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521
기수는 자영을 반가이 맞아주었다.
일단 몸으로 진하게 한 번 회포를 푼 후 그동안 미뤄둔 얘기를 나누었는데, 기수 입장에선 30분 휴식과 맞바꿀만 한 가치가 충분한 파트너였다.
“너희 교주. 고맙네. 신경을 다 써주고…”
“그러게 말야.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조금 미워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마음을 다르게 먹어야 할 것 같아.”
“좋은 생각이야. 후후…”
“아직 향이 남았는데 우리… 한 번 더 할까?”
“물론이지!”
그렇게 자영과 행복한 재회를 즐기고 돌려보낸 기수는 고민과 반성을 했다.
고민은 그동안 19명 평점에 따른 순위를 매기고 있었는데, 한 명의 추가로 인해 모든 게 흐트러지고 말았다.
단순히 순위표에 한 명 끼워 넣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가 기준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타고난 하드웨어 항목을 세분해서 집어넣어야겠어.’
그렇게 자영을 10위권 이내에 진입시키고 난 후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자영 말고도 내가 잊고 있는 여인들이 꽤 많지?“
우선 천마교의 미녀 마령들이 생각났다.
뛰어난 그림 솜씨로 신중한 척회왕의 서둘러 세상에 나오게 만든 미파랑이 가장 먼저 생각났고, 그 다음에 이름과 잘 매치되지 않는 바디와 얼굴들이 주르르 떠올랐다.
천마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호에 처음 출도했을 때부터 돌이켜보면 손가락이 모자랐다.
‘햐아~! 언제 한 번 다 만나봐야 하는데…’
유부녀는 좀 그렇지만, 아직 짝이 없다면 자기가 거둬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명만 해도 골치 아픈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짐이라면…
그때 교대로 능소화와 백서린이 함께 들어왔다.
“어머! 우리 생각하느라 그런 거야?”
“뭐가?”
기수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얼른 이불을 덮었다.
다른 여인들 생각하는 동안 존슨이 주책없이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 가리지 마. 내가 예뻐해줄게.”
“나도…”
능소화와 백서린은 이제 아주 능숙하게 협동 작업을 전개했다.
그녀들에게 몸을 맡긴 채 기수는 머릿속으로 다른 여인들을 생각했다.
그것은 마치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온 별 3개짜리 식당에서 성찬을 즐기는 도중에 시장골목의 떡볶이와 순대를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아!…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이 세상 모든 미녀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시대의 사명!
그것을 완수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욕이 생겼다.
“어머! 얘 지금 힘 들어가는 거 봐.”
“우리가 너무 잘 하는 거 아냐? 호호호!….”
백서린과 능소화는 자신들의 입술과 혀 기술에 만족하며 웃었다.
20번까지 끝낸 후 기수는 운기조식을 해보았다.
확실히 조민, 조현과의 대법이 가장 효율적이긴 하지만, 나머지 18명도 나름 도움이 되어서 매일 증진되는 내공의 양은 기대 이상이었다.
채음보양술을 간신히 면하는 수준으로 빨아들이기 때문인 듯 했다.
기수는 운기에 집중했다.
2시간의 휴식시간 동안 자신의 것으로 열심히 흡수해두지 않으면 곧 이어지는 라운드에 효율적으로 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기수를 방해하지 않았다.
척회왕을 처단하는 순간까지는 황제 진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그의 내공증진이기 때문에 공주가 특별히 신경을 썼던 것이다.
공주가 마련한 장원의 별채.
백서린과 능소화는 기수와 보낸 시간의 짜릿함을 음미하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호운혜가 다가와 그녀들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호호!… 아냐. 아무것도…”
“너희들… 둘이 함께 들어간다며?”
“호호호! 어떻게 알았어?”
“좋냐?”
“당연하지. 시간이 훨씬 보람차다니까. 호호호!…”
다른 사람 앞에선 새침한 요조숙녀지만 호운혜에겐 숨길 게 없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호운혜는 몸이 달아올랐다.
자기도 그러고 싶었지만 앞 번호 14번 설매와 뒷 번호 16번 탁지연은 모두 기린궁 사람들이라 한데 섞일 수가 없었다.
한숨만 푹푹 내쉬던 호운혜의 눈이 반짝였다.
‘기린궁이라고 안 될 거 있나?’
갑자기 의욕이 솟구쳤다.
호운혜는 즉시 기린궁 숙소로 가서 설매를 불러냈다.
“무슨 일이지?”
설매는 남자보다 큰 호운혜의 키, 그리고 아이 머리통만 한 그녀의 가슴 크기에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서 목소리가 좀 냉정하게 나왔다.
호운혜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나비장식을 내밀었다.
“너한테 이걸 주고 싶어서…”
설매의 표정이 변했다.
금으로 만들고 산호와 진주로 장식된, 아주 비싸 보이는 머리장식이었다.
“이, 이걸 왜 나한테…?”
“그냥. 호의로 주는 거야. 우리 모두 기소협을 위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인연인데 문파끼리 따로 놀 필요는 없는 거잖아?”
설매는 나비장식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물었다.
“원하는 게 뭐야?”
“뭐, 별 건 없어. 그냥… 네가 내 앞 차례잖아? 그래서… 우리 둘이 기소협의 방에 함께 들어가면 어떨까 해서…”
“미, 미쳤어?”
호운혜는 더욱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생각해 봐. 너도 2각만에 나오지 않아도 된단 말야. 기소협은 둘이 나눠 가져도 얼마든지 힘이 넘친다는 거 알잖아? 그걸 반 시진 동안 소유한다고 생각해보라고.”
설매는 다리를 오므렸다.
호운혜의 말에 따라 그걸 소유하는 상상을 하다가 찌릿! 신호가 온 것이다.
호운혜가 그녀의 반응을 관찰하고 나서 말했다.
“너희 기린궁에서도 함께 즐기지? 나를 그냥 너희 사매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나중에 그거와 한 짝인 목걸이도 줄게.”
“목걸이도 있어?”
결국 설매는 호운혜의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 차례가 되었을 때, 사매들과는 다른 호운혜의 알몸과 엉기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았고, 목걸이도 받았다.
호운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백서린, 능소화보다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로 탁지연 포섭에 돌입했다.
탁지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설매가 매달리면서 부탁하자 마음이 슬쩍 움직였다.
석류 모양의 홍옥 머리 장식이 탐나기도 했다.
그렇게 트리오를 구성하는데 성공한 호운혜는 멤버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3명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설매가 말했다.
“안 그래도 내가 앞 차례인 조현한테 넌지시 운을 띄워봤어.”
“정말? 뭐라고 그래?”
“절대로 안 된데.”
탁지연이 말했다.
“그럴 거야. 그녀는 음양대법의 원조라서 우리보다 효율이 훨씬 좋다고 들었거든. 궁주의 내공이 대성할 때까지는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거기엔 모두 동의했다.
설매가 말했다.
“17번 광혼랑은 어때? 분위기를 보니까 천마교도 17, 18번 연번을 받은 이후로 둘이 함께 들어가는 것 같던데…잘 하면 한꺼번에 5명이 될 수도 있잖아.”
호운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교는 좀…”
무림맹과 천마교의 해묵은 원한을 생각하면 주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린궁은 그런 게 없었다.
그동안 늘 함께 어울리던 사매들이 아닌 외부인, 특히 흔히 보기 어려운 체형을 가진 호운혜와 어울리면서 의외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 설매는 탁지연을 조르고 또 졸라서 기어이 광혼랑을 찾아갔다.
광혼랑은 그런 쪽으로 개방적이었지만, 표정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뭔데?”
탁지연과 설매는 각각 석류장식과 나비장식을 손으로 가렸다.
광혼랑은 그녀들을 위아래로 찬찬히 훑어본 후 말했다.
“지금 나한테 입맞춤을 해 봐. 잘 하면 함께 해줄게.”
“입맞춤을? 지금? 여기서?”
탁지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기는 하지만 개방된 공간이나 마찬가지인 뒤뜰 나무 아래서 여자들끼리 그런다는 게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침대 위에서라면 또 모를까.
그러나 설매는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며 광혼랑에게 다가갔다.
탁지연이 황급히 그녀 팔을 잡았다.
“야! 너 왜 그래? 정신 차려.”
“아이. 어때서? 탁매는 누구 오는 사람이 있나 좀 봐 줘.”
그러더니 손을 들어 광혼랑의 뺨을 어루만지며 제대로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탁지연은 볼이 화끈거리는 걸 느끼며 얼른 돌아서서 망을 봤다.
한참 만에 등 뒤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너. 제대로 배운 것 같다?”
“너도.”
“좋아. 기대되는 걸? 너 14번이지? 시간 맞춰 갈게.”
“호호!… 고마워. 응해줘서.”
그렇게 설매의 시간이 되었을 때, 기수는 설매, 호운혜, 탁지연, 광혼랑 등의 4명을 한꺼번에 맞이하게 되었다.
“하하하! 이게 웬 일이야? 무림맹과 천마교가 함께 찾아오다니…”
호운혜는 광혼랑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기수가 그걸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집요하게 공략하고 요구해서 마침내 두 사람을 아주 친하고 끈적끈적한 사이로 만들어버렸다.
호운혜는 광혼랑의 다양한 기교가 마음에 들었고, 광혼랑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긴 사이즈에 볼륨감도 풍성한 호운혜의 몸을 좋아했다.
사람이 4명이다 보니 합쳐서 2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친해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기수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이야말로 정과 마 화합의 선봉장이다.”
그래서 상으로 좀처럼 하지 않던 분출을 두 사람이 나누어 섭취하도록 해주었다.
4인 파티는 다음 라운드부터 연번으로 붙어 있는 18번까지 더해져서 5인조가 되었다.
천마교가 2명으로 늘어나자 호운혜는 백서린과 능소화를 찾아가 부탁했다.
결국 하루도 지나지 않아 14번부터 20번까지 이어지는 7인 편성이 만들어졌다.
그 정도가 되니까 진짜 정사화합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한 명이 대법을 하는 동안 나머지 6명이 여러 조합으로 놀면서 보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수는 여인들이 거기서 얼마나 더 창의성을 발휘할지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었다.
척회왕이 직접 금군을 이끌고 창주까지 온 것이다.
급한 소식을 들은 기수는 대법연마를 중지하고 그동안 모은 내공을 최종적으로 집대성하는 운기조식을 실시했다.
후순위 여인들이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운기조식을 마친 기수는 세 단전에 한 번씩 진기를 집중해 보았다.
미증유의 거력.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래. 됐어!’
척회왕이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고, 자신보다 오랜 세월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이렇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내공을 증진시킬 수는 없을 것이었다.
기수는 자신감을 가지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문 위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기수는 먼저 황제에게 늦은 것을 사죄했다.
황제는 기수가 척회왕과 싸우기 위해 폐관수련중이라는 얘기를 공주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늦은 것을 이해해주었다.
기수는 성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잡털 하나 섞이지 않은 백마에 올라탄 황금빛 갑옷의 사나이.
바로 척회왕이 선두에 나와 있었다.
기수로서는 그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 셈인데, 다른 사람의 기억 영상으로 볼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예상보다 키는 약간 작고 체형도 좀 마른 느낌.
하지만 뭔가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마 그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엔 더 큰 덩치로 각인된 듯 했다.
공주가 옆에서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머니의 원수…”
기수가 그녀에게 말했다.
“내 손으로 놈을 죽일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줘.”
평소의 공주라면 산 채로 잡아 문초하고 연관된 자들을 전부 털어놓게 해야 한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원수가 한 시라도 더 숨 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워낙 고수이기 때문에 생포를 요구할 계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척회왕이 자랑스럽게 흘리고 있는 기도를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가공할 살기였다.
기수 역시 척회왕의 기도를 감지했다.
“직접 나타나다니… 의외로 배짱은 있군.”
척회왕 입장에서도 이것은 마지막 마무리.
향후 가짜를 치우고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를 때를 대비해서라도 지금처럼 중요한 상황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지명도를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었다.
기수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기도를 드러내며 잘난 척 하는 걸 보니 약간 실망스럽군.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짖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거든. 후후….”
그때 척회왕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가짜는 모습을 드러내라! 황군이 너를 잡으러 왔다!”
황제가 성벽 앞쪽으로 나가 큰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네가 감히 누구를 보고 가짜라고 하느냐!”
황제가 나타나자 척회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