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88
금련은 볼이 상기된 채로 물었다.
“이제 주무셔야죠?”
질문은 그렇게 했지만 속마음은 한 번 더 하고 싶었다.
방금 전 엄청난 경험을 했지만, 오늘 처음 만난 남자 앞에 무릎을 활짝 열어젖히고 보여주는 게 그녀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기수 역시 코앞에 좋은 것을 놓고 구경했기 때문인지 그냥 자기 싫었다.
“한 번 더 해볼까?”
“아이…. 벌써 두 번이나 하셨잖아요. 너무 무리하다가 몸이 축나기라도 하면 제가 혼날지도 몰라요.”
“하하! 몸이 축나려면 두 번으로는 어림도 없지. 자, 엎드려.”
“예? 그, 그냥 이대로 하면 안 될까요?”
“사람이 말야.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을 가져야지. 한 곳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도 몰라?”
긴 말 필요 없이 금련은 바로 엎드렸다.
그냥 자지 않고 한 번 더 해주겠다는데 자세가 문제이겠는가.
기수는 그녀의 희고 탐스런 힙을 양손으로 움켜쥐어 보았다.
“아아….”
금련은 피부가 당겨지는 것만으로도 신음을 토했다.
기수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서 조준선을 정열한 후 천천히 진입해 들어갔다.
“아악….. 헉,…허억!”
금련은 각도가 달라짐으로 인해서 달라진 자극에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러댔다.
기수는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렸다.
허리가 잘록한 편은 아니라서 하트 뒤집어 놓은 것 같은 형태는 아니었지만 나름 동글동글한 두 덩이가 탄력이 있었고, 그 사이로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자신의 존슨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광경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끼아아아악……!”
금련이 괴성을 지르며 온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기수는 아직 발동도 안 걸렸는데 금련은 벌써 백투백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었다. 기수는 그녀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속도를 더 올려줬다.
‘오냐. 오늘 몇 점까지 내나 한 번 해보자!’
기수는 헐떡거리는 금련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다음 날.
기수는 아침 일찍 고원달을 만나러 갔다.
“어서 오게. 어흠….!”
고원달은 어제와 달리 기수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면서 계속 웃는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기수가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너무 오래 하더군. 아침까지 한잠도 못 잤네.”
“아! 미, 미안합니다.”
기수는 자기 처소가 방음벽이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혈천제 트리오와 지낼 때는 절벽을 파고 들어가 만든 석실이라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외부에 전해질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반 주택은 달랐다.
소음이라는 게 윗층 아랫층 사이에 살인도 저지르게 만드는 무서운 것인데, 섹스의 소음이 온 집안에 다 퍼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특히나 기수의 거처는 보표라는 그의 신분 특성 상 고원달의 침실과 아주 가까웠다.
‘아, 놔…. 금련이는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질렀을까… 원인 제공을 내가 하긴 했지만 이 집에 오래 살았으면 집안 구조 생각도 좀 했어야지 말야.’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니 돌이킬 수 없었다.
고원달이 말했다.
“어쩌면 자네도 나와 취향이 비슷한 것 같군. 하하하!”
기수는 믿을 수 없었다.
‘너도 널리 미녀를 즐겁게 해주려고 이 땅에 태어났단 말이냐?’
고원달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물었다.
“피곤하지는 않은가?”
“괜찮습니다.”
두 번째 발사 이후 새벽까지 더 이상의 추가 누수 없이 버틴 몸이다.
게다가 내공으로 단련된 몸은 사나흘쯤 잠을 자지 않아도 말짱했다.
“좋아! 나와 함께 갈 데가 있네. 우선 옷부터 갈아입지.”
기수는 이제까지의 약선문 유니폼을 벗고 고원달이 내준 새 옷을 입었다.
파란색 비단옷인데 디자인도 중원무림의 기준으로 봤을 땐 상당히 세련된 것이었고, 비단천의 재질도 장난이 아니었다.
현대로 치면 디자이너의 부띠끄에서나 살 수 있는 레벨의 옷이었다.
‘짜식. 사람을 대접할 줄 아는군.’
보표를 자신의 장신구쯤으로 여겨서 그런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새옷에 신발까지 세트로 맞춰 신고 거울을 보니까 기분은 좋았다.
고원달이 기수를 데려간 곳은 넓은 정원 한쪽 구석에 세워진 정자였다.
보통 고궁에 놀러가서 보는 건축물들은 다들 색이 바래고 나무도 갈라진 게 대부분이지만 기수 앞에 놓인 정자는 달랐다.
앞으로 수백년 후의 후손들이 볼 유물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새로 건축한 건물이라 색깔이며 표면처리가 삐까뻔적했다.
‘나중에 내 집 지으면 이런 정자도 꼭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주변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까 인기척이 나면서 두 남자가 정자로 걸어 들어왔다.
“형님! 어서 오십시오.”
“오! 네째. 네가 먼저 와 있었구나.”
나타난 사람은 약선문의 3남 고원정과 그의 보표 팽무진이었다.
고원정이 기수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이 친구는 누구냐?”
원래 ‘이놈’이라고 했어야 정상인데 옷차림이 화려하니까 쓰는 단어도 달랐다.
“예. 형님. 저도 신변의 좀 더 챙겨야 할 것 같아서 보표를 구했습니다.”
“그랬냐? 잘 했다. 하하하!”
고원정은 웃으면서 기수를 계속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기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 고씨 집안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다 무례할까? 돈 있고 힘 있으면 원래 다 그렇게 되는 걸까?’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큰 목표가 있으니 경거망동해서 안 되었다.
기수는 고원정보다 그의 보표 팽무진 쪽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
척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강자의 카리스마.
기수는 은근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현대에 사는 동안엔 길거리에서 덩치 큰 놈을 봤다고 해서 ‘한 번 붙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중원무림에 와서 무공을 익히고 나니까 강자를 봤을 때, 두려움 플러스 ‘저놈을 꺾고 싶다!’는 흥분감이 용솟음치고는 했다.
현대사회에선 전혀 쓸모가 없어서 꼭꼭 숨겨져 있던 본능이 여기선 발현되는 것이다. 살인과 이어진 그 감정은 충동적이고도 자극적이었다.
팽무진 역시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40대 초반에서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지만 눈빛만큼은 면도칼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는 기수의 내면 속 실력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기수는 그 눈빛에 쫄지 않았다.
‘니가 노려보면 어쩔 거야? 씨발…. 함 붙어볼까?’
겉으로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에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노려봤다.
기수의 그런 모습을 보며 고원달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가 형을 만날 때 기수를 동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새로 구한 보표가 과연 형의 보표 팽무진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려고 한 것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눈빛만 봐서는 오히려 자기 보표가 형의 보표를 겁주고 있었다.
진짜 붙으면 승패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세 싸움에선 승리였다.
고원달과 반대로 고원정은 기분이 나빠졌다.
“이놈 눈빛이 꽤 불손하구나.”
“하하! 용서하십시오. 형님. 이 녀석을 어제 고용했기 때문에 아직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잘 가르쳐 놓겠습니다.”
고원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수를 노려봤다.
기수는 슬쩍 눈을 깔았다. 계속 그를 마주봤다가는 한 대 때릴 것 같아서 차라리 안 보고 마는 쪽을 택한 것이다.
고원정은 그제야 자리에 앉아 차와 과자를 먹으며 고원달과 얘기를 했다.
“아버님이 곧 폐관을 풀고 나오실 것 같다.”
“그게 정말입니까?”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나오셔야 하지 않겠느냐.”
“하하! 이제 우리 약선문이 천하제일문이 될 일만 남았군요.”
형제는 소리 내어 껄껄 웃었다.
기수는 자기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했다.
단순한 무사로 담 밖에 있었다면 이렇게 약선문의 핵심인 두 형제 가까이에서 중요한 정보를 들을 기회는 전혀 없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게 무슨 말이지? 4장 중 3장을 모았을 뿐이니까 아직 한 장이 모자라잖아?’
기수는 슬그머니 염정구심술을 사용해서 고원정의 생각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지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가 유도할 만한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보표라는 것이 뒤에서 후까시 잡고 서있는 게 임무지, 얘기하는데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거라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중요한 정보원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을 결국 알아내지 못하고 거처로 돌아온 기수에게 고원달은 대뜸 비단주머니 하나를 주었다.
“이건 상이야!”
기수가 팽무진에 당당히 맞선 모습을 보여준데 대한 상이었다.
기수는 따지지 않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았다.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미시까지는 나 혼자 시간을 가질 것이니, 자넨 가서 쉬게.”
“미시까지라고요?”
“그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하녀를 보내 깨울 테니까 푹 잠들어도 돼.”
“알겠습니다.”
기수는 깨어있는 내내 붙어 지내야하는 줄 알고 있다가 자유시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몹시 기뻤다. 미시까지라면 4시간도 넘는 긴 휴식시간이었다.
거처로 돌아온 그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외출을 했다.
이전까지는 동료이던 무사들이 그를 보고 군례를 했다. 4공자 고원달의 보표가 되었기 때문에 자기들과는 격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기수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것 없었다.
‘적어도 난 실력은 인정받은 셈이니까….’
그런 면에선 강자존이라는 무림의 질서가 마음에 들었다.
현대에서 사회생활 하다보면 실력은 좆도 아닌 게 낙하산 타고 내려와서 떡하니 윗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기수가 도착한 곳은 바로 탁지연과 약속한 찻집이었다.
약선문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려고 할 줄은 몰랐다.
자기가 지도의 4분의 1을 쥐고 있는 이상 주도권도 자기 손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좀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걸 의논할 대상이라면 탁지연이 제격이었다.
물론 그녀의 큰 눈과 갸름한 턱 선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리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니니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럴 때 스마트폰 있었으면 시간 보내는 데는 짱인데….’
이젠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문명의 이기들이 그립기도 했다.
혼자 멍하니 4시간을 보낸 기수는 아무 소득 없이 터덜터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발걸음에는 힘이 있었다.
‘금련이 입만 막으면 얼마든지 해도 괜찮겠지? 그런데 입을 뭐로 막는담?’
생각나는 물건이 딱 한가지 있었다.
입을 막을 때는 그게 제일 좋았다.
‘하지만 그건 다른 곳에도 사용해야 하는데 어쩌지?’
베개와 이불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거처에 들어선 기수에게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금련이 몸살로 앓아 누워서 못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적당히 하고 만족할 줄도 알았어야지.’
끝없이 절정을 탐하는데다가, 그때마다 온몸의 근육들을 전부 경직시키며 힘을 잔뜩 주는 타입이라 결국 탈이 난 것이다.
탁지연에게 바람맞고, 방엔 금련이 없으니까 참 허탈했다.
그러나 기수는 기나긴 밤 시간을 그냥 날려버리지는 않았다.
혼자인 시간을 운기조식으로 활용했다.
내공이 증진된 이후라서 그런지 주천을 한 번만 돌려도 온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졌다.
어떤 의미에선 섹스보다 더 좋은 은은한 쾌감이 있었다.
운기조식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동이 터서 날이 밝았다.
기수는 다시 고원달의 거처로 가서 그의 그림자 역할에 충실했다.
고원달은 오전 중에 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주로 찾아가는 곳은 할머니와 고모의 거처였다.
아버지가 폐관수련중이다 보니까 대신 다른 윗어른들에게 점수를 따는 것이었다.
‘이놈은 꼭 생긴 대로 노네.’
기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고원달이 인생을 어떤 식으로 살건 자기완 상관없는 일이었다. 기수는 그를 따라다니면서 그동안 궁금해 하던 안채의 지리와 구조를 파악하는 데만 집중했다.
점심을 먹은 후. 고원달은 다시 기수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이번에도 4시간 정도였다.
기수는 그가 혼자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매일 같은 시간 투자하는 걸 보면 무공을 연마하는 모양이군.’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만큼 무공연마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간 여유를 가지게 된 기수는 위문을 하려고 금련의 거처로 갔다.
그러나 여자 하인들의 거처는 남자가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결국 다시 옷을 갈아입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다림을 위해 찻집으로 갔다.
한 시간, 두 시간.
차를 마시다 지겨우면 과자를 먹고, 다시 지겨우면 가게 밖 거리에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다가 세 시간이 넘어갔다. 추가로 잣이 든 과자를 시키려고 하는데 한 사내가 다가와 맞은편 걸상을 빼며 말했다.
“합석 좀 합시다.”
그리고는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털썩 앉더니 마지막 남은 과자를 덥석 집어먹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손을 쓰려다가, 기수는 사내의 수염 없이 뾰족한 턱을 보고 뭔가 알아차렸다.
“와! 벌써 이렇게 익혔어? 대단한데?”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옷차림이나 얼굴 모두 남자지만 기수가 기억하는 한 사람의 얼굴 골격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맞은편 사내가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
“난 줄 어떻게 알았어요? 목소리까지 다 바꿨는데?”
그는 바로 탁지연이었다. 기수가 준 책을 보고 역용술과 목소리 바꾸기까지 모두 마스터하고 나타난 것이다.