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76
수색대는 구역을 나누어 찾기 시작했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바위절벽 사이로 돌아가는 길은 기수는 만묘 단 두 사람이 맡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산길을 헤맸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기수는 그 만하라는 아가씨가 무림맹과의 전투가 두려워 도망친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20대 초중반이라면 현대로 치면 여대생 아닌가.
친구들하고 수다나 떨고, 스마트폰에 종일 코 박고 다닐 나이였다.
그런 나이에 목숨 걸고 싸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기수의 제안에 만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역시 이런 식의 수색이 너무 막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나이차는 좀 나지만 아주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라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그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고 기수는 뭔가 불쾌한 냄새를 맡았다.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지?’
기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기수는 좌우를 둘러본 후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람 방향을 확인한 후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아래쪽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 각도.
절벽 중턱의 돌출 부위 위에 희끗한 옷자락이 보였다.
기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만묘가 즉시 몸을 날렸다.
잠시 후.
협곡이 떠나갈 정도로 만묘의 절규와 오열이 이어졌다.
사촌동생 만하의 시체를 찾은 것이다.
기수는 나무를 내려가 절벽으로 올라가 보았다.
만하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듯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에겐 너무 가혹하고 처참한 최후라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외면하게 되었다.
만묘의 울음소리에 수색대가 모두 몰려왔다.
엽청문은 아내를 위로했고 다른 사람들은 시신을 수습하여 절벽을 내려가 곧바로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준 전시상태라 간략한 마교의 종교 의식 이후 바로 입관까지 이어졌다.
기수는 만하라는 여인을 만나본 적도 없었지만 만묘와 엽청문 부부를 봐서 향을 피우고 절도 했다.
가족에게 나머지 일을 맡긴 만묘는 몹시 분노한 표정으로 암천제 진영으로 갔다.
그녀의 남편이 따라 갔고, 기수도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과 동행했다.
“천제님을 만나게 해주시오!”
군영 입구가 소란스러워지자 암천제를 수행하는 두 마령 영마와 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냐?”
영마는 눈빛과 표정,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 모두가 극히 위압적이었다.
만묘와 엽청문 부부는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수도 약간 위축감을 느꼈다.
같은 마령 등급이지만 광혼랑, 소혼랑보다 영마와 철우가 조금은 더 강해 보였다.
만묘가 작정한 듯 말했다.
“천제님을 만나게 해주시오. 따질 게 있소.”
“흥! 건방지구나. 네놈들이 뭐라고 감히 천제님을 만나겠다는 거냐?”
“난 도룡문의 우호법이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도룡문 문주가 와도 만나줄까 말까인데 호법 따위가 감히 천제님께 따지겠다고?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만묘는 이를 갈았다.
“당신네 문도 중 하나가 우리 여문도를 강간하고 살해했소! 당장 범인을 내놓지 않으면 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겠소.”
기수는 깜짝 놀랐다.
시체를 먼저 발견한 것은 자기지만 끔찍한 몰골에 바로 고개를 돌려 외면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강간 살해라니…. 만묘가 화 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마가 좀 더 위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너희 문도가 불상사를 당한 건 유감이다만, 그게 어째서 우리 책임이란 말이냐? 증거라도 가지고 있느냐?”
“우리 문도들은 모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감히 그런 끔찍한 짓을 하겠소? 당신들 아니면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소!”
그러자 철우가 끼어들었다.
“허어! 이것 참 막무가내로군. 우리도 다 같이 명왕님을 모시는 신도들인데 자기네 사람들은 다 착하고, 우리만 몹쓸 놈이란 말인가? 무슨 손님 대접이 이래?”
그 말에 엽청문은 아내의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분노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찾아와서 범인을 내놓으라고 한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확실한 증거도 없이 암천제의 부하들을 추궁하는 것은 문주, 더 나아가 혈천제까지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만묘 역시 자신의 울분 때문에 함부로 행동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기엔 너무 억울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철우가 다시 말했다.
“지금까지 저지른 무례는 용서해줄 테니까 이만 돌아가. 사람이 험한 산길로 다니다 보면 실족사 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공연히 생사람 잡지 말고.”
기수가 안경 치켜 올리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만하가 실족사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 들었지?”
철우는 당황했다.
“너희들이 말했잖아?”
“아니. 우리는 사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넌 어떻게 그녀가 실족사했다고 말하는 거지?”
“그, 그것은…..”
“그녀가 죽을 때 네가 옆에 있었다는 뜻이지.”
만묘와 엽청문이 눈을 부릅떴다.
철우는 말이 막히자 화를 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 그리고 넌 평제자인 주제에 어디 감히 우리들 얘기에 끼어드느냐?”
만묘가 따지고 들었다.
“해명해 보시오! 그녀가 실족사했다는 사실을 어찌 아시오?”
“여, 여기는 사방이 다 절벽이니까 당연히 그럴 거라 추측해서 한 말이다.”
잠시 당황했지만 철우는 금방 본래의 뻔뻔함을 되찾았다.
만묘와 엽청문은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증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나쁜 자식! 감히 내 동생에게 그런 못된 짓을 하고 죽이기까지 하다니. 네놈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만묘가 칼을 뽑자 철우는 코웃음을 쳤다.
“흥! 억지로 우기다가 안 되니까 이젠 칼을 뽑는구나. 지금 네 행동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할 것이다.”
철우는 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원래 만하를 강간한 후 돌려 보내주려고 했다.
아무리 다른 계열이라고 해도 같은 마교 제자를 죽이는 것은 귀찮은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그녀를 유린한 후 혈도를 풀어주고 물었다.
“어떠냐? 좋았지?”
“야! 이 개자식아! 나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철우는 만하의 격한 반응에 당황했다.
보통 여인네들은 그렇게 당하고 나면 부끄러움과 수치심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 짓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만하는 달랐다.
“너 암천제님 휘하의 마령이지? 당장 천제님을 찾아가서 사실을 다 얘기할 테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나쁜 새끼!”
강간 이후의 정복감에 도취되어야 할 상황인데 만하가 고발을 하겠다고 하니까 철우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살해한 후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시신을 유기하고 나뭇가지로 덮어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의 성과도 없이 도룡문 제자놈 때문에 탄로가 나고 말았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땍땍거리는 계집을 마저 죽여 버릴 생각을 했다.
자기가 만묘의 동생을 범하고 살해한 것은 어떠한 증거도 없지만, 만묘가 칼을 뽑아들고 먼저 덤벼드는 모습은 모두가 다 증인이니 때려 죽여도 큰 문제될 게 없었다.
철우의 눈빛에 살기가 돌자 엽청문이 아내의 안전을 염려하여 함께 칼을 뽑아들고 그녀 옆에 섰다.
“흐흐흐….둘이 한꺼번에 덤비면 좀 나을 것 같으냐?”
상대가 도룡문의 좌우호법이지만 철우는 자신이 있었다.
옆을 보고 눈짓을 하자 영마도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돕겠다고 했으니 상황을 훨씬 빨리 종료시킬 수 있었다.
영마는 철우와 출신이 다르지만 동문 사형제의 의리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래서 철우가 잘했건 잘못했건 무조건 그의 편을 들었다.
그것은 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진기를 끌어올리자 기수는 고민에 빠졌다.
‘도와줘야 하겠지?’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문제는 상대가 암천제의 심복이라는 점이었다.
자기 실력을 드러내는 것이 과연 어떤 상황을 이끌어낼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엽청문, 만묘 부부가 다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양손 검지와 중지와 약지에 진기를 모았다.
영마와 철우가 움직이기만 하면 곧바로 잔백지를 날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멈추어라! 무슨 짓들이냐!”
소혼랑과 광혼랑이 날렵한 신법으로 사람들 사이에 내려섰다.
그들은 기수를 찾으러 나왔다가 양측이 살벌하게 대치한 상황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끼어든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소혼랑이 묻자 철우는 냉소를 지었다.
“당신 제자에게 물어보시오. 멀쩡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더니 칼을 뽑아들고 나를 베려 했소. 도룡문의 손님 대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소.”
“닥쳐라! 음적!”
만묘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저, 저 보시오! 도와주러 온 원군에게 저런 소리나 해대고.”
소혼랑은 만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충분히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자신과 동급인 마령이다 보니 고문으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소혼랑은 만묘 부부를 달래서 돌려보냈다.
만묘와 엽청문 역시 자기들이 덤벼들어 봤자 철우와 영마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철우는 그들이 물러나는 데서 만족하지 못했다.
“그냥 가면 안 되지! 내 명예를 더럽혔으니 사과를 해라!”
엽청문과 만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소혼랑이 대신 사과할 기세인지라 결국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원통한 노릇이었다.
철우는 껄껄 웃으며 좌우를 둘러보다가 기수와 눈이 마주쳤다.
“뭘 봐? 이 자식아…”
그는 여전히 기수를 평제자로 알고 있기에 함부로 대했다.
기수는 씩 웃은 후 오른손을 들어 권총 모양으로 만든 후 철우의 미간에 겨냥하고 혀로 ‘끼릭!’하는 소리를 낸 후 중지를 입 가까이로 가져와 후~ 하고 불었다.
넌 내 손에 죽었어! 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물론 철우는 그게 무슨 동작인지 전혀 몰랐다.
단지, 호법도 사과하는데 평제자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뭔가 호의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기분 나쁘게 여겼다.
광혼랑은 또 다른 말썽이 생길까봐 기수를 잡아당겨 철우에게서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그리고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고 현장을 떴다.
석실로 끌려간 기수는 세 미녀와 마주 섰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혈천제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왜 그렇게 기분이 나쁜 거지?”
그녀는 자기가 기수의 표정 하나에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 실제로 마음이 가는데 어쩌겠는가.
기수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혈천제는 분개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내 이것들을….”
광혼랑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사부님. 진정하십시오. 이번 일은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혈천제는 호흡을 가라앉혔다.
암천제가 도우러 와 있는 지금, 적과 싸우기 전에 내분부터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걸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혈천제가 기수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무림맹과의 결전이 끝나면 내가 해결해주겠다. 증거가 있건, 없건.”
기수는 그녀에게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동안 늘 침상에서만 만나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녀는 마교 삼천제 중 한 명.
마음만 먹으면 마령 하나 죽이는 일쯤은 크게 문제될 것도 없었다.
“엽청문과 만묘 부부가 기뻐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감사드립니다.”
혈천제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수의 팔을 잡아당겨 침대로 이끌었다.
기수는 만묘의 일은 잠시 잊고 혈천제와 두 제자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시작은 어제와 달랐다.
아주 소프트하고 부드럽게, 가벼운 포옹과 혀를 사용하지 않는 입맞춤으로 시작했다. 기수는 혈천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연애모드로 맞춰주었다.
막상 하다 보니 본인도 기분이 좋았다.
남녀를 떠나서 사람 대 사람인데, 만나자마자 밀도 높은 성감대 공략부터 들어가는 것은 좀 짐승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기수와 혈천제가 알콩달콩 놀자 고혼랑과 소혼랑도 비슷한 분위기로 맞춰주었다.
기수는 여자 3명과 웃고 떠들고 가볍게 애무하고, 만지면서 하나씩 벗기고 또 깔깔거리는 식으로 조금씩 강도를 높여갔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흥분도는 오히려 더 깊어진 것 같았고, 상호간에 친밀도도 상승해서 기분이 좋았다.
일단 그렇게 인간적인 유대가 깊어지니까 딥 키스를 해도, 혀로 애무를 해도 전보다 더 강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혈천제의 몸이 뚜렷하게 징후를 드러냈다.
온몸이 뜨끈뜨끈하게 열기를 내뿜었고, 호흡에서도 단내가 확 풍겼다.
그녀는 두 제자가 기수에게 해주는 행동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이론으로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자세히 관찰한 후 거기에 자기의 창의성을 덧입혀서 기수의 온몸을 대상으로 실습을 했다. 기수는 아름다우면서도 자존심 내세우지 않고 자기 희생적으로 엄청나게 열심히 서비스해주는 그녀의 실습대상이 된 게 너무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