를 막았다.
“너희들은 누구냐?”
강변에 수백 척의 함선이 도열한 모습을 보고 겁을 먹은 모습들이었다.
기수는 병사들에게 장교를 불러오라고 시키고, 그들에게 금패를 보여주었다.
대접은 즉시 180도 달라졌다.
기수는 혈천제, 수로맹주 등과 함께 좌군도독의 군막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당당한 체구에 수염이 흰 50대 중반의 노장이 일행을 맞았다.
“장군부 백시랑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난 좌군도독 장현이라고 합니다.”
기수는 그에게 공손히 읍을 했다.
“저는 혈매궁 궁주 기모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천마교 교주, 그리고 수로맹 맹주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시지요.”
장현은 나이도 많고, 벼슬도 높은 고위 무관이지만 세 사람을 몹시 친근하게 대했다.
그도 무공을 익힌 만큼 당금 무림에서 혈매궁주, 천마교주, 수로맹주가 어떤 수준의 고수들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인을 만나면서 나이나 신분을 내세우는 것은 꼴사납다는 사실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무명이 쟁쟁한 분들이 국난을 맞아 이렇게 떨쳐 일어나 주셨으니 천하 만백성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기수가 물었다.
“그런데 백시랑님은 어디에 갔습니까? 여기서 저와 만나기로 했는데…”
“아! 실은 요즘 강호에 반란의 구 수괴라는 용모파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예. 저도 봤습니다.”
“그 중 한 명은 전군도독 황호고, 다른 한 명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어서 그를 잡으러 갔습니다.”
“아! 신분이 밝혀졌군요.”
“예. 백시랑이 그 그림을 입수한 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은 결과 틀림없이 그 사람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수는 궁금함을 참기 어려웠다.
“그게 누굽니까?”
“척회왕(戚懷王) 입니다.”
“척회왕이라면…”
“그는 황상과 사촌지간이 되십니다.”
“아! 그렇군요.”
“본래 그의 부친인 영상왕이 도은공비 문씨의 소생으로 장남이었습니다. 하지만, 선황이 더 영민하고 재주가 뛰어나셔서 도은공비는 태황태후가 될 수 없었지요.”
기수는 황족의 복잡한 가계도엔 관심 없었다.
그러나 대략 감은 잡을 수 있었다.
‘자기 아버지가 장남이었는데, 황제 자리는 사촌에게로 넘어갔다는 건가?’
뭔가 반란을 일으킬 만 한 여건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수로맹주가 장도독에게 질문을 했다.
“제가 듣기로는 친왕은 사병을 기를 수도 없고, 봉토도 극히 제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황제보다 강한 친척의 발호를 막기 위한 명나라의 법률이었다.
일단 황제와 황태자가 결정되면 가까운 친왕들은 근근이 먹고 살 만큼만 남겨주고 힘을 다 빼앗아 버렸다.
황제와 가까울수록, 즉 황위 계승 서열이 높을수록 재산과 권력이 극도로 제한되니까 아주 강력한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 홍무제는 자기 아들들을 각지에 파견하여 친왕에 책봉하고 신하들 대신 그들에게 병권을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홍무제의 사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새 황제가 막강한 친왕들의 세력을 깎으려고 귀양을 보내거나 서인으로 강등시키는 제도를 시행하자 홍무제의 네 째 아들이었던 영락제가 모반을 일으켜 자기가 황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영락제는 두 번 다시 자신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못하도록 친왕의 권력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장도독이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그래서 무림을 통해서 힘을 기른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한 인사에 불만이 많은 무관들을 비밀리에 포섭했고…..”
장현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것은, 그 역시 군문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도독부 무관들의 근무지 발령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기수는 역모의 주도자가 황제의 사촌이란 사실에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수로맹주와 장도독의 대화로 짐작하건데, 극히 제한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공을 들인 것 같았다.
‘공주의 숙부가 반란의 주모자란 말이지…’
그 정도 신분이라면 무관이나 관리들이 반란에 참여하는 게 이해도 되었다.
적어도 역성혁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에 의해 세력을 제한 당한다고 해도, 친왕이라는 태생적 신분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억울함을 품은 황족이라면 마신에게 영혼을 팔라고 꼬시기도 쉬웠을 거야…’
기수는 한숨을 한 차례 내쉬었다.
역모의 주체를 밝혀내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란군을 등에 업은 황족.
백시랑이 군대를 이끌고 간다고 해도 상대가 순순히 잡혀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결국 내 손으로 잡아야 하는 거겠지.“
이 나라 입장에선 반란의 수괴이지만, 자기 입장에선 최종 목표.
그동안 만났던 사도들이 ‘주군’이라 부르던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여야만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는 끝판왕 보스였다.
‘그래. 씨발… 난 할 수 있어! 놈이 세면 얼마나 세겠어?’
중상 입은 사도의 내상을 순식간에 치료하고 오히려 내공을 증진시켜주기까지 했던 일이 기억나기는 했다.
그래도 자신의 내공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으니까 해볼 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열 받았겠군. 후후…’
기나긴 세월 공들인 계획이 막판에 와서 이런 식으로 변수가 생길 거라고는 예치 못했을 것이다. 비록 사진은 아니지만 정교한 목판화가 그를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미파랑의 그림 솜씨도 훌륭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얼굴을 정확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후후…’
잊어버릴 만 하면 발견되는 자신의 우월함 때문에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기수는 장현에게 물었다.
“도독님. 현재 이곳의 전황은 어떻습니까?”
장현은 미리 준비한 지도를 펼쳐 짚어 보이며 자세히 설명했다.
“적은 여기 위주, 양현, 그리고 상청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창은 성벽이 높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해자가 깊어서 쉽게 공략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혈천제와 수로맹주는 기수를 대하는 장현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나 기수는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백무영이 금패에 대해 얘기한 게 분명했다.
기수는 그렇다고 해서 난 척 하지는 않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적이 세 군데 거점을 안정적으로 차지하도록 놔둔다면 병력이 계속 늘어나서 결국 위험해지지 않겠습니까?”
“병력은 그쪽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도독부는 그 자체로 군대를 통솔할 자격이 없습니다. 병부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용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각 지역의 도지휘사들이 전부 다 도독부에 협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협조하는 부대도 사실은 눈치를 보는 무관들도 많을 것입니다.”
기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독부가 상위 기관이라고는 해도, 국가를 상대로 모반을 일으키는데 그 지역의 모든 단위 부대들이 전부 다 명령에 따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 우리 쪽으로 붙는 병력이 앞으로 늘어날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처음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만, 이제 전열을 정비하고 맞선다면 각 지역의 병력들이 바른 판단을 하고 조정의 편에 설 것입니다.”
기수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 얘기는… 우리가 한 번 더 밀리면 적의 세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말씀 아닙니까?”
지방 군벌들이 눈치를 보다가 센 쪽으로 붙는다면, 일정한 임계선을 넘어갈 경우 저쪽으로 확! 기울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장현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지만, 100% 자신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한 번도 패하면 안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아!…. 먼 길 오느라 피곤하실 텐데 제가 너무 오래 잡아놓고 있었군요. 일단 쉬실 곳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브리핑을 마친 장현은 허창 성안의 큰 사찰을 천마교의 거처로 내주었다.
수로맹 식구들은 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모두 포구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들은 육지에 올라왔을 때보다 배에 탔을 때 훨씬 유용하기 때문에 기수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거처가 정리되는 동안 기수는 혈천제, 소혼랑, 광혼랑, 수로맹주 등과 함께 허창 시내를 둘러보았다.
전쟁 중이고, 멀지 않은 곳에 반군이 집결하고 있기 때문인지 거리 분위기는 불안하고 뒤숭숭했다.
특히 남서쪽에서 이미 치러진 전쟁으로 인해 터전을 잃고 피난 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기수는 그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신에게 듣기로는 마신의 목적이 난세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절망과 비탄에 빠지도록 만들고, 그 부정적인 원망의 에너지를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 거라고 했다.
허창에 들어와 있는 피난민들의 참담한 표정을 보니 마신의 계획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었다.
기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은 사도 둘을 처단하고 엄마와 재회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지만, 거기에 추가로 마신의 못된 야욕도 막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혈천제가 말을 걸었다.
“궁주님. 우리 천마교에서 저들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돕다니… 어떻게 말입니까?”
“저들은 집과 땅을 잃고 오늘 당장 먹을 곳도 잘 곳도 없어요. 우리가 머무는 곳으로 데려가서 먹을 것을 주고 군막에서 자도록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기수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이게 정말 천마교 혈천제의 입에서 나온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